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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53호]서대문구 민중당 국회의원 후보 전진희에게 정치와학생 정치 그리고 청년을 묻다_전진희

서대문구 민중당 국회의원 후보 전진희

전건웅 기자 woongj@

하태현 기자 hathyun815@

 

-정치는 주민들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것
-대학 등록금 환급 문제는 수업료가 아닌 대학 구성원으로서 결정권에 관한 물음
-‘우리들만의 안전한 공동체를 넘어서기
-청년과 청년 아닌 것을 넘어서서 다른 청년성을 이야기하기

 

지난 4월 코로나19 확산에도 국회의원 선거는 치러졌다. 코로나19로 대학가는 개학을 연기하고,비대면 수업에 도입했지만 국회의원 선거는 별 탈 없이 시행되었다. 코로나19라는 현 시국에 정치의 방향성은 중요한 의미를 지녔기 때문일 터이다. 정치는 투표 행위로 축소될 수 없다. 일상적인 정치가 개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에 정치는 우리와 떼어낼 수 없는 주제 중 하나다. 

 

한편, 정치(政治)라는 단어가 지닌 무게는 학생들에게 유난히 더 무겁게 느껴지는 단어이기도 하다. 일상 정치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인정하더라도 당장 현실적인 조건들에 둘러싸여 실천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서강대학원 신문은 서강대가 놓인 서대문구 정치와 학생 정치, 그리고 청년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물음과 답을 얻고자 전진희 서대문구 민중당 국회의원 후보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강대학원신문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었고 1,026표의 사람들의 표를 받고 낙선한 서대문구 청년 전진희입니다(하하).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대문구에 출마하셨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먼저 말씀드리자면 제 꿈은 정치운동가이지 국회의원이 꿈은 아니에요. 정치 운동가로서 서대문구에서 정치하고자 하는 의지가 선명해서 출마하게 되었어요. 서대문구는 청년들이 제일 많은 곳이고, 생활하는 곳이면서 익숙한 곳이죠. 서울 도심의 중앙정치를 할 수 있는 곳이면서도 사람들이 정치의식이 높고, 역사의식이 높은 곳이기도 해요. 근현대사의 역사와 역동성을 가진 재밌는 곳이기도 하고요. 얼마 전 5.18이 지나갔는데 서대문구에는 전두환의 집이 있고, 서대문 형무소가 있는 곳이기도 해요. 한국 사회를 전반적으로 담고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불평등 문제도 있고요. 저는 서대문구가 변화되면 전국적으로 그 변화를 확장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거 공약 중에 국회의원 특권 폐지가 있었어요. 이 공약을 내걸게 된 이유를 묻고 싶습니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들고나온 이유는 (서대문구) 주민들의 관심사이기 때문이에요. 20대 국회의원들이 출근도 안 하면서 월급은 다 받아 가는 것과 민식이법 때 유가족이 무릎 꿇고 국회의원한테 애걸하던 장면이 기억나요. 선거 때는 그렇게 와서 뽑아달라고 이야기하면서 국민들이 애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법을 만들어달라 할 때는 국회의원들이 일을 안 하잖아요. 주민 분 중에 한 분께서는 국민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씀하셨던 분들이 계셨어요. 국회의원 없애고, 그 돈으로 국민들 세금이나 깎으라고 이야기하실 정도로 울분이 많으시던데, 국민들한테 저는 좀 다르니까 믿어보라는 건 염치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른 사람이 아니라 국민들이 (직접) 해야 할 일이니까요. 그렇잖아요. 1(후보)을 견제하기 위해서 2(후보)을 뽑고, 2번을 견제하기 위해서 1번을 뽑고, 진보정당은 그 1, 2번을 견제를 위해선 저희를 뽑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1, 2번이든 진보정당이든 견제할 수 있는 건 국민들 밖에 없죠. 그게 국회의원 특권 폐지로 가던 과정이었어요. 실제로 국회를 통제할 수 있는 주권자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선거를 하자는 의미에서 정책을 준비했습니다. 서대문구 주민들로부터 국민소환제 서명을 받았어요. 코로나19 전에 서대문구에서만 만난 사람이 3,682명이었고, 모두 다 길바닥에서 만난 사람들이었어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받으신 표보다 국민소환제 서명하신 분들이 더 많았네요?

