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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호] 8.15 광화문 광장 안과 밖, 경계를 넘는 ‘코로나 도미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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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호] 8.15 광화문 광장 안과 밖, 경계를 넘는 ‘코로나 도미노’

dreaming marionette 2020. 10. 16. 09:00

양아라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타인의 건강, 생명, 삶과 공간은 무너져내렸다. 마치 ‘도미노’처럼, 한 명이 넘어지면 뒤를 이어 주변 사람들이 미끄러졌다. 연쇄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면서 공동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 앞에서, 개인이 방어할 수 있는 최선의 방역은 마스크였다, 그 이후 숨 막히는 일상의 시작이었다.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 을 파고들었고 병원, 요양원 등 사회의 가장 아픈 곳에서부터 무너 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코로나 도미노’의 끝에는 약자들의 삶이 놓였다. 개인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서, 공동체의 안전이 보호되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8월 15일 광화문 광장은 또 다른 코로나 도미노의 시작점이 되었다. 이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는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강행했다. 광화문 광장은 집단감염의 매개가 되는 공간으로 했다. 대규모 집회는 코로나 전파에 있어서 위험성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집회 신고 인원을 초과하여 참가자들이 광장에 몰렸고,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방역의 기본원칙이 무너졌다. ‘감염경로의 차단’이라는 방역의 기본원칙은 집회의 무질서와 함께 ‘감염경로의 확산’을 낳았다. 8.15 광화문 집회는 집단 감염의 방아쇠가 당겼고 광장의 안과 밖의 경계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신천지, 서울 구로구 콜센터, 이태원, 사랑제일교회 등 ‘N차 감염’ 의 또 다른 발원지가 됐다.

 

 전 목사가 8.15 광화문 집회에서 보여준 행태는 놀라웠다. 전 목사는 집회 무대에서 마스크를 손에 걸고 발언하거나, 지지자들과 악수하며 신체적 접촉을 했다.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이라는 최소한의 방역 수칙도 지키지 않는 모습이 목격됐다. 심지어 전 목사는 이날 교회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테러했다며, 근거 없는 거짓 정보를 유포하기도 했다. 전 목사는 자신이 자가격리 대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고, 이틀 후인 8월 1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전 목사는 병원으로 이송하는 순간에도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고 턱에 걸치며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이 언론 에 포착돼 비판받았다. 앞서 8월 12일 사랑제일교회 교인이 처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해당 교회의 비협조로 인해 방역의 어려움을 겪었다. 집단감염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 본부의 정례브리핑에 따르면, 9월 17일(0시 기준)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수는 1,168명에 달했다.

 

 전 목사는 집단감염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기보다는 9월 2일 병 원에서 퇴원하자마자,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 의 방역을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달 안에 사과하지 않으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겠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이 인용돼 풀려났다. 그는 광화문 집회 이후 법원은 보석 조건을 위반해 9월 7일 전 목사는 경기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서울시는 전 목사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전 목사는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하고 광복절 집회에 참석했 으며, 교회 관련 조사대상 명단을 누락·은폐해 제출하는 등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코로나 감염의 위험과 방역 수칙의 준수를 보도했던 언론도 이번 집단감염 사태에서 책임이 자유롭지 않다. 일부 언론들이 광화문 집회를 홍보하는 광고를 신문 지면에 게재했기 때문이다. 민주언론시 민연합의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광복절 집회가 열리기 한 달 전 7 월 15일부터 집회 당일인 8월 15일까지 조선, 중앙, 동아 세 개의 신 문에 한 달 동안 모두 36차례의 관련 광고를 실었다고 한다. 8월 14일 국민일보와 조선일보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의 집회 광고를 게재했고,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는 8월 20일 ‘사랑제일교회 및 전광훈 목사 대국민 입장문’을 광고로 실어 내보냈다. 광고는 신문의 지면을 차지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광고도 언론사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광고와 기사는 별개라는 논리는 설득력 을 발휘하지 못한다. 9월 17일(12시 기준) 8.15일 서울 도심 집회와 관련한 누적 확진자는 총 604명이다.

