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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115호] 산책자, 이 거리가 낯설다 조성호-(이하 성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어떻게 읽었어? 1930년대 소설치곤 구보 박태원의 도시적 감각이 굉장히 세련되더라고. 정미지(이하 미지)- 지금 우리가 느끼는 거랑 별반 달라 보이지 않던데? 그런데 서울 풍경은 많이 달라졌잖아. 성호- 그렇긴 한데 오늘날의 우리가 당시 경성을 거닐던 구보와 같은 도시적 감각을 여전히 느끼고 있을까? 벌써 70여 년이나 흘렀잖아? 도시풍경이 변한만큼 구보와는 다르게 서울이 느껴질 법도 한데. 미지- 글쎄, 그럼 우선 구보가 처음 산책을 떠났던 곳부터 출발해보자. 여기가 구보의 집이 있던 청계천이지? 성호- 어, 근데 구보가 집을 나선 이유가 재미있었어. 글로 먹고 산다지만 딱 26세의 남자다워. 미지- 구보는 결혼을 재촉하는 어머니 잔소리에 쫓기듯 집을 .. 더보기
[115호] 우리는 오늘, 김수영을 읽는다 이은정(이화여대 강사) 흘깃 바라보기만 해도, 보는 이를 한 순간에 결박시켜버리는 사진이 있다. 푼크툼, 사진의 어떤 의외의 부분이 보는 이의 마음과 머리와 눈을 찌르듯 상흔과 자상을 남기는 순간이다. 김수영의 이 사진이야말로 몇 번을 보아도 생생한 푼크툼, 녹록치 않은 결박을 느끼게 한다. 어떤 이는 이 사진에서 ‘런닝구의 포스’를 발견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영화배우 양조위의 깊고 쓸쓸한 표정을 얘기하기도 하며, 어떤 이는 그 불온한 아우라에 일순 전염되고, 어떤 이는 그 퀭하고 형형한 눈빛에 한참 사로잡혀 있기도 한다. 사진 속의 김수영은 뺨을 괴고 앉아 생각에 골몰한 채 비스듬한 시선으로 묻는다. “나, 너, 우리, 어떻게 살고 있는가?” 김수영은 생전보다 사후에 각인된 시인이다. 1970년대와 .. 더보기
[115호] 죽음을 증언하는 검은 페이지의 삶 이성혁 (문학평론가) 1989년 3월 7일 새벽, 기형도 시인은 종로에 있는 한 삼류 극장에서 뇌졸중으로 숨졌다. 만 29세. 그리고 같은 해 5월, 그의 유고 시집인 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곧 기형도를 뒤따라 세상을 떠나게 될, 당대의 평론가 김현이 이 시집에 감동적인 해설을 썼다. 요절한 시인의 시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을 평론가의 해설이 실려 있는 이 시집은 1990년대에 굉장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독재 체제에 항거하는 데 기꺼이 참여했던 1980년대의 시가 대낮의 시라고 한다면, 기형도의 시는 밤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1990년대의 청년들은 에서 어두운 곳에 감추어져 있었던 자신의 검은 자화상을 발견하곤 했다. 입속의 검은 잎, 낯선 나와 마주치기 기형도의 시를 읽어.. 더보기
[115호] 유재하, 주류와 언더 사이에 움튼 위로의 목소리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25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요절가수 고 유재하. 생전의 그는 엄청난 대중적 파급력을 담보했던 인기가수도 자체 후광이 눈을 멀게 하는 미남도 아니었다. 솔직히 단 한 번도 그가 노래하는 모습을 직접 목도한 대중 또한 거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잘 알지도 본적도 없고 더구나 세상을 떠난 지 23년이나 된 가수의 노래가 왜 지금도 많은 영화 속에 삽입되며 존재가치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일까? 23년 전 세상을 떠난 유재하를 지금 우리가 다시 기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재하는 데뷔음반이 곧 유작앨범이 된 대중가요 사상 유례가 없는 비운의 가수다. 그는 세월이 흐를수록 생존의 아쉬움을 더하는 독특한 가수다. 당시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직접 작사, 작곡, 연주, 노래하는 .. 더보기
[115호]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 임종진(사진작가) 올해를 넘기면 어느새 15주기를 맞이한다. 스스로 삶을 거두고 떠난 사람. 그가 없는 빈자리는 기억 저편의 아련함으로 가득 메워졌다. 쌓인 세월만큼 그리 깊어가는 것일까. 여전히 그가 그립다. 15년 전의 과거형으로 기억되지만 그대로 가슴 깊이 남아있는 사람. 김광석. 오늘도 광석이 형이 그립다. 지난 2005년 12월 초순 즈음 어느 늦은 밤. 먼지 냄새가 폴폴 묻어나는 필름을 꺼내 든 순간 예상했던 대로 가슴이 먹먹해졌다. ‘1996년 1월’ 이후 되도록 꺼내려하지 않았던, 일부러 살펴보려 하지도 않았던 그런 필름꾸러미였다. 사진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사진 작업물에 대한 애착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옛 기억이 상념에 허우적댈 것이 뻔했기에 ‘보는’ 것을 자제하려던 것이었다. 남들이 생.. 더보기