물론 그분들이 다 저를 찍은 것은 아니었죠 (하하). 국민 심의회의 하자고 말은 하면서 전진희나 민중당을 강조한 적이 없고 설득한 적이 없었어요. 어떻게 보면 전략 실패죠.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국민들에게 필요한 일을 한 거니까요. 

 

선거 운동 과정에서 만나셨던 주민들로부터 느꼈던 점들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선거운동을 하면서 만났던 편의점 사장님이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산꼭대기 쪽에 계시는 편의점 사장님이 계시거든요. 그분께서 내 삶은 편의점 6, 7평 정도의 세계 말고는 세계가 없다. 그런데 최저임금 문제 같은 (정치적인) 결정으로 내가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다. 문재인이 싫은데, 그렇다고 자유한국당을 뽑을 순 없는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내 6, 7평의 세계를 넘어서서 이야기를 들어준 건 네가 처음이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특히 이곳 서대문구가 지난 20년 동안 똑같은 사람들이 정치하던 곳이라 더 그런 것 같아요. 대로변이나 네트워크 중심으로 조직 중심으로 관리되던 곳이었으니 주민들께서는 더 그렇게 느꼈을 거예요. 이번 선거를 통해 주민들을 만나는 상황이 좋았어요. 광장이 열려서 좋았고,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긴 했지만, 직접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근데 주민들께서 저를 정치리더로 만들어주시더라고요. 그동안 저는 정치리더보단 정치 운동을 조직하는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주민과의) 접점이 얼마 없고, 현장에 있지 않은 사람이 정치리더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국회의원 선거를 또 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들었어요. 그게 보답하는 방법인 것 같고, (다시) 나갈 수 있으면 출마하려고 합니다. 

 

예전에 반값등록금 운동을 하셨다고 하셨는데, 운동을 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여대를 다녔는데 그때 후배 중 하나가 다자녀 가정에서 맏이로 태어난 친구였어요. 후배는 남동생들이 대학을 가야 하는데, 등록금이 비싸니까 휴학을 했더라고요. 그 후배가 다시 복학하던 시기는 동생들이 입대를 할 때였어요. 제가 다니던 여대에선 등록금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반값등록금 운동을 시작했어요. 

저는 인식의 전환이 되어야 운동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운동이 되면 인식의 전환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반값등록금을 계기로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사립대학들을 정부 책임형의 사립대학으로 전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여기서 되묻고 싶은 것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까. 학교라는 것은 무슨 공간이어야 하는지 고민할 여유와 틈은 있을까 하는 것이에요. 지금 학생들이 고객의 마인드로 학교를 접한다는 생각은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에 따른) 결론이고 현상인 것 같아요. 근데 우리가 살아오는 과정에서 공공성이나 나라가 어떤 도움을 줬던 적이 있었나?’ 그리고 문제 해결과 여력을 준 적이 있었나?’라고 물었을 때 저는 없던 것 같아요. 지금 청년들 같으면 특히나 대학이라는 공간을 고객처럼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운동의 효과라는 것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기 조직을 만들고 그 속에서 성장하면서 본질적인 질문을 되짚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등록금 환불도 결정권을 만드는 것이지만 대학에서 자기 결정권이 커진다면 수업을 자기 힘으로 개설할 수 있는 힘이 생길 수도 있죠. 이러한 학생 운동이 학생들이 함께 싸우는 시작점이 되면 좋겠다 싶어요. 

