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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35호]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아십니까?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아십니까?

 

김형욱 _ 29대 대학원 총학생회장

 

 

 안녕하세요. 29대 대학원 총학생회장 김형욱입니다. 대학원 신문을 통해 인사를 드리기는 지난 134호에 실렸었던 당선 인터뷰 이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이 지면을 통해 원우여러분들에게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이미 이 위원회의 존재를 알고 계시는 원우 분들도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위원회에 대한 설명을 드리려고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서강대 대학원 등록금이 등심위를 거쳐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른바‘등심위’의 탄생 배경과 기본적인 구성요건들을 알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9월 1일부터 정식으로 학생회장의 임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도‘등심위’에 대해 알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조금이라도 많은 원우 분들에게 등록금 책정 과정을 알려드리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미흡하나마 한자 한자 써 내려가 보려 합니다.

 

‘등심위’의 등장 배경


 ‘등심위’는 모든 대학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2010년 고등교육법이 개정됨에 따라 법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회의도 한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열립니다. 우리학교도 2015학년도 등심위를 총 네 차례 개최(마지막 회의는 2014학년도 결산 관련 심사∙의결)했습니다. 2010년 관련 법안이 통과될 당시 국회에서 바랐던 것은 학생들 스스로가 등록금 책정에 직접 참여하여 자생적으로 협상의 주체가 되는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법안이 제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 제도는 대학 사회 내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대의 경우 2015학년도 학부와 대학원 등록금을 2014학년도에 비해 각각 0.3% 포인트 인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학생 한명으로 보면 1만 5천원에 이르는 어찌 보면 미미한 금액일수도 있겠습니다만 등심위라는 합법적인 제도적 틀 속에서 순수 학생들의 힘으로 이뤄낸 성과이기에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서울대학교의 사례는 학교 측도 등록금을 인상하려고 할 때 학생들을 논리적으로 설득시켜야 하고 반대로 학생들도 등록금 인하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학교 회계의 감춰진 이면에 대해 더욱 파고들어야 함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녹록치않은 등심위 과정


 이렇게만 보면 등심위는 정말 좋은 제도입니다. 학생들의 발언권을 합법적으로 보장해주고 그 안에서 등록금을 인하했던 실제 사례까지 나온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학교 회계에 대해서 치밀하게 공부하고 논리적 틀만 세우면 철옹성 같던 학교 측을 손쉽게 무너트릴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세상사는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등심위원중 외부전문위원의 지니는 성격입니다. 2011년 9월 법 개정으로 등심위원 중 30% 이상이 학생대표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우리 학교의 등심위원은 학생 측 4인, 학교 측 4인, 외부 전문위원 1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학생 등심위원은 학부 총학생회장, 학부 총학 추천위원, 대학원 총학생회장, 대학원 총학생회 추천위원입니다. 대학원 총학생회 추천위원은 전문/특수 대학원을 대표해 MBA(경영전문대학원) 원우회장이 맡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학생 측의 발언권이 학교 측과 동등하다고 보일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외부 전문위원(1인)은 학교 동문회에서 추천하는 동문대표가 선정되는데 중립적인 듯 보이지만 어느 정도는 학교의 손을 들어 주는듯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1월에 열린 ‘서강대 2015학년도 등심위 1차 회의’회의록을 보면 외부전문위원의 이러한 점을 조금 엿볼 수 있습니다. 당시 회의에서 외부전문위원은 학교의 예산 지출에 대한평을 하면서 최대한 가깝게 줄였다고 언급합니다. 또 학교에 필요한 만큼 등록금을 인상시키고 저소득층에 대한 혜택을 증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냅니다. 물론 등록금 인상 문제에 대한 개인의 신념 혹은 소신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대학원생을 대표하는 학생회장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전적으로 학생의 입장을 대변해 준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회계의 복잡성입니다. 이 부분은 물론 제 자신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하는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회계사의 지도 없이 스스로 숫자의 숲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등심위를 앞두고 학부총학과 같이 만나 학교의 재무재표를 들여다보며 문제점을 찾아내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전문 회계사가 아닌 이상 재무재표를 해독하기에도 벅찬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학생 대표 측 전문 회계사를 제도적으로 선정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앙대 대학원 총학생회에서는 학생 측 회계사를 선정해 등심위에 임한다고 합니다. 서울대는 총학생회 산하의 대학행정자치연구위원회에 속한 이들이 학교의 재정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백서까지 만든다고 합니다. 이런 체계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등록금 인하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우리 학교도 위 학교들을 벤치마킹하여 정형화된 기구를 만든다면 등록금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또한 ‘전국 대학원 총학생회 협의회’라는 단체를 통해 타 대학원 총학생회장들과 연대하여 등심위 관련 공동 대응을 모색하기 위해 자리를 만들려고 계획 중입니다. 복잡한 학교 회계를 정복하기 위해서 대학원 총학생회 차원에서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원 등록금 인상은 당연하지 않다.”

