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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67호] 별 헤는 밤 편집장 장 혜 연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 별 헤는 밤, 윤동주 - 이번 해는 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유독 길었다. 아마,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리라. 새로운 학기가 시작하고 유독 짧아진 가을 하늘이 더욱 반갑다. 2023년의 새 일기장을 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 기사가 발행될 즈음이면 친구들 혹은 가 족들과 모여 시끌벅적한 연말을 보내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한 해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는 생각을 하니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이 야속하게 느껴진다. 어슴푸레 물들어 가는 하늘에는 달이 빛난다. 그리고 밤은 여름보다 빠르게 찾아와 반짝이는 별을 더 많이, 더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더보기
[167호] 콘텐츠 빵집의 도둑들 박우승 기자 소프트파워(Soft Power) 개념을 처음 제시한 조지프 나이(Joseph Nye)는 무력 혹은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해당 국가가 원하는 대로 하게 할 수 있다는 새로운 형태의 힘인 소프트파워를 주장한다. 즉 전통적인 형태의 권력이 밀려나고, 대중적인 채널을 통한 문화가 새로운 형태의 권력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은 대중문화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뤄왔다. 한국의 음식, 스포츠, 화장품, 드라마, 음악 등의 문화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한국을 소프트파워의 강국으로 변모시켰다. K-POP의 세계적인 성공, 드라마와 영화의 국제적 인기는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크게 확대했으며,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한국의 언어, 문화, 가치관을 전 .. 더보기
[167호] 문화 예술이 된 게임 송효정 기자 게임이란 무엇일까? 1960년대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루딕(ludic)"이라는 단어가 널리 사 용되면서 ‘놀이적임’은 현대 및 포스트모던 문화의 주류 특징이 되 었다. 이 맥락에서 떠오르는 것 중 가장 두드러진 예시는 컴퓨터 게임의 엄청난 인기일 것이다. 컴퓨터 게임의 글로벌 판매량은 할리우드 영화의 관객 수를 오래전에 앞질렀다. 미국에서는 8~18세 청소년이 매일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평균 1시간 30분 동안 게임을 플레이한다. 한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는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2가 게임을 즐기며, 게임은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 중 하나이자 한국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는 흔히 게임을 스크린 속의 ‘놀이’ 정도로 취급한다. 그러나 게임의 범위는 우리 생각보다 넓.. 더보기
[166호] 현 시대의 기후 게임체인저 현 시대의 기후 게임체인저 박우승 기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몸에서 열이 나는데, 그 이유는 바로 몸이 체온을 높여서 바이러스를 죽이려는 것이죠. 지구도 똑같이 작용합니다. 지구온난화는 숙주이고, 인류는 바이러스죠. 인류의 도태만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우리가 직접 인구를 줄이지 않으면 예상 가능한 결과는 둘 중 하나입니다. 숙주가 바이러스를 죽이거나, 바이러스가 숙주를 죽이는 것이죠. 어느 쪽이 되었든 똑같아요.” 영화 中 영화 의 악역 발렌타인은 세계 권력자들에게 지구 복원을 위해서는 인류의 일부가 도태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며 그들을 설득시킨다. 인류의 일부를 소멸시킨다는 것은 참으로 허무맹랑하고 극단적인 주장이지만, 한편으로는 지구와 인류의 관계를 숙주와 바이러스로 비유한 영화의 장면은 깊은 여운.. 더보기
[166호] 넘치는 분노, 우리사회의 그림자 넘치는 분노, 우리사회의 그림자 편집장 장 혜 연 2023년. 대한민국은 불특정 다수를 향해 행해지는 무차별적 범죄행 위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리더 역할을 수행하는 선진국 모임인 G7에 초청받을 정도로 성장한 한국이 언제, 어디서, 누구를 향해 행해질지 모르는 테러 행위로 고통받고 있다. 2018~2020년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이 매일 경쟁하는 사회인의 절망을 증명한다. 이웃 나라인 일본은 10만 명당 14.6명으로 8위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10만 명당 24.1명이 자살로 세상을 떠났다. 2위는 리투아니아로 인구 10만 명당 20.3명 수준으로 압도적 격차로 우리나라는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거머쥐었다(차유채, 윤선정, 2023). 문제는 비단 높은 자살률 뿐.. 더보기
