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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53호] ‘재난상황에서 발생한 대학생들의 피해는 누가 책임지고 있는가'_유룻

‘재난상황에서 발생한 대학생들의 피해는 누가 책임지고 있는가.’ 

 

-코로나19, 대학 등록금 환불 운동 (코로나대학생119 활동가 유룻)

 

출처: 연합뉴스

“입학했는데 한 번도 대학을 가본 적이 없어요.”

공부하기 위해 학교에 가야 할 20학번 신입생들은 여전히 학교는 가지 못하고, 온라인 강의 사이트만 들어가고 있다. 지난 3월, 교육부의 대학 개강 연기 권고 지침에 따라 대학이 개강을 미루고 온라인 강의로 1학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강의 시작 첫 날부터 꽤 오랜 시간동안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학생들이 생겨났다. 3시간 강의에서 1시간도 채 안된 강의를 듣기도 하고 커리큘럼이 통째로 바뀌는 경우도 발생했다. 코로나19로 달라진 학습 환경으로 인해 대학생들은 마땅히 누려야 할 교육서비스를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학교 시설 사용 불가, 실험실습 수업 제한 등으로 인한 수업의 질 하락과 미집행 금액에 대한 등록금 일부 환불 요구가 대학가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등록금 입학금을 돌려받자!”

이에 코로나대학생119에서는 지난 3월 20일부터 ‘등록금 일부환불, 입학금 전액환불신청’과 함께 대학생들의 피해사례를 들으며 대학 등록금 환불을 위한 행동을 시작했다. 2주가 안 되는 기간 동안 전국적으로 44개의 대학과 6개의 대학원 학생들이 참여했고, 485명의 다양한 피해사례가 모아졌다.

 

“저는 미대생입니다. 현재 실기실은 접근 신청서를 내야 사용이 가능합니다. 작업을 하고 싶어도 개인적으로 갈 수 없고 시설도 사용하지 못합니다. 교수님과 직접 만나 작업을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식으로 해나갈지 상담을 해야 하는데 이뤄지지 않아서 통화로만 대체하고 있습니다. 수업도 진행할 수 없어 과제, 발표로만 대체하고 있습니다. 시험일정은 나왔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것인지 무기한으로 연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J대 17학번)

 

“의류학과생이고 졸업 준비 중입니다. 5/29 쇼가6월, 8월로 밀리고 있습니다. 샵 대관, 위약금 등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더 늦춰지면 졸작을 못하거나 타 쇼와 같이 해야 한다고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코스모스 졸업 예정인데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6월 이후에 취직을 준비하려 했는데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입니다.”(L대 16학번)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수업 탓에 와이파이가 설치되지 않은 학생은 카페를 가야합니다. 도서관이 폐관해 이용이 불가합니다. 자취방에 와이파이 월 2만원을 부담하고 설치하는 등 추가적인 지출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학습권이 침해당했음은 물론이고 학교 시설 이용을 거부당해 새로운 지출이 늘었으므로 등록금을 일부라도 환불해주는 것이 마땅합니다.” (M대학교 18학번)

 

대학생들이 보낸 피해사례에는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학교의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미래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달라진 학습 환경으로 인해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대학생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 대학생들의 피해사례는 대학이 마땅히 책임지고 제공해야 할 교육의 영역이 단순히 ‘수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재난상황에서 발생한 대학생들의 피해에 대해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코로나대학생119는 이를 알리는 <피해사례 발표회>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등록금 입학금 환불신청서를 전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대학에 실질적인 대책 마련과 등록금 환불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돌아온 답변은 ‘대학도 코로나19의 피해자이니 같이 고통을 분담하자’였다. 등록금·입학금 환불 요구에 대해선 ‘교육부 지침이 없다, 현행법상 규정이 없다, 방역비용으로 추가 지출이 발생해’ 환불이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교육부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4월 초, 등록금 일부 환불에 대해 대학들과 협의하겠다고 밝혔지만, 한 달도 안 되어 교육부는 ‘개입할 명분이 없다, 대학 재량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등록금 환불에 손을 뗐다. 대학 공공성을 위해 대학을 감시·감독해야 하는 교육부도 등록금 문제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출처: 연합뉴스