[115호] 신의의 인간 박종철, 언제 어디서나 김태호 (박종철출판사 대표) 박종철(朴鍾哲). 1987년 1월 14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4년이 조금 안 된 어느 날, 서울 남영동에 있는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의 비밀 조사실에서 수사를 받다 고문에 목숨을 잃은 대학생의 이름이다. 정보기관은 혈안이 되어 찾던 어떤 운동권 학생의 소재를 후배인 박종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해 연행했다. 고문이 있었고, 박종철은 입을 열지 않았다. 전두환이 대통령이던 시절이었다. 1979년 12월 12일에 불법적으로 권력을 찬탈하고, 그에 반대하는 시위와 집회는 곤봉과 최루탄으로 해산시키고, 시민과 학생들을 연행하여 감옥으로 보내고, 결정적으로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은 군인 집단의 우두머리가 참으로 희한한 방식으로 대통령으로.. 더보기
[115호] 20세기 전태일과 21세이 글로벌 리더십 임승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저자) 얼마 전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분신을 했다.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에 문제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일이다.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면서 자신의 23살 파릇파릇한 몸뚱이에 파란 불꽃을 댕긴 지 벌써 40년이 지난 20세기의 일이건만, 21세기의 전태일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저 법률을 지키라는 소박한 요구에 자신의 몸을 불사른다. 얼마 전 실업자나 구직자도 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이 실업자나 구직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인 것이 법적으로 정당하다는 의미다. 참 노조 만들기 힘들다... 더보기
[115호] 그대 이름 이곳에 우리가 이들의 삶과 죽음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쉬운 물음이 아닙니다. 어쩌면 저마다 답이 다 다를 것 같아요. 아마도 이들을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에 따라 혹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요. 지금 대학원을 다니는 우리들에게 이들의 이름은 조금은 생소한 하지만 낯설지는 않은 애매한 이름일 것 같습니다. 박종철이나 기형도의 이름은 특히 그렇지요. 김수영도 고등학교 때 배운 시 말고는 딱히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그나마 유재하나 김광석은 음악으로 남아있기에 조금 익숙해 보입니다. 혹시 이들의 이름을 들었을 때 그리운 나머지 가슴이 먹먹해지는 분들도 계신가요? 아, 저기 한분 계시네요. 전태일이라고요? 얼마 전이 전태일 열사 40주기였지요. 그런데 아직 처음 질문에 답을.. 더보기
[114호]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차미르라고 해요. 나이는 26살이고 스리랑카에선 한국어와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 했습니다. 현재는 대학원 신방과에 다니고 있고요. 한국어 교사가 되려고 공부를 하다가 신문방송학이라는 분야를 접하게 됐어요. 스리랑카에는 신문방송학과가 없거든요. 지금은 광고홍보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대학원 수업에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역시 언어문제가 커요. 한국어를 전공하긴 했지만 어려운 것은 사실이에요. 더구나 대학원 공부를 하다보면 전문용어가 많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공부를 하다가 종종 궁금한 부분이 생기는데, 주변에 아는 한국인 친구가 별로 없어서 물어보질 못해요. 그 점이 좀 아쉬워서 앞으로 한국인 친구들과 많이 친해지고 싶어요. 그래서 한편으로 교수님들께 부탁드.. 더보기
[114호] 환상을 넘어서기 박휘진(중앙대 대학원신문사 편집장 / 문화연구학과 석사과정) 한 여학생이 친구들에게 물었다. “진보가 뭐야?” 건너편의 친구가 대답한다. “그건 뭔가를 새롭게 하는 거야. 기존에 있던 것을 없애거나 바꾸는 거.” 질문을 던진 여학생은 다시 물었다. “근데 우리나라 진보는 왜 그래? 4대강도 하지말자하고, 뭐든 반대하잖아. 진보 어쩌고 하는 총학생회도 구조조정 반대하던데?” 이는 필자가 지난 봄, 한 친구에게서 전해들은 이야기이다. 이야기 속 여학생의 물음은 무지의 소산인가 아니면 진보진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의 결과인가. 그녀의 말만 놓고 본다면, 한국 내에서든 학교 내에서든 진보진영은 참으로 밉상이 아닐 수 없다. 능력도 없으면서 반대만 외쳐대니 말이다. 명실 공히 2010년 대학가의 핫이슈는 중앙대 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