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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132호] <전국대학원생총학생회협의회> 라운드테이블

대학원생의 현실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해 본 경험은 전무하다. 대학원생의 사회적 지위, 등록금 결정 과정, 대학원생 인권에 대해 수업이나 학교 주변에서 이야기를 나눴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전국대학원생총학생회협의회(이하 전원협)>과의 라운드 테이블은 국가 중심의 교육 정책과 권위적인 대학의 조직 운영 사이에서 감춰졌던 대학원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만들어졌다. 공유할 수 있는 지점들을 확인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대화를 시작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전국대학원생총학생회협의회> 라운드 테이블 




대학원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접근 필요


신문사>‘전원협 자치 규약’의 전문(前文)을 보면 대 학원과 대학원생을 새롭게 정의하려는 노력들이 보입 니다.‘신진 연구자의 학문적 이상을 대변하는 대학원 생들의 전국적인 연대체’,‘(대학원이) 공공재로서 사적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만은 아니라는 것을 천명한 다.’, 등이 그것인데, 어떤 배경에서 만들어진 전문(前 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구> 대학원 같은 경우에는 사회적 합의에 있어서 이슈화 되지 못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대학원을 공공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도 그 중 하나에요. 사실 법으로도 그렇게 되어있고, 그래서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표현을 통해서 명문화를 시키면 나름대로 정체성을 확립시켜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규약을 만들게 됐습니다.


정상훈> 저는 대학원 얘기가 나오면 항상 ‘대학의 존재 목적은 대학원이 아니냐?’ 라는 얘기를 해요. 많은 대학들이 연구 중심 대학을 표방하고 있고 우리가 연구한 것들이 문명에 기여를 할 수 있는거잖아요. 내가 쓴 글들 때문에 정책에서 참고가 될 수도 있는 거구요. 그런 데서 대학원생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등록금이라든지, 인권 같은 거는 그런 학자들을 지키는 역할이기 때문에 규약에서도 중요한 내용이고 <전원협>에서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봐요. 앞 으로 관련된 규약이나 활동들이 더 체계적으로 다듬어 져야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신문사> <전원협> 활동을 하면서 얻을 수 있었던 점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조수민> 사실 대학원생들을 보면 과 대표 같은 자리를 해도 말을 거의 못 해요.석사들 위에 박사 선배가 있고 그 위에 교수님이 있고 그런 식이잖아요. 또 대학원이 굉장히 좁기 때문에 말 함부로 했다하면 사실상 매장이 잖아요. 그러니깐 솔직히 얘기를 못하는 거죠. 그러다보니 총학생회에서 어떤 행동을 할 때 사람들의 불만이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구조가 아니에요. 알아서 눈치를 채야하는 거죠. 이런 식이라 전원협이 많이 도움이 돼요. 다른 학교 얘기를 들으면서 문제들을 공유하는 거죠. 어떤 학교는 학생의 지위가 학교와 대등할 정도로 힘이있고, 어떤 학교는 학교 본부가 마음만 먹으면 날려버릴 수 있는 가벼운 상태에 있는 곳도있고,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위해서 탄탄한 조직이 될 수 있 을까?’ 라는 노하우를 전원협을 통해 많이 배울 수 있었 어요.


등록금 심의 과정의 문제점과 내부 동력의 한계


신문사> 등록금 심의 위원회(이하 등심위) 참여 경험에 대해 나눠주셨으면 합니다. 등심위 참여 과정에서 어려움이나 느꼈던 점들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이구> 저는 등심위 들어 가기 전에 6개월 전부 터 준비를 했어요. 학교 측과 어떤 얘 기를 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예산을 받았을 때 작년 예산과 올해 예산이 어떤 부분에서 바뀌는지에 대해서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어서 한거죠. 그래도 결국 올해 등록금이 3%로 인상됐어요. 작년에 1.5% 인상했으니까 올해는 인상을 안 할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결국 그렇게 된거죠. 그래서 그냥 인상하는것 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아낼수 있게끔 사인을 했어요. 사실 등심위가 중요한 거는 단위 요구안을 반영 시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6개월 전부터 등심위 준비를 하면서 앞에 말했던거랑 각 단위별로 필요한 요구안들을 미리 준비했어요. 공대에서 필요한 장비, 인문, 사회, 경영에서 필요한 것들, 데이터 찾는거, 회계 시스템 돌리는 거, 이런 요구안들을 받아 등심위에 갔던 거죠. 그렇게 준비를 하고 가는거랑 아닌거랑은 학교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게 다르죠. 준비를 빨리 할수록 좋고 미리 최소 6개월 전에는 등심위를 준비해야 하는 것 같아요.


