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터뷰

[136호] 살아가기와 실천으로서의 예술 - 임인자 예술감독 인터뷰



인터뷰 및 편집 황민아, 양계영





서강대학원신문(이하 서강)> 감독님께서 작년에 기획하셨던 제17 회 서울 변방연극제1)의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니 굉장히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습니다. 국가 폭력으로 발생한 형제복지원사건 피해자 한종선 선생님 이야기, 성노동자들의 연극, 기업화된 대학에서 억압받은 학생들의 이야기, 쪽방촌 사람들의 삶, 이중적 국가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꼬마 화교인 이야기, 고정된 성적 정체성의 범주를 벗어나 있는 퀴어의 이야기 등 공연 프로그램 구성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임인자 예술감독(이하 임)> 변방연극제를 오랫동안 해왔어요. 제가 11년 간 변방연극제를 맡고 이제는 새로운 예술감독이 선임되었는데요. 변방 연극제가 처음엔 실험연극제의 정체성으로 시작했었기 때문에 어떤 주를 이루는 연극적인 문법과는 다른 것들을 추구하려고 했었거든요. 그래서 연극의 형식적인 실험들이 상당히 많이 이루어져 있었어요. 연극이라는 게 사회에서 어떤 진공상태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탐색하는 작업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놓여있는 위치나 그런 것들을 연극으로 담아내는 것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본격적으로 예술 감독은 2010년부터 맡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사회와 연극의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는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기획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도시’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많이 했어요. 특정 장소를 중심으로 도시가 가지고 있는 장소의 기억들과 현재의 동시대성을 생각해보는 작업을 했었고요. 그러다가 2012년도에 연극 없는 연극, 정치 없는 정치라는 주제를 가지고 예를 들면 88년도에 초연한 광주 5.18을 다룬 < 일어서는 사람들>이라는 작품을 광화문 광장에 초청해서 공연을 했었죠. 그리고 사카구치 교헤의 <움직이는 집>이라는 건축 프로젝트를 통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거주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질문하는 워크샵 프로그램도 했어요. 2013년도에는 <숙자 이야기>라는 평택 기지촌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개막작으로 올리게 되었고요. 또 형제복지원 한종선씨의 이야기를 다룬 <우리는 난파선을 타고 유리바다를 떠돌았다>라는 작품이 있는데, 그 작품을 변방연극제에 올리게 되었어요. 특히 이 두 작품을 올리면서‘그동안 내가 경계라는 설정을 안과 밖을 가르는 것으로만 여기고 변방 연극제를 진행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변방을 안과 밖의 개념에서 최전방을 외치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어요. 변방이란 안과 밖의 문제가 아니라, 안과 밖 그 밑에 깔린 압사된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형제복지원 사건 같은 경우는 특히 감금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잖아요. 그래서 변방의 의미라는 것이‘그 안에 깔려 있는 것들’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변방 연극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데 있어서 경계의 모습을 단순히 이슈를 통해 찾는 것보다는 지속적으로 변방의 의미에 대한 화두를 던지면서도 예술가들의 작업들을 폭넓게 수용해나 가고, 누군가에게는 금기시되는 이야기를 비출 수 있는 통로로 변방 연극제를 기획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서강> 제 17 회 서울변방연극제는 특별히 정부나 정책적 지원금에서 벗어나 순수후원과 모금을 통해 운영되었는데 이와 같은 운영방식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임> 사실은 굉장히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문제이기도 해요. 왜냐하면 경계의 안과 밖을 오가면서 자유롭게 예술적인 주장을 해나가는 것에 있어서 정부의 후원이라는 게 바람직한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 요. 지원을 받는건 물론 좋은 일이에요. 사실상 예술의 공공성을 인정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지원하는 것이고, 그것이 굉장히 건강한 관계라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저항으로서의 목소리나 혹은 다른 목소리들을 낼 때, 정부의 지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게 바람직한가에 대한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도 정부의 지원을 완전히 받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그걸 바로 실행하기는 어려웠어요.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올해 개막작으로 준비했던 성소수자분이 직접 제작하는 연극을 올리는데 있어서 공연을 올리지 못했던 일이 있었어요. 이런 경우 지금의 사회적 인식들, 특히 혐오 문제를 공연으로 담을 때 만약 예술가들에게 어떤 상황이 생겼을 경우 기획자로서 누군가의 후원을 받았기 때문에 예술가들에게 제약을 가하는 것보다 예술가들과 함께 세상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금으로부터 벗어나야 겠다고 생각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어요.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기에는 상당히 어렵잖아요. 그래서 작년 3월 달부터 모금학교를 다녔어요. 왜냐하면 그 전에 실패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 전에는‘변방연극제라는 이름으로 모금을 하면 그래도 누군가는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모금학교에서 공부를 하면서 프로그램을 짜고,“예술의 자율성과 독립적 제작”을 표면하면서, 다른 방식의 운영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서강> 예를 들어 17회 변방연극제 프로그램 중에서 성소수자들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목소리로 전달하는 공연이 있잖아요. 이와 같이 타인의 작품을 빌려서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연극과 달리 직접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공연, 연극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이 가질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요?


