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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대학원 신문사
[153호]코로나19 – The Show Must Go On, But…_오유선 본문
코로나19 – The Show Must Go On, But…
오유선 기자 vicky0325@
소설. 작가가 개인적으로 창작을 마치고 작품이 한 번 출판되면, 독자들 역시 개인적으로 이를 소비할 수 있다. (접촉 정도 낮음)
방송. 다수의 인물들이 촬영과 편집을 마치고 방송이 한 번 나가면, 시청자들은 개인적으로 이를 소비할 수 있다. (제작 시 주의 필요. 접촉 정도 다소 높음)
영화. 다수의 인물들이 촬영과 편집을 마치고 영화가 한 번 개봉하면, 관객들은 집단적으로 이를 소비해야 한다. (제작 및 관람 시 주의 필요. 접촉 정도 높음)
그리고, 공연. 다수의 인물들이 제작과 연습을 마치고 매회 공연이 진행되면, 관객들은 집단적으로 이를 소비해야 한다. (제작 및 관람 시 주의 필요. 접촉 정도 매우 높음)
사람들이 스토리 중심의 콘텐츠를 접하는 유형은 위와 같이 크게 출판, 방송, 영화, 그리고 공연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중 공연은 단연 사람들 사이의 접촉이 제일 높은 유형에 속한다. 공연이 이런 특성을 보이는 이유는 바로 현장성이다. 출판, 방송, 영화의 경우 한 번 콘텐츠가 만들어지면 수용자들은 이를 반복적으로 소비한다. 따라서 비록 수용자 사이의 접촉은 일어날 수 있어도, 생산자와 수용자 사이의 접촉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공연의 경우 같은 작품이어도 매번 새로운 공연이 진행되고, 이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접촉이 생긴다. 결국 공연계에서는 다양한 차원의 접촉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영향 또한 다양하게 나타났음을 예상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공연계,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보다 관계가 있는 뮤지컬 분야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나타난 변화를 알아볼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생산자, 수용자, 그리고 추가적으로 뮤지컬 분야에 종사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겪은 변화를 구체적인 경험 사례들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1. 생산자 : 잠정 연기, 조기 폐막, 공연 취소의 행렬들.
2월 중순까지만 해도 국내 공연계에는 3월 정도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며 낙관적인 비전이 존재했다. 하지만 걷잡을 수 없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에 상반기 뮤지컬들은 연달아 조기 폐막 및 취소되었다. 지난 4월 1일, ‘오페라의 유령’ 내한 공연의 배우가 확진 판정을 받아 공연이 잠정 중단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같은 날, ‘오페라의 유령’ 중단 소식에 당시 공연 중이었던 대극장 뮤지컬 ‘드라큘라’도 2주간 공연을 중단, 이후 4월 19일까지 공연 중단을 연장했다. 이처럼 중소극장 뮤지컬과 더불어 굵직한 대극장 뮤지컬까지 중단되면서 뮤지컬에의 위기는 4월에 최고조에 이르렀다.
한편 해외의 경우,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아예 모든 극장이 폐쇄되었다. 3월 12일, 미국은 한 달간 브로드웨이 폐쇄를 결정한 후 4월 13일부터 재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극장 폐쇄는 6월 7일까지로 연장되었고, 이는 다시 9월 6일까지로 연장되면서 약 6개월 동안 모든 극장이 폐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브로드웨이와 쌍벽을 이루는 영국의 웨스트엔드 또한 3월 19일부터 모든 공연이 잠정 중단되었고, 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공연이 중단된다는 것은 단순히 티켓매출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나의 공연이 올라간다는 건 작가, 작곡가, 연출 등의 창작진, 기획, 음향, 음악, 조명, 분장, 안무, 의상, 무대 등의 스태프와 제작진, 그리고 배우들의 생계가 모두 얽혀 있는 문제다.
2. 수용자 : 좌석에 앉기까지의 험난한 여정
공연 일정이 바뀜에 따라 관객들 또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뮤지컬 관객은 많은 경우 관람일이 여유롭게 남은 시점에 예매를 진행한다. 인기가 많은 작품들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 회차 매진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어렵게 예매한 티켓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공연이 잠정 연기, 조기 폐막, 공연 취소되면서 갑자기 줄줄이 이어지는 환불 안내 문자를 받는 경우가 생겼다. 개인적인 경험을 들자면, 실제로 지난 4월에 예매했던 공연이 잠정 중단되어 환불을 받은 적이 있었다. 환불을 받고 공지되었던 중단 기간이 끝나 다시 예매를 했지만, 결국 조기 폐막으로 또다시 환불을 받아 끝까지 해당 작품을 관람하지 못하게 되었다.
