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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33호] 안전한 사회인가 통제의 사회인가?

안전한 사회인가 통제의 사회인가?




구윤희_서영대학교 파주캠퍼스 멀티미디어디자인과 교수




일망감시 체계와 CCTV

일망감시의 구조는 영국의 공리주의자인 제레미 벤담이 설계한 근대적 감옥으로 파놉티콘(Panopticon)은 수감 형태인 감옥의 기능을 감시의 기능으로 바꾸어 놓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기능은 현대의 일상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발견된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파놉티콘의 건축형태를 사회구조의 시선 권력과 비교하여 일망감시시설을 통한 시선의 내면화와, 보는 자와 보이는 자의 양면성의 권력관계를 통해 사회를 분석한다. 판옵티콘 속의 죄수들은 간수들을 볼 수 없지만 자신은 항상 노출됨으로써 간수들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내재화 한다. 이 내재화를 통해 죄수는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하고 자발적으로 훈육된다. 현대판 일망감시 체계는 CCTV(Closed-circuit Television, 폐쇄회로TV)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대인의 생활에 일반화 된 CCTV는 영국에서 가장 먼저 설치되었으며,  우리 생활과 밀접하다 보니 개인 인권침해 및 사생활보장 문제가 대두되었다. 이에 대한 찬반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범죄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얼마 전에 세상을 경악시켰던 어린이집 영아 폭행사건이 국회에서 어린이집 내에 CCTV 설치 의무화를 공론화하기도 하였다. 서울 동대문경찰서가 CCTV통합관제센터를 활용해 여성들이 밤에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도록 CCTV 209대를 모니터링을 실시하여 위급상황에 대처한다고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설치한 CCTV 숫자만 2015년 1월 1일 기준으로 2만2,679대에 이른다.


정보 노출의 내재화 사회

파놉티콘은 규율권력을 만들고 이 권력은 인간이란 객체를 가시화하여 통제하기 쉬운 존재로 만든다.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파놉티콘은 정보통신기술의 속성인 흔적을 남겨주는 특징과 연관되어 디지털 경제 시대에 권력으로 자리 잡아 간다. 디지털경제 시대의 정보통신기술 발전은 일망감시 체계를 다망감시 체계로 바꾸어 놓았다. 다망감시 체계의 사례는 스마트카드(smart card), Web의 CMS(Content Management System)를 이용한 방문자 통계, 웹 사이트 회원가입 등이다. 정보통신기술로 현대사회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정보를 촘촘한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있다. 소통의 자유화는 보다 많은 정보를 손쉽게 수집하고 활용한다. 사람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자신의 정보를 노출하고 있지만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마크 포스터(Mark Poster)에 의하면 “오늘날 <통신망>과 그것이 산출하는 데이터베이스는 일종의 초(super) 파놉티콘은 슈퍼 파놉티콘을 말한다. 요컨대 벽과 창문, 망루나 감시자가 없는 감시체계를 이룬다. 감시기술의 양적 증대는 권력의 미시물리(微視 物理; microphysics)라는 질적 변동을 초래한다. 그러나 기술의 변천은 그러한 변동과정의 일부분일 뿐이다. 대중은 앞서의 질적 변동의 과정에서 감시에 길들여지고 참여하도록 규율되어진다”고 말하였다. 이것은 사람들의 도시의 일상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들이다. 사람들은 정보와 혜택을 얻고자 자신도 모르게 매순간 자신의 정보를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용자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자신의 정보를 노출하고 활용당하는 현대의 시스템을 ‘슈퍼 파놉티콘’이라고 한다.


동적인 감시

① 스마트카드와 다망감시

스마트카드(smart card)란 IC(integrated circuit: 집적회로) 기억소자를 장착하여 대용량의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전자식 신용카드로 교통카드, 은행카드, 신용카드, 하이패스카드 등 그 사용이 다양하다. 칩이 내장된 카드를 사용하면 자신의 동적인 이동이나 소비패턴 등이 사용 기록으로 남는다. 동전을 거스르지 않는 편리함 대신 교통카드나 신용카드 등을 사용하며 사용자는 자신의 소비행위를 통해 자신의 생활 패턴을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모두 노출시키는 것이다.

