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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55호] ‘웰컴 투 X-월드’, 영화감독 한태의를 만나다

인터뷰 및 정리: 오유선 기자

 

엄마는 드디어 X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어머니의 독립을 그린 영화

 

결혼에는 한 가지 형태만 있는 것이 아니다달라진 가치관

 

한 인간을 다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 다큐의 매력

2020년 11월, 영화관 한 번 가기 어려웠던 1년이 마무리되어가는 이때 큰 결심을 하고 영화관에 찾아가게 된 영화가 한 편 있다. 2020년 10월 29일에 개봉한 영화 ‘웰컴 투 X-월드’는 한태의 감독이 본인의 가족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구로동 집에는 나, 엄마 그리고 친할아버지가 산다.
12년 전 아빠가 돌아가신 후에도 엄마는 시아버지를 모시고 산다.
희생하는 엄마를 보고 자란 나는 결혼이 싫다.’

영화를 검색하면 나오는 설명과 같이 한태의 감독은 어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구로동의 아파트에서 살아왔다. 어머니와 한없이 친밀한 사이지만 어머니께서 결혼 생활로 희생만 해오셨다고 생각한 한태의 감독은 가족 행사, 결혼 등에 대한 가치관으로 어머니와 부딪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돌연 앞으로 따로 살자는 말씀을 꺼내시면서 모녀는 인생 첫 독립을 맞이하게 된다. 12년 동안 시아버지와 함께 살아온 어머니의 독립 과정을 그린 ‘웰컴 투 X-월드’는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과 공감, 그리고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영화를 통해 왠지 익숙해진 구로동의 한 놀이터에서 한태의 영화감독과 즐거우면서도 진솔한 인터뷰 시간을 가져보았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영화 웰컴 투 X-월드를 연출한 한태의입니다.

 

 

- 영화 내용에 대하여

 

영화를 보면서 단연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결혼식 장면이었어요. 영화를 찍게 된 계기가 아무래도 결혼으로 대표되는 가치관의 차이였으니까요. 영화를 찍고 시간이 지난 현재, 감독님의 가치관은 어떤지, 달라지신 점이 있다면 어떻게 달라지셨는지 궁금합니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뀐 시점은, 영화를 편집하면서 계속 촬영 소스를 보고 편집하면서 변화가 시작됐어요. 저는 전에는 어머니께서 결혼으로 얻은 게 없고 희생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만들면서 내가 몰랐던, 어머니께서 쌓아오신 점들을 발견했어요. 저는 어째서인지 어머니께서 늘 약하다고 생각하고, 지켜드려야 하고 보호해드려야 하는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촬영 소스를 보고 어머니와의 대화를 들으면서 내적으로 강하고 단단한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어요. 현대에 오면서 어쩌면 점점 타인에게 친절해지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어머니께서 다른 사람에게 자기 마음을 표현하고 사랑을 줄 수 있는 멋진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죠. 결혼은 그런 어머니께서 선택하고 원했던 결정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점점 결혼이 하나의 모양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제가 결혼은 기피했던 제일 큰 이유는 어머니께서 해오셨던 결혼 생활을 보면서, 나는 그렇게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거든요.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는데,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에 대해서 지레 겁을 먹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어머니의 경우에는 작년에 영화가 상영됐을 때 GV를 진행하면서 관객과 대화하고 소통하시면서 달라지셨어요. 어머니는 결혼 생활을 통한 어머니 본인의 풍요로운 경험이 있으시다 보니, 전에는 결혼은 꼭 해야 한다는 입장이셨어요. 하지만 GV때 젊은 여성 관객들과 대화 많이 하시면서 이제는 꼭 네가 이걸(결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씀하시면서, 하고 싶으면 하는 방향으로 생각이 달라지셨어요. GV를 통해 관객분들과 대화를 하면서 많은 순기능을 경험했어요. 영화를 보신 관객분들이 영화로 인해 영향을 받고, 이에 대해 좋은 말씀을 해주시면 저와 어머니도 또 영향을 받고 느끼는 점들이 많았어요.

 

 

 

영화에서는 두 번의 결혼식 장면이 나오는데요, 어머니께서 익산 결혼식에 가셨던 두 번째 결혼식 장면 또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것 같았습니다.

