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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34호] 돈과 그 사용에 관한 정신분석적 단상

돈과 그 사용에 관한 정신분석적 단상

이유섭 _ 명지전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1. 무의식 사고와 밀접하게 관련된 돈과 그 사용

겉으로 드러난 인간의 다양한 행위들의 내면적 원인의 근원에 돈이라는 요인이 작동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임상 학자들은 이 주제에 관하여 체계적으로 탐구하는 것을 경시하는 것을 본다. 부자이건 가난하건 간에 많은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경제적인 문제, 돈 문제와 지속적으로 싸우고 있다.

우리는 인생에서 개개인이 간직한 돈에 대한 무의식적 사고가 일상의 인간관계와 돈 거래나 상행위에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임상적 경험을 통해 확인한다. 또한그것은 가족 관계에서나 환경에 직면해서 우리의 욕망과 상호반응에 영향을 주고, 우리의 의식적이고 무의식적인 행위에 영향을 준다. 개개인들이 나타내 보이는 돈의 상징적 내용들은 부모의 영향과 교육을 받은 주체의 입장과 대중 매체를 포함하여 자신이 체험한 경험에 따른 주체의 입장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우리가 바라는 많은 일들과 우리가 제공하는 많은 서비스들은 돈이라는 용어로 바꾸어 측정될 수 있다. 애정적인 안정이라 부르는 우리의 마음 상태도 그 초석에는 돈의 올바른 사용에 근거한다. 돈의 합리적인 사용은 편안한 만족감을 낳고 애정적인 안정감을 낳는다. 돈의 비합리적인 사용으로 주체가 자신의 욕망과 도덕 사이에서 갈등에 부딪치게 되면 어떤 종류의 흉조나 위험, 위기에 직면하거나 아니면 그런 갈등의 결과로 비정상적인 소비 행위나 돈 거래 행위, 대인 관계를 하게 된다. 뿌리 깊은 무의식의 동기들이 돈을 자연스럽고 규모 있게 사용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수입이나 저축금액과는 상관없이 오늘날 우리 시대에 가장 많이 퍼져있는 ‘물질의병’,‘ 돈의포로’,‘ 돈의 노예’라는 심신증적 증상(psychosomatisme)에 시달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돈의 규모 있는 애정적 사용

사람에 따라 수입이 적거나 중간 정도이거나 많거나 한다. 그래서 수입을 규모있게 애정적으로 잘 사용하는 사람은 자신의 현실적 수입에 따라 돈을 잘 관리한다. 우선 그는 기본적인 일, 즉 음식과 옷, 교통비, 공과금이나 용돈 등에 돈을 사용하고 애정적인 안정을 유지하는 의미로 특별히 돈을 저축하기도 한다. 이런 사용은 어떤 죄책감 없이 기본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에 돈을 사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소비와 부채와 저축을 잘 관리하는 현실적 이해를 바탕으로 돈에 대한 사용에 융통성이 있다. 그는 좋은 신용도와 신뢰를 기뻐하고 소비를 남용하지 않는다. 재정을 합리적으로 투자하며 투기하지 않는다. 그는 사회적 혼돈 상태에서 투기하여 벌려고 하지 않으며 재물을 가로채지도 않는다. 그는 가족 구성원이 벌어들인 수입을 공정하게 나눈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하고 유용하다고 생각되면 재정적인 희생을 감수할 수도 있다. 그의 부모는 그에게 어떻게 돈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는지를 암암리에 보여주었을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는 합리적이고 융통성 있고 수용적인 모습으로 돈을 버는 목적을 잘 정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성실하고 올바르게 임할 것이다. 그는 자기보다 재물이 많은 사람을 시기하지 않고 받아들일 것이고, 그는 종종 수입이 부재하지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기꺼이 도울 것이다.


3. 돈과 강박증적 사용

돈을 쓰는 것, 소비를 강박적으로 거부하는 유형의 사람은 내부적으로 경제적인 불안정에 관한 어떤 두려움을 갖고 있기에 소비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소비하는 것을 부단히 억제한다. 그는 복잡한 생각으로 최소의 소비와 최대의 저축에 집착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어떤 두려움과 씨름한다. 이렇게 소비를 고집스럽게 억제하는 사람을 우리는 구두쇠, 깍쟁이, 수전노, 치사함, 인색함 등의 용어로 표현한다. 강박적인 소비, 낭비벽이 많은 사람들은 과잉보호 속에서 사랑과 애정의 대체물로 과다한 돈과 선물을 받으며 살아온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 죄책감을 키워온 경우가 많다. 또 다른 강박적인 소비를 하는 사람은 어린 시절 돈이 부족했고 사랑이 부족했던 아픔의 심리 상태를 표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돈과 사랑의 부족에 대한 체험은 무의식적으로 돈을 지출하는 데 강박적이고 이기주의적이게 했는데, 강박적으로 돈을 쓰면서 사랑을 제공하려 하고, 그의 부모가 지불해야 할 부채인 사랑과 돈을 대신 제공하려 하는 심리적 상태를 갖게 되는 것이다.