 

코로나19 이후에 지금 대학가는 등록금 반환 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학 등록금 반환 운동도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등록금 반환 운동의 의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등록금 반환 운동의 요지는 수업료 때문에 등록금 입학금 환불하자는 운동이 아니에요. 수업이 토익학원 환불처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죠. 그렇게 생각하면 학생은 고객이 되어요. 학교는 당연히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하고, ‘너희(학생)가 등록금을 더 많이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빠질 위험이 있어요. 반값등록금과 등록금 입학금 환불 운동의 핵심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한 명의 구성원이라는 것이에요. 그런데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을 학교와 구성원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서 출발한 것이 등록금 반환 운동이죠. 전체 학교 재정의 70%를 학생들이 담당하는데 학내 의사결정 구조에서 70%만큼이나 쥐고 있냐는 묻고 있는 것입니다. 학교의 80~90%의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재단이나 이사회이고, 재단 전입금 자체는 지금 의무적인 것도 납부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있죠. 등록금과 입학금 환불은 수업료에 대한 환불이 아니라 재단 전입금에 대한 문제를 건드리는 것입니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서도 학생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해선 안 된다는 것이죠. 

두 번째는 국가의 책임이라는 것이에요. 교육부에서는 대학교 재량이라고 등록금 문제를 떠밀고 있는데 등록금 동결은 정부가 했던 것이잖아요. 사립대학이 난리 났었던 것. 많은 사람이 대학을 가는데 대학이 고액이어서 가정에 모두 다 부담시킬 수 없어서, 한국장학재단도 만들고 등록금 동결하고 사립대학에 책임을 물었는데 코로나 재난 상황이 터지면서 갑자기 발뺌하고 있어요. 사립학교의 재단 적립금 재단의 역할을 제대로 해라. 그리고 교육부 자체도 이 부분에 대해서 공적 책임을 해야 한다고 제기하기 위해 등록금 입학금 환불 운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등록금 반환 운동의 의의는 수업료 환불 그 이상이라고 하셨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등록금 반환 운동을 수업료로만 이야기하다 보면 돈 몇 푼 주고 끝나는 것처럼 이야기할 수 있지만, 예컨대 사이버 강의의 문제는 그것보다 심각하더라고요. 이 지점에서 수업료 반환으로만 축소해서 등록금 반환 운동을 바라보는 것에 대해선 걱정이 됩니다. 대학생과 청년에게 한 학기는 자기 삶에서 많은 데에 영향을 미치잖아요. 이번 학기 때 내가 원래 해야 하는 실습을 하지 않으면 한 학기를 더 다녀야 한다거나, 시간과 돈에도 일에도 영향을 미치죠. 졸업 전시도 사실 그렇죠. 그런데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요. 아무런 지원을 하지도 않고 있는데, 4년 동안의 경험이면서 포트폴리오라는 것이기 때문에 친구들은 대학 다닐 때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인데 이걸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높이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거예요. 코로나 상황에서 겪고 있는 문제들을 제기해야 한다 생각해서 코로나대학생119도 시작했어요. 학생들이 침해받고 있는 권리를 학교와 정부로부터 쟁취해야 한다는 흐름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해요.

 

대학원생들에겐 정치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대학원생들에게 효능감과 필요성은 어떻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코로나119 서명도 받고 온라인 카톡방도 만들면서 놀라웠던 것은 서울 주요 사립대학생들의 운동이 아니라는 것이었어요. 정치에서 가지고 있는 의식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서명하고 집단적 행동을 하는 것은 자기 공간 여부의 문제인 것 같아요. 학생회가 없는 곳에서는 알아서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있더라고요. 운동권이 생각했던 것보다 지금의 청년들 자체가 가지고 있는 권리 의식이나 행동성은 적극적인데 우리가 다만 그들과 접점을 만들거나 마음을 모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제 실력이 부족했던 것이기도 하겠죠. 등록금 반환 문제도 학생들 입장에서 (지금 상황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서 찾아보고 하는거죠. 