임> 사실 연극이 전문 영역임에는 틀림없어요. 그러나 연극의 무대가 연극배우들만의 영역이라는 생각은 굉장히 근대적인 생각이기도 해요. 왜냐하면 일상의 문제들이 무대에 올라가서 전달이 될 때, 형식적인 것들이 예술사조를 타고 흐름을 가지게 되는 거잖아요. 지금 현대의 흐름은 다양한 목소리들이 자유롭게 무대 위에 올라올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의 주체로 사건의 당사자들이 충분히 무대로 올라올 수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우리는 난파선을 타고 유리바다를 떠돌았다>와 같은 작품이 그런 화두를 던졌다고 생각해요. 또한 <숙자이야기>의 양공주 서사 같은 것이 결국 우리 사회에 어떻게 다가오는가에 대한 문제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인 것 같아요. 단 한 번의 무대로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건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드러나지 않은 서사에 관한 무대가 좀 더 연극의 전문가들과 만나 형식화되고 다양화 되면서 하나의 목소리가 될 수 있고 동시에 예술 사조로서의 흐름을 가질 수 있는 것 같아요. 누구나 무대로 올라올 수 있고, 연극을 할 수 있죠.



서강> 개인적으로 함민복 시인의‘모든 경계는 꽃이 핀다’라는 시 구절을 좋아하는데요. 저는 애매모호한 경계의 속성을 통해 새로운 것에 대한 가능성을 볼 수 있어서 경계 혹은 주변적인 것을 좋아하는데, 감독님께서는 변방이나 주변성에 주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통해 바라는 점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임>예전에는 경계를 정서적인 개념이나 지정학적인 개념으로 많이 판단했던 것 같아요. 사실 경계도 인식의 문제인데, 경계가 살아있다는 것은 어떤 중심의 질서로부터 벗어나 있기 때문에 자유롭고, 한편으로는 존재하고 있지만 감각되고 인식되어지지 않은 것들이 경계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중국 단동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 도시 자체가 중국과 북한을 잇는 일 때문에 발전을 하고 있더라고요. 중국 단동에서 무언가가 개입되면서 그 경계에서의 일이 중단이 되는 특수성을 보면서 경계라는 것이 앎이나 지식으로써는 지정학적인 부분이지만, 그것이 가지고 있는 행위나 그것 자체로써의 인식은 긴장감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그래서 건강한 경계의 역할이 중요하기도 하고요. 모든 중심도 계속 흘러가야 되는 게 틀림없고, 경계 역시도 마찬가지이고요. 연극도 일반 드라마로 구성된 연극의 서사보다는 숨겨진 서사들, 인물들을 찾아내는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 것이죠.


서강> 근래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선임 과정에서 나타난 불투명성, 부산국제영화제에 외압을 가하고 있는 부산시, 지난해 문화예술위원회 제작 지원 작품으로 선정되었지만 외압을 받았던 연극‘모든 군인은 불쌍하다’와 같이 각 예술계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예술에 대한 외압과 검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현정부의 문제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인지, 비단 정부가 바뀐다고 해서 이러한 문제들이 덜해질 것인가와 같은 복잡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임> 사회는 굉장히 안전한 테두리를 원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한 치라도 그 경계를 벗어나게 되면 거기서부터는 문제라고 지정을 해버리는거죠. 그래서 누가 정의할 수도 없는 정의를 가지고 지금도 사회 에서 어떠한 생각은 잘못되었다고 여겨지고, 어떠한 생각은 삭제되고 밖으로 내쳐지는 거죠. 그래서 테두리 안에서 행복하고 편안함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저 사람들이 왜 저러지?’라고 생각하면서 그러한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욕심을 부리는 걸로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인간은 안전한 테두리 안의 질서 속에만 사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감각하는 존재로서 경계를 넘어서 행동하고 사고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자유롭게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하는데 안전한 테두리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 거예요. 이와 비슷한 독재와 검열을 그래서 저는 반대하는 거죠. 독재와 검열의 주체에 국가만 있느냐? 저는 공모자도 있다고 생각해요.‘저 사람들은 지저분해. 없어졌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이 사실상 이런 검열을 일으키는 것이죠.‘왜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키려고 하지? 논란은 안 돼’와 같이 사회적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검열을 행한다는 것을 당연시하는 이런 태도는 사회를 아주 공고히하고 하나의 중심적인 질서를 추구하기 때문에 예술은 그것에 대해서 반기를 들 수밖에 없는 것이죠. 가장 자유로운 사유들을 제공함으로써 사회를 오늘과 내일로 이끌어가는 게 예술의 역할이잖아요. 예술적 상상을 통해서 사회의 중심 질서를 고착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질서 속에서 계속 질문하고 감각을 체현하고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예술이라 생각하거든요. 이게 어떤 이념의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원초적이고 중요한‘자유’라든지, 이런 것들이 가능하도록 같이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이야기죠. 하나의 질서에 동조하는 공모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이죠. 그래서 예술이 되게 중요하다 생각해요. 그 보이지 않는 흐름을 만들어 가기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법이나 제도나 정치라는 것들이 참여의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문화나 생각들이 그것들을 떠받치고 있다고 봐야 되거든요. 그런 문화를 파악할 수 있는 감각은 예술을 향유하는 행위로서 다른 것들을 감각하려는 노력을 통해서 이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요하고요.