4. 돈이 곧 가치인 것은 아니다

오늘날 돈으로 많은 것을, 거의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돈이 가치 영역 전체를 독점할 수는 없다. 돈으로 가장 높고 가장 귀한 가치를 얻지는 못한다. 돈이 바로 가치인 것은 아니다. 돈은 다만 가치의 총체를 반영하는 거울일 뿐이다. 우리들 각자는 자신의 영역, 자신의 환경에 처해 살아간다. 각자 자신의 언어와 자신의 문화와 역사, 자신의 세계를 갖고 살고 있기 때문에 물질이나 그 무엇으로, 또는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침해할 권리가 없다. 그러므로 상거래의 가치가 아닌 물질 형태의 수단으로 획득될 수 없는 절대적 본질에 대한 정의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정신분석학의 관점이 여타의 문학이나 예술처럼 최고의 가치를 리비도, 즉 사랑에 둔다는 것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라 여겨진다. 예술의 가치처럼 이 사랑의 가치는 물질적 평가를 넘어서 위치하고 돈으로 구매하는 영역과는 다른 영역에 놓여있다. 그 영역을 우리는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깡(Jacques Lacan)의 용어를 빌어 욕망의 원인, 대상 a(오브제 아, objet a)라 부른다.


5. 욕구가 욕망이 되는 현상인 물질, 돈

생명이 유지되기 위해서 물질은, 욕구는 필수적이다. 애초에 우리는, 아기는 스스로 살 수 없기에 울음으로써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 울음에 큰 타자(엄마 또는 보모)는 의미를 부여하며 응답한다. 아기의 울음을 배고픔이나 아픔, 더움, 추움, 안아줌, 놀기, 노래 등으로 엄마가 의미 부여를 해 응답해 주면‘( 배고프니?’,‘ 어디 아프니?,‘ 놀아줄까?’,‘노래 불러줄게!’), 아이는 엄마의 의미 부여에 따라 자신의 울음을 요구로 변형하여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아기의 울음은 엄마의 부름, 엄마에 대한 요구로 변형되는 것이다. 요구는 다른 사람에게 말로 요청하는 욕구가 된다. 욕구는 언제나 어떤 대상(큰 타자, 엄마)을 향하게 하고 그 대상으로 만족한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누구에게 요구한다. 그 요구는 물질의 순수한 욕구로 바뀔 수 없다. 욕구는 결코 순수한 상태로 존재하지 못하고 요구와 결국에는 욕망을 통하여 표현하는 언어의 증표를 항상 만난다(이유섭: 2012;89). 결국 아기의 요구에 응답하면서 큰 타자(엄마)는 우유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욕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욕망이 욕구의 형태로 나타나는 한 현상이 물질(돈)과 그것의 다양한 소비 형태로 이해 할 수 있다. 젖이, 우유가 엄마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면서 아이는 엄마로부터 분리되고 엄마 없이 살 수 있게 된다. 이제 욕구는 엄마의 욕망으로 나타난다. 엄마라는 대상은 아이의 욕구로 완전히 바꿔지지 않는다. 대상에 대한 이런 깨달음은 욕구와 욕망의 분절로 이해한다. 아이가 주어진 시간과 장소로 변형하고 동화할 수 있었던 젖, 우유는 타인, 즉 타자가 갖는 것 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반면 주어진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존재하기를 계속한 엄마는 욕구를 넘어서 존재할 수 있는 아주 다른 질서인 큰 타자(Autre), 절대 타자의 세계가 된다. 이렇게 인간은 타자(autre)와 큰 타자(Autre)의 분리 이해를 통해서 타자의 요구와 큰 타자의 욕망이 얽혀있는 주체의 구조를 발전시켜나간다. 인간 주체의 분리와 결핍을 낳게 한 장본인으로써 욕망의 원인인 대상 a는 다양한 형태의 물질 소유와 소비의 환타즘(fantasme)을 통해 그 잃어버린 대상을 확인하려 한다. 다시 말해서 물질의 소유와 소비의 환타즘은 잃어버렸다고 가정하는 대상 a의 상상적 재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물질이나 돈, 부모, 부부, 친구, 이웃 등 어떤 대상과의 진정한 관계는 존재를 가능한 한 가장 먼 거리에서 존재하도록 될 때까지 사랑하는 대상과 분리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글을 마친다.



참고문헌

이유섭(2012),『 정신건강과 정신분석』, 레인보우북스

이유섭(2007),「 돈과 돈의 사용에 관한 정신분석적 이해」,『 라깡과

현대정신분석』, 제9집 1권(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