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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기획 (263)
서강대 대학원 신문사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류학 박사과정 이현화 노는 건 분명히 힘든 일입니다. 그중에서도 눈이 시리게 번쩍거리고 귀가 아프게 쿵쿵대는 클럽에서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춤추며 노는 건 정말이지 소모적이지요. 어두웠던 클럽에 영업이 끝났다는 의미의 주광색 조명이 켜지면 놀던 이들은 해가 떠올라 밝아진 바깥으로 나갑니다. 놀이는 끝나고 이제 현실이 돌아옵니다. 피로와 숙취로 다음 날 하루가 통째로 날아가는 건 물론이거니와, 지갑 사정에 대한 걱정, 전날 밤 정신 나간 채로 했던 행동에 대한 후회 같은 것들이 머릿속에서 뒤엉킵니다. 눈부시고 따뜻한 햇빛이 이렇게나 기분 나쁘게 느껴질 때가 있을까요. 어리석게도 후회는 한두 번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몇 주 지나지 않아 또다시 자정이 넘은 시각에 친구 무리와 함께 클럽으로 ..
호규원 연구원, 인공위성+82 운영자 송명규 끌어 당기다 귀여움은 사람을 끌어 당긴다. 시선을 붙잡고, 귀를 기울이게 만들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귀여움이란 무엇일까? 사람은 왜 귀여움을 느끼는 걸까? 『귀여워!』는 귀여움을 주제로 연구자, 예술가, 디자이너 등 여섯 명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이 글은 책을 기획한 규현, 기획 및 디자인을 담당한 명규의 귀여움에 대한 사유와 경험을 담았다. 책을 기획한 규현은 삶의 궤적에 귀여움이 함께 해왔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적 작은 곤충 친구들을 좋아했고, 그 뒤로는 아기자기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그 뒤로는 불완전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인간의 귀여움에 푹 빠져있다. 귀여움이 있는 것은 그를 끌어당기고 탐구하게 만들었다. ..
기자 박주은 놀이하는 인간네덜란드의 역사가 호이징하는 그가 쓴 책 『호모 루덴스 - 놀이하는 인간』에서 인간은 유희하는 인간이며, 놀이를 통해 문화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놀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놀이터’, ‘장난감’과 같은 단어를 자연스럽게 연상하고, 놀이의 주체가 어린아이라고 상상한다. 놀이하는 주체도, 놀이하는 대상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놀이가 아동 시기에 행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느낀다. 그러나, 호이징하는 놀이의 주체를 특정 연령대의 사람들로 제한하지 않는다. 그는 놀이하는 주체와 놀이의 시기를 어떤 범위로 가두지 않는다. 호이징하가 만들어낸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에 대한 의미를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전에 ‘호모(Homo)’를 포함하여 인간의 모습..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박사수료 이준용 서울의 한 상가 지하에는 채널링 상담소 C가 자리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타로 문양이 새겨진 천으로 덮인 탁자와 크리스털 그리고 여러 영적 상징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러한 공간 구성과 배치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 상담을 위한 감각과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손님은 그 공간에 머무는 동안 일상에서 잠시 이탈한 느낌을 받고, 점차 진지한 내담자가 되어 평소 표현하기 어려웠던 정동을 언어화한다. 이곳의 상담자인 ‘채널러(channeler)’는 영적 ‘상위자아(meta-person)’를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고 말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이해를 위해 필자의 연구 사례 하나를 살펴보자. 어느 날 한 여성 채널러는 내담자와 평소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 조용..
시네필리아리뷰 편집장 장운경 2025년 한국리서치 팀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력 존엄사 제도를 비롯한 웰다잉(Well-Dying) 관련 정책과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 의하면 전체 응답자 89%가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삶의 일부’라고 인식하고 있고, 86%는 ‘죽음에 관한 결정을 스스로 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사람들이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웰빙을 꿈꾸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죽음을 준비하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관해서도 관심을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태어나면서 죽음을 향해가는 인간에게 삶은 어쩌면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죽음으로 인해 잊힐 거라는 두려움, 내세를 믿으면서도 확신하지 못해 흔들리는 존재론적 의심은 오랜 역사..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김재경 사람은 하루를 살고 밤을 산다. 낮에는 세계가 우리에게 밀려오고 밤에는 세계가 우리에게서 물러난다. 우리는 그 틈에서 잠든다. 눈을 감는 순간 일상은 잠시 멈추는 듯 보이지만 사실 더 조용하고 더 깊은 일이 시작된다. 꺼지는 일이 아니라 켜지는 일. 보이지 않는 편집실의 불이 켜지는 일이다. 인생의 약 3분의 1은 잠으로 채워져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잠을 종종 ‘비효율적인 시간’처럼 여긴다. 깨어 있는 동안에야 비로소 생각하고, 배우고, 결정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뇌는 잠들어도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더 조직적이고 더 치밀한 방식으로 일한다. 특히 기억이라는 측면에서 잠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기억은 사진처럼 차곡차곡 저장되지 않는다. 오히려 원고의 초안..
