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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34호] 인터뷰 - 4년차 독립잡지 월간잉여



Ⅰ. <월간잉여>


서강대학원신문(이하 서강). 우선 <월간잉여>에 관해 묻겠다. <월간잉여>를 만들게 된 계기, 왜‘잉여’인지 등.. <월간잉여>에 대해 모르는 본지 독자(잉여)들을 위해 설명해 달라.

최서윤 잉집장(이하 잉집장). <월간잉여>를 창간한 2011년 말 경에 지금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던 것처럼‘잉여’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저 역시 그 용어를 많이 사용하기도 했고, 그 단어가 어쩌면 저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당시 언론사 입사준비를 한 지 2년 차가 되던 해였는데 계속 낙방하니까‘정말 잉여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제가 당시 미디어 환경에 대해 불만이 있었던 것 같다. 2030세대의‘필자’라고 발굴된 사람들 외에 직접 목소리를 내는 통로가 많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다가 2011년 말에‘일베’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잉여라는 정체성을 공유하는 내 또래의 청년세대 일부가 극단적으로 누군가를 혐오하게 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래서 비슷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연대하고, 논의할 수 있는 매체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월간잉여>를 만들게 되었다.


서강. ‘잉여’를 위한 출판물이라고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청년세대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주로 실려 있는 것 같다. 청년세대가 즐겨 사용하는 인터넷 용어를 사용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재미있는 글이 많이 실려 있었다. 필진을 섭외할 때나 출판물을 기획할 때 읽기 쉽고 재미난 글을 모집하는 것이 잉집장님의 기획에서 중요한 부분인가?

잉집장. 저는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글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은‘노잼’이기 쉬우니까. 1인칭으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서술한 글을 요새 말로‘썰’이라고 하는데, 썰을 푸는 것처럼 진솔하게 자기 이야기를 할 때 사람들이 더 주목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일기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자신의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다른 사람은 이렇겠구나하는 헤아림과 사회 구조에 대한 깨달음까지 담기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서강. 요즘‘설명충’, ‘진지충’처럼‘노잼’인 사람들을 놀리는(혹은 조롱하는) 인터넷 용어가 많이 쓰이는 것 같다. 사람들이 재미없게 살다보니 재미없는 것을 피하고, 재미있고 편안한 것만을 찾게 되는 것은 아닐까?

잉집장. 재미는 여러 측면과 여러 부분이 있는데, 요즘 공격적이고 즉각적인 것만 재미라고 생각하는 점이 안타깝다. 각자가 재미를 느끼는 영역이 다르다. 저는 개인적으로 외모 비하나 여성 비하를 이용해서 웃기려고 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노잼이다. 어떤 때는 그것이 폭력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월간잉여>를 통해 어떻게 유머를 구사해야 효과적일까라는 고민을 한다. 잡지에서 위트가 느껴지기 바랐는데, 재미있었다고 말씀해주시니 그 점이 전달된 것 같아 좋다.


서강. 원고 모집 등 운영 방식은 어떠한가?

잉집장. 원래 <월간잉여>는 무가지였다. 광고를 통해서 계속 제작비를 담보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꿨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광고가 잘 들어오지 않아서 유가지로 전환했는데, 그 당시(2012년)에 최저 임금이 4860원이어서, 한 부의 가격을 4800원으로 정했다.1) 그런데 판매 수익은 제작비를 충당하는 정도이다. 이윤을 낸다거나, 잡지를 만드는 데 제가 투자하는 시간에 대한 비용적 보상에 대한 부분은 거의 없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원고료를 지급할 수 있는 수준의 수익이 안 됐다. 사실 예전에는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잡지가 많지 않았고, 출판된 잡지라는 물리적인 결과 그 자체로 만족하는 분들이 계셔서 원고료를 안 드리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덜 했다. 그러나 최근 매체도 많이 생기고, ‘열정페이’문제가 대두되기도 하면서 원고료를 못 드리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마음이 무겁다. 특히 글을 반려할 때 너무 죄송하다. 원고료도 안 받는 걸 알고도 글을 주신 건데... 그래서 뭐라도 지급해야 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요즘 개인적으로 돈을 모으고 있다. 원고는‘이런 주제, 이런 키워드로 언제까지 글을 받겠다.’라고 홈페이지, SNS 등에 공고를 한다. 지금까지는 여러 주제를 포괄할 수 있도록 주로 키워드로 공고를 냈다. 거짓말, 전쟁, 봄, 호구 이런 식으로 말이다. 호구 같은 경우는‘9월호’여서 호9라고 했다(웃음). 그런데 아까 말한 것처럼 일기에 머무르는 글이나 이미 타 매체에 실린 내용의 반복이라고 여겨지는 글은 죄송하지만 반려하기도 한다. 가끔 주변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그럼그것에 대해서 써보면 어떻겠느냐”고 그 자리에서 바로 마감일을 알려주고 손가락을 걸어서 필진 섭외를 하는 경우도 있다. “지키지 않으면 손가락을 자르러 가겠다.”고 협박을 하면서 말이다(웃음)2).