[166호] 참지 못하는 사회 송효정 기자 요즘, ‘분노’라는 키워드로 생성된 뉴스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검색창에 ‘분노’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기업에 대한 분노부터 교사, 인종, 정치, 학벌, 연예인까지 분노를 표출한 많은 글을 볼 수 있다. 화를 참는게 미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우리는 너무 쉽게 분노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분노와 긴장으로 가득차 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왜 이렇게 분노하고 있을까? 이 주제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분노란 무엇인지 정의해 볼 필요가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분노는 “분개하여 몹시 성을 냄. 또는 그렇게 내는 성.”으로 정의된다. 분노의 정의처럼 당장 뉴스나 유튜브 영상의 댓글을 보면 ‘분개하여 몹시 성을 내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위의 ‘분개하여 몹시 성을 내는’.. 더보기
[165호] 인공지능의 창의성 박 우 승 기자 지난 2016년,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에 패배를 안긴 충격은 인류가 AI와 공존하는 탈인간중심주의적 포스트 휴먼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리고 7년이 지난 현재, 인류에게 생소했던 AI는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자연스럽게 활용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은 사이에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AI는 어느새 일상의 곳곳에 스며들었고, Chat-GPT의 출시로 인해 AI는 대중들 사이에서 한층 더 보편화되었다. Chat-GPT는 출시 이후 대중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한 관심을 받았다. 특히 Chat-GPT의 인간과 유사한 텍스트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높은 언어 능력, 다양한 용도에 활용될 수 있는 다재다능한 .. 더보기
[165호] 치킨, 더 이상 서민 간식이 아닌 장 혜 연 기자 어렸을 적 생각이 난다. 은빛 포일로 감싸진 채 모락모락 새어 나 오는 맛있는 냄새와 온기. 노란 고무줄로 두어 번 감싸 놓았지만, 큼직한 닭다리 때문에 포장지 겉면으로 붉은 양념이 새어 나오는 모습이 생각난다. 달짝지근한 소스를 흠뻑 머금은 튀김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아직 식지 않은 기름이 입안으로 터져 나와 인상을 찡그리며 먹을 때의 행복감이 생각난다. 치킨 배달을 시키면 치킨집 사장님이 직접 오토바이를 끌고 와 전해 주던 그때. 그때의 기대감을 생각하며 치킨을 시 키려 할 때, 이전과는 사뭇 다른 가격에 놀라곤 한다. 치킨은 본래 닭고기를 원료로 밀가루를 묻혀 튀긴 요리인 ‘프라이드치킨’의 줄임말이다. 우리나 라에 치킨이 들어오게 된 경로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대체로 195.. 더보기
[164호] 섬광기억 유지연 기자 기억이 사진처럼 찍히는 날이 있다. 그날이 그랬다. 아침에 출근해 창가 끝자리에 앉았다. 아직 덜 마른 머리카락을 손으로 툭툭털며 아침 기사를 훑었다. 머그잔에 담긴 커피가 목을 타고 짜르르 흘렀다. 눈이 푸석푸석해서 안약을 넣었다. 안경을 차에 놓고 왔다. 꼬고 앉았던 다리를 풀고 책상 아래 떨어진 슬리퍼를 더듬더듬 찾았다. 기획 회의하기 전에 빨리 다녀와야지. 그때였다. 세월호 전원구조 보도를 본 것은. 보도국 천장에 달린 4개의 모니터에 일제히 기울어진 선박의 영상과 함께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헤드라인이 보였다. 볼륨을 높였다. “방금 들어온 소식인데요. 학생들은 전원이 구조가 됐다는 소식이 들어와 있습니다. 학생이 324명이었고요, 선생님들이 14명이었습니다. 정말 다행인 것.. 더보기
[164호] 인간-동물-환경, One Health 박 우 승 기자 코로나19 감염이 최초로 보고된 이후, 2019년 11월부터 현재까지 3년간 세계 누적 확진 수는 약 6억 8천만 명을 돌파하였으며 사망자는 무려 6백 8만 명을 넘어섰다. 인명피해는 물론,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해 세계 각국의 민간 소비와 기업들의 생산 및 투자율은 크게 하락했고 세계 경기는 큰 상흔을 입은 채 여전히 침체 중이다. 이와 같은 팬데믹(Pandemic) 상황이 인류에게 처음은 아니다. 과거 흑사병으로도 알려진 14세기의 페스트(Plague) 부터 1918년의 스페인 독감(Spanish Flu), 2002년의 사스(SARS) 를 거쳐 신종플루(Influenza A), 메르스(MERS), 에볼라바이러스 (Ebola Virus), 코로나19(COVID-19), 원숭이두창(M..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