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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12호] 기관(organ)뿐인 사회, 혹은 망각에 잠식당한 신체(body) : 홍형숙의 <경계도시2> 읽기 재현 Representation 을 단순히 가상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이 거듭되는 Re- 행위 -ation 내에 현재 -present- 가 기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이 반복적 행위가 현재에 대한 가상을 넘어 시뮬라크르의 차원으로 전도될지라도, 재현에는 항시 현재가 말소된 흔적으로나마 남아있기 마련이다. 물론 이 흔적을 추적하는 것은 이미 포지티브화 된 사진을 보며 그 이전의 네거티브한 필름을 상상해내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일 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현재의 은폐된 단면을 목도하게 된다. 영화로 재현된 공간에서 영토적 포섭의 결을 읽어내고,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불편한 기억을 상기하려는 필자의 사유를 따라가 보았다. 신이수(영화감독) 가 다루고 있는 것은 잔존하는 몇몇 기록물에 의지해.. 더보기
[112호]전체성과 그 잉여들 :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모두의 것’으로 세계화의 대항담론으로 로컬화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중심-주변이 곧 권력-저항과 등치관계일 수 있을까. 어쩌면 주변적 공간을 움직이는 동력이 또 다른 중심화에 대한 반동적 욕망일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 문화기호학과 정치철학적 사유를 통해 중심-주변이라는 손쉬운 이분법적 도식을 탈각하고, 중심과 주변을 가로지는 불분명한 경계에서부터 사유를 구축하려는 필자의 논의를 실어보았다. 김수환(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교수) 전지구화를 배경으로 로컬의 문제를 사고할 때,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은 이른바 ‘전복의 딜레마’다. ‘중심’을 비판하고 ‘주변’을 재인식하려는 지향은 흔히 중심과 주변의 전위(轉位)를 꾀하려는 욕망에 의해 인도되기 쉽다. 위계의 전복이 중심과 주변을 가르는 틀 자체를 향한 .. 더보기
[112호] 도시는 우리의 것이다 근대 인클로저 운동 이후, 인간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던 공간은 자본이란 초월적 교환체제에 의해 독점적 소유의 공간으로 전락하였다. 이에 공간과 묶여있던 공동체의 기억 또한 점차 희미해지고, 그 빈자리는 오직 숨가쁘게 순환하는 자본만이 간헐적으로 머물다가 떠날 뿐이다. 삶을 성찰케 해야 할 예술조차 일종의 스펙터클로서 자본 순환의 윤활유로 기능하는 시대, 과연 예술이 어떤 실천적 여백을 구축할 수 있을지 예술가이자 활동가인 필자의 생각을 청해보았다. 김강(미술가, 예술과 도시사회연구소 연구원) 그들은 나를 그들의 것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나를 통제했다. 그러나 누구나 다 머물렀다가, 떠났다. 어찌 내가 그들의 것이 될 수 있으랴, 그들이 나를 껴안지 못해, 내가 그들을 껴안고 있는데... - 「Ha.. 더보기
[110호] 대학강사, 비정규직법에 걸리다 비정규교수의 제도적 지위와 생계 문제는 교수 사회의 고착화된 계급질서와 사회 곳곳에 번져있는 신자유주의적 시장질서에 기인한다. 비정규교수처우 문제 등 대학 내 민주화 요구를 가로막는 관료화된 교수 사회의 구조, 그리고‘신분의 벽’(교원 자격)을 경계로 한 침묵의 카르텔 현상에 대한 필자의 비판을 새겨듣고자 한다. 홍영경 (성공회대 비정규교수노조 분회장) “강사 못 구해 폐강 속출” 이는 2009년 9월 14일자 교수신문 일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이번 학기에 많은 대학의 강좌가 수강신청 인원 미달이 아닌 담당교수의‘정리’ 취소된 사연을 취재한 기사다. 기사는 2학기 강의에 배정되었다가 수강신청이 모두 끝난 상태에서 느닷없이 ‘짤린’ 강사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것도 인사 담당부서의 형식요건을 갖춘 해고 통보.. 더보기
[110호] 대학원에서 성정치를 말하다 캔디.D (서강대학원 석사과정) 변함없이 잔존하는 성폭력적 요소들, 여성 대학원생으로서 겪는 불편함들, 남성 위주의 행정과 시스템들 등 남성 편향적 질서는 대학원 공간 내에 여전히 뿌리 깊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현실들을 살펴보고 이들을 성정치적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독해해보고자 한다. 대학원과 성정치를 이야기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처음에 든 생각은 ‘대학원은 성(性)적으로 폐쇄적인 곳이고, 그 안에서는 아무 이야기도 못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니 대강 그런 이야기를 쓰면 되는 거 아니겠어?’였다. 그런데 과연 대학원이 ‘폐쇄적이고 아무 이야기도 못하는 곳’이라는 한 문장으로 표현 가능한 곳일까? 최상위층 학문기관이라는 정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곳이 대학원이라는 공간 아닌가. 대학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 더보기