서강. 기다리는 사람은 많은 것 같은데, 매달 오프라인으로 만나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이유는 무엇이며, 혹시 다음 호(18호)는 계획하고 있나?

잉집장. 우선 18호는 올해 11, 12월 즈음에 내려고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간 원고료에 대한 부담과 걱정, 방향 등에 대한 생각 때문에 못 냈는데, 내년에 총선 등이 있고 해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에 있을 일에 대한 여론을 환기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강. 서점에서 <월간잉여>를 사려고하니, 입고되는 곳이 소수일뿐더러 지정된 판매 장소를 제외하고는 구하기가 힘들다. 지방의 경우는 더욱 구하기가 힘들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 유통이 되어 잉여들(소비자)과 만나게 되는가?

잉집장. 배본사와 계약을 하고 납품을 하면 편리하지만, 재고 공간과 자본 등이 필요하다. 그래서 <월간잉여>는 배본사와 계약을 하지 않고 소규모 독립출판사 몇 개와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만 보낸다. 요새는 기술이 좋아져서 디지털 파일을 인쇄소에 넘기면 인쇄를 해서 저희 집으로 보내준다. 그때그때 다르지만 보통 1천 부 이하로 찍는데 그러면 저는 그것을 일일이 가내수공업으로 포장해서 서점이나 독자에게 개별적으로 보낸다. 어떻게 보면 귀찮다. 그래도 저 같은 경우는 사업자등록과 정기간행물 등록을 해서 온라인 서점에도 입점을 할 수 있었는데, 소규모 출판물 같은 경우는 ISBN 코드가 없어서 소규모 서점밖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Ⅱ. 출판 문화


서강. 최근 독립 출판 혹은 소규모 출판, 대안 출판 등 새로운 형태의 출판물이나 출판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접하게 된다. ‘독립 출판’이 뭔가?

잉집장.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세미나와 전시회를 했었는데, 거기서의 정의는‘독립출판물 서점에 유통이 되면 독립 출판물이다.’라고 독립출판을 정의하더라. 독립출판 서점이라 함은‘유어마인드’같은 곳을 일컫는데, 소규모 출판물 제작자는 독립 출판물 취급점에 자신의 출판물을 판매한다. 이때 서점 주인은 또 다른 편집자가 된다. 자신이 셀렉팅을 한 것으로 서점을 꾸려놓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저는 각 독립서점의 의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독립출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창작자의 의도다. ‘이 책이 시장에서 얼마큼 팔릴 테니까 우리는 이 정도 예산을 써서 누구를 섭외하고 마케팅해서 책을 내자.’는 것이 기존 출판사의 상업적 기획 방식이라면, 독립출판은 그에 비해 상업적인 고려가 훨씬 적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욕망의 발현에 더 충실하다.


서강. <월간잉여> 같은 경우에는 독립출판 가운데 부수를 많이 찍는 편인가?

잉집장. 그렇다. 아주 조금씩, 예를 들어 10~20부 정도만 찍어서 유통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보통은 300부 정도를 찍으시는 것 같다.


서강. 최근 독립 출판에 대한 대중의 주목과 관심, 많은 사람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독립 출판문화에 대한 잉집장님의 생각이 궁금하다.

