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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58호] 쿠팡이 로켓과 함께 쏘아올린 표준화와 착취

쿠팡이 로켓과 함께 쏘아올린 표준화와 착취

박 우 승 기자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인해 다양한 업계의 자영업자와 기업들이 꾸준히 손해를 입고 있다. 20213월 서울 정부종합청사 4차 재난 지원금 관련 브리핑에 의하면 여행사, 청소년 수련시설, 영화관, 예식장, 공연업, 스포츠시설 등 약 23개 업종의 매출이 40%에서 높게는 60% 이상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Untact), 홈 코노미(Home+Economy), 나를 위한 소비(Egocentric Consumption) 등의 소비패턴 변화로 인해 온라인 생필품 쇼핑, 구독형 OTT 서비스, 음식 배달 서비스, 증강현실 등의 업종 매출과 성장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쿠팡 플랫폼 역시 로켓-배송, 쿠팡-이츠에 이어 202012월 쿠팡-플레이 서비스까지 출시하며 코로나 19로 인해 변화된 환경을 기회 삼아 나날이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20108월 소셜 커머스(social commerce)업체로 시작한 쿠팡 기업은 기존의 딜(deal) 비즈니스 방식에서 2014년 온라인 유통업으로 전환하여 2015년에는 연 매출 약 19,150억 원이던 매출이 2020년에는 약 133,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였고(나이스기업정보, 2019), 현재에도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쿠팡 기업은 2014년 로켓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20206월을 기준으로 온라인 쇼핑몰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 19.7%의 선호도 1위를 기록하였으며(REALMETER, 2020),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서 실시한 2019년도부터 2021년까지의 오픈마켓 브랜드 조사에서도 브랜드평판 1위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 2021) 매출, 선호도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쿠팡 기업의 성공 요인으로 꼽히는 서비스는 바로 기존의 유통업체 배송방식과 차별화된 로켓배송방식이다. 2014년도부터 시작된 로켓배송2018년에는 신선식품까지 새벽 배송으로 진출하며 매출이 더욱 급증하였다. 쿠 팡 기업의 배송 서비스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면, 쿠팡 기업은 각 지역에 있는 물류센터에서 보관, 포장, 배송이 가능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로켓배송, 로켓와우, 로켓프레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로켓배송은 쿠팡의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당일 주문하면 다음 날 도착하는 1일 배송 서비스이다. 로켓배송 이후 출시한 로켓와우 서비스는 매달 일정한 요금을 지불하는 쿠팡 와우 멤버십에 가입할 경우 이용할 수 있는데, 로켓와우 서비스는 당일배송, 새벽 배송, 무료배송, 무료반품, 로켓와우 전용 상품 등의 혜택을 지원받는다.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 출시한 로켓프레시는 당일 자정 전에 일정 금액 이상의 신선 제품을 구매할 시 다음날 오전 7시 이전에 신선 제품을 받아 볼 수 있는 쿠팡 와우 멤버십 전용 배송 서비스이다. 현재 쿠팡은 2020년 기준으로 약 500만 명 이상의 로켓와우라는 유료 멤버십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코로나 19의 언택트 환경이 인해 소비자들의 쿠팡 플랫폼 이용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소비자들의 이용률, 매출 증가와 함께 쿠팡에 고용된 인원들도 늘어나 약 5만여 명의 배송 기사, 물류 센터 등의 인력이 일용직 혹은 계약직으로 고용되었다.

 

쿠팡 플랫폼의 노동 착취

 