조수민> 사실 중앙대처럼 6개월 전에 등심위를 준비할 수 있었던 기반에는 ‘단위 요구안이 올라온다.’ 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요. 많은 대학원들이 사실 아래로부터 요구 사항들이 올라오는 기구가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고 있어요. 대학원생들은 일단은 대놓고 문제점에 대해서 드러내기가 쉽지 않거든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까 저희는 그런 식으로 요구안을 듣고 싶어도 요구안을 내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막상 자리를 깔아주면은 박사님이 오셔서 자신의 랩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씀하셔요. 거기다대고 누가 불만을 얘기하면 그 분은 그 랩에서 끝나는 거잖아요. 대학원이 그 부분에서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저희 학교에서 등심위를 참여하면서 느낀 건, 등심위 위원이 학교가 6명, 학생이 6명으로 구성돼 있 어요. 그런데, 학생위원수 6명 중에 대학원자리는 한 자리밖에 주지 않는거예요. 그러면 결국 학생 6명의 이름으로 얘기했을 때 대학원은 6분의 1의 힘을 가질 수밖에 없는거죠. 그렇게 등심위를 보면 큰 판은 학교가 깔지만 중간 판은 학부가 깔고 대학원은 그 가운데서 쪼그라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신문사> 각 단위별로 요구안이 올라온다든지,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등심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든지 하는 ‘내부 동력’으로써의 한계가 등심위 활동하는 데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나요?


이구> 학부 같은 경우에는 거의 다 동년배들이 들어와요. 그런 내부 동력이 있기 때문에 집회를 하거나 총회를 열어서 학교 측에대한 압박을 할 수 있어요. 서명을 받아서 총장실에 전달을 한다든지 그런 일을 하는 거죠. 근데 대학원 총학생회에서 ‘모이자!’, 그러면 2명 밖에 안 와요. 그런 측면에서 대학원은 힘이 달리는게 사실이에요. 이런 것들이 많이 힘들어요. 학부는 물리적으로 총장실을 점거한다든지 문을 부수고 들어간다든지 그렇게 대응하는 게 가능하지만 대학원은 어느 정도 다 배우신 분들이고 그래서 세련된 방법으로 논리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예산에 대해서 미리 공부할 수 밖에 없는 거죠.


김진석> 서강대학교 같은 경우에는 전체 학생들을 대 상으로 이번 등록금 심의 결과를 1차, 2차로 메일을 통해 공지를 했었어요.‘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의견을 달라.’라고요. 평소에 학내 문제에 관심 있 으신 분들이 의견을 주실 줄 알았는데 아쉽게도 이번에 단 한 분도 등록금 심의내용에 의견을 준 사람이 없 었어요. 그걸 보면서 ‘과연 우리 학교가 중앙대 같이 단위를 만들어서 했을 때 효과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구> 대학원이라는 곳이 독특한 구성이다 보니까 동질 집단으로써 발휘할 수 있는 에너지가 많이 부족해요. 나이도 다르고 타 대학 출신도 있고 계열마다 상황이 다 달라요. 이공계 같은 경우에는 학비 걱정을 거의 안 하기 때문에 인문사회 계열과 입장이 달라요. 어떤 학과는 좋은 자리로 많이 빠져나가서 돈 내고 다니는 학생이 없는 반면에, 생돈 들여서 다니는 학생들도 있으 니까, 이해관계가 상충되고 복잡해요. 중앙대에서도 등록금이 3% 인상 됐을 때도 ‘제가 잘못했습니다. 인상 된 것 보다 더 일을 많이해서 원우들 복지를향상시키겠습니다.’ 이랬죠. 그래도 항의 전화라도 올 줄 알았는 데 없더라고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거죠. 저도 되게 당황했어요. 오히려 전문대학원, 특수대학원 에서 엄청나게 연락 왔었어요.


