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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53호]서강대 등록금 반환 운동을 둘러싼 시선들_하태현

서강대 등록금 반환 운동을 둘러싼 시선들  

하태현 기자 hathyun815@

 

등록금 반환 운동의 현주소 

 

 코로나19라는 변수 앞에서 대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2020-1학기 개강 이후 지난 석달 동안 코로나19는 대학 수업 방식부터 대학 운영까지 다양한 변화를 이끌었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와이파이(Wi-Fi)와 어플리케이션 줌(Zoom)만 있다면 어디서든 강의실이 열렸다. 그곳이 자취방이든, 카페든, 혹은 지하철이든지 교수님과의 만남은 로그인 한 번이면 충분했다. 안타깝게도 새로운 수업방식에 대한 예찬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문제가 두드러진 건 대학이 1학기 수업 전부를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면서부터다. 학생들은 도서관이나 연구실과 같은 학습 공간은 출입이 제한되어 원활한 학업 수행에 차질을 빚고, 실습이나 졸업 전시 준비도 하지 못한 채 한 학기를 보내게 되자, 자신이 처한 부당한 상황을 하나 둘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대학 등록금 반환 운동은 그 연장선에 놓여 있다. 

 

대학 등록금 반환 운동은 전국적인 단위의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학 총학생회의 경우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를 중심으로 반환 운동이 펼쳐지고 있으며, 개별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은 코로나대학생119를 통해 등록금 일부 환불을 요구 중이다. 한편, 재난 상황은 학교와 학생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교육권을 침해받은 학생이 감당하고 있는 등록금도 무겁지만, 동시에 정상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며 재정적 안정성을 확보해야만 하는 대학의 어깨도 역시 무겁다. 대학 등록금 반환 운동이 학생들의 일방적인 요구로 그치지 않고, 운동의 성과를 얻고자 한다면 대학 재정의 현주소를 이해하는 것이 선결과제로 보인다. 이에 서강대학원 신문은 구체적인 서강대 재정 상황과 등록금 문제를 파악하고자 교내 등록금 심의 위원회(등심위)와 대학평의원회(평의원회)에 참관 중인 위원인 전가은 서강대 총학생회 부 비상대책위원장(부 비대위원장)과 장두용 대학원 총학생회장(총학생회장), 송방호 MBA 경영전문대학원 원우회장(송방호 원우회장), 그리고 서강대 기획예산팀(기획예산팀)을 만나 서강대 등록금과 재정 상황을 취재했다. 등심위와 평위원회에는 학생 자문위원으로 전가은 부 비대위원장과 장두용 총학생회장이 있고, 송방호 원우회장은 등심위에서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얄궂은 코로나19, 등록금 의존율이 뭐길래?

 

 지난 4월 13일 서강대 제5차 대학평의원회 회의가 2019학년도 결산안 자문 건으로 소집되었다. 회의에서 기획예산팀 김장훈 과장은 “등록금 의존율이 71%1)에 이르는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 없이는 학교 재정의 획기적인 개선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서강대 재정과 관련해 등록금이 얼마나 주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가리키는 발언이다. 서강대학교의 재정적 지표를 살펴본 대학평의원회 위원 중 일부는 “우수한 교원 및 직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인건비를 추가로 지불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라고 기획예산팀의 발언을 지지하기도 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서강대 등록금 의존율은 2015년도부터 2018년까지 각각 52.3%, 52.96%, 57.42%, 60.56%로 매년 조금씩 높아지고 있었다. 2019년 회계를 살펴보면 등록금 의존율은 62.38%에 이른다. 대학알리미는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이 높다는 말은 “등록금 수입에 대한 편중 정도가 높아 교비회계 수입 재원의 다변화가 요구”됨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등록금 의존율이 높다는 것은 등록금이 학교 운영에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등록금 의존율을 어떻게 산출하느냐에 대한 방식을 논하는 것은 재정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서강대는 등록금의 양이 줄어든다면, 학교 재정 운영에도 큰 타격이 생길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대학이 등록금 반환해 예년처럼 돈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이는 가볍게 지나갈 사안이 아닐 것이다. 학생위원들은 등록금 반환 운동을 두고 신중한 의견 표명을 전했다. 대학평의원회와 등심위에 참석했던 장두용 총학생회장은 “학교가 (재정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공감한다. 지난 3년 동안 대학 등록금 의존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고,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도 학교 재정이 어렵고, 한계상황이라는 말이 나오기에 등록금 환불은 학교 측에서 반대할 것 같다”며 서강대학교의 현 재정의 어려움에 공감했다. 이어 전가은 부 비대위원장도 “학교 측의 재정 문제에는 충분히 공감”한다고 답했다. 서강대가 등록금을 일부 반환한다 하더라도 되레 학교 재정의 기틀이 흔들리는 일이 초래돼 오히려 학생들이 더 큰 피해를 볼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학생들의 등록금은 학교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학생들이 마땅히 내야 할 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서강대 학생위원들은 등록금 반환 운동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등록금과 서강대학교 학생위원들의 교차하는 세 가지 시선들 

 

