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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54호] 코로나19 재난과 고통의 불평등_김정대

김정대 신부 ( 예수회 ,  물리  81)

 

지난 327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텅 비어있는 성 베드로 광장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을 청하며 세상을 위해서 기도하였다. 그가 종교 지도자로서 세상의 고통을 함께 지며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비가 오는 텅 빈 성베드로 광장에서 교황 홀로 세상을 위해서 기도하는 장면은 매우 비현실적이고 슬프기까지 하였다. 또 교황은 성베드로 성당에서 예년과 달리 소수의 사람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쓸쓸히 부활절 성야미사를 주례했다. 이런 비현실적인 장면이 우리의 현실이 된지도 벌써 6개월이 넘었다. 교황이 보여준 몇몇 장면들은 현재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이라는 재난 앞에서 우리가 짊어져야 하는 고립과 고통 같은 삶의 무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런 재난은 누구나 경험하지만 재난으로 인한 고통은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재난의 고통은 더 큰 무게로 다가온다.

 

먼저 감염의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어떤 이들은 대중교통을 회피하고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한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노동자들도 있다. 그러나 생산직 노동자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재택근무가 가능하지 않다. 이들은 매일 매일을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또 감염에 매우 취약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지난 310일 서울 구로구의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의 직원과 교육생, 가족 등 최소한 79명 확진판정을 받은 것이 단적인 예이다. 이 집단감염의 원인은 2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좁고 밀폐된 공간에 모여 있는 것과 업무 특성상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노동환경이었다.

 

출처 :  픽사베이

524일 첫 확진자가 발생하여 집단 감염으로 이어져 152명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한 쿠팡 부천물류센터의 경우도 비슷한 예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대부분의 사업체가 불황기를 겪고 있지만 온라인 물류업체는 약진중이다. 그중 쿠팡은 최대의 수혜 업체로 꼽히고 있으며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속에서 거래량이 두 배가 늘어 300만 건을 웃돌고 있다.사업의 번성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방역에 취약한 구조와 노동환경을 가지고 있다. 먼저 고용구조가 방역에 취약한 부분이다. 쿠팡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하루 일해서 그날 일한 수당을 받는 일용직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아프면 쉬어야 하는데 그럴 경우 돈을 받지 못하므로 직접적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다. 사실 첫 확진자도 증상 발현 후 11일 후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 사이에 그를 접촉한 사람들은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감염의 위험에 노출된 환경에서 컨테이너 내부에서 작업을 할 경우, 노동자들은 밀폐된 환경에서 단기간 내에 강도 높은 노동을 해야 하기에 노동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기 쉽지 않다. 또 휴게실 식당 등에서 거리두기가 미흡했고 방역을 철저히 하지 않은 것이 복합적인 원인이 되어 집단 감염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쿠팡은 24일 첫 확진자 발생 통보를 받았음에도 이 사실을 노동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정상출근을 하게 하였고 25일에도 노동자들에게 문자로 출근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정상출근한 사람들 중에 다음날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도 있다. 쿠팡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늘어난 배송물량을 처리하기 위해서 노동자들의 안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쿠팡이 내세우는 로켓배송뒤에는 노동자들의 목숨이 담보된 노동이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현장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어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 차별 외에도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불황기에는 먼저 해고당하는 차별을 당한다. 들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의 재난 속에서 감염 위험 외에도 해고의 피해에도 노출되어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최근 만 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공항공사와 자회사에 직접 고용했다. 인천공항 운영 및 관리 노동자 외에도 인천공항에는 여행관광업과 항공업과 같은 업종이 집약적으로 모여 있어 고용된 노동자 수는 7만 정도이다. 모든 나라가 문을 꼭꼭 닫아걸고 있으니 여행관광업과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대부분의 업종이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노동자들은 연차 강제와 무급휴직, 그리고 권고사직을 빙자한 해고와 같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인천투데이, 46) 지난 47일 국제노동기구는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해서 올해 2분기 전 세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6.7%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향신문, 49)

 

아시아나 KO(케이오)의 예는 항공업계의 불황으로 인해 무급휴직과 해고의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나 케이오는 아시아나항공의 수화물 분류 및 기내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하청업체이다. KO 외에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소유의 KF, KA, KR과 같은 하청업체들도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항공기 운항이 줄어들자 하청업체인 아시아나 케이오는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이나 무기한 무급휴직을 선택하도록 강요하였다. 사측의 강요로 500여명의 노동자 가운데 120여명은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고, 360명의 노동자는 무기한 무급휴직동의서에 서명했다. 그리고 무급휴직 동의서에 서명을 거부한 노동자 8명은 지난 511일자로 정리해고를 통보받았다. 이런 아시아나 케이오의 기업 운영 방식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이기적인 행위이다. 왜냐하면 정부는 이런 항공업계가 불황을 극복하도록 3조원의 지원금을, 그리고 노동자들에게 휴업수당의 90%를 지원할 수 있는 5천억 원의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시아나 케이오는 고용유지를 위한 10%의 분담금조차 거부하고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아시아나 케이오는 노동자와 기업의 상생을 거부한 것이다.

 

우리 몸의 중심은 가장 약한 부분이다. 즉 가장 약한 부분이 보호될 때 우리는 건강하게 균형 잡힌 몸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약한 사람들이 보호될 때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사회적 약자들이 일회용 취급을 당하고 사회에서 배제되고 있는 우리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이렇게 일회용 취급을 당하고 사회에서 배제되고 있는 비정규직의 숫자는 어림잡아도 천만 정도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무관심, 자기중심, 분열과 망각과 같은 단어는 없어져야 하며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되는 희망이라는 다른 전염병이 퍼져나가길기원했다. 우리는 생명과 이웃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연대를 실천하고, 배려와 돌봄으로 사회에서 배제되고 있는 이웃들에게 희망을 나누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의 시기에 우리는 뉴 노멀(New Normal)’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는 원래 새로운 표준이라는 의미의 경제용어이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고 있다. 이제 진정으로 새로운 표준을 이야기해야 할 때이다. 우리 사회는 과거와 같은 자본 중심의 공격적인 약육강식의 사회가 아니라 관계적이고 인간중심적인 새로운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자에 대한 배려와 돌봄, 그리고 나눔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런 새로운 가치로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