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5.10.11 21:19

‘부강’한 나라 싱가포르, 국민들은‘행복’한가.


강경민 _ 경제학과 석사과정


오랜 독재 하에서 성장한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말레이 반도의 남쪽 끝의 싱가포르 섬과 약 63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있는 작은 나라이다. 도시국가로 유명한 싱가포르는 좁은 국토에 자원도 인구도 부족한 상태에서 빠르게 성장하여 이제는 아시아 경제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잘 사는 나라’이다. 이러한 고도 경제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권위주의적 통치체제와 장기집권을 통한 국가주도의 경제계획, 부패 척결과 엄벌주의, 그리고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한 리콴유의 현명한 통치방식이 있었다.

 그러나 리콴유 전 총리는 한국의 1960년대 유신 정권에 못지않은 독재 체제를 무려 26년이 넘게 유지해 왔고 그 권력이 세습되어 리콴유의 다음 세대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콴유의 죽음을 마음 속 깊이 슬퍼하고 추모하는 싱가포르 국민들의 모습이 내게는 조금 의아했다. 리콴유 체제 하에서 언론 통제는 물론, 형평성 없는 교육체제와 엘리트주의가 만연해 있다. 싱가포르가 청렴한 정치로 유명하지만, 리콴유를 포함한 정치인들의 연봉은 일반 급여생활자 봉급의 80~100배에 달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부패를 저지를 이유가 없다. 이와 같은 임금의 극단적인 불공평 속에서도 파업이나 단체협상은 절대 불가능하며 행정부는 국정감사나 예산 심의를 할 수 없다. 불합리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독재에 대한 반발심은커녕 리콴유가 아니었더라면 세계적인 도시국가의 발전과 번영, 법규와 질서는 없었을 것이라며 리콴유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리콴유를 한 민주주의 국가의 대표자가 아니라, 싱가포르라는 나라를 있게 한 중세시대‘왕’같은 존재로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그렇다면 리콴유를‘훌륭한 독재자’라고 볼 수 있는가? 한국보다도 작은 영토에, 자원은 더더욱 부족하고, 인구도 적어 고급 인력도 부족한 싱가포르인데도 GDP는 한국의 2배나 된다. 한국처럼 강대국 사이에 끼어 휩쓸리지도 않으며, 실리외교로도 인정을 받고 있다. 리콴유 독재의 어둠 이면에는 분명, 싱가포르를 아시아의 ‘부강한 나라’로 만들어 놓은 업적이 있다. 이러한 경제적, 외교적 성과만을 본다면 리콴유는 ‘훌륭한 독재자’이며 싱가포르는 더 없이 좋은 나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싱가포르의 국민행복지수는 세계꼴찌이다1). 국가도 부강하고 지도자도 지지를 받는 작은 도시국가에서, 국민은 행복하지 않다’는 다소 모순적인 상황인 것이다. 불행한 국민과 행복한 국가, 과연 누구를 위한 국가인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 의문의 끝에서 우리는 ‘부강한 나라’란 어떤 나라인가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림 1>「 2012 국민행복지수 설문조사 결과」1)



1인당 GDP 세계 7위인 싱가포르, 왜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까

부유한 나라임에도 왜 국민행복지수가 세계 최하위일까? 국민행복지수를 측정하는 기준이 기관마다 다르지만, GDP가 포함되지 않은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설문조사를 기준으로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생각해 보았다.


(1) 인종과 계급에 따른 빈부격차

싱가포르에는 여러 인종들이 섞여 살고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잘 어우러져 살아가느냐고 묻는다면, 사실 그렇지 못하다. 당장 길을 걸어가면서 보아도 건설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인도인 또는 말레이시아인이며, 싱가포르 전체 인구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중국인은 찾아볼 수 없다. 직종에서 특히나 뚜렷하게 대비되는 인종은 중국인과 말레이시아인이다. 말레이시아인들 대부분이 저임금 직업군에 종사하고 있는 반면 고임금 직업군에는 중국인들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2) 이렇듯 인종에 따라 저임금, 고임금 직업군이 나뉜다는 것은 곧 인종별 소득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이 싱가포르 사회에서 가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가?‘ YES’라고할수는없다. 사실상 싱가포르에서 가장 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유럽인들이나 잠시 방문한 외국인들이다. 비율상으로는 가장 낮지만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싱가포르의 술집, 승마장 그리고 골프장 등 유흥지에 넘쳐나고 있다. 이는 싱가포르인들의 유흥문화에 대한 인식 때문이 아니라 싱가포르의 비싼 술값을 부담할 수 있는 사람들 중 다수가 유럽인 또는 외국 관광객들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주거지 또한 정부공급주택 지역과 콘도미니엄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어 둘 사이에는 암묵적인 위화감이 겉돈다. 저가의 정부공급주택에는 싱가포르 국민들이 주로 살고 있고 고급 콘도미니엄에는 유럽인, 외국 관광객들이 대부분 살고 있다. 어쩌면 싱가포르는 외국인들을 위한 나라처럼 생각될 수도 있겠다. 경제발전을 위해 외자유치에 가장 힘썼으며 현재까지도 외수경제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인 만큼 이러한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싱가포르 국민들이‘당신은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실상 GDP에는 반영되지 않는 유럽인 및 외국인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2) 계급을 재생산하는 교육 체계

