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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9호] 아직 오지 않은 넥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며-리스크 감소를 위한 예방 커뮤니케이션

 

[출처: Pixabay]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사졸업

황 애 리

 

올해 초, 겨울 끝자락에 정말 지독한 독감에 걸렸다. 유독 지난 겨울은 독감이 유행이라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외래환자 1,000명당 50명~60명의 독감이 의심된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던 때이다. 그렇긴 했지만, 설마 내가 걸리겠냐 싶어 떨어진 면역력은 아랑곳하지 않고 집과 회사를 오가며 녹초가 된 채 주말에 푹 쉬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결국 몸 상태가 갑자기 좋지 않아 병원에 가 독감 판정을 받았고, 회사에 병가를 내고 코로나19에 걸렸을 때보다 몇 배는 아파서 골골대었던 것 같다. 한 달여의 긴 후유증도 있었는데, 병원에서는 만성화된 것 같다고 겁도 주었다. 그런데 시간이 약이었는지 다시 또 멀쩡히 일상을 보내고 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참 간사한 것이 건강할 때는 소중한 것을 모르다가 아파보고 나서야 또 후회와 다짐을 하게 되고, 회복 이후엔 또 방치를 일삼는 도돌이표이다. 

 

지금 우리의 평온한 일상에서 지난 거리두기 시절을 떠올리다

그러다 문득, 수년간 동고동락(?)했던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떠올려 보게 되었다. 3년 이상 코로나19의 대유행은 보통의 일상을 대체하였고, 정부가 엔데믹을 선언하기까지 감염 확대와 전파를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었다. 정말 내외하기도 이런 내외하기가 없던 그 시절이었는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게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거리감은 인식조차 잘되지 않는다. 이제 마스크의 갑갑함은 개개인 선택의 몫이다. 요즘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다소 진부한 얘기가 되어버렸지만, 뉴노멀 시대는 이제 보통의 일상으로 회귀하였다. 마치 독감이 개인의 병치레이듯 코로나19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더는 대중에게 두렵지 않은 무언가가 되었다고나 할까?

 

엔데믹 이전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 지금이지만 우리 일상에 풍토병화 되어 머무르고 있는 코로나19 이후의 또 다른 넥스트 코로나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한 번쯤 다뤄보면 좋지 않을까 한다. 본인은 코로나19가 한창 유행이던 시기 코로나19 예방행동 관련 주제로 논문을 작성하였다. 논문에서는 규범에 주목하였다. 코로나19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인과관계 속에 큰 비용이 지출되는 문제로 개인의 위생에 더해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예방행동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코로나19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성공 여부가 예방과 확산 방지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더욱이 감염 예방 차원의 사회적 거리두기뿐만 아니라 백신 접종의도까지, 개인의 의지를 넘어 암묵적 사회규범으로 사회구성원들에게 내재화시켰다. 하지만 일상화, 만성화된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기존 규범 정의의 변형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컸을 것으로 본다. 3년 이상 지속된 팬데믹 상황이라면,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강제 규범이 작동하는 사회환경에서 주변 사람들을 고려한 주관적 규범과 개인적 규범인 도덕적 규범을 기존과 동일한 방식으로 인지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경우, 가족 또는 중요한 사람들과의 맥락에서는 사회적 관계로 인식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거리두기 준수에 대한 저항과 심리적 반발심을 키웠을 수도 있는 것이다(강철, 2020). 

 

한편, 사람들은 스스로 통제가 불가능한 질병에 있어 더 부정적 감정을 쉽게 노출하는 경향이 있어(이경진 외, 2017),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예방행동을 유도하는 데 있어서도 기존 이와 관련한 연구 결과들을 적절하게 고려하여 메시지를 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그 위험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김여라, 2010; 백혜진, 2018; 유우현·정용국, 2016; Oh, Paek, & Hove, 2015), 위험 대상과 자신이 얼마나 심리적으로 떨어져 있는지 지각하는 정도에 따라서도(Jones, Hine, & Marks, 2017) 대응 행동에도 영향을 미침 역시 선행연구들을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요인들을 두루 버무려, 코로나19 이슈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짤 수 있을지 고민했었다. 

 

평온한 지금, 그리고 새롭게 등장할 또 다른 코로나를 대비하는 소통전략

그렇다면 코로나19 대유행이 종식된 지금, 그리고 더 나아가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신종감염병이 새롭게 등장할 경우 예방에 대한 메시지 전략은 어떻게 수립되어야 좀 더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 아니 굳이 등장하기 전에라도 사전에 먼저 제안하거나 건강한 사회분위기 조성을 위해 미리 제안할 수 있는 예방행동 커뮤니케이션을 제안해본다. 