 KPMG의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온라인 유통시장 중요 요소 중 상품의 최저가(57%)’ 다음으로 강화된 배송 옵션(43%)’이 두 번째로 높은 요소라는 결과를 통해 쿠팡 기업의 로켓배송을 통한 신속하고 안전한 배송에 대한 만족도가 온라인 쇼핑몰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오로지 소비자들의 이용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싸고, 간편하고, 로켓처럼 빠른 로켓배송이라는 쿠팡 서비스는 업계의 정점을 차지하기 위해 쿠팡 직원 모두에게 극한의 노동 강도를 강요하고 있다. 특히 쿠팡의 물류 센터 직원과 배송 기사 직원들은 로켓배송 서비스의 원동력을 책임지고 있어 더욱 높은 노동이 강요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쿠팡 배송 기사와 물류 센터 인력은 계약직 혹은 일용직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은 2년의 계약직 기간을 마치면 정규직으로 전환을 신청할 수 있지만 엄청난 노동 강도로 인해 2년을 버틸 수 있는 직원들은 많지 않고 물류센터 한 곳당 약 2,500명의 직원 중 정규직은 5%에서 10%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쿠팡의 어떤 업무 환경 부분들이 직원들의 노동 강도를 극단적으로 높이고 있는 것일까? 먼저 쿠팡 물류센터의 직원들은 물류센터에서 UPH(목표 생산량에 따라 인당 생산량과 고용 인원을 계산하여 적절한 노동 강도를 유지해야 하는 성과 관리 시스템) 관리를 받는데, 쿠팡의 UPH 관리는 일반적인 UPH 수준을 뛰어넘는다.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실시간으로 물류 직원 개인의 UPH가 전산에 등록되고, 실시간으로 확인되는 UPH를 통한 방송 개별 호출, 순위 부여, 저 실적자 퇴출 가능성 상기, 휴식 시간 통제 등을 통해 쿠팡 물류 센터 직원들은 UPH에 대한 압박감과 방송으로 호출되는 두려움과 수치심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또한 쿠팡 물류창고에서의 코로나 19 집단감염, 화재위험, 휴대폰 및 개인 물품 반입 금지, 쪼개기 계약 형식 등의 비합리적인 고용 및 부당 노동업무 환경은 직원들의 신체적, 심리적 차원이 포함된 업무 스트레스를 매우 높이고 있다. ‘쿠팡맨이라고 불리는 배송직원들의 노동 또한 마찬가지이다. 2018년부터는 쿠팡이 야간 신선식품 배송 사업인 로켓프레시 서비스도 제공하게 되면서 쿠팡맨 채용에서는 야간 배송이 가능한지에 대한 여부를 따지며 채용하고 있다. 야간 배송은 주간 배송보다 근무 시간이 1시간가량 짧고, 추가 임금을 받지만, 대부분의 야간 배송 쿠팡맨들은 6개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고 있다. 이러한 탓에 야간 배송 기사가 부족한 경우에는 쿠팡 측에서 강제로 야간으로 전환시키고 있는 경우 또한 많이 발생하여 쿠팡맨들의 스트레스와 노동에 대한 불만 또한 커지고 있다. 쿠팡맨의 야간 배송 임금은 주간 배송 보다 약 50만 원가량 높지만, 추가 임금을 뛰어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주간 배송과 야간 배송의 로테이션 없이 야간 배송을 고정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주간 배송 쿠팡맨 또한 업무량의 증가와 주문 폭주로 인해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야간 배송 쿠팡맨들은 교대근무도 아니어서 주 5일 야간근무로 인한 연쇄적인 야간 업무에서 신체적인 피로가 더 빨리 누적됨과 동시에 정신적 피로와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환경에 놓여있다.

 

 20203월부터 현재까지 코로나 19로 인한 과도한 로켓배송으로 인해 총 9명의 쿠팡 배송직원이 사망하였고, 쿠팡 물류센터의 산재 승인 건도 201748건에서 2020224건으로 약 5배가량 증가하였다. 한 치의 배송 지연을 허용하지 않는 소비자와 자본주의적 기업만을 위한 방식인 로켓 배송은 오로지 배송 직원, 물류 직원의 극단적인 노동만을 요구하는 자본주의적 플랫폼의 악랄한 착취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쿠팡의 핵심 성공 요인인 로켓 배송은 데이터에 기반한 최첨단 기술이 아닌 노동자들의 값싼 노동으로 이루어진 기업의 노동 착취를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쿠팡의 노동 착취형 비즈니스 모델은 미국의 아마존을 롤모델로 삼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존 플랫폼의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부터 물류 배송 시스템, 멤버십 시스템, 작업 시스템, 고용 모델까지 차이점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 플랫폼의 시스템은 매우 흡사하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쿠팡은 오직 노동 착취와 통제에 초점이 맞추어진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입 시켜 이를 표준화시키고 있다는 부분이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기존의 택배 배송 업계에 마치 생태교란종처럼 등장하여 당일 배송 시스템으로 국내 e커머스 기업 중 큰 규모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자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1위 업체인 네이버 측에서도 로켓배송을 견제하기 위해 CJ대한통운과 지분교환을 통한 배송강화에 나서게 되었고,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는 우정사업본부와 협약을 맺어 오늘주문 내일도착' 서비스를, 신세계의 SSG닷컴은 쓱 배송 서비스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빠른 배송은 이제 당연한 경쟁 조건으로 되어 소비자들은 배송 자체를 유통업체의 경쟁력이자 브랜드 그 자체로 인식하게 되었다. 쿠팡의 로켓이 쏘아 올린 표준화로 인해 발생한 이와 같은 배송 업체 간의 경쟁 심화는 결국 온라인 유통 업계를 비롯한 택배 배송 업계의 플랫폼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노동 착취 전략을 표준화시키고 있음을 소비자들이 인지해야 한다.