공연 당일이 될 때까지 환불 및 공연 취소 문자가 오지 않으면, 사람들은 우선 안도하며 공연장으로 향한다. 그때부터 좌석에 앉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현재 대부분의 공연에서 티켓을 수령하기 위해 신분증 검사가 필수이며, 이후 문진표 작성, 티켓 수표 부분에 이름 기입 혹은 지정된 스티커 부착, 열 감지 카메라를 지나 수표 시 체온측정을 거쳐야 비로소 좌석에 앉을 수 있다. 이 또한 개인적인 경험을 들자면, 최근 뮤지컬을 보러 갔을 때 문진표를 제출하기 위해 문 앞에서 4번을 되돌아가야 했다. 문진표만 작성한 후 제출하러 갔을 때 티켓을 함께 수령해가야 했고, 티켓을 수령해가니 티켓 뒷면에 이름을 적어가야 했다. 뒷면에 이름을 적어 가니 적어간 부분이 아니라 수표 부분에 적어가야 했다. 더 이상 담당 스태프와 마주치기 민망해졌을 때에야 비로소 문진표를 제출하고 극장에 입성할 수 있었다. 물론 이는 현재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고 한 번 경험하면 익숙해지지만, 처음 경험할 때는 마치 극장 문을 수호하는 거대한 존재를 마주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드디어 좌석에 앉으면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관람 시 주의사항 안내방송이 나온다. 이전에는 휴대폰을 무음 모드로 바꾸고 관람을 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긴급재난문자가 오면 긴급성에 따라 무음 모드에서도 휴대폰이 울리게 되면서, 반드시 전원을 끄고 관람을 하도록 안내한다. 또한 공연이 끝날 때까지 마스크를 벗어서는 안 되며, 마스크를 벗는 관객은 공연 중간에 퇴장 조치를 할 수 있다. 안내방송까지 끝나면 하우스 조명이 암전되고 마침내 공연이 시작한다. ‘해냈구나.’ 안도의 숨을 내쉬며 공연으로 빨려 들어갈 준비를 한다. 하지만 아뿔싸, 마스크 때문에 곧 안경이 뿌얘지면서 무대와 나 사이의 제4의 벽에 점점 김이 서린다.
3. 학생들 : 취소되는 공연들과 몰려드는 공모전 지원자들
뮤지컬과 관련한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 역시 이번에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우선 각종 공모전에서 지원자 수가 크게 늘었다. 올해 한 창작 지원 공모전에는 지원자가 작년 64명 대비 112명으로 약 2배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심사 결과의 발표가 지연되기도 했다. 공모 주최측에서는 지원자 증가의 이유로 지원금 확대와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등을 들었다. 뮤지컬 작품 공모전의 경우, 많은 공모전들이 3-4번의 상업공연을 올린 사람들까지 신인 창작자로 인정한다. 이는 공연화가 어려워지면서 신인 창작자들의 공모전 지원이 증가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유사한 맥락으로 청년 예술공간지원 사업 등의 여타 공모전에서도 지원자가 대폭 증가하며 심사와 결과 발표가 지연되는 일들이 발생했다.
학생들의 활동은 공모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상업공연이 줄어든 것과 더불어, 올해 상반기에는 각종 대회 참가 등의 대외활동 및 학내 공연들이 대부분 취소됐다. 공연 동아리의 경우 2020년 1학기에 올라오는 공연을 위해 겨울방학 동안 준비했지만, 개강 연기 및 대관 취소로 해당 학기 공연 활동 자체가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재정비의 시간을 갖고 다음 학기의 공연 준비를 시작하지만, 이에 대한 의견 차이부터 참여하는 인원 구성원까지 전반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게 일어난다. 또한 지금도 여전히 집단적으로 연습을 하는 건 불가능하고, 한 번 공연 취소를 경험한 학생들은 하반기의 상황 역시 불투명하기에 활동 여부를 확신하기 어렵다.
The Show Must Go On, ,But…
The Show Must Go On. 쇼는 계속돼야 한다. 이는 공연계의 불문율이다. 아니, 불문율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 불문율은 여지없이 깨지게 되었다. 물론 이번 상황에 공연의 일시 중단, 공연장 방역과 문진표 작성, 좌석 거리 두기 등 공연계의 대응과 관리는 철저히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었으며, 이는 상당한 효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국내 공연계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잠정 연기되었던 공연들이 재개되고, 취소되었던 공연들 또한 하나 둘씩 개막을 계획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오페라의 유령’ 내한 공연은 4월 말에 공연을 재개한 후, 최근 2달 연장 공연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도중에 취소된 후 재개막한 공연들 중에도 공연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인간이 스포츠를 즐기는 이상 공연 예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과거 연극 수업 시간에 들었던 말이다. 도쿄 올림픽 연기 소식과 최근 무관중 스포츠가 개막하는 모습을 보며 어쩐지 그때의 말이 떠오른다. 그리고 코로나19의 상황이 지나간 후의 공연계를 상상해본다. 아마 이전과 비슷하겠지. 하지만 분명히 변화가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업계가 그렇겠지만, 공연계는 이번 일로 전방위적인 타격을 겪었다. 코로나19는 시간이 지나면 결국 해결되겠지만, 이후의 공연계는 이전과 같을 수 없을 것이다. 예언과 같은 예상으로 글을 마치며, 다시 공모전 준비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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