②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를 통한 다망감시

2009년 10월부터 서울시와 경기도는 의무적으로 도내에 모든 애완견 몸에게 위치추적 칩을 심어 미아견을 방지하도록 공표하였다. 애완견 소유자는 15자리의 고유번호가 새겨진 마이크로 칩을 주사기를 통해 개의 목덜미에 주입한 뒤, 소유자의 주소지 관할 구청이나 위탁대행자에게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 RFID기술을 기반으로 한 위치추적 시스템은 일상제품에 부착되어 제품의 생산, 유통, 소비 전 과정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만일 이것이 인간에게 활용된다면 사생활 침해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비록 치매노인이나 어린이 미아방지에 사용한다면 큰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행동이 감시되고 통제되는 파놉티콘의 세상에 갇히게 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방과후 학습으로 어린이들의 활동범위가 증가하고 어머니들의 사회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어린이들의 안위를 파악하기 위해 휴대폰의 위치 추적 가능 등의 다양한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휴대폰의 위치 알림 기능은 어린이가 휴대폰을 분실하였거나 범죄에 노출되었을 경우에는 그 실효성이 떨어지는 반면 RFID의 인체 이식은 수술에 의한 제거가 아니면 어디서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만약 이것이 상업적 또는 반인간적 목적으로 활용된다면 그 문제는 심각할 것이다. 

③ 자동차 내비게이션

자동차 내비게이션의 경우 인공위성과 단말기를 통해 이동위치가 모두 기록되어 이제는 범죄수사에 활용되기도 한다. 내비게이션 등 차량안내를 해주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도 경찰 수사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0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보복폭행’사건 당시 남대문 경찰서는 CCTV에서 별다른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자, 피의자의 차량에 장착된 GPS 등을 압수수색해 사건 당일 행선지를 조사하기도 했다. 이러한 예는 정보통신의 순기능이지만 내비게이션 사용자들은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의 주행기록들이 모두 기록된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다. 사용자의 목적지에 대한 정보는 필요에 의해 기록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용자는 그 기록자체가 어떤 데이터가 된다는 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이 같은 사용기록들이 DB화되어 개인기록으로 남는다면 이 또한 문제가 될 수 도 있다.


네트워크를 통한 다망감시

① CMS(Content Management System)

CMS라 함은 “컨텐츠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며 일반적으로는 ‘기업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포맷의 컨텐츠인 문서, 이미지, 동영상, 소리 등을 제작, 출판, 관리하는 솔루션으로 보통 컨텐츠 생성, 출판, 배포, 보관 등으로 정리되는 컨텐츠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관리하는 것'으로 규정된다.” CMS의 권력관계에서 사용자의 선택 유·무 자체가 배제된다는 것이다. 사이트 방문자는 CMS 시스템에 접근하는 순간부터 접근경로, 접근이력사항 등이 비밀리에 노출된다. 사용자의 방문정보는 CMS를 통해 기업의 마케팅자료로 활용된다. 이것은 ‘사용자에게 어떠한 동의절차도 없이 시행되는 일종의 시스템적 권력’이다. 사용자는 포털 사이트나 기업의 홈페이지를 사용하면서 다양한 정보와 오락거리를 제공 받지만,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의 정보수집행위와 취향을 노출하게 되는 것이다. 