사람마다 계기가 다르지 않나요. 뭐가 옳다 그르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사람들이 다다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선택권을 주는 것이 중요하죠. 모르고 선택 못 하는 것은 안 되지 않겠나 해요. 모르고 못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안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지금 제 관심사에요. 선택할 기회라도 모두에게 제공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역할이겠죠. 그러다 보면 사람들의 피드백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을 만나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잖아요. 주민을 안 만나고 제시하는 메시지는 정신승리에 불과할 때가 있지만, 더 많이 만나 뵙고 이야기가 확산하는 과정에서 저희가 제시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 성장하리라 생각해요. 메시지가 별로라면 사람들의 의견이 붙고 붙어서 결국엔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결국 다른 사람들과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해요. 그동안 우리가 만들고 정한 스케줄에 맞춰서 운동해왔던 것이야말로 실패하는 지름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학생운동이나 학생 정치의 의제가 없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저는 그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선거 시기에 저희 당원 중 한 명이 주민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자는 의미에서 조끼 입고 금강천 쓰레기 주우러 다니자고 했어요. 이 의견이 너무 좋다고 생각한 사람이 반 정도였고, 나머지 반은 민중당은 정치하는 단체이지 봉사하는 당이 아니라고 했죠. 결국 논의 끝에 쓰레기 주우러 안 나갔어요. 그런데 오히려 미래통합당은 봉사하러 다니면서 열심이더라고요. 왜 우리는(민중당) 마음이 동하지 않았을까? 알고 봤더니 우리가 쓰레기를 줍는다는 행위만 생각한 것이었어요. 쓰레기를 줍다 보면 주민들을 만나 뵙게 되고 아는 주민이 생기잖아요. 이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쓰레기를 줍든 서명을 받든 뭘 하든 일단 관계가 생기는 것이 중요한 거죠. 

지난날 학생운동 역사는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행위 중심으로 모든 계획이 짜여있던 것 같아요. (총학생회에서) 운동하는 우리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우리 중심으로 계획을 했는데, 학생을 관객으로 만들지 않았던가. 학교와 학생회 사이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게 고민하게 하는 상황을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학생회는 학우들의 조직이잖아요. 그런데 학생들이 오히려 학교 편을 들어야 하나 학생회 편을 들어야 하나 고민하게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거죠. 왜 그랬을까 되돌아보게 돼요. 어쩌면 그게 옛날 선배들의 좋지 않은 유산일 수도 있겠죠. 학생들을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여겼다면 행동 방향과 방식이 달랐을 거에요. 보통 대학에서도 학생총회를 하기 위한 과정에서 학우들이랑 같이 요구안을 수렴하는 과정이 만들어지지 않고, 학생들은 학생회가 방향을 정하면 동의 여부를 정하죠. 이러한 방식에 대해서는 다시 묻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무엇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저희 민중당은 직접정치 정당이에요. 직접 정치 정당이라는 것은 진보정당 역사에서 얻은 성찰의 핵심이었고, 촛불정신이 직접적이기도 하죠. 이렇게 말하면, 직접 정치와 당사자 정치의 차이는 무엇이냐는 질문이 뒤따르겠죠. ‘직접 민주주의 직접 정치는 어떻게 개념이 다른 거냐고 많이들 물으세요. 녹색당도 직접 정치를 이야기하지만, 민중당의 직접 정치와는 달라요. 녹색당은 당사자 정치를 말하지만, 민중당은 정치 조직을 중심으로 한 직접 정치를 추구하죠. 2018년에 지방선거를 나가서 주민들을 만나며 (이번에는) 주장하는 선거가 아니라 경청하는 선거를 하겠다고 많은 정책 요구안을 모았어요. (예전에는) 민중당의 정책을 갖고 가서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시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주민들에게 당신이 서울시장이 된다면 어떤 일을 하겠냐고 물으니 제 생각보다 지혜로운 답변을 주시더라고요. 노인은 청년을 걱정하고, 청년은 노인을 걱정하는 답을 들었어요. 청년들은 노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말하고, 자기보다 아픈 사람들을 위하겠다고 말하더라고요. 세상에 많은 사람이 실제로 만나서 토론하다 보니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1순위로 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웃 걱정을 하는 거예요. 그때 느꼈죠. 생각보다 주민은 대단한 것 같다고요. 직접 만나고 토론하다 보면 자기 이기심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는 많이 없더라고요. 