 

표준화의 확장

 

 지난 26일 오전 1130분경, 선릉역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40대 배달원이 화물차 앞으로 이동하다 신호를 받고 직진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배달원 A씨는 사망 당시 최근 배달의 민족에서 쿠팡 이츠에 대적하기 위해 6월부터 출시한 단건 배달 서비스인 배민1(one)’ 서비스 주문을 배달하는 과정에서 사망했다고 밝혀졌다. 이 사건에서도 쿠팡이 쏘아 올린 표준화는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배달업계는 코로나 19로 인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시장 중 하나이다. 2019년 출범한 쿠팡의 음식배달 어플리케이션인 쿠팡이츠 또 한 쿠팡 기업의 노동 착취 전략의 확장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쿠팡 기업에 성공을 안겨준 로켓 배송의 노동 착취를 통한 빠른 서비스모델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쿠팡이츠는 빠른 배달을 위해 해당 주문에 대한 단건 배달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쿠팡이츠는 배달원이 여러 배달 건을 묶음 배달을 하는 것이 아닌 1건의 배달만 처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배송이 빠르고 평점이 높은 가맹점에는 고객이 더욱 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 치타 배달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MAU(월간활성이용자수)20207(802171)부터 1년간 약 6.5배가 늘어난 5262,829명으로 쿠팡이츠의 성장세는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업계 1, 2위인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를 매섭게 추격하고 있는 쿠팡이츠는 업계 2위인 요기요와 일 년 전에는 약 9배에서 현재 1.5배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치타배달이라는 배달 서비스 또한 경쟁력이자 브랜드 그 자체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 쿠팡의 도전에 위기의식을 느낀 배달의 민족 또한 지난 6배민 1(one)’이라는 단건 배달 서비스를 내세우며 쿠팡이츠의 빠른 배달에 대한 경쟁을 시작하였다. 이런 플랫폼 간의 빠른 배달 경쟁은 배달 노동자들에게 하여금 경쟁을 위해 기존보다 더 빠른 배달을 요구하게 되는데, 온라인 유통 업체의 빠른 배송 표준화처럼 배달 업계에서도 같은 맥락의 빠른 배달이 표준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현재 쿠팡과 배달의 민족 간의 단건 배달 경쟁은 모두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사업을 시작한 이상 어느 한쪽이 그만둘 때까지 진행해야 하는 쩐의 전쟁 상태에 놓여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플랫폼 노동자 약 22만 명 중 약 52%로 추정되는 배달 노동자들은 배달 노동자들은 물류센터 직원 혹은 쿠팡맨들과 같은 고용주-피고용인 형태의 전통적인 고용 관계에 놓여있지 않다. 대부분의 배달 대행 플랫폼들은 린(lean) 플랫폼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데, 린 플랫폼의 특징 중 하나는 노동의 외주화이다. 대다수의 플랫폼 노동자들은 자신의 책임과 위험 부담으로 노동하는 독립계약자 법적 지위를 가지도록 되어있다. 독립계약자 지위를 가진 이들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되어 플랫폼이 이들의 노동을 빌려 착취하고, 기존의 노동법에서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관계에 놓여있는 것이다. 지난해 프랑스의 파리 노동재판소와 스페인의 대법원에서는 배달 직종의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해 독립계약자가 아닌 회사에 종속된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은 바 있듯이, 최근 들어 플랫폼 노동자를 독립계약자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한국 고용노동부에서는 별다른 방법 없이 여전히 독립계약자로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배달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과 조건은 독립계약자 지위에 있어 자유로울 것 같지만 플랫폼 간의 치열한 혈전 때문에 상황이 그렇지 않다. 배달 이용자가 급증하고 쿠팡이츠로 시작된 배달 시간 단축 경쟁으로 인해 배달 노동자들의 사고율도 대폭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의하면 배달종사자 산업재해 신청은 2018년에는 618건에 그쳤지만, 2020년에는 2,275건으로 3년 만에 약 4배가량 증가하였다. 또 한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이륜차 교통사고는 201817611건이었지만, 코로나 19로 인한 배달 수요 증가로 202021258건으로 2018년 대비 약 20%가량 증가하였고, 2020년 한 해 동안 24명의 배달 노동자가 서울 내에서 오토바이 배달 사고로 숨지기도 하였다.

