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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9호] 언론의 사이버 렉카화

[출처: Pixabay]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조 라 희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이버 렉카’(이슈 유튜버) 제작 유명인 정보 콘텐츠 이용 경험 및 인식>을 재구성하여 작성하였음.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은 누구나 쉽게 정보 생산 및 유통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인터넷 사용 기술을 갖춘다면 누구나 정보 생산과 유통 과정에 쉽게 참여할 수 있으며 소셜 미디어나 포털 사이트는 레거시 미디어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1) 이때 사이버 렉카라는 단어를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렉카’(교통사고 처리를 위해 현장에 출동하는 견인차)사이버에 합성한 사이버 렉카는 유명인에게 일어난 이슈를 악의적으로 편집해 온라인상에 퍼뜨리는 이슈 유튜버를 지칭하는 신조어다. 하지만 최근 사이버 렉카를 언론 보도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는 논란거리를 언론에서도 진상 관계가 밝혀지기 전부터 단지 이슈몰이를 하기 위해 기사의 화두로 다루는 경우가 많아져 문제가 되고 있다.

 

사이버 렉카가 만드는 유명인에 관한 콘텐츠는 사실확인을 거치는 경우가 드물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조회수·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자극적인 내용으로 많이 채워진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사이버 렉카 제작 유명인 정보 콘텐츠 이용 경험 인식>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들은 사이버 렉카 콘텐츠를 시청한 있는 응답자는 71.4%였다. 중의 응답자 92% 사이버 렉카가 사회적 문제라는 것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2) 날이 갈수록 심해져 가는 언론사들의 여론몰이에 수용자는 이상 무엇이 진실이고 중요한 뉴스인지 쉽게 판단할 없어 혼란스러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미디어 이용자들은 사이버 렉카가 제작한 콘텐츠에 담긴 검증되지 않은 허위 사실에 직접적으로 현혹되기도 하지만, 언론이 받아쓴 내용을 통해 허위 사실에 대해 확신을 갖게 가능성이 높다.” 지적했다.  

 

 

그 과정에서 해당 유명인에 관한 허위사실 유포(명예훼손), 개인정보나 사생활 정보 유출 등의 권리(인격권 등) 침해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사이버 렉카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요인별 중요도 인식 조사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 항목은 콘텐츠 생산자의 비윤리성, 돈벌이 외에 다른 것은 안중에 없는 비윤리적인 태도의 사이버 렉카들’(92.6%)로 확인됐다. 근소한 차이(1.8%p)로 뒤를 잇는 두 번째 요인은 언론의 책임 소홀, 구체적으로사이버 렉카들이 제기하는 의혹을 검증 없이 중계하듯 보도해 이슈를 확대·재생산하는 언론’(90.8%)이다. 즉 언론의 책임 소홀이 사이버 렉카 콘텐츠 생산자의 비윤리성만큼이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 2위와 거의 비슷한 비율로 3위에 오른 요인은 수요에 따른 공급, 다시 말해윤리적인 부분에 대한 고려 없이 재미와 자극을 추구하는 콘텐츠 이용자들의 행동’(90.1%)으로 나타났다.

 

전망 이론을 제시한 행동경제학자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매번 합리적인 의사결정만을 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의사결정과정에서 소비자는 제한된 합리성으로 인하여 휴리스틱을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3) 쉽게 말해 인간은 기본적으로 인지적 구두쇠이며 인간의 인지 자원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정보처리 능력도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정신적 과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으며 인지 용량이 제한되어 있기에 기억에서도 일종의 병목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는 수용자가 모든 정보를 객관적으로 사실을 검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정보가 끊임없이 쏟아지면서 수용자 입장에서는 어떤 채널이 믿을 만한 채널이고 어떤 채널은 오락성 채널인지를 매번 구분하기란 어렵다.