조수민> 제가 느낀 건 대학원 자체는 동력으로써 학교가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학교도 잘 알아요. 대학원은 계열 뿐 만 아니라 같은 과여도 어떤 지도교수 아래에 있느냐에 따라서 학비로 나가느냐 용돈이 나오느냐가 달라지거든요. 대학원은 정말 개별화된 사회고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함부로 뭔가 할 수 도 없고 협동하는 법도 모르죠. 게다가 학교 일에대해 관심도 없는 거죠. 그래서 ‘여기서 외부 연대가 필요하 구나.’라고 느꼈고 그때 ‘전원협이 필요하구나.’ 라는 생각을한거죠. 사실 한 학교가 무엇을 한다고해도  기자분이 안 오세요. 그래도 전원협이 한다고 하면 기자 분들이 오시거든요. ‘어떻게 불씨를 작게라도 키우고 부채질을 해서 연기를 많이 낼까?’라고 생각을 하면 ‘외부 연대가 핵심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신문사> 그런데 외부 연대를 찾는 거는 결국 ‘내부에서 는 어 쩔 수 없 이 안 된 다 . ’라 는 생 각 이 깔려 있는 거 아닌가요?


조수민> 조심스러운 발언일수도 있는데, 어떤 과의 경우에는 정말 도제식으로 학부 때부터 교수님한테서 일 대일로 레슨을 받기 때문에 입도 뻥긋 못해요. 그러니깐 애초에 불만이 있다고 말도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뭔가 만드는 것은 일단 1년 사업으로 생각 하자.’라고 하고 ‘당장 필요한 거는 외부 연대다.’ 라고 선택을 한 거죠. 사실 등심위에서 저희가 노력을 해서 협상을 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큰 판은 다 학교가 깔아 놓아요. 그래서 등심위를 들어가면서, ‘아, 이게 매년 오를 수밖에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대학원 등록금이 오르는 거에 대해서 대학원생 본인들도 무 관심하고 학교 입장에서는 학부가 사회적 이슈가 돼서 올릴 수 없으니 결국 자연적인 인건비 상승이나 이런 거를 해소하기 위해 대학원 등록금에 매진할 수밖에 없 는 거죠. 내부적으로는 이런 어려움이 있다는 말입니다.


신문사> 이화여대 전 학생회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내부 동력을 당장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하신 거에 다른 분들도 동감하시나요?





정상훈> 지난 3년 동안 등심위 과정을 보면 서 느낀 거는 ‘결론은 정해져 있다.’는 거예요. 처음부터 학교가 결론을 정해놓고, 학생들이 폭력적으 로 나오든지, 감정에 호소하 든지, 학교측이 정한대로 흘러가게 돼 있는거죠. 그래서 대학원의 입장은 ‘최소한 학부 수준이었으면 좋 겠다.’ 라고 한 거예요. ‘학부가 1%로 오르면 우리도 1%만오르고, 동결되면 동결되고, 별개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왜냐하면 강력하게 주장할 만한 동력이 없으니까 요. 저희가 대학원생이 2000여명이에요. 그 중에 장학금을 조건으로 입학하는 유학생, 조교와 같이 여러 가지 이유로 지원 받는 사람들 빼고나면은 실제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은 300~400명만 전액 내고 다니는 거예요. 그 사람들을 끌고 뭔가를 대항하겠다는게

