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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136호] 특집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 기획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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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1) 기획자 인터뷰


학원생 인권. 때로는 거창하게 또 멀게도 느껴지는 말이다. 대학원 내에서 이와 관련된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등을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더 감춰져 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그들의 이야기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학원, 그곳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전국 대학 원생들의 사례를 모아 웹툰을 제작했다. 웹툰 제작자들도 아닌 그들이 왜 직접 사례를 모아 웹툰을 제작하게 되었는지, 그들은 왜‘슬픈’대학원생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었는지, 서면인터뷰를 통해 이번엔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및 편집 신윤희




강태경_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 

염동규_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학술국장



서강대학원신문(이하 서강)> 의미 있는 일을 시작하신 것 같다. 웹툰 제작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가? 웹툰의 기획의도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염동규(이하 염)> 이야기가 나온 것은 2015년 여름에 있었던 대학원총학생회 집행부 LT2)에서 였습니다. 대학원 관련 정책 입법을 목표로 하고 있었던 저희들은, 일단 대학원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될 수 있어야만 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의 문제를 공론화할 방안에 대한 이러저러한 의견들을 내놓고 토론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웹툰’이라는 콘텐츠를 활용해보자는 식으로 가닥이 잡혔습니 다. 기존에도 학내의 학생회 조직들은 대자보 등을 통해 자신들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노력을 다해왔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최근에는 대자보가 가지는 매체로서의 힘이 떨어지게 된 편이고, 때문에 뭔가 색다른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하던 와중에‘웹툰’을 만들어보게 된 것입니다. 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은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잘 되지 못하는 대학원 문제들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을 모으고, 이를 통해 대학원생 정책입법으로 이어질 만한‘공론장’을 만들어 보자는 의도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기획의도가 있다면 그것은‘성토의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것이기도 합니다. 주지하다시피 대학원생들은 자신들이 지닌 문제 들을 발설하기를 극히 꺼려하고 있습니다. 교수에게 잘못 보이면 졸업과 그 이후의 진로가 모두 위험에 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뿐만 아니라, 대학원생들은 자신들이 겪 고 있는 문제 자체가 워낙 거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한다고 하더라도‘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대학원생들은 가슴에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리고 있습니다. 저희는 대학 원생분들이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남이 겪은 이야기에 공감하고 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소통의 선환’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강태경(이하 강)> 웹툰의 방향은 선대의 실태조사 결과에서 한발 더 나아가고자 하는 취지가 있었습니다. 실태조사의 과정에서 저희는‘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원우들의 응답 을 제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같은 전공이라고 동일한 것이 아니고, 지도교수 혹은 랩실에 따라서 사정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일개 대학원생인 나는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공통의 문제를 포착하기 어렵다”는 대답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나름의‘유형’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 습니다. 그래서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약간의 각색을 통해 대학원생이 겪는 문제를 유형을 분류하여 묶어내고 싶었습 니다. 이를 통해 우리 공통의 문제를 포착하고 선명하게 보이고 원우들의 공감을 만들어내고 싶었습니다.


서강> 서강대학에서도 <인권실태조사>를 실시했으나 관련 사례를 모으는 게 쉽지 않았다. 인권관련사례들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가?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면 설명해 달라.


강> 사례 모집에 왕도는 없었습니다. 사실 웹툰의 기획 의도는 사례를 보내줄 만한 성의를 보인다는 취지도 있었습니 다.‘내 억울한 사연을 그래도 속 시원히 만화로 만들어서 몇 만명 이 볼 수 있게 되는 구 나 ! ’라는 기회를 드리면 좀 더 사연을 소상히 알려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정책국장을 맡았던 2015년 1학기에 조교 근무환경 실태 조사를 위해 한 공학계열 건물의 랩실을 다 돌면서 설문조사 QR코드가 담긴 유인물을 나눠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그날 약 5명 정도의 원우들만 응답을 해주시더군요. 삶이 팍팍하기도 하지만 공통의 문제를 찾아내서 문제를 해결해보는 집단적 경험이 없는 대학원생들은 설문조사의 실효성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희는 간식 행사 때 설문 조사를 부탁드리는 방식으로 좀 더 많은 원우들의 응답을 모았습니다. 간식을 받아가기 위해 기다리는 와중에 설문을 부탁드리는 식으로요. 또, 총학생회의 취지를 유인물 혹은 설문을 요청하는 순간의 진정성 있는 표정(?) 등으로 명료하게 저희의 의지를 어필해서 원우분들이 해당 문제를 설문을 통해 토로하고 싶을 만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원우분들이 자신의 안 좋은 이야기지만 믿고 말씀을 하실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서강> 웹툰에 등장했던 사건 같은 경우들이 발생했을 때, 해결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는가?


강> 일단 가장 처음으로 대학원생 입장에서는 용기를 내서 지도교수님과 동료 원우들에게 명확히 의사를 어필하는 방법이 있겠지요. 물론 쉽지는 않지만, 인권센터에 공개 문제 제기를 하든, 인권센터가 없어서 가해자를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것이든 직접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겠다, 나는 피해를 구제받을 권리가 있다는 의지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그것 자체가 정말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히 동료 원우분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유대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다면 총학생회 같은 자치단체를 통해 자신의 편이 되어달라고 부탁하고 함께 문제제기를 할 수 있도록 지원을 부탁하는 것입니다. 이미 제도가 갖춰져서 인권센터 같은 중재기구가 있으면 제도적 문제제기 절차를 따를 수 있겠지만, 그것이 없다고 하면 사실 교수님들이 문제를 자체적으로 처리하려는 경우가 많지요. 이럴 때는 혼자 앓으면서 자존감을 떨어뜨리지 말고 자신의 동료들에게 자기를 도와달라고 적극적으로 부탁하셔야 합니다. 저희가 제도적 개선책으로 시도하는 사업은 대학원생 권리장전 안의 선포입니다. 대부분의 원우 분들이 자신들의 권리가 무엇인지 조차 들어볼 기회가 적기 때문에 최소한 원우분들 이 한번은 권리장전이 무엇인지를 볼 수 있도록 권리장전을 수립하고 싶습니다.


서강> 웹툰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바뀌길 기대 하는 학내의 분위기가 있는가? 


염> 궁극적으로 저희가 웹툰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대학원생들이 교수 집단과 학계를‘견제할 수 있는 세력’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대학원생이 가지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권리들을 유린하고 짓밟는 교수, 혹은 학교 당국은 대학원생을‘만만한 존재’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 다.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은 예컨대 학부 등록금을 인하/동결하면서도 대학원 등록금은 인상하는 술수를 부리거나, 공부 시간을 빼앗고 각종 잡일들을 시킨다거나 하고 있습니다. 교수들은 수업 준비를 엉망으로 해오는 경우가 많으며, 이에 따른 책임은 전혀 지지 않습니다. 반면에 대학원생들은 비판하고 싶은 문제가 있어도 그것을 속으로 삭히는 경우가 많지요. 저희는 웹툰을 통해 대학원생이 자신들의 권리를 호소할 수 있는 계기들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공론을 형성하여 학교 당국과 교수들이 대학원생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대학원에서 학문이 본디 가져야 할 비판정신을 되살리고, 학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었으면 좋 겠습니다.





1)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은 http://krgs.org/index.php?mid=webtoon 에서 볼 수 있다. (편집자주) 2) Leadership Training의 약자.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