교육은 계급 재생산의 주요 수단이자 부의 대물림을 반영하는 지표이다. 여러 세대를 거치며 빈부격차로 이어지는 싱가포르의 차별적 교육 체계는 놀라울 따름이다. 싱가포르의 중고등학교 교육은 한국의 교육 그 이상으로 경쟁을 부추기며 그 정도가 잔인하다 느껴질 정도이다. 대학 입학 전의 중학교, 고등학교 수준의 교육기관들은 모두 평준화가 되어있지 않다. 애초에 머리가 좋은 아이와 머리가 나쁜 아이를 엄격하게 갈라놓고, 그 안에서 다시 성적순으로 나눈다. 그리하여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US), 난양기술대학(NTU) 등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소수에 불과하며 자연스럽게 엘리트주의가 만연해진다.

 이러한 교육 체계가 긍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10대 시절에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은 직업훈련원을 통해 기술을 배우는 반면, 소위‘엘리트’로 평가된 아이들 덕에 싱가포르 명문대들은 세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잔인할 정도의 경쟁을 부추기는 것, 체에 거르듯이 사람을 걸러‘엘리트’로 양성하고, 그 그늘 아래에서 엘리트가 되지 못한 사람들은 정규교육의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실정이 국민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3) 독재정치 및 언론통제

학술 탐방지 선정에 가장 큰 역할을 차지했던 리콴유 전 총리의 서거로부터 리콴유와 그 후임자인 아들 리센룽의‘왕조’가 어떻게 싱가포르를 이끌어 왔는지에 대해 재고함으로써 민주주의의 부재가 싱가포르 국민들의 행복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우선 리콴유 부자의 정치 체제는 한국의 1960년대 유신 정권 못지않게 언론 통제가 심하다. 나아가 이 정치체제 하에서 어느 누구도 정부를 비판할 수 없다. 싱가포르가 높은 청렴도로 유명하지만, 사실 청렴도라는 단어가 의미가 없다. 여당이 국회좌석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야당은 끼어들 수 없게끔 판이 짜여 있기 때문이다. 총리의 연봉은 20억 달러에 달하고, 공무원들도 엘리트 출신이라 일반 봉급자의 100배에 달하는 고액의 연봉을 받기 때문에 부패를 저지를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파업이나 시위, 단체협상은 불법이며, 행정부도 국회에 대해 예산 심의나 국정감사를 할 수 없게 되어있다. 또한 싱가포르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The Straits Times 등의 신문은 Singapore Press Holdings라는 정부의 거대 공기업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다.

 이렇듯 독재주의를 정당화하기에는 자유의 부재와 법적, 도덕적 억압이 싱가포르 국민들의 행복도를 낮추고 있다는 사실에서 허점이 발견된다. 언론 통제는 물론이거니와,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 보장체계도 없고 파업도 할 수 없으며, 엄벌주의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리콴유는 이로 인한 서구사회의 갖은 비판을 ‘아시아적 가치’라는 명목으로“아시아인들이 가치를 두는 것이 꼭 서구사회의 가치와 같을 필요는 없다.”라며 오히려 아시아인들에게는 민주주의보다 가부장적인 독재주의가 맞다고 주장하였다. 이런 사고를 가진 지도자 아래에서 국민들이 행복할 리가 만무하다.


싱가포르가 맞이할 새로운 국면

1인당 GDP가 세계 7위에, 깨끗한 환경에 대한 엄격한 법적 제재로 거리에는 휴지조각 하나 없으며, 연중 덥고 습한 날씨를 보완해줄 든든한 에어컨 시설과 밤에는 도시가 만들어내는 멋진 야경을 가진 나라, 싱가포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싱가포르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까. 많은 싱가포르 국민들이 주말마다 가까운 말레이시아를 방문하는데, 그 때마다 말레이시아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한 도시 조호바루는 쓰레기 천지가 된다고 한다. 싱가포르에서는 길에 쓰레기를 버리면 과도한 벌금과 제재를 받는데 그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은 싱가포르인들이 자동차를 타고 말레이시아로 넘어가면서 너도 나도 창밖으로 쓰레기를 던지는 우스꽝스러운 행태가 성행하기 때문이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기 좋고 부유한 나라를 일구어냈다고 해도 국민들이 법의 엄격함에 익숙해지거나 그것을 용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이 주는 스트레스가 국민들이 행복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경제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그에 따라 국가 발전의 방안을 모색하려 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원했던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삶의 만족도는 크게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콴유의 존재가 곧 국가였던 싱가포르는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여당인 인민행동당의 일당독재 형태의 통치에 대한 반감도 늘어나고 있으며 야당도 점차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앞으로의 정치적 행보가 국민에 대한 강압적 통치방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그것이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이 될 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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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림 1>「 2012 국민행복지수 설문조사 결과」,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 세계일보 (http://m.segye.com/view/20121220024873)

2) 김성건, 1996,“ 싱가폴의 인종과 정책문제”『국제지역연구』5권 4호,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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