서강> 얼마 전 한국에서 예술인이라고 지정된 사람들의 평균 월급이 무척이나 적다고 보도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예술인을 위한 복지 정책의 필요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한편으로‘쟤네는 딴따라이고, 자기 하고 싶은 것 하는데 왜 지원을 해주냐 ’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사회적 인식과 정책적 뒷받침의 필요성이 상충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이에 대해서 감독님의 생각은 어떠하신가요?


임> 공연예술 같은 경우에는 문화 경제학에서는‘비용질병’이라고 해요. 자본주의 사회는 생산물을 생산할 때 생산물에 필요한 돈을 지불하고 노력을 하면 이익이 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공연예술은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잖아요. 매일 연습이 필요한 공연 분야는 제조업과 같이 어느 정도 투자를 하고 나면 이익이 생겨나는 구조가 아니고, 계속적으로 투자를 해야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에요. 그러다보니 그 규모가 산업화된 구조가 아니라서, 가격과 산출물들을 생각했을 때 공연 때문에 연습하고 일한 비용이 티켓 가격으로는 나오지 않는 결과가 발생하는데 이게‘비용질병’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예술을 지원해야하는 이유가 발생하게 된 거에요. 특히 기초예술 분야에서는 산업적으로는 이야기할 수 없는 비용질병이 발생하기 때문에 경제의 논리로만 봤을 때 기초예술 분야가 자연 도태되는 것이죠. 이러 한 문제 때문에 정부가 후원을 통해 지원하는 거거든요. 공연예술자체가 그런 경제학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배우 및 여러 창작들이 자신이 일한 만큼의 수입을 가져갈 수 없는 것이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기본 논리들이 예술복지법과 같은 형태로 진행되고 있어요. 잘은 모르지만 프랑스 같은 경우는 사회 보장제로써 창작행위를 하다가 휴식을 할 경우에도 그것에 대한 실업급여가 나온다고 알고 있어요. 왜냐 하면 예술행위를 하게 되면 배우들은, 특히 누군가로부터 선택을 받아야만 일을할 수 있는데 그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요. 이처럼 예술분야가 실상은 불안정한 직업군이기 때문에 그 비는 시간을 국가가 지원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죠.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니라 그것에 따른 세금의 납부라는 것이 공동체 안에서 이뤄지고, 공동체 역시 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같이 해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같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시급한 문제가 너무 많기 때문에 예술인 복지도 열악한 상태에요. 그리고 예술분야는 특히‘누군가는 굉장히 돈을 잘 벌고 있는데, 왜 예술하는 사람들을 지원해야 하지?’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복지 정책과 같은 원리들이 승자독식이 아닌 고립된 사람들한테 주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승자독식을 계속 불러일으키는 지원제도로 운영이 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복잡한 상태이죠. 하나의 무슨주의로 얘기할 수 없는 사회의 복잡한 면모가 예술의 구조적인 불균형 문제에도 그대로 녹아나 있어요. 예를 들면 비정규 문제나, 여러가지 문제가 얽혀있는 판국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 안에서 어떠한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인가가 중요하죠. 또한 편으로는 예술분야에는 도제식으로 운영되었던 전통이 있으니까, 사실 저 같은 경우에도 고백하건데, 축제를 운영하면서 인턴 분들한테 합당한 지급을 제대로 못한 적이 되게 많았던 것 같아요. 그 문제를 인식하 고 나서부터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그런 실수가 저한테도 역시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지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예술의 지원 문제들이 단순히 무엇인가를 진행하기 위 한 정책으로서가 아니라 사회에 얽힌 복합적인 문제들을 안고 함께 논의가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한국 정부는 한류와 같은 엔터테인먼트적인 문화 산업들을 너무 강조하면서 그쪽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기초 예술들이 상당히 위축되어 있는데, 기초예술이 없으면 예술의 내일은 없거든요. 지금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는 것들도 누군가가 고독하게 고뇌했던 시간들이 농축되어 하나의 무대로 만들어지는 거고 하나의 그림으로 나타나는 것이거든요. 그렇게 쌓인 시간들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내일은 없는 거죠.


