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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호] 자본주의가 빚어낸 1인 미디어 시장 속 ‘사이버 렉카’

자본주의가 빚어낸 1인 미디어 시장 속 '사이버 렉카'

박우승 기자

 

사진 1 : 유튜버 A씨의 조두순 관련 영상 화면 캡처

 

 지난 2020년 12월 12일 새벽 6시 46분경, 여아 강간 상해 죄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던 조두순은 만기 출소하여 관용차량을 타고 경기도 안산시의 주소지로 돌아갔다. 조두순의 출소 전부터 조두순의 출소 반대, 주취 감경 폐지 등의 청와대 국민 청원이 올라오는가 하면, 언론에서도 조두순의 솜방망이식 처벌, 대응 미흡, 피해자의 불안 등의 부분들을 재조명해 시민들의 걱정과 격분을 모으기도 하였다. 대중들의 이목이 쏠린 조두순의 출소는 사람들 사이에서 큰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고, 많은 인터넷 방송인들이 조두순의 출소 날짜에 맞춰 각자 자신들이 준비한 콘텐츠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해 대중들의 시선 집중을 받았다.

 

 

 조두순의 출소 순간부터 시작해 조두순의 이동 동선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면서 조두순의 주거지 앞 골목은 전날부터 약 150명이 넘는 인터넷 방송인들이 드나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조두순이 거주지에 도착한 순간에는 약 30명이 넘는 인터넷 방송인들이 골목길을 빼곡히 채우고 일제히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조두순은 교도소에서 다시 사회 속으로 돌아오기 위해, 인터넷 방송인들은 각각 돈과 이목을 집중받거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조두순의 거주지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터전이 오염되는 것을 보호하기 위해 각자의 의도한 바에 따라 버티며 설전을 벌였다. 조두순의 거주지 앞에서 인터넷 방송인들은 다양한 행동을 보였다. 조두순의 집에 배달 음식을 주문하거나, 조두순 주거지의 가스 밸브를 잠그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밤을 새워가며 고성을 지르고, 심지어 이웃집 옥상에 올라가기도 하고, 서로 싸움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시청자들에게 구독, 좋아요 그리고 후원을 요구하며 조두순 집에 난입해 조두순을 끌고 나오겠다는 자극적인 조건을 내걸기도 하였다.

 

 이러한 조두순과 인터넷 방송인들 사이의 설전을 두고 여론에서는 크게 두 갈래의 의견으로 나뉘었다. 두 갈래로 나뉜 의견들은 인터넷 방송인들의 행동에 대해 ‘조두순은 당해도 마땅하다, 사회적으로 매장을 시켜야 한다’라는 인터넷 방송인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과 ‘너무 과하고 주변 거주민들에게 민폐다’라는 인터넷 방송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으로 온라인 상에서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긍정적인 여론에서는 조두순의 처벌을 못마땅히 여기던 대중들이 속 시원함을 느끼고, 사회적 반응을 보고 피해자 분들의 마음이 안정이 되길 바란다는 반응을 보이며 보복을 응원하는 반응이 잇달았다. 특히 많은 대중들은 인터넷 방송인들의 응징적 차원의 복수에서 정의 구현을 느끼며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여론에서는 인터넷 방송인들이 12년 전, 조두순이 말도 안 되는 형량을 받았을 때 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들의 현재 행동이 과연 정말 피해자의 안부를 묻고 정의 구현이 목적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조두순의 출소 당일에는 단순히 인터넷 방송인들의 손에는 셀카봉을 쥐고 중계에만 집중하며 자극적인 콘텐츠 경쟁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주민들이 인터넷 방송인들이 개인 사유지 구역에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경찰에 탄원했을 정도로 인터넷 방송인들의 소음은 인근 지역 주민들이 소음 때문에 밤낮을 설치게 하는, 또 다른 피해를 야기시키고 있었다.

 

 최근 들어 뉴미디어 플랫폼의 성장과 함께 1인 인터넷 방송인들의 수는 급증했다. 뉴미디어 플랫폼은 21세기의 신자유주의가 내놓은 새로운 형태의 고용 시장인만큼 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레드-오션인 상태가 되었다. 자본주의적인 뉴미디어 플랫폼은 자본주의의 기본 성질에 따라 이윤을 증식하기 위해 경쟁이 가속화되기도 하는 특성이 있다. 특히 유튜브와 아프리카 TV 플랫폼은 오늘날 대중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가장 익숙한 플랫폼이자 미디어 노동시장이다. 유튜브와 아프리카 TV 플랫폼에서도 자본주의 사회에 따라 수익창출 경쟁은 가속화되었다. 보다 더 높은 조회수와 구독자를 위해, 혹은 높은 추천수와 많은 후원을 받기 위해 인터넷 방송인들은 영상과 생방송에 집착하게 되었다. 인터넷 방송인들의 경쟁은 창의적이고 질 높은 영상을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더 많은 관심을 얻기 위해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영상에 집착하게 된다는 부정적인 면도 나타난다.

사진 2 : 유튜버 A씨의 조두순 관련 영상 화면 캡처

 

 이번 조두순과 인터넷 방송인들의 마찰 또한 인터넷 방송인들의 경쟁이 빚어낸 결과로 볼 수 있다. 조두순 사건과 같은 사회적 이슈들을 발 빠르게 영상으로 공론화하여 개인의 이윤 (조회, 인지도, 수익, 후원)을 챙기는 인터넷 방송인들을 일컫는 ‘사이버 렉카’라는 신조어는 2020년 무렵부터 생겨났다. ‘사이버 렉카’는 그야말로 21세기 자본주의의 미디어식 공급, 경쟁, 소비 등의 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철저히 반영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오로지 구독자들의 후원금과 조회수를 목적으로 하여 무분별하게 콘텐츠를 만드는 ‘사이버 렉카’식 인터넷 방송인들의 방송 환경에 따라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비대면 생활 속 디지털 매체 이용 증가 속 건강한 인터넷 이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021년도 건전한 사이버윤리 문화 조성사업> 계획을 발표하였다. 특히 1인 미디어 시장의 성장과 함께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 사이버 렉카 현상에 따라 ‘크리에이터 윤리 교육’ 정책을 내걸었다. 이는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제작에 있어 활용할 수 있는 사례와 지침이 담긴 가이드북 제작과 보급, 윤리의식 및 자정 능력을 키우기 위한 대상 맞춤형 교육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가이드북을 제작-보급하고, 콘텐츠 생산자로서 윤리의식 및 자정능력을 키우기 위한 크리에이터 대상 맞춤형 교육은 어디까지나 현 미디어의 환경과 성장세에 비해 매우 취약한 대처이며, 플랫폼상에서 무법자처럼 떠돌고 있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인터넷 방송인들이 현실적으로 교육을 자발적으로 받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본주의가 빚어낸 사이버 렉카식 콘텐츠를 대중들이 헤게모니하게 받아들이는 현 상황에서 대중들이 사이버 렉카식 미디어 방송의 이면에 있는 그림자를 인지하고, 그에 저항할 수 있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