 

 

 

 지난 몇 년간 사회적으로 반값 등록금에 대한 거센 열풍이 불었습니다. 실제로 서울시장 후보였던 박원순 현 시장은 반값 등록금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그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대학원생도 반값 등록금의 수혜자가 되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죠. 안타깝게도 대학원생은 그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각종 학자금 대출이나 국가장학금 지급 사업에서도 대학원생을 위한 자리는 없습니다. 대학원생은 취업 후 상환제도의 혜택도 받지 못합니다. 원우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학부는 최근 등록금을 동결하는 추세입니다. 반면 대학원은 등록금 동결의 여파를 직격으로 맞고 있습니다. 우리학교 같은 경우도 2015학년도에 학부는 등록금이 동결되었지만 대학원의 경우는 인문사회계열을 제외하고는 2%정도씩 인상되었습니다. 학부 등록금을 올리긴 어려우니 대학원에 인상을 전가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대학원생보다는 대학생이 수적으로 훨씬 많고,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에서는 여론의 향배를 좌우할 20대의 대부분이 대학생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대학원생보다는 대학생들의 눈치를 많이 살피게 된다는 것이죠. 대학교육의 구조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봤을 때 우리나라 대학이 일부 이공계 특수 대학(포스텍, 한국과학기술원)을 제외하고는 학부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되지 않았는가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이 80%를 넘어서게 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부까지는 마치 의무교육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습니다. 반면 대학원 과정은 아직까지도 순수한 선택 교육의 영역으로 여겨집니다. 본인이 선택했으니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많은 이들이 대학원생들에게 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원생들은 자신이 응당 인간으로서 요구해야 할 권리를 주장할 동력을 잃게 됩니다. 그저 학업에만 열중하라는 무의식적인 의무감만 진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대학원생의 자화상이 아닐까요? 대학원생의 이런 사회적 입지가 등록금 문제에 있어서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그저 경제적인 희생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학교 측의 인식 속에 원우들은 마땅히 하소연 할 창구도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학부는동결, 대학원은소폭인상’이라는 것이 마치 공식화 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 공식을 깨야만 합니다.

 

원우 여러분, 등심위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등심위 시즌이 찾아왔습니다. 제가 임기를 맞이하고 처음으로 맞는 시험무대입니다. 전임 회장으로부터 수없이 대응책을 인수인계 받았지만 아직도 어안이 벙벙합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1,200여명의 대학원 재학생들이 저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더욱 움츠러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등록금 문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서강대의 주요한 구성원으로서 또한 학문 세계를 이끌어갈 잠재적인 연구자로서 대학원생의 등록금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준거 틀 안에서 책정되어야만 합니다. 아마 이번 등심위도 예년과 같이 1월 초나 중순 정도에 열릴 거라는 답변을 학교 측 직원으로부터 전해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학부 총학뿐만 아니라 법학전문대학원, 경영전문대학원 원우회와도 공조해 같이 대응하려고 합니다. 시간이 그리 넉넉하게 남지는 않았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원우 여러분들도 관심을 갖고 회의 과정을 지켜봐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