힘든 점이 있어요. 그래서 느낀거는, 예를들어 동결이 되고 혜택이 없는 경우가 있어요. 결론적으로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 거죠. 오히려 있었던 장학 예산도 줄어든다던가, 오히려 불이익이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2~3% 오르더라도 그거 가지고 단위에서 필요한 것들을 실현하는게 낫냐?’, 그 차원에서 매년 고민하는 것 같아요. 3~4% 오르는거는 개개인별로 십만원정도 오르는건데,이렇게 모은 돈으로 큰 거를 실현을 할 수도 있는 거니까, ‘무조건 동결이 능사는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김진석> 이번 2015년 등심위 들어가서 놀랐던 점은 세가지예요. 첫번째는, 아예 등록금 인상 폭에 대한 전제를 깔아놓고 갔다는 거예요. ‘학부 동결, 대학원 평균 물가상승율인 1.6% 이상 인상’, 이렇게요. 학교에서 이걸 전제로 깔아놓고 가는거예요. 이에 대한 근거로 학교 재정에 대한 자료를 공개적으로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외비라는 이유로 제대로 공개하 지않았어요. 두번째는, 이번에 새로 알게 된 건데 사립대학교 기획처장단 모임이 있더라고요. 저희 학교도 참여했는지 모르겠지만 암암리에 등심위 이전에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맞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등심위 결과를 살펴보면 작년과는 다르게 대학원 등록금도 동결된 학교가 거의 대부분이거든요. 마지막 세 번째는, 등심위 위원으로 오시는 외부 회계전문가에 대한거예요. 우리 학교 등심위위원 같은 경우에는 학생 4인, 교직원 4인, 나머지 1인이 외부인사인데 외부 인사를 동문회에서 추천을 받아요. 동문 중 회계법인에 계시는 분이 오시는데, 학생의 선배 입장이기도 하고 학교측 입장일 수도 있는 거죠. 그런데 아예 학교 측 입장으로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그 분 발언이 끝나자마자 말씀을 드렸어요.‘중립적인 태도를 취해 달라.’고요. 다음 등심위 때는 학생 측 회계 전문가를 선임하도록 해달라고도 의견을 드렸어요.


신문사>‘제대로 된 등심위가 되기 위해 어떤 식이어야 한다.’는 의견들을 말씀해 주세요.


조수민> 예전의 기록을 뒤져보니까 지금보다 나은 게 있더라고요. 처음에 등심위를 했을 때 예비 회의라는 걸 했어요. 거기서 녹취부터 회의 기록, 외부전문가 섭 외까지 같이 논의를 했었어요. 그때 학부하고 대학원하고 잘 알던 사이여서 기자회견 같은 걸 신속하게 해서 등록금 올린 거를 내려서 추후 지급을 받는 사태가 있었어요. 그 이후부터 학교가 머리를 쓴 거죠. 예비회의 같은 거 없고 일단 불러요. 그러면 저희는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등심위에 참여하게 되는 거죠.


신문사> 왜 등심위가 동등한 입장이 아니고 학교 중심 으로 작동하게 돼 있는 거죠? 원래 등심위를 통해 등록 금을 공정하게 논의하자고 만든 자리 아닌가요?


김진석> 이게 정부에서 만들어놓은 보여주기식 행정의 일환으로 나온 거예요. 반값등록금 때문에 이슈가 되니 깐 어떻게 해서든 이걸 투명하게 보이게 하려고 학생들 을 참여하게 해준 거죠. 그러니까 결국 학교도 보여주 기식으로 등심위를 해요. 저희 학교 같은 경우에는 회 의날짜 통보를 이틀 전에 알려주고‘첫 회의 날짜에 너 시간되면 참석하고 시간 안 되면 없는 상태에서 개최를 하겠다.’라는 식이었어요. 이런 것이 보여주기식이라는 걸 잘 나타내고 있어요.


신문사> 등록금 논의와 관련된 학교 측 주장 중에 ‘학교 발전 논리’가 비중이 크잖아요.‘이만한 돈이 없으 면 학교가 발전할 수 없다.’는 주장인데, 여기에 마땅히 대응할 논리를 찾기 어려운 거 아닌가요?


조수민> 똑같이 대응을 해야죠. 학교의 발전이란 거에 대해서정의를할때학교는돈을쌓고투자를하는게 발전이라고 얘기를 한다면, 대학의 본질에 대해서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해야죠. 교육과 연구요. 연구에 대 해서제대로지원을주는것도학교의발전을위한거 라고 똑같은 논리로 갈 수밖에 없더라고요. ‘등록금 대비 연구 지원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가?, 이것도 학교의 발전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마냥 그런 부분을 깎 거나 하는 말이 안된 다.’는 식으로 대게 가장 맞더라고요.