 

 광장은 시민의 저항과 항의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공간으로 상징 된다. 2017년 겨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의 촛불들이 모여, 국정농단의 책임을 묻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했고,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 를 이뤘다.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촛불 시위에 자주 붙었던 수식어는 바로 ‘평화적 집회’였다. ‘집회·결사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구성요소이며 기본권이다. 대한민국 헌법 21조에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명시 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 20조,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21조에서도 “모든 사람은 평화적인 집회 및 단체 결성의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인정되는 권리이며, 인권의 기본요소다. 집회 자체의 원천적 금지는 위법의 소지가 있다. 다만,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았던 15일 광화문 집회는 결과적으로 코로나 ‘집단감염 가능성’의 현실화를 가져왔다. 현재 공동 체에 실질적 해악을 초래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었던 것이다.

 

 광화문 광장은 정보전염병(infodemic, 인포데믹)이 일어나는 공간이었다. 실제 감염병처럼 거짓 정보들이 유튜브와 SNS를 타고 흘러 정보를 감염시키는 문제를 발생했다. 보수 성향의 유튜버들은 광화문 집회를 중계하며, 코로나19 진단검사 결과 조작 가능성과 경찰 버스에 끼여 집회 참가자가 사망했다는 허위정보를 퍼트리기도 했다. 유튜브 ‘신의한수’ 채널 대표인 신혜식 씨도 광화문 집회에 참석 했다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신 씨는 코로나19 입원 치료 중 에도 ‘병상 방송’을 진행하며, 방역 활동을 방해하는 허위 사실을 퍼트리기도 했다. 신 씨는 8월 28일 퇴원한 후에도 유튜브 방송에서 K방역은 “사기 방역”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역’은 정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의 신뢰, 협조, 희생을 동반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최일선에 서 있는 의료진과 방역·보건 담당 인력들은 진단검사와 역학조사 대상이 많아지면서 매일 고강도의 근무를 버텨내고 있으며 피로도는 연일 누적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할 경우 이들은 보호장비 부족으로 인해 감염에도 노출될 수 있다. 여러 차례 코로나 확진의 급증은 이처럼 의료 현장의 혼란뿐만 아니라 의료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되어왔다. 중환자 치료 병상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생기며, 제때 수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응급환자들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가 한국과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 14개국 국민 1만4천2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89%가 ‘감염병 확산’을 국가의 중대한 위협으로 꼽았다. 확진자 수에 따라 방역의 단계가 달라지고 국민의 운신 폭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광화문 집회 다음날인 8월 16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로 격상됐다. 이에 따라 8월 19일부터 서울·경기·인천 지역 교회는 비대면 예배만 허용되며, 대면 모임 행사, 식사 등 활동이 금지됐다. 8월 30일 수도권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됐고, 일주일간 더 연장했다. 수도권에 있는 모든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에 밤 9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포장과 배달만 허용됐다. 10 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형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카페, 헬스장, 당구장, 골프 연습장 등 실내체육시설에는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은 급격한 매출 감소와 폐업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경제적 피해 등을 고려해 9월 13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간 2단계로 조정했 지만, 코로나가 남긴 상처는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추석 연휴 동안 대규모 인구 이동에 감염 확산을 우려 해 9월 28일부터 2주간을 특별방역기간으로 설정했다. 8월 21일 서울 전역에 내려졌던 10인 이상 집회금지 조치는 10월 11일 자정까지 유 지된다. 추석 연휴와 10월 3일 개천절이 지나고, 이 신문을 보는 날 현실에 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확진자 수가 두 자리일까? 세 자리일 까? 그래도 우리는 다시 일상을 맞이할 것이다.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걸 려 넘어지지 않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거리를 두고 있을 것이다. 백신 및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전파를 막는 최선의 방법은 접촉자를 신속히 조사하고, 조기에 환자를 찾아 격리, 치료하는 것뿐 이다. 방역 준수와 협조는 누군가가 넘어지면 함께 일으켜줄 수 있고, 무너지지 않도록 서로를 지탱하는 연대가 될 수 있다. 그것을 행하는 주체는 한 공간에 운집한 파괴적인 공중도, 공포 속에서 고립된 개인도 아닐 것이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전해준 메시지는 물리적 거리를 두고 구분 지어도 결국 사람과 사람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 이다. 그 연결점에 서서 우리는 사회적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고 행동 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봐야 한다. ‘함께 하는 삶’을 기대해 본다. ‘어게인(again) 코로나’가 아닌, '굿바이 코로나'라는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