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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153호]코로나 19와 함께한 한 학기: 대학원생 "있는" 회의체_반주리(서울대)

서울대학교

 

코로나19와 함께한 한 학기, 서울대

대학원생 있는 코로나19 회의체

 

서울대학교 대학원 총학생회 전문위원 반주리

 

 귀 신문사의 원고 청탁을 받고 개강 직전에 겪은 사건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그때도 지금도 저는 서울대학교 대학원 기숙사에서 살고 있는데, 2 28일 오전 사내 방송이 울렸어요.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여 밀접 접촉자를 파악할 때까지 기숙사를 폐쇄하겠다는 안내 방송이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는 말에 당장 오늘 가야 하는 아르바이트, 내일 가기로 한 특강을 취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이후 기숙사(관악학생생활관) 측의 신속한 대응 덕분에 격리는 세 시간 반 만에 해제되었지만, 당시에는 무척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이런 식으로 나의 일상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서울대학교 대학원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3, 4월은 시작의 달이 아니라 기다림의 달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개강이 2주 밀리고 그다음에는 이번 학기를 전면 온라인 강의로 시행한다는 공고가 올라왔습니다. 수업 계획서는 새로운 일정에 맞춰 수정되었고, 수업 외에도 입학시험, 논문제출자격시험, 졸업논문심사, 졸업시험, 학회 등 많은 일정이 지연·취소되고 있습니다. 

 

저희 대학원만 이런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닐 테지요. 다만 코로나19 이후 대학원이 맞이한 변화에 대해서는 학교 밖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네요. 서강대 대학원신문사의 이번 기획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대학원 생활을 공유하는 소통의 장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우선 저는 서울대에 대학원생이 참여하는 코로나19 회의체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서울대 학생처 장학복지과가 주관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관리위원회’(이하 코로나19 회의)는 지난 2 4일부터 매주 수요일 열립니다. 교육부총장이 위원장을, 학생처장이 부위원장을 맡아 진행하는 이 회의는 처장단 및 학내 주요 기관장, 학생대표가 모여 코로나와 관련된 안건을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지금부터는 매주 이 회의와 함께했던 2020학년도 1학기를 돌아보며, 서울대학교 대학원생들이 코로나19 이후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그리고 학교 측은 이 문제를 어떻게 인지하고 대응하는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기숙사 입주·퇴거를 둘러싼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번 학기 전면 온라인 수업이 확정되면서 기숙사에 살던 학생들이 더 이상 학교에 남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학원생의 경우 비대면 강의 기간에도 연구실로 출퇴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에 학부생만큼 이동하는 인원이 많지는 않았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많은 학생들이 유동적인 입주·퇴거를 원했습니다. 곧 기숙사 입주·퇴거와 관련된 안건이 코로나19 회의에서 다루어졌고, 기숙사는 2020학년도 1학기 입주 대상자 중 생활관 거주를 원하지 않는 이를 파악해 관리비를 환불 해주고, 학생 개인의 학사일정에 따라 재입주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최근 회의에서는 다시 한번 학생 주거 문제를 다뤘습니다. 기말고사 기간이 성큼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학부생은 기말고사 기간 일부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대형 강의 시험을 치기 위해, 대학원생은 그 강의 시험 감독을 들어가거나 채점 등 조교 업무를 하기 위해 학교 근처에 잠시 머물러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서울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서울 이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어려움이 예상되자 학교 측은 학생들이 기존에 객실과 레스토랑으로 운영하던 교내 시설(호암교수회관)을 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시험기간 특별 응원 패키지>를 만들어 기말 기간 통학이 불편한 이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졸업·입학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학사 일정이 최소 2주 이상 연기되면서 이번 학기 졸업과 입학을 앞둔 학생들이 남다른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지난 3, 4월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논문제출자격시험과 졸업논문심사 일정이 하염없이 미뤄져 지치고 힘들다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습니다. 여러 글에서 시험이 한 달가량 밀리는 바람에 다른 일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는 속상함이 묻어났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계속해서 연기되는 TEPS 시험에 답답함을 표하는 글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는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입학·졸업 시험과 별개로 대부분 TEPS 점수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연장되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규모 행사와 집회가 자제되는 상황에서 TEPS 시험은 줄줄이 취소되었고, 이에 마음을 졸이는 학생들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이번 학기가 졸업 연한 마지막 학기인 학생들은 TEPS 점수를 제출하지 못해 졸업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저희 대학원생 총학생회로 연락을 취해왔고, 이는 바로 그 주 코로나19 회의에서 다뤄졌습니다. 

 

 회의에서는 TEPS 정기 시험을 시행하는 것이 계속 어려울 경우, 각 업무 소관 기관(교무처, 입학본부)에서 시험 시행 계획을 검토하고, TEPS관리위원회와 협의하여 학교 내부를 위한 특별 시험을 실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행히 4-5 TEPS 정기시험이 코로나 방역관리 대책을 철저히 반영하는 조건 하에서 시행할 수 있게 되었고, 이후 추가 시험을 요구하는 학생이 없어서 학내 특별시험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회의에서 위 안건이 다뤄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대학원생의 목소리를 듣는 학내 회의체가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 서울대 대학원이 코로나19 이후 맞은 변화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서울대는 대학원생의 고충을 듣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앞으로도 함께 논의해야 할 과제가 참 많습니다. 우선 이번 학기가 끝나면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여 온라인 수업에 미진한 점이 있다면 확인하고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학기 학사 일정에 대한 신속한 공유가 필요합니다. 학생도 학교도 코로나는 처음이라 일정이 지연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정해진 부분에 대해서는 빠르고 구체적인 공지가 필요합니다. 

 

 이 지면을 빌려 매주 ZOOM으로 뵙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관리위원회 홍기현 위원장님, 정효지 부위원장님을 비롯한 모든 위원님들, 장학복지과 선생님들, 언제나 대학원생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서울대 대학원 총학생회 전문위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기획 진행해 주신 서강대 대학원신문사께 감사드립니다. 모두 건강하고 안전하게 연구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