[110호] 대학원과 시장권력, 그리고 나 대학원과 시장 권력이 어떤 지점에서 어떻게 만나는지 그리고 그 만남은 어떤 현실 정치적 지형을 만들어내는지 살펴본다. 시장권력에 포섭되어 가는(혹은 이미 포섭된) 대학원 사회와 이를 인준하는 교수들과 학진, 그리고 여기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대학원생들의 현실에 대해 고민해보고, 덧붙여 절대자본주의 체제라는 압도적인 현실 아래서 어떤 저항과 성찰이 가능한지 나아가 대학원이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 함께 모색해보고자 한다. 이명원(문학평론가) 1. 1945년 이후의 대학 오늘과 같은 대학의 시장화를 장기지속적인 구조적 국면에서 진단한 것은 월러스틴이다. 그는 1945년부터 2000년까지를 분절한 후 다음과 같은 7단계의 변화를 지적하고 있다. 1) 1945년 이후 일어난 가장 중요한 일은 적어도 25년에.. 더보기
[110호] 존경과 존중 사이 배호남(중국 옌타이대학교 한국어학과 외국인교수) 대학원 내에 공고히 자리 잡은 권력 관계를 들추어보고 이를 통해 몸 속 깊이 기입된 권력의 작동을 낯설게 보고자 한다. 대학원 사회는 선생과 제자, 박사와 석사, 남성과 여성, 제단과 학생, 전임과 시간 강사, 유학파와 국내파 등 수많은 권력관계들이 고착화 된 공간이다. 이러한 고착화를 발본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결국 대학원 구성원들이 이들 권력관계에 공모하거나 혹은 이를 내재화했기 때문은 아닌지, 정치성이 실종된 대학원 사회에 대한 필자의 날 선 비판을 들어보자.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 다니다 보면,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친구들로부터 부러움 섞인 푸념을 종종 듣게 된다.“좋겠다. 너는 아직 학교에 다니니까. 밖의 세상은 얼마나 힘든지…….”필자 역.. 더보기
[110호] 학문적 대안공동체는 물론 가능하다. 그러나... 임옥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대표) 어떤 영역이든 신자유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대학원이 학문 공동체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 있다면 어떤 형태로 가능하고 없다면 왜 그러한지에 대해 살펴본다. 돈 되는 학문만 육성하는 대학원 정책, 취업을 위해 잠시 머무르는 학생들, 어떤 대안적 담론도 생산해내지 못하는 학문, 분과 학문의 경계를 고착화시키는 학진 등. 이처럼 많은 요소들이 대학원을 기능적 공간으로 전락시키고 있기에 대학원‘바깥’에서 학문 공동체를 모색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다년간 여이연(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 대안적 담론을 만들어 온 필자를 통해 대학원 공동체의 가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대학 안에서도 ‘찬밥’신세인 인문학이 미래의 비전과 삶의 지혜를 제시할 수 있을까? 혹은.. 더보기
[109호] 아감벤 : <호모 사케르>와 현재 진행형의 계보학 박진우 (파리 5대학 커뮤니케이션 사회학 박사과정) 아감벤 효과 라는 낯선 제목의 책 한 권이 처음으로 세상에 던져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이다. 고대 로마법 전통 속에서 ‘희생될 수 없는 존재’ 즉 제의에 바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를 죽여도 어떤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 이 모순적 존재에 대한 논의는 모두에게 생소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이 이탈리아 철학자에게 ‘호모 사케르’라는 범주는 서양 정치철학의 근원적 패러다임을 질문하기 위한 대단히 중요한 도구였다. 주권 권력에 의해 배제됨으로써 주권 속에 포함되는 이 모순적 존재, 이러한 ‘벌거벗은 생명’이 시민, 인권과 같은 서양 정치철학의 핵심 범주라는 주장은, 우리로 하여금 법과 주권, 정치와 근대 민주주의의 관계를 새롭게 사유하게끔 해 주었다. .. 더보기
[109호] 지젝과 해방정치의 시차적 전환 한보희 (연세대 비교문학 강사) 주식회사 대한민국, 이 경제 일원론의 시대는 성공과 동시에 붕괴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경제다!”라는 구호는 더 이상 경제적 구호가 아니라 정치적 구호로 반전된다. 게다가 그 경제-정치적 구호에서는 묘한 종교적 근본주의의 냄새가 난다. CEO 대통령 이명박은 ‘생필품의 물가를 국가가 직접 관리하라’는 개발독재시대의 명령을 내리고 (‘부시-너머’가 아니라 그저) ‘부시-이후’임이 나날이 뚜렷해지는 오바마는 시장주의 경제를 국가-시장주의 경제로 다시 쓰는 일에 매몰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민의 죽음으로부터의) ‘정치적인 것’의 재탄생 이 ‘되돌아온 중세’적 세계―신으로서의 자본-권력과 종교로서의 자본주의 체제―의 법은, 마치 카프카의 법정처럼, 삶에 대한 직접적 명령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