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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154호] 코로나19가 '줌(Zoom)', '온라인 강의실' 장면 너머(Beyond the scene)_양아라

양아라 기자

6월 22일 오후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미디어와 환경커뮤니케이션> 마지막 실시간 강의에서 학생들이 사진 포즈를 취한 모습.

제 목소리가 들리시면, 손을 흔들어주세요교수의 말에 대학원생들이 손 인사를 한다. 신종 코로나바아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바꾼 온라인 강의실의 한 장면이다. 2020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감염 위험을 방지하고자 온라인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대면 강의는 학생과 교수, 모두가 처음 겪는 경험이기에, 적응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1학기 온라인 강의실 장면 너머에는 어떠한 이야기들이 있을까. 91일 개강일부터 916일까지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생들과 교수 등 10명을 인터뷰했다.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은 지난 622<미디어와 환경커뮤니케이션> 마지막 실시간 강의의 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교수와 학생들은 화면을 바라보고 하트와 브이(V) 포즈를 취하고, 이를 캡처해 사진으로 남겼다. 첫 수업과 비교했을 때보다 익숙하고 편안해진 모습이었다. 사진 포즈를 제안했던 조재희 신문방송학과 교수를 지난 3일 오후 연구실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조 교수는 제대로 만나서 인사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냥 끝내는 것이 아쉬워서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교수도 학생도 어려움을 경험했으니까, 강의를 함께 한 친구들의 면면(面面)을 남겨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2020년 대학원 신입생은 코로나 사태로 대학 수업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동기·선배들과 만나기 어려웠다. 올해 입학한 권지현 씨(신문방송학과, 석사 2학기)는 실시간 강의와 SNS로 대학원 사람들의 존재를 인식할 수는 있었지만, 대면 상황과 비교했을 때는 교류가 적다는 느낌을 받았다. 권 씨는 수업을 듣는 것 외에 학교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그냥 혼자 툭 하고 떨어진 느낌이었다라고 고백했다. 친구들이 대학원은 어때?’라고 물으면, “강의실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는 자신이 학교생활에 자신이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외국 유학생인 주남 씨는 특히 한국에 있는 유학생들은 동기들과 친구들을 못 만나고 있고, 사회적 지지가 떨어지는 상황이라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학생들은 코로나 19의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고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추가감염자가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 학회 활동과 스터디 모임 등에 참여하기도 어려웠다. 학교는 지난 220일부터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10명 이상이 참여하는 일체의 교내 행사를 불허하고, 학내 공간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생 대면모임 및 활동 등 자제 지침에 따른 조치다. 학교는 교내와 교외를 불문하고 학생회 활동이나 학과 단위의 소규모 모임을 취소하거나 자제해줄 것을 학생들에게 강력히 권고했다. 학교 연구실도 방역에 맞춰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일부터 가브리엘관 3층 연구실 출입 인원이 제한됐는데, 지정석(25), 자유석(9) 포함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5명이다. 정찬미(신방, 석사 수료) 씨는 상반기 내내 주변 도서관이 문을 닫아 논문 자료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고, 학교 연구실이나 도서관을 이용하고 싶어도, 자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학생들은 학교 강의실이라는 실재 공간의 상실도 느꼈다. 학생들은 학교라는 장소로부터 거리두기’, 일종의 자가격리를 경험하는 느낌을 받았다. 권지현(신방, 석사 2학기) 씨는 안전하고 조용하게 혼자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부분에서도 쉽지 않다라고 털어놨다. 학교 강의실에 모였던 학생들은 이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아야 한다. 시간과 공간이 고정되지 않는 유동성은 불안감을 가져오기도 했다. 권서현(신방, 석사 4학기) 씨는 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것만으로도 학교를 충분히 잘 다니고 있다는 일종의 만족감이나 안도감이 들었다. 비대면일 때는 수업의 질이 좋고 교류가 있다 하더라도 벽이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학생 다수는 비대면 온라인 강의가 접근성이 높았다고 입을 모았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통학 시간을 줄이고 학업과 일을 병행할 수도 있었다고도 말했다. 학생들은 강의실에 가지 않아도,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었다. 이처럼 비대면 온라인 강의는 기존 대면 강의에 맞춰진 고정된 시간과 장소의 축을 이동시켰다. 