 서강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도 지난 7일 전대넷이 주관하는 ‘등록금 반환 운동 본부’에 참여하기로 가결했다. 전가은 부 비대위원장은 본교가 코로나19에 따른 등록금 반환 운동이 가능하냐는 물음에 “등록금은 한 학기 동안 받는 학습권을 위해 맺는 계약입니다. 때문에 이번 사태처럼 그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을 경우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사태가 계절학기와 2학기까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반환에 대한 논의는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만 등록금 반환에 대해 학교에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교육부의 정확한 지침과 지원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 학생들을 대표하는 비대위는 등록금반환운동본부의 등록금 반환 소송에 참여해 법적인 대응을 진행 중이다. 등록금 반환 운동은 수업의 질이 저하되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진행 중인 상황이다. 또한, 전가은 부 비대위원장은 총학생회 비대위가 진행한 비대면 수업 만족도 조사에서도 “50% 이상의 학생들이 비대면 수업에 불만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학생들의 구체적인 의견을 다시 물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등록금 반환이 가능한지에 관한 물음에 장두용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 설문조사 결과 “392명의 대학원 원우 중에 약 56% 정도의 원우들이 수업료에 비해 강의의 질이 아쉽다고 답했다”고 답했음을 전했다. 장두용 총학생회장은 원우들이 이번 학기에 대학원에서 가장 불만이었던 점은 등록금 문제였다고 대답했다. 이어 장두용 총학생회장은 대학원 “코로나 등록금 반환은  학교 재정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답하면서 다만 “가계 곤란 장학금으로 일부 등록금 반환하는 것은 대학원 행정팀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총학생회 설문에 응답한 대학원생들의 의견은 예상했던 것보다 다양했다. 장두용 총학생회장에 따르면, 등록금 반환 문제와 관련하여 대학원생 중에서는 “이번 학기는 갑작스러운 국가 재난 상황이었고, (학교의) 대응이 미흡할 수 있기에 이해한다”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의 송방호 원우회장은 앞선 두 위원과 다른 관점에서 등록금 문제를 제기했다. 송방호 원우회장은 “대학은 등록금을 반환하면 안 된다”며 “7년째 동결되어 있는데 인건비를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라고 대학 등록금 문제에서 학생 위원 중에서 반대 의견을 제기했다. 특히 코로나19가 국가적인 재난이며 학교는 극복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초기경비가 많이 들기에 등록금을 반환하자는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송방호 원우회장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고 다음 학기도 지금과 동일하게 등록금을 지불해야한다면 그때는 또 다른 입장을 개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방호 원우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등록금 문제에 있어선 반환에 대한 논지보다는 다음학기 등록금 책정에 관련한 의견을 내놓았다. 주된 논지는 “대학원 경쟁률 증가를 위해서라도 등록금을 좀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영전문대학원의 경우 학비가 한 학기에 1,060만 원에 이른다”며 지금과 같이 대면 수업도 불가능하고 학교를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불하기엔 높은 액수라고 주장했다. 

  

지금 서강대에서 가능한 요구와 서강대학교의 입장

 

 앞선 학생위원들이 바라보는 등록금 반환에 관한 의견들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적인 의견이 하나가 있다. 대학 측의 재정 문제에 충분히 공감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학생들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물음이 뒤따른다. 장두용 총학생회장은 “고려대에서는 등심위가 끝났는데 학생회에서 추가 등심위를 요구했다. 고대는 학생회와 학교 측이 대화를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연대는 입장문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장두용 총학생회장은 등심위를 학교 측과 학생이 대화할 수 있는 장으로 이용하는 것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학교와 대화 창구를 여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일 것이기 때문이다. 장두용 총학생회장은 학교와 대화 창구를 열어서 논의하려는 타 대학의 시도를 보며 등록금 반환 문제는 “개별 학교의 문제라기보단 모든 학교의 공통적인 사안이라는 점에서 개별적인 목소리보다 연대가 필요”하다며 서강대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방향을 제시했다.    

 

서강대 등심위는 간단한 논의 위주로 이뤄져 큰 변화를 빠르게 만들기엔 다소 어렵다는 말도 있다. 이미 결정된 사안들과 예산안에 대힌 수정사항이나 대안을 제시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있던 4차 등록금 심의 위원회에서도 등록금을 인상하느냐 마느냐를 논의했을 뿐이다. 등심위 성격상 대책을 강구하거나 방안을 제시하는 기능을 하는 협의체는 아니다. 다만, 전례 없는 코로나19라는 상황에 대학과 학생이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자는 최소한의 시도를 기획해보는 것이다. 전가은 부 비대위원장은 재정적인 문제에 관한 학교 측의 설명과 입장에 공감하냐는 질문에 “재정에 대한 투명한 공개로 학교와 학생 사회에 신뢰가 쌓”이길 바란다고 응답한 바 있다. 대학의 정상적인 운영과 재정 관리를 위해선 학생과 학교의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기획예산팀은 본지가 코로나19사태가 연장되어 다음 학기까지 비대면 수업이 진행된다고 가정할 때에도 지금과 동일한 수치의 등록금을 내고 학교에 다니게 될지 궁금하다는 물음에 “현재 학교에서는 2학기에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면·비대면 수업을 부분적으로 병행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학교는 등록금 인하에 대한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1)서강대 기획예산팀은 제 5차 대학평의원회에서 말한 등록금 의존율은 “‘학생들이 납부하는 금액’을 고려해 수치를 산출”한 것이며, 대학알리미와 같은“정보공시에서 말하는 등록금의존율은 ‘단기수강료를 제외한 등록금 수입 총액/자금 수입총액’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결산 보고 회의에서의 산출방식과 정보공시에서의 산출방식에는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