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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58호] 동물 유튜브의 성행과 그 이면

동물 유튜브의 성행과 그 이면

오유선 기자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741407&cid=46677&categoryId=46677

 

‘00집사’, ‘시고르자브종’, ‘냥냥펀치’ 등... 동물 유튜브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위와 같은 말들을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반려동물들의 SNS 부계정 및 유튜브 채널은 최근 들어 더욱 성행 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유행하는 동물용 보양식 및 간식 만들기 및 후기 영상, 노즈워킹 시도, 위급한 척 쓰러지면 동물들이 구조해주기와 같은 각종 유쾌한 챌린지 영상 등 반려동물과 즐거운 순간을 기록 하고 간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물 유튜브는 마치 다이어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랜선 집사들에게도 다양한 동물 유튜브 감상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다. 때로는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힐링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동물들이 겪는 어려움과 아픔을 함께 하기도 한다. 또한 굿즈의 펀딩을 주도, 진행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교감을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동물 유튜브에 관심을 갖고 보다 보면 가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올 때가 있다. 바로 순수한 마음으 로 동물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아닌, 유튜브 활동을 통한 수익 창출이 주목적이 되어 동물들을 불행하게 만들 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이다. 심지어 작년에는 유기 동물을 입양해 보살피는 것으로 유명했던 한 채널이 사실 가짜 입양 및 동물 학대를 하고 있었다는 논란이 일어나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동물 유튜브를 운영하는 데에서 가끔 일어나는 상업적 논란 및 조작 논란 등은 동물 유튜브를 하는 과정과 목적 사이에서 주객전도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괴리는 바로 동물들의 자연스러운 삶에 대한 개입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 챌린지 영상의 미묘한 괴리감 

 

‘00이랑 휴지벽 넘기에 도전해봤습니다’
‘00이의 과일 먹방 ASMR’ 

‘00을 처음 먹어본 강아지 반응’

 

조회수가 높은 동물 유튜브 채널은 많은 경우 당시 유행하는 챌린지에 참여하여 영상을 업로드하곤 한다. 휴지로 벽을 쌓 아서 넘도록 하는 휴지벽 챌린지, 동물들의 과일, 육회 먹방 영상 및 먹방 ASMR 영상, 동물용 케이크 및 디저트 만들어보 기 등, 동물 유튜브에 관심을 갖고 찾아보지 않더라도 쇼트 영상을 통해서 해당 영상들은 추천 영상 리스트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은 물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도 이처럼 새로운 시도를 하는 영상들을 보게 되면, 재미와 신선함을 느끼는 것과 더불어 관련 영상을 찾아보거나 각자의 반려동물과 유사한 챌린지를 시도해볼 수 있다. 하지 만 이러한 영상들을 접하다 보면 신기함을 넘어서 약간의 미묘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어찌 보면 유튜브 업로드가 아니었다면 시도해보지 않았을 도전들, 만들어보지 않았을 음식들과 어찌 됐든 일상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을 모습들을 브이로그, 인기 동영상이라는 제목하에 보다 보면 형언하기 어려운 기분이 드는 때가 있는 건 사실이다.

 

이처럼 일상 속 반려동물들과 유튜브 영상 속의 모습에서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괴리감이 느껴지는 데에는 앞서 말했던, 동물들의 자연스러운 삶에 대한 개입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반려동물과 즐거운 시도를 해보고, 이를 온라인 상에 공유하여 공감과 인기를 얻고, 나아가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추억을 만들고, 수익을 통해 반려동물에게 보다 나은 일상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의 자연스러운 도전과 즐거움, 이로 인한 이익을 넘어서, 동물들과 함께 하는 경험의 가치와 수익의 가치 사이에서 주객이 전도되어 버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시청자들은 이러한 괴리감을 느낄 수 있다. 반려동물 앞에 식탁을 세팅하고 낯선 음식들을 올려놓은 후 이를 먹는 소리를 ASMR로 감상하다 보면, 오랜 시간 준비해서 집안 소품들을 늘어놓고 한순간에 이를 무너뜨리는 영상을 웃음을 터뜨리며 감상하다 보면, 때때로 촬영이 끝난 후 영상 속 동물들이 이러한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고는 한다.

 

 

이색동물 유튜브와 환경의 적응

 

자연스러운 삶의 개입이라는 측면에서 나아가 생각해볼 때, 강아지, 고양이와 같이 일상에서 비교적 익숙하게 접하는 동물들과 더불어 최근에는 주변에서 직접 마주치기 힘든 이색동 물의 일상을 보여주는 영상 또한 뜨거운 반응을 받고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이색동물로는 라쿤, 알파카, 미어캣 등이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파충류 또한 인기를 얻고 있다. 해당 동물들의 생소한 외관부터 엉뚱한 습관과 행동들을 보고 있으면 익숙한 동물 영상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솜사탕 씻어 먹는 라쿤’ 동영상으로 반응을 끌었던 라쿤은 이색동물 중에서도 단연 가장 인기 있는 동물 중 하나로, 최근 몇 년간 국내에는 라쿤 카페 등이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흡한 오물 처리 등으로 인한 민원 발생과 불량한 위생 상태로 인한 건강의 악화, 그리고 라쿤 카페뿐만이 아니라 직접 분양을 받아 키운 이후 익숙치 않은 습성 등으로 유기하는 사례가 증가하며 해당 동물은 작년에 환경부에서 생태계 위해 우려종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이색동물들은 새롭고 귀여운 외모에 이끌려 섣불리 키우기 시작한다면, 예상치 못한 습성 혹은 특정한 환경이 요구되는 까닭에 손쉽게 유기되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다. 앞서 예로 들었던 동물들에 비해 비교적 익숙해진 동물 중 하나인 고슴도치를 추가적인 예로 살펴보자면, 이 또한 햄 스터와 유사할 것이라는 생각에 키우기 시작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고슴도치는 추위에 민감하여 1년 내내 적정한 온도를 필요로 하는 동물로, 외출 시에도 난방을 필요로 하거나 여름에는 에어컨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점 등 예상치 못한 요건을 필요로 하곤 한다. 하지만 이를 맞추는 데 소홀히 하거나, 심지어 이를 모르는 상태로 해당 동물과 함께 하다 보면 자연스레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고 만다. 이처럼 사람과 유사한 환경에서, 그리고 국내의 환경에 맞춰 살아가기 힘든 동물의 경우 귀여운 영상을 통해 손쉽게 결정하기보다 철저한 사전 지식 및 학습을 필요로 함을 생각해볼 수 있다. 

 

 

주객이 전도되지 않은 동물 유튜브를 희망하며

 

앞서 말했듯 유튜브는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가장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는 다이어리와도 같다. 그리고 반려동물의 다양 한 모습을 담아내고 이를 통해 인기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하지만 그 선후 관계가 뒤바뀌어 수익 창출을 위해 동물들의 자연스러운 삶과 생존에 필요한 요건에 외부의 개입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동물 유튜브를 즐겨 보는 수많은 랜선 집사 중 한 명으로서 두 가치 사이의 주객 이 전도되지 않는, 진정 동물들을 위한 영상 문화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