잉집장. <월간잉여>의 존재에서 동기를 얻고 용기를 내는 것은 아닐까?(웃음) 원래 사람들은‘누가 그런 걸 한다더라, 재미있다’는 말을 들으면 확 지를 수 있는 용기와 상상력이 생기는 것 같다. 최근 몇몇 사람들이 참여하고 재미있어 보이니까, 덩달아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것 같다. 종이를 통해 물리적으로 잡는 감각을 느끼고 싶은 사람도 많아진 것 같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디지털 파일만 인쇄소에 넘기면 되니까 이전에 비해 제작 절차가 간편하다. 그렇지만 결과물을 받으면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자기 존재 증명을 스스로 하는 것이 자존감을 찾는 여러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해냈다는 성취감도 느끼고 노력을 증명하는 결과물은 맞는 것 같다. 저는 자존감이 낮은 편은 아니었는데, 2년 간 언론사에 입사하지 못하면서 자존감이 꽤 낮아졌던 것 같다. 그래서 저 스스로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한 욕구로 잡지를 낸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서강. 독립 출판이 기성 출판문화와 다른 점은 무엇이며, 안타깝게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단점은 어떤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잉집장. 결국 선택을 받아야 하는 곳 입장에서는‘갑질’이라고 느낄 요소가 있지 않겠는가? 새로 만드는 출판물의 경우에는 서점에서 입고를 거절당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 <월간잉여>는 잘 팔리는 편이고, 서점에서 환영하는 매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산이 느리다. 일이 많고 바쁜 것은 이해하지만 두 달에 한 번도 정산을 안 해주는 것은 좀 섭섭하다.


서강. 정산을 몇 달에 한 번 받고 있나?

잉집장. 어떤 경우 6개월에 한 번 해준 적도 있다. 잘 안 팔려서 그렇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이해가 안 가는 경우는 정산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에게 다 팔렸으니 추가로 출판물을 더 달라고 요청을 할 때이다. 언젠가 독립출판물의 정산과 관련한 글을 모 매체에 기고한 적이 있는

데, 글을 써서 그런지 몰라도 왠지 그 이후로 정산을 잘해주는 느낌이 들긴 했다(웃음).


서강. 그렇다면 독립 출판 시장의 시스템에서 개선되어야 하는 점과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가?

잉집장.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 중 하나는 앞서 말한 것처럼 정산과 관련한 것이다. 독립 출판물이 워낙 다품종 소량 상품들이니까 매입, 판매는 물론 정산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안 팔리는 책이라면 팔릴 때마다 정산을 하고, 잘 팔리는 책이라면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정산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소규모 출판물 전문점 같은 경우 예산 문제나 시장성을 가늠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선매입을 해서파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소규모 독립 출판물의 경우, 제작자가 잘 되면 출판사도 잘 되는 얽힌 관계인만큼 서로를 생각했으면 한다. 기존에 있는 출판문화에 반대하거나 아니면 소규모로 이런 출판물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열려 있다면 좋지 않을까? 서로 함께 잘 될 수 있는 방향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점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재미있는 시도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본다. 소규모 출판물 전문점 사장님들은 자신의 공간을 독자와 만나는 장이나, 워크숍 장 혹은 직거래 장터로 활용하려고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신다. 대표적으로‘유어마인드’는 독립 출판물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언리미티드 에디션3)을 최초, 최대로 도입한 곳이다. 좋은 도전들을 하시는 것 같다. 이런 점은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서강. 종종 문학계의 권력, 출판 권력의 문제가 언론을 통해 보도된다. 독립 출판 혹은 출판물은 이와 정반대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는 생각이든다. 잉집장께서는 독립 출판이 지니는 가치와 의미를 어떻게 평가하시는가?

잉집장. 그런데 요즘은 '문학 권력' 같은 그런 권력들이 많이 해체되지 않았나? 사람들도 그런 데에 비판적이니까 점점 더 도태될 것 같다. 저는 이미 그런 권력들이 많이 해체됐을 것이라 본다. 그리고 독립 출판이 등장한 것은 권력의 해체 과정을 드러낸 사례라고 생각한다. 기성출판물들도 독립 출판화되는 부분도 늘어나지 않겠는가? 실제로 요새 1000부, 2000부씩 기획해서 내는 책들도 많다고 들었다. 작은 시장들을 노리는 기성출판물들이 많아진다면 독립출판과 의도는 다르겠지만 다양한 결과물이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강. 그러면 기존 문학, 출판업계가 가지고 있던 권력이 해체되고 있던 시점에 독립출판의 등장이 긍정적인 효과 혹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시는 것인가?

