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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41호] 입는 로봇 기술 연구팀, 공경철 교수 인터뷰

장애인 입장을 이해시키는 연구, 제가 할 일이죠

입는 로봇 기술 연구팀, 공경철 교수 인터뷰

 

 

 

 

무적의 슈트를 입고 악당을 물리치는 영화 아이언맨을 보셨나요? 하지만 영화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인간이 로봇처럼 옷을 입을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입는 로봇 워크온으로 사이배슬론대회에 출전하여 세계 3위로 팀을 이끈 기계공학과 공경철 교수를 만나보았습니다.

인터뷰 및 편집 양계영, 정재원

 

 

 

 

서강대학원신문(이하 서강)> 안녕하세요. 먼저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공경철(이하 공)> 서강대학교 2000학번입니다. 기계공학과로 입학해서 물리학과를 복수전공 했고요. 서강대학교에서 석사졸업 후 미국에 2006년에 유학을 가서 2009년에 박사 받고, 현재는 우리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로 있습니다. 분야는 제어전공을 했고, 응용 대상은 로봇입니다. 로봇공학은 융합 분야라서 로봇을 만들기 위해 기계 설계도 해야 하고, 제어도 해야 하고, 디자인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할 게 많아요.

 

서강> 제어 쪽으로 전공을 확정하게 되신 계기가 있으셨어요?

 

> 학부 3학년 때부터 유학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제 지도교수님의 권유로 본교에서 석사까지는 마치고 싶었습니다. 석사 전공분야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유학을 잘 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겠다는 교수님의 전공분야가 제어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대학원에서 전문적인 공부를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걸 하고 싶었어요. 대학원 갈 때 누구나 고민 많이 하잖아요. ‘대학원 가면 바로 취직해서 사회 생활하는 친구들에 비해 어떤 점이 나을 것인가하는 생각... 공부하는 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 회사월급 같은 기회비용도 생각이 나고요. 이런 여러 고민을 했을 때 제어분야가 제일 마음에 들더라고요.

 

서강> 교수님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교재를 직접 제작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많은 교수님들이 다른 사람이 쓴 책을 활용해서 강의를 하시잖아요? 저도 그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제 박사 지도교수님 강의를 듣는데, 직접 쓰신 교과서로만 강의를 하시더라고요. 이유를 여쭤봤더니 다른 사람이 쓴 책으로 강의하면 말투나 문제 푸는 방식이 달라서 학생들이 헷갈릴 수도 있다고 하시는데, 뭔가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그래서 교수가 되면 반드시 직접 만든 교재로 강의해야지 하고 다짐을 했지요.

그런데 학교로 돌아와서 진짜 해 보니, 직접 만든 교재라는 게 학생들에게는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출판된 교과서를 쓰면 미리 읽어볼 수도 있고 연습문제도 풀 수 있고 한데요. 그렇지 못한 경우에 학생들이 오히려 힘들 수도 있기도 해요. 하지만 적어도 학생들이 제 열정을 알아주는지, 오타 가득한 교재라도 잘 따라와 줘서 즐겁게 강의하고 있습니다. 어설프더라도 매 강의마다 교재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벌써 9권을 만들었어요. 매년 똑같이 강의하는 과목은 매년 교정을 하니 어느새 내용과 질도 많이 좋아지고, 출판사에서 출판을 하자고 연락도 오는데 거절했어요. 굳이 그렇게 상업인 목적으로 쓰고 싶지는 않네요. 그냥 서강대에서 제 강의 듣는 친구들을 위한 특권으로 하고 싶어요.

 

 

[사진1]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웨어러블 로봇 엔젤렉스(Angelegs)

 

서강> 장애인을 위한 입는 로봇 엔젤렉스(Angelegs)와 워크온수트(Walk-ON Suit)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실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고 제작하셨는지 소개해주세요.

 

> 제가 석사 때부터 근력이 약화되어 걷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시는 노인을 도와드리기 위한 여러 기초 기술들을 연구했어요. 박사과정 중에도 계속 그쪽으로 연구를 했고요. 서강대 교수로 부임한 이후에는 연구실 셋업도 해야 하고, 학생들 지원해 주려면 연구과제도 따와야 하고, 여러 할 일이 많잖아요. 교재도 준비해야 하고. 2011년에 서강대학교 교수로 부임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늦어져서 보조로봇을 활발하게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가을입니다.

