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

[164호] 강아지는 왜 강아지일까

언니한테 달려간다 ! 폴짝 !

 

언니 좋아 ! 헤헤 !

장혜연 기자

 

하얀색 피부 앙증맞은 코에 

부드러운 머리 결 날 내려 보네 

널 안으면 내 맘까지 따듯해 

내 어깨에 기대면 

잠이 막 쏟아지네 

 

- 크러쉬 ‘우아해’ 중 

 

 

개는 멸종된 개과 동물(Canine)의 후손이다. 최초의 개과 동물은 약 4,000만 년 전 북미의 대륙에서 출현했다. 이후 800만 년 전쯤에 유라시아에 도착했다. 개들은 사람과 함께하도록 진 화되어왔고 지금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개와 유전적으로 유사한구조를가진종은늑대,코요테,자칼,붉은늑대 등이다. 단순히 생활 습관이나 생김새만 닮았을 뿐 아니라 유전자 구조가 몹시 닮아 이종교배가 가능할 정도이다. 

 

그렇다면 개는 언제부터 인간과 함께 했을까. 인간은 개를 가축화(domestication)하며 관계를 맺어왔다. 늑대과 동물 들은 유전적 변화를 통해 인간과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에 적응 하며조금씩변해왔다. 자료에 의하면 가장 먼저 개를 사육 한 것은 썰매를 끌게 만들려고 개를 사육한 고대 북극지방 거주민들이다. 30~40만 년 전 인류는 늑대를 만났다. 4만 5,000~12만 년 전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유럽과 동 아시아에 삶의 터전을 닦았다. 농경이 등장하고(2만 년 전), 삶의 터전에 정착하게 되면서(1만 2,000~ 1만 5,000년 전) 개는 가축화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세계 곳곳에서 개를 주제로 한 미술품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들어 우리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견종이 생겨났다 (약 150~200년 전). 

 

개는 인간보다 뛰어난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다. 개의 고주파 가청 범위는 3만~4만 4,000Hz이다. 이는 인간의 가청범위 인 3만~2만의 가청범위를 뛰어넘는 수치이다. 또한, 개는 인간보다 30% 더 많은 후각 수용체를 가지고 있다. 인간의 후각상피의 넓이는 1평방인치/5평방센티미터인 반면, 개의 후각상피의 넓이는 23평방인치/150평방센티미터까지 달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는 인간이 감지하지 못하는 소리와 냄새를 잘 감지해낼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여 개들은 마약 탐지견, 수색 구조견, 암세포 감지, 경호견 등으로 활약 하기도 한다. 

 

한편, 산업화 이후에도 개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개는 가장 보편적인 가축이자 인간과 가장 친밀한 반려동물 중 하나이다. 랩독(무릎 강아지)이 아닌 강아 지를 도심에서 키우는 것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유행인데 과연 개에게 도시환경이 적절한지에 대해 몇 가지 의문점이 있다. 우선, 개에게 시골의 초원보다 도심의 도로가 적합한가에 대한 질문이다. 또 다른 질문은 주인이 외출한 시간동안 방치되는 것에 대한 의문이다.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은 교집합을 가지고 있다. 개는 주인 또는 가족과 함께 하는 무리동물이다. 물론 주인과 함께 초원에서 신나게 뛰노는 것보다 행복한 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골에서 묶인 채 생활하는 개 보다 도심에 사는 주인 옆에서 산책하는 개가 훨씬 행복할 수 있다. 또한 주인이 부재하는 시간을 홀로 기다려야 하는 일은 개에게 엄청난 고통일 수 있다. 모두 알다시피 개의 수명은 인간의 것보다 짧다. 그 찬란한 시간을 기다림으로 소진해야만 한다면 개를 가족으로 맞이하지 않는 편이 좋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개는 오랜 시간동안 인간의 옆을 지켜 왔다. 코로나19 시기라 해서 달라진 것은 없다. 조금 변한 것이 있다면, 인간들이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가지게 되었다는 정도? 사회적 거리두기나 재택근무, 다중이용시설 제한 등으로 인해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은 강아지 입양에 큰 관심을 가졌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기간 중 강아지 입양율이 높아지자 이 시기에 입양된 강아지를 ‘팬데믹 퍼피(Pandemic puppy)’라 일컬었다. 팬데믹 퍼피라는 명칭의 탄생으로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강아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증명하듯, 2020년 12월 작성된 기사에서는 영국 전역의 유기·파양동물의 입양 을 돕는 ‘도그 트러스트(Dog Trust)’의 북아일랜드 밸리미나 보호소는 매년 증가하던 입소견의 수가 전년 대비 약 30%p 감소되었다고 보고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외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한 <2020년 동물보호 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여 불과 1년여 만에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591만 가구에서 638만 가구로, 약 47만 가구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면서, 외로움을 잊기 위해 집안에 들인 반려견을 버리는 현상이 다시 많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1분기에 등록된 월평균 유 기 동물 수는 7,955마리였지만 3분기에는 1만 769마리까지 증가했다. 하루 평균 약 326마리를 길에서 구조한 셈이다.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해 들였던 반려동물이니, 코로나를 극복할 때 즈음엔 귀찮고 손만 많이 가는 존재가 되는 것일까. 세상의 전부였던 주인에게 버림받은 동물들은 약 10일에서 20일 안에 새로운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안락사 위기에 처한다. 한국의 반려동물 안락사 비율은 기록상 20% 대에 머물러 있다. ‘안락사’ 라는 명목 하에 공식적 기록으로 남은 수치가 20% 수준이니, 질병이나 기타 이유로 보호소에서 사망한 비율은 반영되지 않았을 것이다. 반려동물 양육 비율과 반려동물 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것에 비해 인간에게 버림받은 동물에 대한 사후관리 체계는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 1월을 기준으로 반려동물 의무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동물 등록 의무화가 시행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동물 등록률은 53.4% 수준이다. 문제는 내장형(삽입형 마이크로칩) 인식칩이 아닌 외장형 인식표(목걸이 등)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동물을 유기하거나 잃어버렸을 경우 실질적인 효용성이 없다는 것이다. 동물등록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선진국에서 내장형 마이크로칩 시술로 인한 부작용이 보고된 사례는 0.01% 미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18만 마리 중 부작용이 보고된 사례는 단 14마리 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시술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반대에 부딪혀 내장형 인식칩 의무화는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품 안에 안겨 주인을 바라보는 반려동물을 진심으로 위하고, 사랑해주는 주인의 마음일 것이다. 단지 잠깐의 외로움이나 심심함을 잊게 해주는 존재가 아닌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이며, 이 귀여운 생명체에겐 주인 이 이 세상의 전부라는 것을 인식하고 책임감을 갖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며 주인된 도리일 것이다. 오랜 시간 인간의 옆을 지켜주고 조건 없는 무한한 사랑을 보여준 이 세상의 반려동물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며 짧은 글을 마무리한다. 

 

 

참고문헌 

개는 왜 우리를 사랑할까/ Coren, Stanley 

개 : 그 생태와 문화의 역사/ Miklosi, Adam 

개/ Alderton, David 

http://www.campl.co.kr/mobile/content_read. asp?idx=10807 

https://www.hani.co.kr/arti/animalpeople/human_ animal/976186.html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17364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 html?idxno=188337 

'기획'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4호] 섬광기억  (0) 2023.04.18
[164호] 인간-동물-환경, One Health  (0) 2023.04.18
[163호] 당신이 남긴 또 하나의 발자국  (0) 2022.12.19
[163호] 따옴표가 아닌 물음표  (0) 2022.12.19
[163호] 세상을 보는 눈  (0) 2022.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