잉집장. 그렇다. 앞으로도 클리셰가 되고 관습화되는 부분을 많이 깰 수 있는 기획이 독립출판에서 지속적으로 나올 것 같다. 기성출판의 문법이나 형식에서 독립출판물은 퀄리티가 낮다고 볼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다르다고도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렇게도 책이 나올 수 있구나, 재미있다."고 여기게 되면 기성 출판물에 영감에서 주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또한 여태껏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등단 과정을 거쳐‘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고, 책을 내는 일련의 과정들을 거쳤다면, 이제는 작가가 되고 싶으면 자신이 원하는 책을 만들어서 출판하면 스스로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이것도 기존 관습을 해체하는 하나의 방법이 아닌가? 결국 글로 승부를 볼 수 있고, 그것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선순환 될 것 같다. <읽어보시집>이라는 책이 최근에 많이 팔렸다. 저자인 최대호씨는 등단 과정을 거치진 않았지만 스스로를 시인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시인으로 인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Ⅲ. 잉여 이야기


서강. <월간잉여> 외의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잉집장님의 글을 만나볼 수 있다. 언젠가는 기성 매체를 통해서만 잉집장님의 글을 접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그러니까 경제적인 이유 외에도 잉집장님의 ‘기성 매체로의 진출’로 인해 <월간잉여>가 폐간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궁금증(혹은 우려)이 생기기도 한다.

잉집장. 월간으로는 아니라도 독자 분들이 계속 <월간잉여>를 원하신다면 계속 업로드 하지 않을까? 하지만 저는 이 잡지를 내는 것이 저의 단일한 정체성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저를 구성하는 여러 정체성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저는‘세상이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욕망의 지점들이 분명히 있는 사람이고, 그 욕망의 지점을 환기하거나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활동들을 계속 할 것이다. 그 매체는 <월간잉여>나

‘페북 잉여짓’일 수도 있고, 어떤 문화 행사가 될 수도 있다. 저는 다양한 통로를 열어놓은 상태이다. 그때그때 제가 발견한 문제의 지점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도 있고, 사람들에게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알게 되면 그것을 할 것 같다. 어쨌든 원하신다면 드물게 내더라도 폐간은 안 하겠습니다(웃음).


서강. 우리 모두는 꿈꾸는 가치가 있다. 잉집장님께서 <월간 잉여>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잉집장. 세계 평화?(웃음) 그냥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자존감을 낮추는 사회 구조 속에서 사람들이 서로 적대하고 혐오하고, 편견을 갖는 것을 문제라고 느끼고 바꿀 수 있도록 논의를 거치면서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싶다. 또한 시스템을 바꾸자고 설득하는 작업도 계속 할 것이다. 제가 생각하는 시스템은 돈이 원래 많게 태어난 사람들은 계속 많아지고, 적게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은 적은 돈으로 노예처럼 사는 것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는 것을 불안해하는 것이 부정의한 것 같다. 기술 발전이나 기계의 발달로 얻어지는 이윤을 비롯해서 많은 가치가 소수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제도가 필요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총선과 대선 등 선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도록 새로운 구조,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의로운 것 아니겠는가?


서강. 본지의 독자들은 대부분 대학원생이다. 즉, 대부분 자신이 추구하는 인생의 가치를 ‘학문’을 통해 이루고자 대학원에 진학했다. 하지만 근래의 대학원에서 가치를 논하는 것은 진부하며 ‘노잼’이라고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문을 통해 본인이 꿈꾸는 인생의 가치를 이루고자 하는‘대학원생 잉여’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달라.

잉집장. 최근 대학 내에서의 네트워크가 아니라, 학생이라는 신분을 공통점으로 하여 대학 외에서도 뭉쳐지는 조직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예를 들면 <인문학 협동조합>과 같은 조직들이 있다. 여러분 내부의 공동체만이 유일한 공동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다른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지 않나? 사람들이 제일 비겁해지거나, 약해지는 것은 ‘이거 아니면 나는 갈 데가 없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이것이 아니어도 다른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위로도 되지 않을까? 물론 저는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지지 않는다(웃음).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겠지만 소속 대학원 내부의 조직원하고만 교류하지 말고, 타 학교 대학원생들 간의 커뮤니티도 가입하고, 외부 조직의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보시는 것은 어떤가? 위로도 되고, 학문적 자극도 얻을 수 있고, 고민이 있을 때‘외부인’이니까 해줄 수 있는 정확한 통찰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관계에서 해답이나 위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한다. 물론 쉽진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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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2년 당시 4580원이었다. 2013년 최저임금이 4860원. (편집자 주)

2) 본지 편집장도 인터뷰 말미에 잉집장과 손가락을 걸었다. (편집자 주)

3) 언리미티드 에디션(Unlimited Edition)은 2009년 1회를 시작으로 매년 진

행되어 온 아트북페어, 독립출판의 시장이다. (출처: http://unlimitedediti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