대학원 총학생회와 학생과의 관계 돌아보기


신문사> 총학생회와 학생들과 시각차가 존재하는 것 같 습니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총학생회를 알아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연구 물품이나 기념품, 실용 강좌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되는것에만관심이많은것같은데요.이점에대 해 어떻게 생각하고 총학생회의 정체성을 어떻게 생각 하는지 말씀해주세요.


이구> 대학원 총학생회는 약간은 공기나 물 같은 존재 인 것 같아요. 대학원에서 가장 기본적인 존재인 거죠. 실제로저희가중점사업으로했던것도시설관리보 수였어요. 비가 새면은 학교에서 당연히 해줘야하는 건 데, 등록금 인상분에서 그걸 요구했어요. 등록금을 인상 하는 대신에 대학원 시설 확충에다가 전폭적으로 투자를 해 달라고해서 마무리했어요. 물론 학교측이랑 싸워서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총학생 회도 있어야겠지만 실제로 원우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 을 제공할 수 있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봐요. 조금은 서운한 거는 제가 대자보도 붙이고 페이스 북에 서 총학생회에서 했던 일들을 공고를 해도 원우들은 총 학생회에서 하는 일을 잘 몰라요. ‘뭘 했다’고 하면 ‘그 걸 총학생회에서 했냐?’고 해요. 당연히 학교에서 했다고 생각을 하고 이해를 못하는 거예요. ‘설마 저런 큰 사업을 총학생회가 했을까?’ 하는 거죠. 근데 다 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원우들이 알아주면 고마운 거고, 알아주지 않는다면 서운해도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봐요. 

 




조수민>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대학원생은 유령 같다는 얘기를 많이 했었어요. 존재는 하는데 손에 안 잡혀요. 근데 저도 학교 기관들을 왔다갔다 해보니깐 학교도 마찬가지더라고요. 학생처 입장에서도 대학원생들한테 뭐 해주고 싶어도 일단 만날 수 있어야 하는데, 만나더라도 불만을 털어놔야지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사실 컴플레인 전화도 잘 안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대학원생 학생 회는 학부 학생회와는 다르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강 좌위주로갈수밖에없어요. 그래야지대학원생들만 날 수 있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니까요. 대학원생 학생회라는 존재에 대해 명확하게 아는 학생들도 많지 않아요. 일단 대학원생 본인들도 대학원에 대해 기대치가 높지 않아요. 학교에 소속감을 느끼는 것보다는 ‘내가 원하는 교수님 아래서 논문 쓰고 나가고싶다.’, 이런 바람들이 있는것 같고 수업 좀 덜 힘들었으면 좋겠고, 논문 좀 덜 읽었으면 좋겠고, 발제 안돌아 왔으면 좋겠고 이런 식인 거죠. 이것만으로도 대학원생들 굉장히 바쁘거든요. 그래서 대학원 학생회 역할은 논문 찍는데 도움을 준다던가, 통계 강좌 같은 소소한 서비스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보도자료만 보면 등록금 투쟁이 주요 안건인 것처럼 보이지만 대학원 학생회의 8할의 업무는 원우들의 그런 소소한 걱정을 덜어주는 일이에요. 


신문사> 비난하는 건 아니지만 대학원생 원우들이 자기 불만을 얘기 안 한다고 그랬잖아요. 교수님이나 선후배 관계에서의 부당한 일들, 학과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 들, 그런 거를 학생회나 누구한테 얘기했을 때 해결해 줄 거라는 기대가 아예 없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요.


조수민> 기대 때문이라기보다는 이거를 개선했을 때 얻 는 이득하고, 이런 불만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의 손해하고 계산했을 때 손해가 훨씬 크기 때문이겠 죠. 그렇지만 저희도 사실 이런 문제들을 제기하는 것 하고 실질적인 사업을 진행하는 것하고 별개로 생각 하지 않아요. 이번에 저희 학생회에서 새로 진행하는 사 업중에하나가논문뽑는서비스를하고있어요. 논문 인쇄가 대학원생들한테 돈이 가장 많이 드는 일이거든요. 그런 서비스를 하면서 원우들과 인간적인 대화를 했을 때 오히려 그런 이야기들이 나와요. 저희가 공개적으로 제도적으로 갖추고 공청회를 하면 안 나오거든요. 그러다보니깐 역으로 분리가 되는 게 아니라 실질 적인 도움이랑 오히려 같이 가야되는 사안이죠.


