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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22호] 사회적인 것이라는 이데올로기적 범주 사회적인 것이라는 이데올로기적 범주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현대 산업사회가 출현한 이래로 사회적 연대가 위협 받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긴 하지만, 마치 작용-반작용의 법칙처럼, 유대가 어려워질수록 타인과의 정서적 유대를 열망하는 대중적 욕구는 더욱 강해지는 듯하다. 이렇게 관계성을 통해 지금의 다차원적 삶의 위기를 돌파하고자 하는 대중적 상상의 중심에 바로 ‘사회적인 것’(the social)이 있다. 최근 대선의 핵심 의제가 여야 가릴 것 없이 경제 민주화로 귀결되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이라 볼 수 없다. 그동안 사회로부터 탈착근화되었던(dis-embedded) 경제를 그들 각각의 맥락으로 재착근화하고자 하는 시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과학적 지식-담론의 세계에선 사회적 경제 같은.. 더보기
[121호] 대학원 신문 3년,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김 학생회가 힘이 없잖아요. 아무리 학생회에서 문제를 제기해도 교수회의에서 부결하면 끝이거든요.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미리 폐강될 것을 염려하여 과목 개설을 안 하는 거예요. 박 폐강이 되면 교수들한테 피해가 있나요? 김 없죠. 하지만 자존심이 상하잖아요. 양 과목 수가 적어도 수업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새로운 내용이 제공된다면 그나마 좋을텐데... 김 그런 거는 바라지도 않아요. 기본적으로 과목은 개설을 해줘야죠. 그런데 학교 정책인지는 모르겠는데 대학원 수업을 일 년에 한 번 한다는 건 대학원을 죽이겠다는 건지... 참... 박 총학생회랑 같이 살펴볼 문제네요. 2년 전쯤에도 총학생회에서 성명서를 내고 움직이긴 했었어요. 이에 대한 대응으로 교칙 상으로는 교수 당 일 년에 한 과목이지만 그 이상으로.. 더보기
[121호] 우공이산, 우직한 공대생과 이대생이 산을 옮긴다. 박승일(이하 박) 반갑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번 기획은 ‘취중진담’이라고 술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목적입니다. 우선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려요. 김기욱(수학과, 이하 김) 저는 수학과 조교장 석사 4학기 김기욱이라고 합니다. 저는 불변(invariant)하는 다항식들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쉽게 설명 드리지 못해서 아쉽네요. 차완기(기계과, 이하 차) 저는 기계과 조교장 석사 3학기 차완기입니다. 제가 하는 연구는... 뭐라고 해야 할지... (흐흐) 박 어렵게 말하셔도 되요. 다 알아 들을 수 있어요. (하하) 차 거칠게 말하면 메탈 포밍(metal forming)을 해요. 특히 저는 재료 구성 방정식에 관심이 있어서 FEM code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남다현(.. 더보기
[121호] 외국인 유학생, 동동주에 취하다. 김예인 (기자, 이하 김) 네 분 모두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중국에서 오신 왕 소소씨 먼저 부탁드려도 될까요? 왕 소소 (이하 왕) 아니요, 한국식으로 남자 먼저 하면 안 될까요? (하하) 제롬 (이하 제) 레이디 퍼스트 아닌가요? 슈이치로 (이하 슈) 그러게요. 그럼 제가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일본에서 왔습니다. 이름이 좀 긴데, 미야모토 슈이치로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제 네 안녕하세요. 저는 프랑스에서 온 제롬이라고 합니다. 한국에 와서 1년 정도 한국어를 배우고 지금은 물리학 박사과정에 있습니다. 졸업은 3년 정도 뒤에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작년 크리스마스에 한국 여자와 결혼을 했습니다. (하하하) 쿠마리 (이하 쿠) 저도 정부초청장학생으로 와서 제롬과 아는 사이에요... 더보기
[120호] 겸멸(謙蔑) "다른 공부를 위한 방법" 겸멸(謙蔑) “다른” 공부를 위한 방법 조효원(문학평론가, 서울대 독문과 박사과정 수료) 두 개의 감정. 지루함과 압박감. 이 두 가지 근본감정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사회와 상아탑의 어중간 지대에서 방향도 목적도 의미도 모른 채 서성대고 있는 우리 모두를. 선생과 선배는 무언가를 이룬 듯 보이지만 실상 한줌의 성취 위에서 망연자실 무기력한 모습으로 지루한 듯 제자리걸음만을 반복할 뿐이고, (미래의) 제자와 후배들은 많은 시간과 밝은 미래를 가진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부와 학문의 가치 따위 전혀 안중에도 없이 (취업과 생존의) 압박감을 이기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공부’를 소명(혹은 알리바이?) 삼아 하루하루를 태워가는 우리는 어떠한가? 한줌도 안 되는 실적을 발판으로 위.. 더보기
