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9. 4. 30. 00:48

5년째 시간이 멈춰있는 그곳,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이하며.

다시 물어본다. 잊지 않겠다고 한 우리에게.

 

이승은 기자

 

 

또다시 봄이다. 꽃들은 자신이 질 줄을 알면서도 철없이 만개해버리고 마는데, 만개해버린 꽃들을 보면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여기 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뒤 시간이 멈춰버렸다고 말한다. 돌이킬 수도 없고, 나아갈 수도 없어서 마치 다른 공간에서 혼자 있는 듯 보였다. 팽목항에도 어김없이 꽃이 피었고 작년 8월 진도 팽목항 분향소와 동거차도 초소 철거, 정리하면서 팽목항의 봄을 위해 잠시 들리는 분들도 줄어들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고 발길이 끊어지는 것은 이뿐만은 아니다. 5번의 봄을 지나며 두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던 유가족은 지금도 여전히 나아진 것은 없다고 말한다. 정권이 바뀌고 나니 사람들은 ‘해결 잘되겠지’하며 관심을 멈추고 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진상규명의 속도는 너무 더디어 유가족들은 답답함을 내비친다. 여전히 목소리를 높여서 계속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며 국가가 알아서 해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고 유가족들은 또 어김없이 정부를 향해 곤두세우며 목소리를 내비쳐야 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생기기도 한다. 2017년에는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2기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졌고, 지난 2월 28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추모시설이 ‘4.16 안전공원’ 건립 계획이 확정됐다. 추모공원과 추모기념관, 추모비로 구성된 추모시설은 안산시 화랑유원지 인근 2만3천㎡ 넓이의 터에 건립된다. 내년에 디자인 공모와 설계를 걸쳐 2021년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여기서 진상규명만 제대로 하면 그 믿음에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선체조사위는 침몰 원인의 결론을 내지 못했고 사회적 참사 특별 조사위도 활동 성과가 아직 미미하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위원회가 갖는 한계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전면 재수사를 요청하는 국민 청원까지 올라왔으며 이에 해당하는 내용은 해경은 왜 선원만 구조하고 승객들을 구조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는지, 세월호 급변침과 침몰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지, 박근혜 정부는 왜 ‘7시간’ 기록을 봉인하고 집요하게 진상규명을 방해했는지를 요청하는 청원 글이다. 현재로서는 특조위가 자료 요청을 요구해도 정부 기관이 없다고 하면 받을 수 없다. 정부 문서의 보존 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책임자 처벌도 공소시효가 있는 상태에서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린 현재 골든타임을 잡아 제대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4.16 기억저장소는 세월호 희생 학생 어머니들이 주축이 되어 운영하는 민간영구기록물관리기관이다. 참사 관련 자료, 희생자 유품, 유가족 활동 기록, 시민들이 보낸 추모 메시지, 피해자 구술증언 등 세월호와 관련된 모든 기록을 안산에 있는 서고 5곳에 나누어 보관한다. 이렇게 모은 기록 하나하나가 기억 투쟁을 위한 연료 역할을 한다. 희생 학생 어머니와 아버지들이 기억과 경험을 담은 4.16 구술 증언록 <그날을 말하다>가 100권의 책으로 나온다. 4.16 기억저장소에서 2015년 6월부터 “4.16 구술증언 수집사업”을 진행한 것을 바탕으로 책으로 엮는다. 구술증언은 당사자가 특정 사건에 대한 본인의 경험과 기억, 의견 등에 대해 증언한 내용을 육성 그대로 채록하는 기록의 한 방식이다. 이번 구술증언 수집으로 흩어져 있는 4.16 관련 기억을 소환하여 기록함으로써 이후 진상규명 및 역사기술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4.16의 이야기를 당사자들의 직접 증언한 구술증언을 통하여 많은 사람과 4.16 당사자들과 기억과 경험을 공유하며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에 대해 더욱 정확하고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음을 기원하며 작업을 했다. 이현정 서울대 교수(인류학자)가 구술증언팀을 꾸렸고 피해자 가족 88명, 잠수사 4명, 동거차도 어민 2명, 유가족 공동체 단체 관련자 6명의 육성을 편집 없이 그대로 옮겼다. 구술 자는 약 2시간씩 3회에 걸쳐 참사 이전의 삶, 팽목항과 진도에서의 경험, 자녀에 대한 기억, 참사 이후 투쟁과 공동체 활동, 개인과 가족의 변화와 깨달음 등을 증언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구술 내용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이현정 교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서 세월호 인양, 그리고 촛불 혁명에 이르는 유가족들의 투쟁은 트라우마의 고통을 딛고 ‘기념비적 삶’을 살아간 자들의 저항 역사라며 세월호 참사를 좀 더 정확하고 다각적으로 기록한 것이라고 말했다.

참사 이후 시간이 지나도 그리움은 더 깊어져만 간다. 이들이 깊어지는 그리움 때문에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 사이에서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르는 고통을 점점 더 진하게 익히고 있다. 조금 여유가 생기면 금세 그 틈으로 세월호 참사 당시의 기억이 채워졌고 이들은 세월호라는 괴물을 없애지 못하고 우두커니 지켜보거나 곁에 두고 살아가야 한다. 피해자들이 세월호를 마주하는 것은 고통일 뿐이지만 이 고통 속 시간은 계속 멈춰져 있다.

4.16 기억저장소는 세월호 희생 학생 어머니들이 한발 한발 해나가기 위해 만든 기간이다. 국가가 알아서 해주는 거는 하나도 없다고 느낀 이들이 결국 스스로 해나가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믿고 의지하는 수밖에 없는, 이른바 ‘사회’로 통칭하는 국가, 기업, 전문가들이 체계적으로, 구조적으로 자신들을 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였다. 그래서 믿을 것이란 아무것도 없고 그러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각자도생밖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더라도, 국가, 자본, 전문가에 의해 방치되는 대다수 약자의 삶은 그저 불안정한 우연에 달려있을 뿐이라는 것. 세월호 참사는 들켜서는 안 되는 은밀한 진실이 폭로된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의 수습과정에서 관찰된 구조화되고 조직화한 무능과 무책임함을 보면서 한국사회에 대한 신화, 즉 암묵적인 전제와 가정이 산산이 조각났다. 산업화, 민주화, 그리고 선진화를 통해서 발전된 산업자본주의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환상이 깨진 것이다. 유연한 노동시장, 규제 완화, 민영화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배를 운항하던 선장과 선원, 구조에 투입된 해경, 그리고 컨트롤타워로 작동해야 할 정부까지도 모두 무책임하고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결국, 세월호 참사는 유연한 노동시장과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에서 효율성이 증진되고 공공기능을 민영화함으로써 유능하고 효율적인 작은 정부가 된다는 선진화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신화를 허물었으며 구조적 현실을 폭로했다. 벌거벗은 신자유주의 통치성을 보게 되었다.

잊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도록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것과

잊게 만들려는 조직들에서 벗어나 감시하겠다는 뜻이 아닐까. 신자유주의적 지배질서가 계속되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모순과 위기의 징후들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결코 세월호 참사 그리고 그로 인해 희생된 이들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잔인하게도 다시 봄이다. 4.16 기억저장소에 후원자들의 발길이 끊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고, 후원하기 시작했다. “기억은 희망을 만들고, 기억하고 행동하는 것은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기억저장소의 비전에 나온 문장을 발췌했다. 잊지 않겠다고 한 우리에게 다시 물어보고 있다.

 

 

[4.16 기억전시관 : 4.16기억저장소 홈페이지]

 


1) 지주형, 세월호 참사의 정치사회학

2) 4.16 기억저장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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