신문사> 저는 학생들이 내부적인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 는데에학생회가도움이안되니까학생회의역할이 그런 도구적인 역할로 축소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데요.


조수민> 개인적이 의견인데, 일상적인 대학원 생활을 하는 대학원생들한테 그런 예민한 문제들을 물어본다 는 게 기대하기 힘든 부분인거 같아요. 총학생회가‘불편한 거 있으신가요?, 연구실에 문제 있으신가요?, 등록금에 불만 있으신가요?’ 얘기를 했을 때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미 포기한 부분이 많다고봐요. 이게 필수재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거를 포기하고 진학한거란 말이에요. 그런 부분에서는 이미 단념한 상태라고나 할까 그렇게 생각해요. 학생회 의 무능에 대한 문제, 신뢰의 문제라기보다는 개인적인 판단에서 이미 대학원에 대한 기대치가 없고 ‘내가 가져가야 되는 것은 괜찮은 논문집’, 이런 부분이 라서 이것을 표면적으로 조사하는 건 정말 힘든 부분 인것같아요.


이구> 그게 쉽지 않은 문제에요. 대학원 오는 원우들은 나이도 다르고 목적도 다 달라 입장차가 커요. 그래도 요구를 많이 하면 할수록 저희가 해 줄수 있는 범위가 커지긴 하는데, 그나마 과 대표가 있고 계열대표가 있는 중앙대마저도 의견 수렴이 힘든 건 사실이에요. 실제로 다른 대학원 총학생회는 더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원우들한테 아무리 저희가 홍보를 하고 상품권 드린다고 해도 그 시간 할애하는 걸 원우들 입장에서는 싫은거예요. 그런 원우들이 많아질수록 학생회에서 해줄 수 있는 일들이 줄어드는 거죠. 여기(대학원)에서 이걸(학 위) 발판 삼아 나가서 잘 되가는 게 중요하다는 원우들이 많을수록 총학생회는 힘을 잃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 인 거죠..


정상훈> 개인적인 생각으로 저는 대학원을 발전시키는 그런 것보다 일단 학생회비 2만 3천원 정도 내는데 어떤 혜택도 못 받는 것보다 USB라도 하나 받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학생회에 낸 돈을 어떻게 쓰는지가 명쾌하게 해석이 돼야 그 이후에 어떤 행동도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에요. 결국에는 두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을것 같아요. 물품 같은 거, 기념품만을 원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어요. 일주일에 한번씩 야간에 학교에 나와서 수업을 듣고 가시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그런 분들은 등록금보다는 당장 내가 과 티 한 장 받는거, 기념품 받는거가 더 중요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저 때부터 특이한 행사가 있는데 총장님부터 학장님들께 5만원 정도의 작은 선물을 다 전달했어요. 그 거에 대해 일부에서는 비판을 했어요. ‘우리가 학장들한테 잘 보이려고 찾아다니냐?’ 라고 한거죠. 근데그 돈을 투자해서 이 사람들이 대학원이라는 단어를 한 번이라도 더 떠올릴 수만 있다면 충분한 값어치를 한다고 봐요. 그렇게 별의별거를 다 해보니까 이제는 사람들이 아는거예요. 사람들이 점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러다보면 비판의 목소리도 낼 수 있는거죠. 그렇게 하다보면 대학원 인권 문제도 공론화 해 나갈수도 있고 학생회비 내는 것만큼 받아갈 수도 있고, 현실과 이상 둘 다 충족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지않을까 생각해요.