 

 각종 언론 보도에서는 배달 노동자의 교통사고 증가 이유로 AI 시스템 도입으로 인해 배달 노동자가 잠시만 쉬더라도 배차가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노동자들이 쉴 수 없는 환경, 30분 내의 시간제한을 지키기 위해 신호와 교통 법규들을 무시하여 교통 사고율이 높아지는 환경, 단건 배달로 인해 건당 임금을 받는 배달 노동자들이 배달 건수를 늘리려 무리하게 운행하는 환경 등의 이유들로 사고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단건 배달 서비스가 잦은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단건 배달 서비스를 없애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국회에서는 라이더 보호법에 대한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배달 노동자들은 여전히 불안정한 법적 지위와 열악하고 압박적인 노동환경 속에서 노동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쿠팡이츠는 빠른 배달 경쟁 속에서 더 많은 배달 노동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치 배달금액 광고로 배달 노동자들을 더 확보하려 했지만, 정작 최대치 금액을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배달 노동자들이 대다수이고, 심지어 해명도 없이 임금이 절반만 지급되거나, 아예 들어오지 않는 등 임금 체불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2021년 현재까지 쿠팡이츠의 임금체불 신고 건수는 20건으로 배달 대행 플랫폼 중 올해 들어 임금체불 신고 건수가 제일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현행법상 배달 노동자들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되어 근로기준법이나 노동법상의 영역 밖에 있기 때문에 임금 체불에 대해 노동청에 신고하지 못하고 바로 소송을 진행해야 되는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노동자 범위의 확장

 

 현재 쿠팡은 로켓배송을 시작으로 로켓와우, 로켓 프레시, 쿠팡이츠, 쿠팡이츠 마트 등 헷갈릴 정도로의 다양한 온라인 주문 서비스들을 출시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주문량 급증과 주 경쟁력인 빠른 배송 특성으로 인해 쿠팡의 서비스들에 가장 필요한 인력은 배송 인력이다. 따라서 쿠팡은 배송 인력 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쿠팡의 배송 인력 고용 범위는 점점 더 많은 일반인들에게 확장되어 가고 있다. 그야말로 악착같이 노동력을 긁어모아 더 큰 몸집으로 불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20188월부터 일반인이 자신의 차량과 도보로 로켓 배송을 수행하는 쿠팡플렉스를 시작하였다. 쿠팡 플렉스는 무엇보다 쉽게 지원이 가능하며 플렉스 앱을 깔고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인터뷰 절차도 없이 배송 업무를 빠르게 시작할 수 있다. 쿠팡은 쿠팡 플렉스를 통해 육아맘, 대학생, 프리랜서 등의 다양한 일반인들이 부업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며 현혹하고 있는데,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고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 정도의 소득을 얻을 순 있으나 위험 부담과 책임 전가 형식은 배달 노동자들의 고용 형태와 일치하다. 쿠팡플렉스는 정규직 쿠팡맨들의 배송 업무에서 남는 잔여 택 배물을 처리해주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로켓배송을 수행하는 일반인들은 배달하기 어려운 주거 지역의 업무를 받을 수 있고, 기본적으로 빠른 배송으로 시간에 쫓기거나 배송 물건들을 차에 가득 실어 놓아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에 사고에 대한 노출 또한 높다.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쿠팡 플렉스의 일반인들은 영업용 번호판이 없어도 화물차가 아니라면 유상 운송을 할 수 있지만, 보험료 부담으로 인해 유상운송 보험에 가입한 차량은 불과 1%에 불과하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화재에 접수된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개인용 유 상 운송 교통사고 사고율(35.6%)은 일반 개인용 차량 사고율(17.3%)로 약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쿠팡 플렉스의 일반인들이 장기적으로 근무하는 것이 아닌 여유가 되거나 쉬는 날에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근무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입보다 보험비가 커질 수 있어 가입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의 위험성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쿠팡의 행태는 일반인들로 구성된 쿠팡 플렉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쿠팡 플렉스 외에도 롯데 슈퍼, 마켓컬리, 매쉬 코리아 등의 배송 속도가 표준화되어 속도에 사활을 건 업체들을 중심으로 일반인 배달이 활성화되어가고 있다. 쿠팡 플렉스를 기준으로 보면, 쿠팡 플렉스의 배송은 대략 하루에 약 1만 명 이상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즉 하루에도 약 1만 명 이상의 일반인들이 플랫폼에 소속된 노동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 범위의 확장은 쿠팡의 로켓배송을 비롯한 물품 배송뿐 만이 아니다. 배달 노동 업계에서도 많은 일반인이 배달 노동을 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인해 지난해에는 음식 서비스 거래액이 전년 대비 약 78.6%나 오르며 배달 시장이 커졌고, 시장이 커지면서 쿠팡이츠는 20195월 누구나 배달을 할 수 있는 쿠리어 를 도입하였다. 배민의 경우에도 20197월 배민 커넥트를 도입하였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해 538000명이었던 쿠리어 전용 애플리케이션의 MAU는 올해 148만 명으로 약 12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쿠리어와 배민 커넥트가 노동 중 사고 시 일반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은 쿠팡 플렉스와 마찬가지로 동일하다. 일반인 배달원들은 전문 장비 유무와 숙련도, 책임 의식 등의 배달 품질 저하와 무 보험 운행 문제로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같은 독립계약자 형태의 전업 배달 노동자들에게는 단가가 더 낮고 공급이 넘쳐나는 일반인 배달은 더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플랫폼 입장에서 바라볼 때 일반인 배달 노동자와 전업 배달 노동자들은 단순히 같은 독립 계약자 형태이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착취

