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강대학교

[119호] 여러분이 욕망하는 것을 실제로 추구하기를 두려워 마십시오. 이 * 이 글은 2011년 10월 8일 월스트리트 점거 시위에서 지젝이 했던 연설을 번역한 것이다. 새로 번역하기보다는 다수의 국내 번역본을 참고해서 오역을 바로 잡고 글을 매끄럽게 하는 데 치중했음을 밝힌다. 슬라보예 지젝(Slavoj Žižek) 그들은 우리가 모두 패배자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패배자들은 저 곳 월스트리트에 있습니다. 우리가 낸 돈으로 수십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받은 것은 그들 아닙니까? 그들은 우리가 사회주의자라고 말하지만 부자들을 위한 사회주의는 언제나 존재해 왔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사유재산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밤낮으로 몇 주 동안 사유재산을 파괴한다 해도, 2008년 금융위기로 파괴된 사유재산의 양에는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피땀 흘려 이.. 더보기
[119호]『신자유주의의 탄생』의 저자 장석준에게 묻다. 인터뷰 및 정리 박승일 “미래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유일한 자료는 역사다. 우리는 신자유주의 시대가 시작된 그때의 광경을 돌이켜봐야 한다. 한 시대가 저물고 혼돈이 찾아왔던 1970년대에, 인류에게는 신자유주의 지구화의 방향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일까? 신자유주의 지구화가 인류의 정해진 운명이 아니었다면, 지난 30여 년간의 세계사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신자유주의 지구화는 막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Q 이 책을 관통하는 주요한 문제설정은 무엇인가요.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라는 물음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A 이 책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지금까지 신자유주의를 좁은.. 더보기
[119호] 이종욱 총장의 ‘특별한 서강’에 대한 중간 평가 조성호 기자 특별한 서강을 만들기 위한 학자 출신 총장의 도전 2009년 6월, CEO이자 전국경제인연합 부회장 출신의 손병두 전 총장은 퇴임을 앞두고 가진 한 인터뷰에서 임기 동안의 성과를 ‘기업 경영의 도입’으로 요약했다. 한편 손 전 총장으로부터 13대 총장직을 이어받은 이종욱 현 총장은 취임하기 얼마 전 『춘추』(효형출판)라는 저서를 펴낸 바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외세에 의존해 민족을 망하게 했다는 식으로 주류학계의 비판을 받는 김춘추에게 ‘민족’ 개념을 강요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단일 민족’을 앞세우는 역사가들을 비판하며 ‘민족’ 개념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강조한 그의 주장을 통해 서강에게 기업을 강요했던 손 전 총장과는 무언가 다른, 학교 운영에 있어 발상의 전환을 기대해 볼 수 있었다... 더보기
[119호] 우리 커피 한 잔 해요 글. 사진 송주현 기자 설렘... 우연히 마주치다 Cappuccino 알람 소리에 잠을 깼다. 요즘 들어 왜 이렇게 일어나기가 힘든 걸까. 몇 분의 잠이 간절하지만, 이미 ‘오늘 해야 할 일’을 떠올린 기특한 기억력을 원망하며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차가운 아침 공기가 졸음 섞인 눈가에 상큼하게 닿는다. 조용한 공간을 찾아 헤매다 골목 안쪽에 위치한 카페 ‘달달한 하루’에 들어선다. 따뜻한 햇살 때문일까, 여느 때와 달리 몽롱한 기분을 쉽게 떨치고 싶지 않아 부드러운 거품이 가득한 카푸치노를 주문하고 구석 자리를 찾아 앉는다. 우연히 발견한 예쁜 카페에 들어설 때면 마치 어릴 적 만화에 나오는 ‘마법의 문’을 통해다른 세계로 빠져드는 듯한 묘한 설렘이 느껴지곤 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일상은 여전하지만 카.. 더보기
[119호] 가위 바위 보 재수 작가 재수, 첫 장편작업이자 졸업 작품 「모베러 블루스」로 제4회 국제디지털만화공모전(SICAF)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장편 차기작「Pipe City」를 준비하고 있으며, 작가로 살아가기 위해 즐거운 고군분투 중이다. 네이버 블로그 jessoo에서 더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더보기