김진석> 저는 얼마 전에 총학생회 게시판에 학생회비를 왜 우리 학교는 의무적으로 100프로를 다 내야 지만 등록을 시켜주냐 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다른 학교도 학생회비를 의무적으로 내는데는 잘 없을거거든요. 저도 만약에 학생이었으면 학생회를 바라봤을 때 제가 참여를 안 하면은 그학생회비에 대해서 좋게 생각을 안 할 것 같아요. 저도 지금 학생회 대표 입장이지만 원우들 입장이 되어보려고 생각을 많이 해보거든요. ‘돈 한 푼 쓰더라도 공평하게 나눠가질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라는 식으로요. 현재는 특강을 하더라도 거의 다 인문사회 계열 에 맞춰서 특강을 하거든요. 그래서 ‘이공계한테 돌아갈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그런식으로 생각하는게 학생회의 역할이라고 생각을 해요.


신문사>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대학원생이라는 신분을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지 말씀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구> 한마디로 얘기하기 힘들겠지만 신진연구자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대학원은 학부랑 똑같은 공부를 하려고 온 거는 아니잖아요. 새로운 걸 배우고 연구를 하는 거,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노력한다는거, 그런 면에서 대학원이 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사회 나가서 ‘내가 정말로 뭘 좋아했지?, 뭘 공부하고 싶었지?’ 라는 생각을 하다가 다시 올 수 있는 기회를 대학원에서 얻는 거죠.


조수민> 개인적으로 제가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었던 이유는 그거예요. 일상생활에서 저희가 대부분 일에 묻혀버리잖아요.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대학원에서는 큰 이론도 배우고 사례들도 배우고 일종 의 사회를 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을 얻는 것 같아요. 좀 더엄밀하게 보고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거 죠. 그리고 이렇게 공부했던 게 학문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어딜 가나 쓰이는 능력이기 때문에 대학원에 고마워하는 거죠. 그런데 반대로 그런 차원에서 제가 답답했던 거는 그거였어요. 학교가 대학원생을 일종의 캐쉬 카우(cash cow, 고수익 사업)로 본다는 거예요. 돈 뽑는 무엇인가로 본다는 거죠.그래놓고 언론 보 도에는 우리 학교는 연구 중심 대학이라고 이야기를 하죠. 대학의 공공성이 많이 사라진 이 시점에서도 이 런 식의 능력을 가진 대학원생들을 배출하고 대학원은 그래서 충분히 공공성을 키우는 일을 하는거라고 인 식하고 대학원생들에게도 많이 투자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김진석> 저는 아까 이화여대 전 학생회장님이 말씀하셨듯이 연구 중심 대학이라고 많은 학교들이 표방하지만 왜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연구 성과를 못 내는지 아쉽게 생각해요. 노벨상 수상자를 봤을 때도 그렇고 학교 경쟁력을 봤을 때도 그렇고 연구 분야에서 는 미약하잖아요. 그런 것들이 대학원생 문제랑도 연관 이 있는 것 같아요. 대학원생들이 연구에만 집중을 못 하는 환경이니까요. 대학원생 숫자가 늘어가고 있지만 연구를 위한 대학원 진학이 아니고 취업이라든지 다른 목적으로 오는 경우도 많으니까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도 영향력을 받아서 안 좋아진다고 생각해요. 학교도 돈벌이로 생각을 하는 거라고 생각되고요. 본래 대학원 의 취지에 맞는 대학원생과 대학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 생각해요.


정상훈> 저는 개인적으로 대학원생은 국가의 발전과 문명에 이바지하는 기여자로 생각하고 싶은데, 그런 스스 로의 지위나 권리는 자기가 정한다고 생각을 해요. 자기 마음가짐이 정하는 거죠. 자기가 사실 대학원 교육 자체를 부정을 하고 ‘뭐 이까짓 거’, 그렇게 생각을 하면 그 정도 지위밖에 못 가지는 거고 ‘스스로 고귀하다고 생각을 하면 그만한 위치를 갖는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우리 스스로 대학원생의 본질에 대해서 끊임 없이생각을 해야만 그 지위가 더 올라갈거라고 생각해요. 지난 얘기긴한데, 서울대 우조교사건때문에 1998년도에 우리나라에서 성희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처음 나온 거거든요. 서울대에서 우조교가 말 그대로 교수한테 성희롱을 당해서 그게 판례사가 된 거죠. 어쨌든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인권도 신장될거라고 생각을 하고, 대학원생은 끊임없이 생각 해야되는 위치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