 

이번 선거에서 아쉬운 결과를 얻게 되셨어요. 이번 선거에서 얻게 된 교훈도 적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직접 정치의 핵심은 조직을 건설하고 공동체를 만드는 게 핵심인데 아무리 들어도 아무리 서명을 받고 아는 사람이 생겨도 조직이 되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저에게는 고민하는 시간이 이번 선거였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완전히 저희 당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는 없죠. 저도 고민 중이고, 과정 중에 있죠. 이번 선거에서 얻은 깨달음의 핵심은 이전의 진보정당은 주민을 자기의 배경처럼 사용하는 정당이었다는 것이고, 저희는 주민들이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게 돕는 정당이 되고자 하는 거예요. 주민 중 한 분께서도 저에게 주권을 준비하는 당은 주민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저희는 그 길을 선택한 정당인 거죠.

 

직접 정치의 핵심은 공동체를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공동체는 만들어지고 나면 시야가 좁아지거나, 환대의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안전한 그들만의 공동체가 될 우려도 있을 것 같아요.

그 지점은 제가 예전에 청년유니온에 있었을 때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하던 부분이기도 해요. 청년유니온에서의 임기가 끝나면서 유니온에서 나와 당으로 간 결정적인 이유기도 하죠. 당시에 구의역에서 노동자가 죽고, 강남역 살인사건이 생겼고, tvn 조연출의 자살도 있었어요. CJ와는 청년유니온 담당자로서 교섭도 하고 했는데, 처음으로 공동체를 다시 생각하게 된 기점이었어요. 이런 사건에도 청년유니온이라는 공동체는 너무 안전한 공동체였거든요. 청년유니온은 공동체가 생각하는 나름의 룰과 약속이 있기에 공동체는 너무 안전했던 거에요. 제 삶이 너무 안전한 공동체에 있어서 오히려 바깥에 놓인 청년과 대화하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곳에서 저는 제가 생각한 것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어요. 학생 운동할 때부터 서울 주요 사립대학생들을 만났고, 청년유니온을 하면서 취준생 등의 다양한 사람을 만났지만 모두 의식 수준이 높았던 친구들이었죠. 잘못하면 공동체가 세상의 전부인 것인 양 착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당으로 위치를 옮겨서 길바닥에서 청년들을 만나기 시작했어요. 안전한 공동체는 내부가 안전한 공동체가 아닌, 그리고 공동체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공동체 기능을 할 수 있는 곳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디를 발 딛고 있는 공동체라는 것이 정말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던 시기이기도 하죠. 그렇게 자극을 많이 받으니까 저와 지금 공동체 구성원들은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청년이라는 말은 참 양면적인 것 같아요. 청년이 아닌 사람들은 20~30대를 바라보며 청년이라고 말하는데 정작 청년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청년이라고 여기는 것이 드물더라고요.

청년이라는 말이 붙으면 꼬여서 생각하는 경우가 저도 생기더라고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청년의 정체성이라는 것이 나이도 아니고, 참 애매하죠. 제가 고민하는 부분은 청년들 사이에서 청년이라는 정체성은 왜 삐뚤게 생각하게 될까 하는 거예요. 왜 우리는 자신을 청년으로 부르는 것이 유쾌하지 않은가. 노동자들에게 노동자로 부르는 것이 자긍심이어야 하는데 모든 노동자가 다 그렇게 느끼지 않죠. 자신을 청년으로 말하는 사람 중에서는 자기를 팔아먹는 사람들도 있긴 한 것 같아요. 저는 청년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묻다가 청년이라는 말을 어떤 식으로 사용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엔 다른 청년 담론을 내는 것이 더 생산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번에 서대문구 출마 연설에서도 청년이라고 하는 언어를 다르게 해석하려고 했어요. 나도 노동자 같은 이름으로 청년을 자임할 방법은 없을까 그게 제 고민이에요. 

 

청년과 청년이 아닌 것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다른 청년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