기자 은예린 쿠팡플레이 시리즈가 불러온 현실 공감지난 9월 쿠팡플레이에서 방영된 시리즈가 TOP 20에서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SNL 코리아의 MZ 오피스 코너에서 스핀오프로 제작된 이 예능은 직장 코미디라는 장르의 부흥을 이끌었다. 일반 기업의 조직도를 차용하여 대표–부장–과장–사원–인턴으로 이어지는 익숙한 캐릭터들은 시청자에게 강한 현실감을 제공하였다. 쿠팡플레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작품의 태그라인을 볼 수 있다. “제각각으로 노답인 사원들과 신동엽 대표, 그리고 스타 의뢰인 사이에서 고도의 심리전이 펼쳐지는 DY 기획. 아재(AZ) 사원들과 MZ 사원들, 그 사이의 낀대 사원들이 말아주는 현미경 극세사 공감 오피스물”이라고 소개한다. 이 설명은 작품이 겨냥하는 핵심 지점을 정확히..
시사IN 김영화 기자 A 중학교 교사들을 알게된 건 지난 9월5일 북토크 자리에서였다.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울산 정착기를 담아 책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메멘토, 2024)을 쓴 후로 종종 북토크 요청이 들어왔는데, 그때가 공교롭게도 ‘이제 북토크를 그만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을 무렵이다.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것이 힘에 부쳤다. 한참을 끄덕이며 듣던 독자들의 입에서 “근데 이러다 우리나라 이슬람화 되는 거 아니예요?” “한국인 학생들이 입는 역차별 피해가 상당하다는 걸 기자님도 아셔야 해요”라는 말이 나왔을 때의 당혹감이란…. 자주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그런 후기(?)를 들을 수록 나는 ‘울산 말고’ 새로운 이야기를 찾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런 이유로, 거절 의사를 전하려던 차였다. 뒤늦게..
편집장 조선희 2025년 8월 5일 저녁, 서울 명동. “짱X, 북괴, 짱X, 북괴!” 500여 명의 청년들이 K리그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응원곡 멜로디에 맞춰 중국인 등에 대한 모욕이 들어간 가사의 노래를 불렀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자유대학 등이 연 집회다.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경주에서도 ‘CCP OUT(중국 공산당 퇴출)’, ‘멸공’ 등을 구호로 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 또한 자유대학이 연 집회로, 부정 선거, 탄핵 반대, 계엄 옹호 등을 외치다 지난 여름부터 중국 혐오로 방향을 틀었다. 한국 사회는 20대 청년들이 정치에 냉소적이고 무관심하다고 진단해 왔다. 그러나 명동 거리는 정반대를 보여준다. 이들은 ..
국립순천대학교 철학전공 교수 소병철 1. 우리는 스포츠를 즐기는가? 스포츠는 매력적이다. 그것은 서로를 동등한 인간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선수들이 심판의 통제와 의료진의 보호 아래 정해진 공수 규칙을 준수하며 벌이는 공정한 기예(技藝)의 경연이다. 스포츠의 매력은 우리의 경탄을 불러일으키는, 바로 그 기예의 빛남에 있는 것이 아닐까? 축구에서 우리는 잘 훈련된 한 팀이 상대 진영 골 에어리어까지 짧고 빠른 패스를 주고받으며 정밀히 기동할 때 그 절묘한 전진의 기하학을 경탄하며, 환호하며 바라본다. 결단의 순간에 날린 회심의 슛이 빗나갔을 때 우리의 입에서 터지는 탄식은 성공해야 마땅한 기예가 실패한 걸 아깝게 여기는, 더없이 인간적인 탄식이다. 스포츠를 ‘향유’하는 사람들은 결과에 관계없이 그에 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