 

익산 결혼식 장면은 어머니께서 친가 쪽 결혼식에 가시는 때였어요. 저는 막연하게 어머니께서 혼자 친가 결혼식에 가신다면 어색하고 서먹한 분위기 속에서 옆사람과 마주치면 마지못해 대화하고... 그렇게 다녀오실 것 같았어요. 그래서 원래 저는 안 가고 싶었는데 걱정이 되어서 따라갔어요. 그런데 막상 결혼식에 들어가니까 친가 친척분들이 어머니를 너무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께서 정말 가진 게 많은, 마음이 풍요로우신 사람이라는 걸 느꼈어요. 동시에 내가 지금까지 왜 어머니의 결혼식을 평가했었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어머니를 어머니로만 생각했는데, 결혼식에서 보여주신 아이같은 낯선 모습이 신기했어요. 지금까지 어머니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가족을 한 가지 이미지로만 생각해왔는데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된 거죠.

 

 

 

영화 중간중간에 ‘난 엄마를 진실의 방으로 데려갔다’ 멘트가 나오면서 노래방 장면이 나오는 부분이 재밌었어요. 영화 전반에 걸쳐 어머니의 기분을 전환해 드리려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면서, 감독님께서 굉장히 긍정적인 성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어머니 앞에서는 창피해하는 게 하나도 없어서, 옛날부터 어머니와 노래방에 자주 갔어요. 오히려 친구들과 노래방에 갈 때는 따로 들어가는 편인데, 어머니와는 함께 들어가곤 했어요. 노래방에 들어가면 어머니께선 제 노래에 익숙해서 자주 주무시는 편이고요(웃음). 그런데 어머니께서 이사 직전에 노래방에서 우실지 누가 알았겠어요. ‘진실의 방에 가지 않았더라면 이런 장면을 찍었을 수 있었을까?’ 싶어요. 전 다큐가 정말 재밌다고 생각하는 게, 어떤 인간에 대해서 다 알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사 준비가 다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그때의 어머니의 또 다른 마음을 알게 된 순간이었고, 그건 정말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어요. 그 장면을 생각하면 다큐를 찍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평소에 괜찮다고 말하면 정말 괜찮아진다고 생각해요. 상황이 안 좋을 때는 내가 바꿀 수 있는 한에서 바꿔보고, 안 되면 안 되는 거고. 심플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좌절도 그만큼 많이 해요. 슬픈 일이 있으면 죽을 것처럼 슬퍼하면서 감정을 소진하고, 빨리 회복하는 편이에요. 어떻게 보면 성격이 긍정적이라기보다도 회복이 빠른 성격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반대로 안 좋은 일이 있으면 그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시거든요. 그래서 저는 옆에서 계속 아무 일도 아니야’, ‘아무 일도 안 일어났어같은 말씀을 많이 해드렸어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건 어머니를 웃겨드리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어머니가 한 번이라도 웃겠지?’ 하면서요.

 

 

 

영화를 보면서 감독님의 할아버지께서 독특하신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감독님께서는 영화를 촬영하고 편집할 때 할아버지에 대해서는 어떤 마음으로 작업하셨나요?

 

 

영화에서는 제가 할아버지에 대해 갖고 있던 인상을 보여준 것 같아요. 저는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음악도 굉장히 재밌는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작권 무료 사이트에서 여러 음악을 듣다가, 영화에 사용한 인도풍 음악을 듣고 이건 할아버지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사용하게 됐어요. 할아버지의, 정의내리기 힘들지만 신비롭고 뭔가 순수한 모습도 있는 점을 잘 표현해준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이 영화의 시작점(출발점)이 할아버지께서 따로 살자고 말씀하신 부분인 것 같았어요. 혹시라도 당시의 결정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나 상황 등이 있었을까요?

