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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7호] 한국대학, 세계를 만나다: 외국인 유학생들과의 동화

연세대학교 해외홍보 담당 노 민 철

출처 : getty images

 

서울 시내 곳곳에서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재한 외국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명동, 인사동, 경복궁과 같은 서울 시내 주요 관광명소는 물론 성수동, 도산공원 등 MZ핫플은 인증샷을 찍는 외국인들로 넘쳐난다. 주요 관광지와 핫플 못지않게 많은 외국인을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대학 캠퍼스다. 한국의 대학 교육은 글로벌한 시각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등 대내외적인 이슈들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대학들에게 외국인 유학생들의 증가는 국제화와 수익 창출을 동시에 이룰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23학년도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만 명에 이르렀으며 팬데믹 이후 빠른 증가 폭을 보이고 있다. 주로 중국, 베트남과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 온 학생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영미권은 물론 제3세계 지역까지 다국적 학생들이 한국 대학을 찾고 있다.

 

Study Korea 3.0

 

교육부는 뛰어난 교육 인프라와 위상이 높아진 K-콘텐츠를 바탕으로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 중 학위 과정 유학생을 22만 명으로 늘려 세계 10대 유학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까지도 우리나라는 미국 대학 유학생 출신 국가 3위를 기록하는 등 유학 수지적자인 국가 중 하나다. 교육부는 유학 수지를 개선하고 더 나아가 졸업 후 국내 취업하는 유학생 수를 늘림으로써 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Study Korea 3.0). 해당 정책이 성공할 때 내국인 재학생들의 등록금 수입 의존도가 높은 다수의 국내 대학은 수입의 다변화를 통해 재정위기를 일정 부분 모면할 수 있고 활기를 잃어가는 비수도권 지역사회 역시 활성화될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 증가는 이뿐만 아니라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친한파를 양성하는 등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국내에서 학업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 친한 성향의 리더로 성장한다면 유·무형적으로 큰 자산이 될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책은 제대로 된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을 시 오히려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단순히 많은 수의 외국인 학생들을 선발하여 수를 늘리기에만 급급할 경우, 유학생들은 제대로 된 지원을 받기 어려우며 이에 따라 중도 탈락, 불법체류, 혐한 등의 문제가 급증할 수 있다. 실제로 외국인 학생들의 중도 탈락률은 내국인 학생들의 2배가 넘는 6%대이며 불법체류 유학생의 수도 전체 유학생 수의 증가와 비례하여 매년 늘고 있다. 언어적, 문화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외국인 학생 선발이 늘고 정부 차원에서 대학에 맞춤형 지원책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교내외 학교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Study Korea 3.0이 추구하는 유치와 정주는 요원해질 것이다.

 

유학생들의 고충

 

외국인 유학생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유학생들의 고충을 이해해야 한다. 실제로 여러 외국인 학생이 공통으로 토로하는 어려움은 개인차가 있지만, 언어와 교우관계다. 한국어가 미숙한 외국인 학생이 입학 직후 대학 레벨의 수업을 한국어로 듣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교육부는 한국 유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기본 한국어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외 한국교육원에서 유학 상담 서비스와 한국어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한국 유학 생활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국 대학에 관심 있는 외국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초청 연수도 진행한다. 이와 더불어 대학에서는 외국인 학생 맞춤형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노력이 중요하며 연세대학교의 경우 언더우드국제대학 (UIC) 그리고 글로벌기초학부 (GBED) 라는 좋은 예시가 있다. UIC는 영어로 모든 수업을 진행하여 영어권 학생들은 물론 영미권 대학을 고려하는 학생들에게 하나의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연세대학교의 경우 일부 전공을 제외한 모든 외국인 학생은 GBED 소속으로 1학년을 보내게 된다. 첫 해 동안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어 수준별 강의와 외국인 전용 교양을 수강함으로써 2학년 전공 강의를 대비하게 된다.

 

대학 입장에서 언어적으로 준비된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과 맞춤형 커리큘럼을 통해 이들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건 관리다. 단과대학마다 외국인 학생 전담 학사 지도 및 심리 상담 가능한 인력이 충분히 있다면 외국인 유학생들의 중도 탈락률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다수의 대학이 현재도 국제처에 외국인 전담 부서를 운영하고 심리상담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타지 생활에서, 그리고 학교생활에서 외로움은 큰 적이다. 외국인 학생들은 학생회 활동에 참여하기 쉽지 않고 동아리 활동을 하더라도 외국인 학생들끼리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이 좋아 한국 대학에 입학했지만, 한국인 친구를 만들기 쉽지 않다는 게 외국인 학생들의 의견이다. 본인 스스로 학과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단톡방에 들어가는 등 한국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노력을 해야 하지만 학생 사회에서도 소수인 외국인 학생들을 포용해야 한다. 정부와 대학 차원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것 못지않게 매일 함께 강의를 듣고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의 역할 역시 크다. 외국인 학생 수가 늘어남에 따라 문화적 차이 등으로 인해 내국인 학생들과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길 수 있다. 학생회 차원에서 국제처와 연계하여 외국인 학생들과의 주기적인 교류 행사를 한다면 서로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으로 유학을 오는 이유

누구에게나 유학의 길은 만만치 않고 큰 결심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학에 입학한 외국인 학생들은 어떠한 이유로 한국을 선택했을까?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한류이다. K-pop, K-드라마를 통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주류로 자리매김하였다. 한국에 관한 관심은 한류 1.0(드라마), 2.0(K-pop)을 넘어 음식, 뷰티, 생활 등 한국 문화 전반으로 퍼졌으며 대학은 이러한 흐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외국인 유학생들을 유치하고 있다.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이 한국어와 한국 생활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진 지금이야말로 우수한 외국인 학생을 선발할 좋은 기회이다.

 

또한 국내 대학들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 2024 QS 세계대학 랭킹에 따르면 국내 대학 5개교가 상위 100위권 내에 위치했으며 아시아 대학 중엔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유학생 입장에서 국내 대학은 영미권 대학 대비 학비와 생활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교육 수준은 높은 편이다. 특히 베트남 등 국내 기업이 많이 진출한 국가에서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가 매우 높으며 국내 대학은 학생들에게 매력적인 행선지다.

 

한국 대중문화에 관한 관심이 한국 문화 전반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진 만큼, 국내 대학이 세계 유학의 한 축으로 떠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가능성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서는 대학이 우수한 외국인 학생을 선발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며 대학 내에서도 외국인 학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은 단순히 학교를 거쳐 가는 주변인이 아닌 각 대학의 소중한 동문이며 우리 사회를 함께 이끌어갈 인재다. 단기간에 몇 명의 유학생을 유치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이 국내에서 수학하고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단계별 로드맵을 구축하는 것이 교육부와 대학이 가야 할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