하지만 학교 도서관, 연구실, 카페 등을 가는 것을 자제하고 집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쉬는 공간인 집과 공부하는 학교가 분리되지 못해 피로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스피커는 수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눈과 입 그리고 귀가 되었다. 미디어가 신체의 연장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학생들은 실시간 강의 안에서 보여줌보여짐을 느꼈다. 영상으로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말하는 일은 낯설고 불편한 일이다. 조윤희(신방, 석사 3학기) 씨는 줌 실시간 강의는 내가 말을 하면, 내 화면이 정중앙에 놓이는데 부담스러워 말을 하기가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어려운 학생들은 이마와 천장을 비추거나, 생활하는 방 등 개인적인 공간을 노출하는 것을 부담을 갖는 학생들은 가상 배경을 이용하고 있다. 카메라를 끄고, 까만 화면에 이름만 덩그러니 있는 순간에는 마치 익명의 존재처럼 느껴진다고 이야기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인터넷 네트워크 연결 상황은 모두에게 동등하지는 않았다.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던 교수가 접속이 끊기며 갑자기 방에서 튕겨 나가거나, 일부 학생들은 수업 도중 화면이 멈추거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현상들을 겪기도 했다. 김희주(신방, 석사 2학기) 씨는 실시간 강의의 경우, 인터넷 네트워크 영향을 받아서 아무 곳에서나 강의를 들을 수 없다. 시험 볼 때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해서 영상이 자꾸 끊겼는데 부정행위를 했다고 오해받을까 걱정이 됐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비대면 강의가 대면 수업보다 상호작용 측면에서 제한적인 부분이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안준영 씨는 발표를 할 때 줌 화면에는 사람들의 반응이 잘 안 보여서 모니터에 대고 혼잣말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강의는 상대적으로 의사소통에서 비언어적인 부분도 알아차리기가 어려웠다. 권서현 씨는 대면 강의에서는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갑자기 멍을 때리고 있으면, 선생님이 이해가 안 됐다는 것을 알고 더 설명해 주시는 경우가 있었지만, 비대면의 경우는 그러는 경우가 적었다고 말했다. 한편, 인터뷰 응답자들은 대체로 비대면 강의가 대면 강의와 비교했을 때 내용 부분에 있어서 질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모니터 속 프레임에 3시간 집중하는 것은 학생들에게도 힘든 일이었지만,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고 강의하는 교수 역시 피로도가 쌓여갔다. 조재희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온라인 강의가 많이 피곤했다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실시간 강의 때 화면 공유를 하는 순간 학생과 단절된 느낌이 들면서 피로도가 높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교수는 교단에 서서 학생들의 표정을 보고 흥이 나서 강의를 할 때 비로소 그 수업이 잘 된다. 학생들을 직접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기운이 빠질 때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대면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감과 불안감은 공존했다. 안효정(신방, 석사 1학기) 씨는 입학 전에는 대면 수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원하게 됐다라면서도, “이미 한 달 동안 비대면 시스템에 적응했는데, 시스템이 바뀌면 또 새로 적응해야 한다는 불안감도 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비대면 강의에 새로운 일상이 아니라 익숙한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안준영 씨는 그 어디도 완전히 종식됐다고 할 수 있는 곳은 없다는 기사를 봤다라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인터뷰를 응한 대부분 대학원생은 2학기 전체가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희주 씨는 지난 학기에는 개강이 연기되고, 1~2주 단위로 비대면 강의가 연장되면서 온라인 강의에서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 있었다. 이번 학기부터는 비대면 강의가 이어지면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조윤희 씨는 학생들이 카메라를 꺼놓은 상황이었다. 교수님께서 나는 너희들이 어느 장소에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소통은 가능하다라는 식으로 말씀했는데 인상 깊었다라고 말했다. 호규현(신방, 석사 2학기) 씨는 한 방에서 두 명이 있는데, 각자 카카오톡으로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다면, 대면인 상황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을 안 하는 상황과 마찬가지꼭 같은 공간에 있고, 대면이어야 의미의 공유가 되는 게 아니다. 서로가 의미의 공유를 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렇듯 학생들은 한 공간에 함께 있지는 않지만, 온라인 실시간 강의에서 서로에게 연결될 수 있다고 믿었다. Beyond the scene, 온라인 강의실 너머 학생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