 

우선 코로나19는 그냥 우리가 일상에서 종종 경험하는 만성질병과 같은 느낌으로 자리 잡았다지만 여전히 종종 감염되는 환자들이 있고, 독감 등 다른 감염병의 유행도 발생하고 있는 만큼, 여러 감염병을 평소 일상에서 꾸준히 아우를 수 있는 장기적인 예방 독려, 기초적인 위생에 대한 끊임없는 홍보가 필요하다. 그리고 아직 등장하지 않았지만, 언젠가 새롭게 나타날 또 다른 신종감염병에 대처할 역량을 키워준 소중한 경험이기도 했다. 필자의 연구에서 도출된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예방행동에 있어 규범과 그 주변 요인들의 상호 역할을 재확인하였다. 규범이 행동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데 부정적 감정과 위험인식이 주요하게 작용하기도 한 것이다. 이는 향후 방역당국이 신종감염병의 예방과 지역사회 확산 방지를 위해 국민을 설득하는 데 있어, 거리두기와 같은 규범적 차원을 넘어 수용자의 심리적 거리감과 위험인식, 부정적 감정과 같은 세부적 요소들을 면밀하게 파악하여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홍보메시지의 양식이나 유형에 따라서도 그 효과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지속적이고 다양하게 홍보방식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암묵적 규범, 약속을 재정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전파되는 감염이라는 속성 탓에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위생 또한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김여라, 2010).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과 같은 예방 홍보에 있어 감염병의 위험과 심각성은 충분히 알려 경각심은 고취하되, 거리두기를 준수함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 역시 충분히 공유하여 불안과 위험인식을 해소할 수 있는 메시지를 소구해야 한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람들의 규범으로 자리 잡게 하는 데에는 자신 역시 예방수칙인 거리두기를 준수하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강력히 어필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기존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의 경우 물리적 거리두기의 측면이 더 부각되었으나, 우리가 주관적으로 지각하는 관계적 거리두기 측면이 잘 관리되어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측면이 더 부각된다면 캠페인 효과에도 주요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한 사회적 차원뿐만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도 많은 구성원의 참여가 필요하며, 정책 수립과 실행 차원에서도 사회적 합의와 협력 역시 필수적이다. 비단 현재는 강제적이던 거리두기 자체는 사라졌지만, 개인의 위생을 각자가 철저히 하고, 언제든지 또 그런 상황이 온다면 구성원들이 거리두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권고사항을 지속적으로 제시하여 숙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 

 

셋째, 다양한 행동의도를 촉발해 결국 예방행동으로 귀결될 수 있게 하는 소통방식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코로나와 같은 신종감염병 발생 시 대상과 거리두기 단계 상황에 따라 좀 세분화된 국민, 전문가 소통용 심리방역 매뉴얼이 제공되어야 한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나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개인의 부정적 감정이나 심리적 거리감, 위험인식의 수준이나 대유행 단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던 만큼, 국민들이 준수해야만 하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좀 더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의 책임이라는 식의 비난으로 낙인찍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남의 탓이 되지 않도록 국민 각자가 의식을 가지고 준수할 수 있도록 주의사항과 명심해야 할 내용을 수록한 매뉴얼을 제작하여 배포해야 한다. 각 기관의 담당자들에게 감염병 대응을 위한 메시지 전략에 대한 교육과 메시지 수립의 사전 공유 등이 이루어진다면 더 효과적으로 메시지 전략이 수립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방역당국은 신종감염병에 대한 브리핑이나 보도자료 배포 시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는 국민의 감정과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관련 정보가 과장되지 않고 정확하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염두에 두고 확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다른 주제들에서 제시된 언론보도지침과 같이 신종감염병 대응보도지침 등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사실 현재에는 코로나19 사례처럼 크게 우리사회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무언가가 잊진 않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다시 등장할 신종감염병이 있고, 우리는 이미 학습한 팬데믹의 교훈을 다시 끄집어내야 한다. 추후 또 다른 신종감염병 시대가 도래해 다시 우리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다시 떠올려 본다면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어떻게 그 기억을 활용하게 될지 내심 궁금해진다. 

 

 

 

 

 

본 원고는 황애리가 작성한 <메시지 유형과 양식이 재난예방 행동의도에 미치는 영향-코로나19 이슈를 중심으로>(2021)의 주요 내용 일부를 발췌, 구성 및 보완하여 다루었음을 밝힘. 

 

<참고문헌>

철 (2020).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메시지는 어떻게 소통되어야 하는가? ‘격리 중 자기봄’과 ‘감염확산방지를 위한 거리두기’라는 표현을 사용하자!. <한국철학회>, 143집, 87-109.

김여라 (2010). 신종플루 뉴스 이용 정도가 감염자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한국언론학보>, 54권 3호, 206-227.

백혜진 (2018). 뉴미디어 유형이 위험특성, 위험인식, 예방행동의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 <한국언론학보>, 62권 1호. 215-245.

유우현·정용국 (2016). 매스미디어 노출과 메르스 예방행동의도의 관계에서 대인커뮤니케이션의 역할. <한국방송학보>, 30권 4호, 121-151.

이경진·진범섭·최유석·한정석 (2017). 결핵에 대한 인지적 위험인식 유형이 이슈 부각 인식, 정보 추구의도, 예방 행위 의도에 미치는 영향. <한국광고홍보학보>, 19권 4호, 64-107.

황애리 (2021). 메시지 유형과 양식이 재난예방 행동의도에 미치는 영향. 서울 : 서강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학위 논문.

Jones, C., Hine, D. W., & Marks, A. D. G. (2017). The future is now: Reducing psychological distance to increase public engagement with climate change. Risk Analysis, 37, 331ᐨ341. 

Oh, S. H., Paek, H. J., & Hove, T. (2015). Cognitive and emotional dimensions of perceived risk characteristics, genre-specific media effects, and risk perceptions: The case of H1N1 influenza in South Korea. Asian Journal of Communication, 25(1), 1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