[119호] 이 세상, 마지막 휴대폰 서진 이번 휴대폰 진동은 끈질기다. 받지 않으려고 가방 깊숙한 곳에 두었는데도 웅웅거리며 애타게 울리고 있다. 차라리 꺼 놓았으면 좋겠는데 병원에 있는 어머니에게 전화가 올까봐 꺼 두질 못했다. 오늘 따라 소설이 써지지 않았는데 이런 방해꾼 까지 나타났으니 오늘은 종친거나 다름없다. 휴우, 한숨을 쉬고 휴대폰을 꺼냈다. 이리 저리 흠집이 난데다 액정도 금이 가 있다. 예전에는 이런 휴대폰을 스마트폰이라 불렀지만, 이제는 더미폰이라고 불리는 게 맞겠지. 요즘엔 누구나 바이오폰을 쓰니까. 이런 식으로라면 영원히 울릴 것 같아 휴대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어이, 더 이상 봐줄 순 없어.” ‘안녕하세요 고객님, GT 통신 상담원입니다.’ 이라고 말하던 아리따운 안내원은 어디로 가고 가래가 잔뜩 낀 험악한 .. 더보기
[119호] 건망증, 바닥 건망증 -박성우- 깜박 나를 잊고 출근버스에 올랐다 어리둥절해진 몸은 차에서 내려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방문 밀치고 들어가 두리번두리번 챙겨가지 못한 나를 찾아보았다 화장실과 장롱 안까지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집안 그 어디에도 나는 없었다 몇장의 팬티와 옷가지가 가방 가득 들어 있는 걸로 봐서 나는 그새 어디인가로 황급히 도망친 게 분명했다 그렇게 쉬고 싶어하던 나에게 잠시 미안한 생각이 앞섰지만 몸은 지각 출근을 서둘러야 했다 점심엔 짜장면을 먹다 남겼고 오후엔 잠이 몰려와 자울자울 졸았다 퇴근할 무렵 비가 내렸다 내가 없는 몸은 우산을 찾지 않았고 순대국밥집에 들러 소주를 들이켰다 서너 잔의 술에도 내가 없는 몸은 너무 가벼워서인지 너무 무거워서인지 자꾸 균형을 잃었다 금연하면 건강해지고 장수할 수 있.. 더보기
[119호] 바닥이다 싶을 때 표명희 모니터에 수상한 사람이 잡혔다. 지하층과 1층 복도를 기웃거리던 낯선 남자가 2층 복도 CC카메라에 다시 잡혔다. “고시원 말아먹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사장이 계산기를 두드리며 궁시렁거렸다. 그가 장부와 계산기를 번갈아가며 들여다보는 내내 나는 CC티브이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사내는 이제는 익숙한 태도로 T자형 좁은 복도를 감상이라도 하듯 천천히 오가기 시작했다. “야, 어떻게 돈이 삼십만 원이나 차이 나냐?” 사장이 계산기를 내 코앞까지 들이밀었다. 월별로 종량제 쓰레기봉투 한두 장 차이나는 것까지 따지고 드는 사장에게 한 달 치 고시원비 빠뜨린 일이 용납될 리 없다. 퇴실 결정을 번복하며 나중에 재등록했던 학생 건을 깜박한 것이다. 어쩌면 사장은 그것이 나의 단순한 착오로 빚은 실.. 더보기
[119호] 유령 윤이형 그녀가 열람실 문을 힘겹게 밀고 들어온 것은 12월 초의 어느 날, 폐관시간을 한 시간쯤 남겨둔 오후 다섯시 무렵이었다. 나는 처음에는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날따라 신착도서 목록 파일을 갈아엎느라 오후 내내 직원 모두가 커피 한잔도 못 마신 채 분주히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파일 대조작업을 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내 앞에 그녀가 서 있다는 걸 알았다. 주의 깊게 둘러본 사람은 알지도 모르겠지만, 대학 도서관 열람실은 의외로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사이클 선수복을 입고 헬멧을 쓴 땀투성이 중년 아저씨가 독일 시인의 시집을 대출해가거나, 로리타 양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아가씨가 이종격투기 교본을 한아름 빌려간다거나 하는 일이 몇 번이나 있어서, 나는 웬만큼 특이해 보이는 방문.. 더보기
[119호] 도피성 정한아 죽은 사람도 꿈을 꿀까. 내가 물었을 때, 너는 대답 없이 고개를 돌렸지. 창밖은 캄캄한 밤이었어. 너는 너무 많이 지쳐보였어. 온종일 차를 달려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왔지만, 불빛 한 점 보이지 않았지. 너를 불편하게 할 마음으로 그런 질문을 한 건 아니었어. 나는 늘 네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지. 내가 하는 말은 대부분 너를 피곤하게 할 뿐이고 그럴 바에야 입을 다물고 있는 게 훨씬 낫다는 걸 잘 알면서도, 말하기를 멈출 수가 없었어. 침묵은 두 사람 사이에 감춘 것을 모두 다 드러내는 법이니까. 그것이 너와 나 사이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와 선명하게 보여줄까 봐, 두려웠어. 어린 시절 그런 동화를 본 적이 있지. 춤추기를 멈추지 못하는 빨간 구두의 소녀 이야기. 소녀는 사람들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