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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54호] 코로나19, 음식 배달하는 '사람'이 있다_김지수

라이더유니온 김지수

라이더유니온 김지수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회 활동 전반이 침체를 겪는 시기에도 어김없이 분주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나와 같은 배달노동자들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배달노동자는 플랫폼 기업에 소속되어있다. 근무환경은 플랫폼사의 지시에 따라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또 다르다. 언제까지 변화가 계속될까. 끊임없는 변화에 언젠가 적응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그때 부딪히는 현실은 감당할 수 있는 것일까.

 

배달라이더들의 일터는 날마다 변화한다.

배달을 처음으로 시작했던 6년 전에는 지금과는 다른 환경이었다. 가게에 소속되어서 일한 시간만큼 돈을 받고, 늘 돌아다니는 똑같은 동네에서 예상되는 일정한 수입을 받으며 가게 사장님의 명확한 지시 아래 일했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플랫폼노동자의 신분보다는 보다 예상 가능한 생활을 유지해나갔다.

 

장마가 유난히 길었던 올여름, 배달 도중 빗길에서 넘어지는 사고로 나는 어깨가 다쳐 6주 넘게 일을 쉬고 있다. 6주 사이 배민커넥터들이 갑작스럽게 늘어나 일감이 줄어들고, 배달 시간이 더 촉박해지고, 프로모션이 바뀌고, 배달을 지시하는 AI의 알고리즘이 바뀌었다고 한다. 산재 휴업 기간이 끝나고 다시 일터로 돌아갔을 때 나는 또다시 이런 새로운 업무환경에 적응해야만 한다. 나의 생계를 책임지는 내 일인데, 내일을 알 수가 없다. 대체 6년 전과 달라진 것이 무엇일까. 존재하지 않던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 원인은 오늘날 대다수의 배달노동자들이 몸담은 배달의민족, 쿠팡이츠와 같은 플랫폼 기업에 있지 않을까.

 

 

플랫폼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가.

현재 대다수의 배달노동자가 몸담은 플랫폼 기업들은 기존의 기업들과 다른 우선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들은 태생적으로 이윤을 우선하기보다는 거대한 규모 달성과 독점을 추구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독점 과정의 수단이 바로 소비자 편의, 플랫폼의 매력경쟁이다. 얼핏 소비자 입장에서는 낮은 비용, 선택지의 다양화, 서비스의 확대가 절대선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플랫폼은 그 확장과 소비자 편의를 위해 언제든 노동자의 삶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의 다수는 노동자다)일례로 카카오는 카풀 서비스를 통해 국내 차량 2,300만대를 플랫폼으로 연결하고자 25만 규모의 택시라는 기존의 노동 구조를 파괴하려고 시도했었고 오늘날의 유통 플랫폼 기업에서는 소비자 편의를 명분 삼아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고려하지 않는 배달시간 제한, 새벽 배송 등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해외의 플랫폼 기업인 아마존은 고객집착이라는 표어를 내걸어가며 시장 1위의 점유율을 차지하였다. 그 맹목적인 표어 이면에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다. 어느새 주류로 자리 잡은 이런 식의 소비자 우선주의가, ‘플랫폼의 자본주의가 우려스럽다.

 

 

플랫폼 자본주의, 참을 수 없는 노동의 가벼움

지금 포털 창에 배민커넥트를 검색하고 페이지에 들어가면, ‘시간 날 때 한두 시간 가볍게’, ‘운동 삼아’, ‘퇴근길에’, ‘주말 오후 한두 시간 가볍게라는 지원 배너가 떠 있다. 실제로 플랫폼 노동은 배너 속 표현처럼 시간 날 때 한두 시간 가볍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플랫폼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인권과 안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음식이 가게에서부터 주문자에게 가기까지, 결국 사람의 노동에 의존하고 있다면 말이다. 책임 있는 기업이라면 그 모든 노동의 과정을 가볍게 인식되도록 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지속 가능하게 해주는 모든 이들에게 발전적인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플랫폼 기업이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 어떻게 정책이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선 자영업자, 소비자, 배달노동자 모두가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인데, 그마저도 거의 독점에 가까운 시장이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를 찾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부가 나서서 적절한 개입을 하는 것은 물론 가장 기본 중의 기본으로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권이다.

 

출처: 민중의소리

배달 노동자의 인권, 노조할 권리를 보장받는 것에서부터

현재 배민의 경우 2,300여 명 규모의 배민라이더스에 대해선 노동3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6만여 명 규모의 배민커넥터에게는 노동 3권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 결국 커넥터들은 부당한 일이 있어도 배민에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합법적인 통로가 없는 것이다.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플랫폼노동자가 법적으로 노동자냐 아니냐의 문제를 떠나 노동3권은 기본적 권리로 보장되고 있는 상황인데, 플랫폼 기업들은 외면만 하고 있다.

 

노동을 노동이라 부르지 못하는 배달노동자들은 지금 이 시각에도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제도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단 한 시간의 노동이라도 그 가치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더 이상 노동을 노동이라 부르지 못하는 라이더가 존재하지 않기를 바란다. 결코 가볍지 않은 배달 노동자의 인권, 노조할 권리를 보장받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