서강> 예술계가 외부적인 억압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불공정 관행, 열정페이, 착취구조 등 문화예술계 내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모순 혹은 불합리에 대해서도 민감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 다. 혹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내부적인 노력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임> 내부적인 움직임은 있어요. 예술인소셜유니온(Artists Social Union)이라는 단체가 있고요. 청년 예술가분들은 청년 예술가네트워크를 만들었어요. 특히 요즘에는 예술대학을 다니는 학생들 같은 경우 무 분별하게 학과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는 하는데, 사회의 수요를 어떠한 정책에 대입해서 실행하는 경우이죠. 내일을 끌어다가 오늘을 사는 정책이 계속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오늘을 내일로 끌어가나가는 정책이 아니고. 계속 학생들을 오늘이라는 규격 안에 가두게 되면 학생들이 내일을 향해 나갈 수 없잖아요. 그래서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느끼는 학생들이 같이 모여서 네트워크를 만들었어요. 사실 예술은 자기 수련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없으면 사실 진정한 의미의 예술이 나오긴 어렵다고 봐요. 그게 있어야 진정한 딴따라도 되고. 그 수련은 보이는 수련도 있고, 보이지 않은 것도 있을 수가 있겠죠. 그런데 지금의 청년들은 수련을 할 수 있는 장의 제공으로부터 박탈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한 예술적 수련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아직 무르익지 않은 것을 어떻게 지원해줄 수 있냐고 하겠지만, 무르익지 않은 것들에 지원이 닿아야만 그 다음에는 스스로 성장해 나갈 수 있거든요. 예술감독이라고 하면 남들이 보기엔 잘 살거



라고 생각을 하는데, 저 역시도 축제를 하면 늘 빚을 지거든요. 그래서 아르바이트도 계속 해야 되고. 예술을 해야만 하는 신념이 있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되었든 예술가들의 흐름이 좋은 목소리를 만들 어내는 걸 기대해봐야죠. 단일한 주장으로만 해결되는 게 아니라 저는 좀 더 다각적으로 지원이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어요. 연극인 분들도 연극인재단이 있어요. 물론 정부와 가깝긴 하지만, 민간인들이 만든 이후에는 자유롭게 긴급한 상황에도 지원할 수 있는 형태들에 대해서 고민을 해 나가고 있고요. 여러분들도 그런 자율적인 움직임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월급을 받으면 후원도 하시고(웃음). 그런 것들이 맞물려서 사회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서강> 앞으로 진행하실 계획이 있는 프로젝트나 하고 싶으신 공연이 있나요?


임> 올해는 8월 달에 혜화동 1번지에서 8명의 연출가들과 함께 세월호 사건을 다룬 연극 시리즈를 할 생각이에요. 두 번째는 검열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쓰고 하는 일을 작년에 했는데, 예술가의 본업은 작품으로 말 하는 것이니까 6월 달부터 10월 달까지 <권리장전 2016-검열각하>라는 시리즈로 약 20편의 작품이 검열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 발표가 이루어 질 예정이에요. 그래서 거기에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연극인을 위한 재단을 만드는 게 제 꿈이지만 지금은 작은 지역을 연구를 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작은 책방을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1) 서울변방연극제는‘연극’이라는 공동체에서, 삶의‘무대’에서,‘온몸’으로, 이쪽, 저쪽이라는 경계 짓기를 너머, 배제되고 억압된 다양한 주체들의 존재가치 회복, 살아가기와 실천으로서의 예술, 우애와 환대로서의 만남과 토론을 통해 상실해버린 감각의 회복과 전환, 공동체에서의 새로운 연대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2015년에 열린 제17회 서울변방연극제는‘변방은 최전방’이라는 시각에서, 최전방의 순수예술플랫을 통해“십오원오십전”이라는 주제어로 현재 한국사회에 제기되는 소수자와 혐오, 차별과 배제, 소외된 노동과 자본의 문제, 경계에선 주체들, 기업이 된 대학, 대감금의 역사 등 나와 다른 것에 대 해 혐오와 배제의 감정으로 넘쳐나는 한국사회 동시대의 구조와 질서에 문제를 제기하였다. 

(출처:http://mtfestival.org/2015/intro03/)(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