제가 오랫동안 연구해왔던 기초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로봇이 바로 엔젤렉스(ANGELEGS)라고 하는 로봇입니다. 근력이 약화된 노인이나 경미한 마비환자를 돕기 위한 로봇이지요. 비슷한 대상자를 위해 만들어진 로봇으로 일본의 HAL이라는 것이 있는데, 엔젤렉스는 HAL과는 달리 몸에 붙이는 센서 없이도 훨씬 자연스럽게 보조할 수 있어요.

반면에 워크온수트는 완전히 마비가 된 장애인을 위한 로봇이에요. 마비가 되면 움직일 수 없지만, 느끼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의도를 어떻게 파악하는지, 그리고 균형을 잘 유지하게끔 하는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등 좀 더 민감하게 설계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요.

제 생각에는 엔젤렉스가 훨씬 더 많은 분들을 도와드릴 수 있고 더 실용적인 로봇이라고 믿었는데요.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어차피 조금 걷는 사람이 입는 거니까, 그 사람이 걷는 건지 로봇이 도와주는 건지 감흥이 별로 없는 거에요. 연구자가 다른 사람 눈을 신경쓰면 안 되는데... 그래도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실제로 감흥이 좀 있으려면 완전마비 장애인이 로봇을 입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걸어 다니고 하면, “!” 하잖아요. 근데 엔젤렉스는 그런 게 없었던 게 문제였나봅니다. 그런 면에서는 워크온수트가 참 많은 감동을 가져다줬죠.

 

서강> 그 후 워크온 수트를 제작하여 2016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3위에 오르셨어요. 교수로서, 연구자로서 많은 보람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 우리 연구팀이 엔젤렉스를 만들면서 장애인을 다시 걷게 하는 기술은 충분히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좀 더 감동이 있는 것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감동이라는 게 문자 그대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잖아요? 아직 장애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그들의 눈에 뭔가를 보여줘야 해요. 그래서 작년 10월에 사이배슬론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한번 나가보자 마음먹었어요. 제 연구팀하고 세브란스 병원의 나동욱 선생님이 의기투합을 했죠. 그렇게 워크온수트(Walk-ON Suit)를 제작했습니다. 워크온수트(Walk-ON Suit)는 장애인 선수뿐만 아니라 저희에게도 참 여러 가지 의미를 갖고 있죠. 일단 로봇 없으면 못 일어나는 분들이, 로봇을 입고 일어나서 걷고 계단도 오르고 할 수 있게 됐잖아요? 그런 기능적인 면도 좋지만, 저희가 가진 기술을 확실하게 홍보하고 각인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죠. 무엇보다 우리 서강대 학생들한테 세계 무대에 나가서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가장 큰 보람이었죠. “서강대학교에서 1등하면 세계에서 1등 할 수 있다이런 말을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데, 그래도 실제로 보여주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잖아요?

사실 객관적으로 서강대가 로봇으로 유명한 학교는 아니에요. 아무리 한두 번 좋은 성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대중의 인식은 순식간에 바뀌지 않습니다. 아직도 서강대에도 기계공학과가 있어?”, “서강대에서도 로봇을 해?”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교수로 부임하고 7년째 되니까 저도 괜히 자격지심이 생기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세계 최고의 대회에 도전을 했지요. 처음에는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팀들, 예를 들어 NASA에서 후원받아 출전한 IHMC,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러시아 등과 경쟁하려니 얼마나 긴장을 했겠어요. 대회를 통해 큰 자신감을 회복했던 게 제일 큰 수확이었고요. 우리 연구팀 모두다 똑같이 느꼈다고 생각해요. 정말 영광스럽게도 이제 어디를 가든 저희 연구팀을 알아봐 주십니다. 정말 감사하지요. 우리 서강대학교 대학원의 모든 학생들에게도 작은 응원의 메시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왼쪽 가슴에 서강대학교 마크 떡하니 붙이고 세계무대에 다녀온 그 기분을 우리 서강대 대학원생들 모두와 나누고 싶습니다.