② 웹 사이트 회원가입과 인터넷 쇼핑

웹 사이트를 통한 정보 제공과 구매행위 등 다양한 지적, 경제적 활동이 일반화된 지금 웹 사이트 회원가입을 통한 정보의 노출도 이루어지고 있다. 자신의 신상정보를 가입과 동시에 공개하지만 가입자는 자신의 정보 노출을 거의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회원가입 후 자신의 아이디(ID)로 정보수집 및 구매행위가 일어날 경우 개인의 취향과 소비행위는 더욱 적나라하게 기록된다. 이러한 개인의 취향이나 선호에 대한 정보는 이전에는 확보하기 어려웠던 또 하나의 개인정보로써 개인의 공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지극히 사적인 정보까지도 슈퍼판옵티콘의 구조 속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아마존, 교보문고의 경우도 구매한 책들과 구매하고 싶은 책들을 스크랩해 놓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소비자가 정보를 손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같은 북로그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기업은 고객의 구매 패턴과 관심 서적의 종류를 손쉽게 파악하여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네이버 등의 포털사이트도 사용자가 검색한 상품을 광고로 띄워 구매하지 않은 상품에 대해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제 사용자의 클릭정보가 어디에 제공되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개인의 세세한 정보까지도 디지털 감시의 기초 자료가 된다.  

③ 개인의 정보감시, 아이폰

아이폰은 분실 시 위치추적과 폰의 정보를 온라인으로 삭제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데이터 삭제, 정보 유출 방지, 정보의 통제를 존재하는 영역 밖에서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통제의 기능은 개인의 데이터를 개인스스로가 원격으로 감시할 수도 있게 되었으며, 이러한 권력관계는 현대 미디어를 가상적으로 소비하는 관계로부터 발생하는 현상일 것이다.


다망감시 속의 구속

 최근의 IoT 정보통신기술은 파놉티콘의 일망감시적 권력을 다망감시로 확장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사람들의 자의성(arbitrary)을 배제한 채, 매순간 행위와 행위자에 대한 정보들을 기록하는 감시자가 되었다. 디지털 매체들은 사용자의  행위를 매시간, 매분, 매초마다 편리함을 제공하는 대신 사용자의 의지를 배제한 채 정보를 기록하고 있다. 이 특성들은 TV, 신용카드, 교통카드, 내비게이션, 인터넷 서핑, 웨어러블디바이스 등 일상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현대의 일상인들은 범죄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미 다망감시 속에 구속되어 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시선(getz)의 가상적(virtual)인 존재성(presence)이 파놉티콘의 정보 소통의 관계였다면, 슈퍼 파놉티콘은 시선의 부재를 가상화(virtual)하여 정보를 소비하는 구조와 형식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과거의 파놉티콘은 감시자의 감시 자체가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감시자의 존재는 내재화 된다. 그러나 슈퍼 파놉티콘은 시선의 존재 자체가 가상화되어 감시자나 감시자의 시선 자체가 인식되지 않는 상태에 놓여 있게 된다. 과거의 감시는 타자로부터 구속된 것이지만, 현대의 감시는 일종의 동의를 전체로 한다고도 볼 수 있으므로 구성관계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사용자의 원하지 않는 정보의 노출이나 정보의 자의적 사용은 역시 슈퍼 파놉티콘이 가지는 권력인 것이다. 푸코는 파놉티콘에 대한 부정성만을 논의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파놉티콘이 그 당시의 시선의 권력과 그 권력을 만들어내는 구조로써의 에피스테메, 그리고 지식-권력을 밝힘으로써 현재의 문제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보학적 관점에 있다. 따라서 여전히 시선의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지만 단순히 시선의 권력 그 자체만을 논의의 중심에 놓기보다는 그 권력이 만들어지는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이 바로 푸코가 비판하고 경고했던 것이고 지금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일 것이다. 권력관계의 내재화의 시대를 넘어 이제는 그러한 권력이 가상의 환경과 사물, 다망의 구조 속에 놓여 있으니 이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슈퍼 판옵티콘의 현상이 아닐까?


* 이 글은 필자의 기발표 논문⌈다망감시로써의 슈퍼 파놉티콘을 통한 현대사회의 시선의 권력관계⌋(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2009 Vol. 9 No. 10의 발췌·요약본을 수정한 것임을 밝혀둔다. 지면관계상 인용문에 대한 각주는 배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