 

이때 유튜브 알고리즘이 사이버 렉카 경쟁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알고리즘으로 인해 한번 사이버 렉카 뉴스를 접하게 되면 이 모든 것이 사실인 것처럼 해석해 버리기도 쉽다. 알고리즘에 끌려가지 않도록 능동적으로 뉴스를 받아들이려고 하여도 정보의 홍수에서 이러한 수용자의 능력 또한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튜브 엔지니어 출신 기욤 샬로는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영화 <소셜 딜레마>에서 "추천 영역에서 알고리즘이 사회의 분극화를 더 심하게 만들고 있다" "분극화는 사람들을 잡아 두는 데 매우 효과적이며 알고리즘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한 것을 추천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뿐 아니라 언론에서도 이용자의 체류시간을 늘려 광고 수익과 이어지는 구조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때 알고리즘의 공식이 적용된다. 이용자들은 이에 대한 심각성을 매번 느끼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렇듯 사이버 렉카가 퍼뜨린 글을 일반적인 수용자들만의 태도 문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부족의 문제만으로 바라본다면 뾰족한 해결책을 도출할 수 없다.

 

다매체, 정보의 과잉 시대에 일부 기자들은 속보 경쟁으로 인해 팩트 체크를 촘촘히 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겉으로 보기에 비슷한 내용의 뉴스를 전하는 유튜브와 기자의 역할과 그 책임에 차이가 과연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단지 사회적 영향력만이 큰 것이 아니라 공정성, 정확성을 보장해야 할 언론사 기자들이 그들의 본분에 충실하지 않다면 수용자들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발생하며 언론은 위기를 맞이했고, 수용자는 갈수록 더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언론사의 더욱 철저한 게이트키핑 절차의 필요성이 강조되기도 한다.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서 기사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국민들은 언론에 대한 기대를 아예 저버릴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팩트체크를 소홀히 하지 않는 진정한 언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대상의 필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이 사이버 렉카 의혹 제기를 받아쓰지 않을 때에 비해 받아쓰기하는 경우 훨씬 많은 허위 사실이 양산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사이버 렉카의 콘텐츠와 이를 중계하다시피 하는 언론 보도는 많은 이용자들에 의해 소비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피해를 당한 유명인들 가운데 비방과 악플(악성 댓글)에 시달리다가 자살하는 사건도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언론 스스로가 속보 경쟁, 무책임한 보도, 떼거리 저널리즘으로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지는 않은 지 진지하게 재고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이에 더해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언론 보도가 사건의 본질을 전하기보다 단순 이슈성 기사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김호중의 음주 운전 사건과 관련하여 일부 언론은 음주 운전과 관련한 사회적 메시지는 빠진 채 관련 없는 키워드를 활용해 조회수를 위한 어뷰징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이슈 유튜버가 아닌 언론에서도 김호중의 사주를 예언한 무속인을 언급하거나, 해당 무속인이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선균 수갑을 예언 했었다며 오로지 화제성만을 위한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에 따르면 뉴스 가치보다 관심 끄는 용도로 지나치게 많이 보도한다는 질문에 동의하는 비율이 언론 보도와 사이버 렉카 콘텐츠 각각 87.6%, 87.4%로 미미하지만 언론 보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말 저널리스트들에게 부끄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보고 무엇이 진짜라고 믿을 수 있는가. 단순히 이슈몰이가 아닌 사회적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우리에게 와닿는 진실한 보도에 대한 기대는 이제 저버려야 하는가. 수용자들이 단순 화제성, 허위 정보에 노출되면서 겪는 혼란스러움이 커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저널리즘 본질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더 이상 수용자가 계속해서 흙탕물을 마시고 탈이 나지 않도록 뉴스의 생산자인 언론이 사회에 정화된 물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1)     염정윤·정세훈(2018). 가짜뉴스에 대한 인식과 팩트체크 효과 연구: 기존 신념과의 일치 여부를 중심으로. <한국언론학보>, 62(2), 41-80.

2)     양정애(2024). ‘사이버 렉카’(이슈 유튜버) 제작 유명인 정보 콘텐츠 이용 경험 및 인식.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 이슈>, 10(2).

3)     Kahneman, D., & Tversky, A. (2013).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 Handbook of the fundamentals of financial decision making, 99-127.

4)     제프 올로프스키(2020). <소셜딜레마>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