 

 

[사진2] '사이배슬론' 대회에 출전해 세계 3위에 오른 공경철 교수 연구팀

 

서강> 사이배슬론 대회 참가 전후로 바뀐 지점이 있을까요?

 

>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고, 수많은 신문기사와 방송에서 다뤄지고, 전국에 안 다닌 곳 없을 정도로 활발한 강연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만 말씀드리면 다 좋게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사실 좀 더 연구에 대해 진지한 마음을 갖게 된 것 같아요. 대회 전에는 그저 지금까지 연구해온 기술을 실제 장애인에게 적용한다고 하는 순수한 학자로서의 마음으로 설레었다면, 지금은 보다 많은 분들에게 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일까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아직 로봇을 혼자 입을 수도 없고, 넘어지는 것에 대비해 누군가 항상 따라다녀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걸을 수만 있다면 이게 무슨 문제일까 싶지만, 사실 장애인들은 단순히 걷고 싶어서 로봇을 입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부담주지 않고 스스로 당당한 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어서 로봇을 찾는 것이거든요. 예전에는 좋은 기술 만들어서 논문만 많이 쓰면 좋았는데, 이제는 실제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좀 더 부담스럽지만 훨씬 더 영광스럽고 의미있는 방향으로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서강> 인상 깊었던 게, 교수님이 입는 로봇을 잘 만들려면 사람을 연구해야 한다는 얘기를 해주셨더라고요.

 

> 사람 몸에 부착하는 로봇이잖아요. 그러니까 당연히 사람의 신체 근골격구조와 신경구조를 알아야 로봇을 제대로 설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몸을 제대로 알아야 꼭맞는 옷을 만들 수 있듯이, 웨어러블 로봇은 사람을 이해해야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그런데 실제로 연구를 해 보면 생각보다 쉽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희 공학연구팀이 책으로 혼자 공부하면 차라리 수월할 수도 있는데, 실제 연구는 의학연구팀과 치료사, 의지보조기기사분들과 다 같이 해야만 합니다. 문자 그대로 융합연구지요. 문제는 이분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에요.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참 다릅니다. 공학자들은 천 번의 실패 끝에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연구하는 사람들이고, 의사들은 천 번의 성공 중에 한 번의 실패를 막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문제를 같이 풀어나간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요.

 

서강> 일상생활과 더 긴밀하게 로봇을 도입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인식 전환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국제 기술 개발 지원에 있어서는 아쉬운 부분은 없나요?

 

>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과제들은 연구자의 입장에서 진행된 것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합니다. 아직 장애인들의 입장에서는 부족한 점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을 비장애인들이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실제 장애를 겪지 않는 사람들의 눈에는 이미 로봇 잘 만들어서 잘 걷고, 계단도 올라가고, 이 정도면 이미 다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요. 기술의 내용을 잘 모르는 장애인들이 기술수요를 정확히 전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장애인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기술을 연구자들에게 잘 전달하고, 그에 맞는 지원을 끌어내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서강> 이해를 시키면 지원문제는 따라온다는 건가요?

 

> 그렇죠. 저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지원제도가 상당히 선진화되었다고 느끼거든요. 진짜 필요한 연구가 있다고 하면 충분히 지원 받을 수 있는 길은 많다고 생각해요. 수요자와 공급자의 입장에서 진짜 필요한 게 뭔지 이해시키는 일이 중요하죠.

 

서강> 결과적으로 로봇공학은 단순히 연구의 대상이 아닌 로봇과 인간의 삶 사이의 이치를 파악하는데 힘쓰고 함께 나아가는 연구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앞으로 교수님의 연구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 지난 2월에 서강대학교 로봇시스템제어 연구실의 스핀오프(Spin-off) 스타트업 기업인 ()SG Robotics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LG전자와 세브란스 병원과 각각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LG전자로부터는 대규모의 투자도 받았고요. 이제 연구실뿐만 아니라 기업, 병원들이 모두 함께 장애인과 노인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재미와 보람, 동시에 사회적 책임도 굉장히 커진 상황이라 지금 당장의 이것저것 일을 벌리기 보다는 서강대학교 교수로서, 연구자로서, 그리고 이제 기업의 대표로서, 제게 받은 관심에 보답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