 

당시에는 집에서 나간다는 사실 자체가 기뻐서, 복잡한 부분은 얘기하기 싫고 깊이 파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할아버지께서 이제 태의도 다 컸고 하니까 따로 살자고 말씀을 하셨어요. 생각해보면 저랑 어머니가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온 거기도 하지만, 할아버지께서도 우리와 같이 사셨던 거잖아요. 같이 사시면서 불편하셨던 점, 참으셨던 점들도 있었을 것 같았어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는 어머니께 자전거를 가르쳐드리는 장면, 바리스타 자격증을 꿈꾸시는 어머니, 호주(강아지)를 데려오시는 부분 등 새로운 시도를 하시는 부분이 나왔는데요, 최근 어머니와 새롭게 경험하신 일들이 있으시다면 어떤 일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호주를 집에 데려온 건 3년 전이었어요. 저희집 앞에 도림천이라는 하천이 있는데, 이제 어머니께서는 자전거가 익숙해지셔서 어머니께서는 자전거를 타고 저와 호주는 옆에서 뛰고는 해요. 제가 어머니와 자주 하는 일은 함께 스쿠터를 타는 거예요. 저는 앞에, 어머니는 뒤에 타시고 스쿠터를 타고 주위를 돌고는 해요. 가까운 곳만이 아니라 인천 월미도 쪽도 함께 가고, 요즘은 이렇게 어머니와 함께 바람을 쐬러 다니고 있어요.

 

 

 

감독님께서 웰컴 투 X-월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요?

 

볼 때마다 달라지지만, 영화 후반부에 집 계약을 마무리하면서 서류 도장 찍고 마지막으로 동사무소에 가면서 어머니께서 내 힘으로 집 장만했다고 울먹이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전 옆에서 걸으면서 촬영도 하고 있었고, 동시에 현실에서의 딸 태의이기도 했죠. 그래서 그때 렌즈가 땅으로 향하는 순간이 있어요. 처음에는 왜 이렇게 찍었지하면서 답답했는데, 다시 보니 그런 희한한 장면, 그 앵글에서 내가 느꼈던 그때의 마음이 담겨있었어요. 다른 장면들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면서 점점 덤덤해지는데, 이 장면은 뭉클해지는 점이 있어요.

 

 

- 제작 과정에 대하여

 

 

웰컴 투 X-월드는 다큐멘터리 영화였던 만큼 영화를 찍은 과정, 기간에 대해 궁금합니다. 가족을 대상으로 상당히 오랜 기간 촬영을 하셨던 것 같은데, 준비 기간 및 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201610월에 촬영을 시작해서 20173-4월쯤까지 약 6-7개월 동안 찍었어요. 나중에 보니까 분량이 엄청 많았더라고요. 하루에도 계속 캠코더를 틀어놓고 있었고, 촬영 소스는 넘쳐났어요.

웰컴 투 X-월드를 찍은 건, 휴학하고 캠코더를 구입했을 때였어요. 그날도 친척 결혼식 관련으로 어머니와 다퉜는데,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어머니와 제가 결혼이나 가족의 범위에 대해 생각하는 데에서 차이점이 많았어요. 어머니와 20년 넘게 같이 살았는데 이렇게 생각이 다르다는 게 신기해서 촬영을 시작하게 됐어요.

저는 저희 어머니께서 굉장히 입체적인 분이라고 생각해요. 가부장적인 생활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고지식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어머니께선 네 나이 땐 놀 수 있는 건 다 놀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라라고 말씀하시곤 했어요. 통금도 한 번도 없었고요. 어머니의 그런 입체적인 면이 신기해서 어머니의 모습을 찍기 시작했어요.

 

 

 

웰컴 투 X-월드를 편집할 때에는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작업을 하셨나요? 또한 영화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기억에 남거나 보여주고 싶었던 장면이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저도 이번 영화를 만들기 전까지 다큐멘터리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직접 만들어가면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안 보여주고가 중요한 선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다큐는 등장하는 인물들이 극 안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오다가다 마주칠 수 있는 실제 살아있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저는 영화를 편집할 때 우리 가족들이 오해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내가 이 장면을 보여주고 안 보여주고에 따라 인상이 달라지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 가족들에게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하는 평가를 받지 않도록 신경썼던 것 같아요. 관객들이 오해하는 것도 있지만, 또 영화를 보면서 저희 가족 내에서도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편집하면서 제 3자에게도 많이 보여주고 수정했어요.

