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

[155호] 오늘 뭐 읽지?

-교수님, 어떤 책을 읽을까요?

 

 

조재희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

 

 

출처: 교보문고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당연시되는 말과 행동 그리고 태도를 통해 누군가를 차별하고 있을 수 있음에 대해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지금까지 본인이 무심코 남들에게 보여줬던 비의도적인 차별적인모습을 돌아보면서, 선량한 마음을 지니고 있으나 차별할 수 있음에 대해 숙고할 기회를 갖는다. 책을 읽은 후, 나는 덩치 큰 사내가 마주 오는 여인을 보고는, 길의 한편으로 비켜서서 걷고 시선을 가로수 잎으로 돌리는 장면을 떠올려 본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

 

 

 

출처: 교보문고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에서 독자는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톱사슴벌레는 미루나무를 좋아하는데 다리가 약해. 그래서 미루나무를 세게 차면 사슴벌레가 뚝 떨어진다!”라는 동네 형들의 얘기에 냇가를 따라서 늘어서 있던 미루나무를 발로 차고 다녔던 기억이 났다. 나무가 굵어서 어린 아이의 발차기로는 꿈쩍도 하지 않고 발만 아팠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 이상 우리 아이들과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이 마음을 아리게 한다. 리처드 루브는 아이들에게 있어서의 자연의 중요성을 절절히 서술한다.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 - 리처드 루브 -

 

 

 

세상은 단 한 순간도 머물러 있지 않으며,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는 항상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모스크바의 신사]의 주인공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은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호텔의 다락방에서 기거하면서 호텔에 격리된 삶을 살고 있고, 이전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 속에서 살게 된다. 호텔로 한정된 지극히 좁은 세상은 자유롭고 풍유롭게만 살아온 백작에게는 지옥 일진데, 기품과 유머를 잃지 않고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이 오히려 유쾌하다. 로스토프 백작은 디지털화로 인해 무한의 공간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삶을 사는 우리에게 중심을 잡고 남을 배려하는 삶이 주는 따스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모스크바의 신사] - 에이모 토울스 -

 

 

 

원용진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

 

 

 

 

 문화연구(Cultural Studies)가 꿈꾸었던 연구의 전형이었지 않았을까. 이 이후의 문화연구 작업들은 이로부터 미끌어져간 연속이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문화연구와는 너무 큰 간극을 가진 저술이다. 현실 정치가 이뤄지는 방식을 자신들의 정치 철학, 혹은 정치 이론을 숨긴 채 그러나 꼼꼼히 적용해가며 만든 책이다. 이후 대처리즘 논쟁을 촉발시키는 전초 역할을 한 이 저작을 부산대의 실력있는 임영호 교수가 번역 중이라 하니 기다려진다. 40년이 자니서 번역본이 나오는 셈이니 이를 계기로 한국의 문화연구가 제 몸을 추스르는 계기도 되었으면 한다.

 

 

 

 

 

 

Policing the Crisis: Mugging, the State, and Law and Order

Stuart Hall, Chas Critcher , Tony Jefferson , John Clarke, Brian Roberts

 

 

 

 

 

 

텔레비전의 내용과 형식이 분석될 수 있으며 그 분석이 세상사는 사람 꼴과 연결됨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누구든 텔레비전을 해석해 비평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살짝 눌러주고 텔레비전 비평도 전문 비평 영역이 될 수 있다는 힌트를 전해주었다. 과도하게 문학이론을 빌려와 비평하지 않으면서도 문학이론을 텔레비전만큼이나 대중화시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피스크를 세계적인 대중문화비평가, 이론가로 이름을 떨치게 한 책이다. 텔레비전의 인기 프로그램의 비결이 이 책 행간에 숨겨져 있는데 아마 이 책도 그 비결에 기대고 있지 않나 싶다.

 

 

 

 

텔레비전 문화(Television Culture) -존 피스크-

 

 

 

 

 

 

나의 박사 논문 (The Making of National Culture) 이후의 저서나 논문은 대체로 전통의 발명, 민족주의, 국가주의, 권력 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중매체가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어떤 내용과 형식을 동원하여 대중 주체를 만드는지를 논의하였다. 기억해보면 홉스봄은 나에게는 숨겨진 가정교사 같은 존재였다. 이 저서와의 만남을 통해 언어적 전회(linguistic turn)를 꾀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고 모든 자연스러움에 대해 의구심을 던져보는 자세를 갖추게 되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에 펼쳐진 온갖 연행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한 나의 박사논문에는 홉스봄에 빚진 바를 적지 못했다. 괜찮다면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 이 자투리를 빌어서라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이 책에 다시 방점을 찍으며 존경을 전하고 싶다.

 

만들어진 전통 -에릭 홉스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