 

 현재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우위는 어마무시한 자금과 최첨단 디지털 시스템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자들이 가진 것이라고는 과거 시대와 똑같은 원초적인 노동력밖에 없다. 플랫폼들은 과거의 자본가들과 같이 여전히 생산수단을 점유하고 통제하며 노동자들에게 노동력 판매를 마치 자유롭고 수지타산 맞는 교환처럼 권유하고 있다. 마르크스가 자본가와의 교환에서 나타나는 노동자의 표면적인 평등과 자유가 자본가의 착취를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듯이, 플랫폼은 플랫 폼 노동자들의 자유로움과 공정한 페이 아래 숨겨 놓은 노동 착취를 통해 최저의 지출과 극대화된 이윤을 만지려고 하고 있다. 아무리 혁신적이고 최첨단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이더라도 자본주 의식 운영으로 작동되는 한에서 노동력의 착취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으며, 일상화된 노동의 외주화 없이는 더욱이 경쟁 플랫폼을 상대할 수 없다. 쿠팡이 쏘아 올린 로켓으로 인해, 모든 것을 빠르고 간편하게 전달해주는 비인간적인 노동방식은 각 플랫폼들의 경쟁으로 번져 표준화되었고, 플랫폼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착취율을 높이고자 노동자들을 더욱 비인간적으로 쥐어짜고 더 많은 노동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자의 범위를 확대시킨다. 쿠팡 플랫폼의 화려한 성공 뒤에 가려진 플랫폼 노동의 표준화와 노동자 범위의 확대는 소비자들의 편리함에 맞춰진 것이 아닌,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부를 쌓기 위한 자본가(플랫폼) 간의 치열한 싸움을 위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플랫폼 간의 경쟁과 착취 속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평등을 누리기 위해선,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과 소비자들의 뒤돌아봄이 필요하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자본주의가 존속하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의 세금이나 노동자의 임금 인상 등을 통한 부의 재분배는 플랫폼 착취의 일부분만 개선될 뿐, 더 나은 평등을 이루기엔 무리가 있다.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을 통해 정부와 국회로 하여금 플랫폼이 교묘하게 피해 가는 법적 망을 더욱 강화시켜야 할 필요 가 있으며, 플랫폼 노동자가 자영업자나 특수 고용 노동자의 신분이 아니라 정당한 노동을 인정받고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우선적으로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수요가 많은 만큼, 더 많은 노동 착취가 필요함에 있어 플랫폼의 쥐어짜기식 노동이 더 심해지고 표준화되지 않기 위해 플랫폼 소비자들은 플랫폼이 자신의 뒤에 숨기고 있는 비인간적인 착취에 대해 뒤돌아보고, 반성해보는 성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