영화에서 다르게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했던 부분은, 영화의 첫 장면에 할아버지께서 치킨을 사 오시는 장면이 있어요. 영화에서는 앞부분에 나오지만, 사실 그때는 이사와 관련해서 모든 것을 종결짓고 집에서 나가기 직전의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이사 직전에 할아버지께서 3일 내내 시장에서 파는 옛날통닭은 사오시는 거예요. 3일 내내 통닭을 사오시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뭉클했어요. 그때 전 이사 직전이라 신나기만 했던 기분에, 할아버지의 마음은 헤아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할아버지는 어떤 심정이실까? 나와 엄마가 나가기 직전의 마음은 어떠셨을까? 싶은 마음에 이 장면을 영화 초반에 넣었어요. 보면서 그때의 상황 속에 담겨있던 감정들도 많이 느껴졌어요. 영화에서는 3일 중 하루의 모습만 나와 있는데, 3일 동안 치킨을 사오시는 장면을 연속적으로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영화가 처음 공개됐던 건 작년이었는데요, 작년에 영화가 나왔던 상황과 올해 개봉한 상황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웰컴 투 X-월드가 최초로 상영된 건 201910월 부산국제영화제였어요. 영화는 보통 처음 공개된 시점을 표시해서 올해 정식 개봉을 했어도 2019년 영화로 나오게 됐어요. 작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상영을 했고, 올해도 기타 영화제에서 상영하다가 올해 10월에 정식 개봉을 하게 됐어요.

 

 

 

 

 

 

- 감독님께 개인적으로 드리는 질문

 

외람되지만...! 영화의 초반에서 성적도 우수하고 어머니의 기대주였다가 영상과에 들어가시면서 웬수가 되었다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감독님께서 영화 쪽을 생각하시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영화에 문외한이었고, 예전에는 영화관에 들어가서 2시간 동안 집중해서 보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재수를 하면서 미래에 대한 생각을 했는데, ‘어떻게 해야 행복할까?’ 하는 고민이 들었어요. 막연히 제가 가고 싶었던 대학의 아무 과나 들어가서, 신입생 엠티에 갔다와서 자면 행복할까? 싶었는데 그렇지 않을 것 같았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고민을 가지고 재수하던 중에 영화 한 편을 우연히 보게 됐어요. 영화라는 게 그 자체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2시간짜리 기록물인데, 그걸 보는 사람들은 영향을 받고 생각이 달라진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이런 걸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살면서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게 생겼던 거죠. ‘우연이라는 게 참 신기한 것 같은데, 그때의 그 경험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살아왔을지, 또 다르게 살았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시 그때 보셨던 영화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파수꾼이라는 영화였어요. 영화를 많이 봤을 때도 아닌데 독립 영화를 어떻게 보게 됐는지 지금도 신기해요. 그 영화를 보면서 저의 한 시절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해볼 수 있었어요. 귀중했던 경험이었죠. 어렸을 때 수련회에 가면 촛불을 키고 부모님을 떠올려 봅시다하는 시간처럼, 억지로 목졸라서 과거를 돌이키게 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영화를 통해 누가 억지로 시키지 않았는데도 저 혼자 그런 근사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게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어요.

 

 

앞으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시나리오를 따로 쓰면서 작업을 진행할 때 감독님이 생각하는 작품의 특징(하고 싶은 이야기, 장르 등)은 어떤 걸까요?

 

다음에는 극 영화를 찍고 싶어요. 전에는 현실을 기반으로 한 짙은 느낌의 작품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잠깐이라도 현실에서 벗어나는 작품을 좋아하게 됐어요. 극단적으로 좀비물 같은 영화도요. 최근 본 영화 중에 좋아하는 작품은 새벽의 황당한 저주가 있는데, 현실을 벗어났지만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어서 좋았어요. ‘트루먼 쇼영화를 보면서도 이런 영화를 찍게 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았어요. 인생을 담고 있으면서도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현실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걸 그대로 보여주는 건 아닌 그런 작품에 빠져있어요. 그런 영화를 좋아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언젠가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한태의 영화감독은 새로운 시작으로 가득한 X-월드로 나아가며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웰컴투 X-월드에서 그려지는 가족의 모습은 독특하면서도 우리 모두의 모습과 닮아있다. 문득 어머니 생각이 나는 날이면 이번 영화를 감상해보기를 추천한다. 여건이 된다면 어머니와 함께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끊임없이 대화할 주제들이 생기리라 예상한다. 한태의 영화감독의 새로운 작품을 통해 다시 만나는 날을 진심으로 기대하며 이번 인터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