[120호] 우리는 노동하는가? 우리는 노동하는가? 노동을 거부하는 것은 가능한가 조형래(문학평론가, 동국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잉여, 먹지도 말라. 오늘날 노동하지 않는 삶을 상상하기란 불가능합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OECD 국가들 중 최고 수준의 연간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나라인 만큼 모두 다 노동해야 합니다.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았든, 어떤 사정으로 그 기회를 자발적으로 포기했든, 노동하지 않는 이는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이 그저 숨만 쉬고 있어야 하는 ‘잉여’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취급됩니다. 청년백수, 실직가장, 독거노인, 캥거루족 등 노동하지 않는 잉여들에 붙어 있는 이름표는 실로 다양하지만 하나같이 동정과 경멸이 뒤섞인 양가적인 시선을 환기한다는 사실은 같습니다. .. 더보기
[120호] 결혼들 결혼들 『결혼, 에로틱한 우정』에 대한 몇 가지 소고 양경언 (문학평론가, 서강대 국문과 박사과정) 강요된 종착지로서의 ‘결혼’과 ‘사랑’이라는 필요조건 어쩌면 당신은 언제나 어느 정도의 오해를 동반한 채 ‘결혼’이라는 말(言)을 사용했을지도 모른다. 그 오해를 달리 표현해 ‘사랑’이라 하자. 사회가 부여한 하나의 제도로서, 혹은 삶의 필수적인 지표로서 결혼을 무리 없이 포장할 수 있는 배경이 바로 ‘사랑’ 이다. 하여 결혼은 연애 이후 지속가능한 사랑의 실현을 위한 진전된(?) 관계 맺기의 방식으로 논해지거니와 생애주기에서 응당 거쳐야할(?) 과정이므로 ‘기왕이면’ 사랑하는 사람과 맞이해야만 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요컨대 ‘결혼’은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는 말로 편리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 더보기
[120호] 삶을 짓는 소비 삶을 짓는 소비 『즐거운 불편』을 참조하여 김나영 (문학평론가, 고려대 문예창작과 박사과정 수료) 소비하는 인간 소비에 대해서라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단 한 순간도 소비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잉크, 당신이 쥐고 있는 종이, 하물며 우리의 시야를 밝혀주는 전등 역시 소비의 과정을 통과한 물질이다. 나아가 내가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어떻게 생겨나는가. 아무렇지도 않게 취해왔던 대부분이 실상 소비라는 특별한 행위를 거친 것이라는, 이 불편한 진실을 우리는 일종의 당연함이라는 미명 아래 애써 외면해 왔을지도 모르겠다. 커피 한 잔이 나의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흘러들어가는 순간에도, 내가 간과한 노동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할.. 더보기
[120호] 초록색 엄지(Green Thumb)와 몽상의 정치 초록색 엄지(Green Thumb)와 몽상의 정치 -『게릴라 가드닝』, 화차(火車)에서 화차(花車)로- 강지희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국문과 박사과정) 혁명을 꿈꾼다면 문제의 핵심은 다시 ‘공간’ 처음 ‘페이스북’의 세계에 발을 들였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포스퀘어(Foursquare)’였다. ‘위치기반 소셜미디어 서비스(SNS)’ 포스퀘어는 지도에 자신의 위치를 체크인(check-in)하여 공유하는 서비스다. 체크인으로 자신이 다닌 곳을 공유하고, 그것을 통해 점수나 뱃지, 시장직 등의 보상을 획득하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근 ‘구글 맵’을 거부하고 ‘오픈스트리트 맵’을 택하면서 다시 화제가 된 포스퀘어의 사용자는 전세계적으로 500만 명에 이른다. 왜 사람들은 물리적 제약이 극복된 가상.. 더보기
[120호] 진단과 처방-'뫎의 의학'을 향해서 진단과 처방 — ‘뫎의 의학’을 향해서 『우리는 왜 아플까 』 서평 노대원 (문학평론가, 서강대 국문과 박사과정) 웃음이 사라진 병원에서 그러나 내가 정말로 아프기 시작한 것은 늙은 간호원이 병실 앞에 내 이름이 새겨진 문패를 걸어준 후, 수의(囚衣) 같은 환자복을 주었을 때였다. […] 입원한 다음날, 한 떼의 의사들이 병실로 몰려와, 겁에 질려 있는 나를 전범(戰犯) 다루듯 사납게 벽 쪽을 향하게 한 다음, 주사 바늘로 옆구리를 찔러 굉장한 양의 노르께한 액체를 빼내었고, 나는 집행을 기다리는 죄수처럼 유난히 하얀 병실 벽을 마주 바라보며 그들의 작업이 끝날 때까지 약간 울고 있었다. 그리고 작업을 끝마치고 사라져가는 그 집행인들의 흰 가운에서 병실 벽처럼 차디찬 체온을 절감했다. (최인호, 「견습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