 

“반복되는 재량으로 피해보는 학생들”

교육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대학 재량”이라는 말을 자주 써왔다. 지난 2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교육부는 ‘대학은 학기 개시 후 4주 이내에 자율적으로 개강연기하고’라는 지침을 주었다. 구체적 지침이 없어 대학들은 갈팡질팡하다 타 대학과 눈치 싸움을 하며 개강을 시작했다. 학사 일정을 기다리고 있던 학생들은 뒤늦은 대학의 통보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기숙사에 입주를 해야 하는 것인지, 자취방을 구했는데 계속 살아야 하는 것인지, 심지어, 졸업 계획을 세우는 데서도 학교의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개강 이후 수업과 시험방식, 학사 행정 등이 개별 대학의 재량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대학은 교수에게 그 권한과 책임을 넘겼다. 결국, 그 감당은 학생들 개개인이 해야만 했다. 교육부와 대학의 반복되는 재량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대학생들이다.

 

“재난상황을 대학 재량으로 맡겨두게 해서는 안 된다”

어떤 대학은 모금을 받아 장학금을 주고, 어떤 대학은 생필품을 주는 방식으로 등록금 환불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등록금 환불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부의 지침이 없어 논의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대학도 존재한다. 등록금 문제를 더 이상 개별 대학에 맡겨두어선 안 된다.

교육부는 사립대학을 감시하고 통제할 권한이 있다. 하지만, 지난 날 ‘사학 자율’이란 이유로 사립대학을 감시하지 않음으로써 재단전입금, 대학적립금, 사학비리 등 그동안 사립대학이 가지고 있었던 문제들을 간과해왔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사학혁신방안을 내놓으며 사학비리 해결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사립대학의 교육공공성 강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교육에 대한 관점부터 바꾸는 것이다. 대학 또한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교육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2020년 연간 평균 등록금은 국공립대 422만원, 사립대학 747만원이다. 등록금은 사회적으로 여전히 높아 대학생이 있는 가계에 부담이 큰 지출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장학금, 등록금 인상 상한제 등 제도를 통해 가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존재한다. 특히 이번 학기는 높은 등록금 부담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수업을 보장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인해 대학생, 가계에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했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국가가 나서서 고등교육비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과 부담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제 3조에 따르면, ‘3. 천재지변 등으로 인하여 등록금의 납입이 곤란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등록금을 면제하거나 감액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대학과 정부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인식에서 벗어나 ‘천재지변으로 인해 납입이 곤란하다고 인정할 때’라는 점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이와 같은 재난상황은 또 다시 반복될 수 있다. 다음을 대비하고 개선하기 위해 재난 상황에서 발생한 대학생들의 피해에 대해서 대학과 정부는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대학은 등록금 동결과 추가 비용 발생으로 재정이 어렵다고 하지만, 전체 사립대학 적립금의 총합은 8조가 넘어간다. 교육부의 대학지원비 7조보다 더 많은 금액을 사립대학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긴급한 상황에, 건축과 장학기금 등 대학생에게 돌아가기 위해 쓴다고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학생들의 피해 보상을 위해선 다뤄지지 않고 있다. 적립금 사용용도 전환을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 등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긴급재난상황에서 대학이 등록금 환불을 진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

 

1학기 종강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학생들의 피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대학을 움직이기 위해선 전체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가 움직여야 한다. 대학 교육도 공교육의 일환으로 바라보며 교육부의 역할을 높여야 한다. 코로나대학생119에서는 교육부가 대학 등록금 입학금 환불 문제를 책임지라는 내용으로 교육부에 온라인 민원을 넣는 ‘교육부 총공’ 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수업을 듣고 있는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이 문제에 공감하고 있는 사람들도 함께 하고 있는 운동이다. 대학교육의 정상화를 바라는 대학생, 국민들의 목소리가 모이고 있다. ‘국가 재난 상황에서 대학 교육을 위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 교육부는 대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