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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대학원 신문

[122호] 2012 대선, 구조 결정론을 넘어서 2012 대선, 구조 결정론을 넘어서 김아영 기자 ‘역사는 사람이 만든다’는 명제는 행위자 중심의 역사관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구조 결정론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명제는 쉽게 무너지고 만다. 구조는 어떠한 사회적 현상 혹은 생애의 어떤 단계에서, 더 운이 나쁠 시에는 평생을 좌지우지하는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평생 구조의 결정을 받는 인생, 즉 행위자인 인간이 구조를 제약할 뿐 결정하지 못하는 인생이 득실대는 사회에 희망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렇기에 구조 결정론은 비관주의적이고 패배주의적이다. 그러나 이론은-현실을 왜곡시키지 않는 괜찮은 이론인 경우일지라도-단지 부분적 진실만을 말할 뿐이라는 데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듣기만 하여도 가슴 설레는 이 ‘청춘’의 가을날, 굳이 숙명론에 빠.. 더보기
[122호] 바보는 언제나 우리에게 필요하다 인터뷰 및 정리 김아영 “오늘날 60억 인류는 미토콘드리아의 세포질 유전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생로병사의 답을 찾는 신성불가침 영역을 스스럼 없이 이야기 하는 의 저자 배상민(36). SF라는 장르 때문이었을까.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너무도 긴 여행을 선보이는 그의 책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소설은 당대를 반영하는 유산이라 했던가. 다행히도 작가는 자신의 글을 통해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가을비에 젖는 추석을 앞둔 지난 9월 28일 곤자가 플라자에서 그를 만났다. 인류 진화의 발생이 콩고라고 주장하는 는 서기 1만년을 무대로 막을 여는 SF 소설. 이야기는 크게 네 가지 구조로 진행된다. 만년 후 고고학자 이야기, 현재의 ‘담’과 ‘부’의 이야기, ‘율’과 .. 더보기
[122호] 대학 풍경, 낯설게 보기 대학 풍경, 낯설게 보기 대학의 ‘사회적 공간’ 복원을 위하여 이해수 기자 “ ”의 인용구들은 구보 박태원 作『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천변풍경』의 문장들을 각색한 것이다. 경성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물질적 가치관이 팽배한 공간을 비판했던 구보의 시각을 우리 대학으로 옮겨 왔다. ‘대학’이라는 공간의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빈 곳’이라면 어디든 앉아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시시콜콜 이야기하는 곳, 온돌 바닥일리 없는 연구실에서 동료들과 논문을 읽고, 머리 싸매고 고민하며 날밤을 새는 곳. 학교 내 잔디밭 광장은 맥주 한 캔씩 들고 학생들이 서로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자 학교의 전횡을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자주터였다. 그러나 대학가의 낭만은 이미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갈수록 급증하는 취업난과 경.. 더보기
[122호] 수업권, 누구를 위한 권리인가 수업권, 누구를 위한 권리인가 김하늘 기자 권리를 내세우기 위해서는 의무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학생의 의무를 다하고 있음에도 지켜지지 않는 권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한단 말인가. 대학이 기업화 되고 있다는 말은 전혀 새로운 말이 아니다. 학교가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학교는 이제 더 이상 교육기관이 아닌 경제적 산물로서의 기능만 담당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학교는 경쟁적으로 실력이 출중한 교수 모시기에 전력을 쏟고 있지만, 그것이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시키고자 함인지,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것인지 명분이 분명해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에게는 학교가 운영하는 교육과정을 이수할 의무만이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아실현을 도모하는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권리.. 더보기
[120호] 한국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졌는가? 한국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졌는가?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의 저자 지주형을 만나다. 인터뷰 및 편집 박영흠 객원기자 바야흐로 신자유주의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2008년 신자유주의의 종주국 미국 한복판에서 터진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모델은 ‘금과옥조’에서 파산선고를 받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난 1월 다보스에 모여든 0.1%의 자본가들마저 “자본주의가 고장났다”고 고백할 정도다. 세계는 이제 침몰하는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여기의 한국 사회도 그러한가? 황폐해진 삶의 밑바닥에서 잉태된 변화에의 요구는 ‘닥치고’ 반MB연합으로 환원되고 있다. ‘88만원 세대’의 해법은 여전히 경쟁에서 우월한 지위를 점하기 위한 ‘스펙 쌓기’이고, 40.. 더보기
[120호] 진단과 처방-'뫎의 의학'을 향해서 진단과 처방 — ‘뫎의 의학’을 향해서 『우리는 왜 아플까 』 서평 노대원 (문학평론가, 서강대 국문과 박사과정) 웃음이 사라진 병원에서 그러나 내가 정말로 아프기 시작한 것은 늙은 간호원이 병실 앞에 내 이름이 새겨진 문패를 걸어준 후, 수의(囚衣) 같은 환자복을 주었을 때였다. […] 입원한 다음날, 한 떼의 의사들이 병실로 몰려와, 겁에 질려 있는 나를 전범(戰犯) 다루듯 사납게 벽 쪽을 향하게 한 다음, 주사 바늘로 옆구리를 찔러 굉장한 양의 노르께한 액체를 빼내었고, 나는 집행을 기다리는 죄수처럼 유난히 하얀 병실 벽을 마주 바라보며 그들의 작업이 끝날 때까지 약간 울고 있었다. 그리고 작업을 끝마치고 사라져가는 그 집행인들의 흰 가운에서 병실 벽처럼 차디찬 체온을 절감했다. (최인호, 「견습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