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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63호] 당신이 남긴 또 하나의 발자국

오 유 선 기자

 

눈을 뜸과 동시에 머리맡에 충전해둔 핸드폰을 확인하면서 시작 하는 하루. 어젯밤 늦은 시간까지 구경한 SNS에 친구들의 새로운 소식이 올라왔을지 기대하며 들어가 본다. 이후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들으며 학교에 가고, 페이퍼를 작성하기 위해 각종 논문과 정보를 검색한다. 중간중간 과제 혹은 프로젝트 관련 메일이 왔는지 확인하러 들어가면, 그사이 새로운 광고 메일들이 도착해 있다. 신문사 부원들과 화상회의를 한 후에 집에 돌아가 OTT 서비스로 동영상을 시청하며 저녁을 먹고, 유튜브와 SNS를 보다가 또다시 하루를 마무리한다.


평소와 같이 보낸 나의 소소하고 일상적인 하루의 행적은 다양한 형태로 결과를 남긴다. SNS를 통한 친구와의 소통, 나의 
취향으로 구성된 음악 재생목록, 점차 완성되는 논문과 프로젝트의 진행, 회의의 결과로 발간되는 신문 등. 여러분의 하루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평범한 나날 속 우리와 떨어질 수 없는 인터넷의 사용은 또 하나의 발자국을 남기게 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발자국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 눈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흔적, 바로 디지털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이다.

 

디지털 탄소발자국이란?


이름마저 생소한 디지털 탄소발자국, 과연 그게 무엇일까? 디지털 탄소발자국이란 사람들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서 활동하는 흔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마치 발자국을 남기는 것처럼 상징화한 개념이다. 자동차 배기가스나 플라스틱 사용으로 환경이 오염된다는 사실은 익숙하지만, 숨 쉬듯 사용하는 핸드폰과 노트북, 태블릿 PC 등의 이용으로 인해 실시간으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말은 언뜻 와닿지 않는다. 실제로 디지털 탄소발자국의 중요성이 대두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환경공단에 의하면 스마트폰 보급 및 사용이 시작되기 전인 2007년까지 전체 탄소 배출량에서 디지털 탄소발자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에 불과했지만, 이는 2018년 약 3배가 넘게 증가하였다. 또한 현재와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2040년경에는 디지털 탄소발자국의 비중이 전체 탄소발자국의 14%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디지털 탄소발자국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 답은 우리가 디지털 기기를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 담겨있다. 사람들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면서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와이파이 혹은 데이터를 사용한다. 이때 와이파이 및 데이터는 서버로부터 정보를 불러오고, 네트워크를 거쳐서 데이터 센터로 연결된다. 이처럼 네트워크가 서버를 연결하는 데이터 센터는 이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24시간, 1년 365일 가동되어야 한다. 그리고 디지털 탄소발자국이 발생하는 핵심 원인은바로 데이터 센터의 유지 과정에 숨어있다.


디지털 탄소발자국의 시작점, 데이터 센터


지난 10월 15일 카카오 데이터 센터의 화재로 전국이 마비되는  사건이 일어난 후, 이와 관련된 보도가 연일 이어지면서 데이터 센터라는 단어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앞서 말했듯 365일 24시간 가동되는 데이터 센터는 디지털 탄소발자국의 시작점이자 핵심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데이터 센터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면, 데이터 센터는 서버 및 네트워크 설비 등을 갖추고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관, 처리하는 컴퓨터를 갖춘 시설이다. 이러한 데이터 센터는 24시간 작동하고 정보를 처리하느라 상상 이상의 열기가 발생하며, 이를 식히고 냉각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간단히 비유하면 쉬지 않고 가동하는 데이터 센터의 수많은 기기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또다시 수많은 에어컨이 가동된다는 것이다. 결국 데이터 센터의 시설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 및 방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와 같은 과정으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디지털 탄소발자국이 남게 된다. 구체적인 디지털 탄소발자국의 발생 요인 및 수치를 알아보면, 우선 구글 검색엔진을 기준으로 인터넷 검색을 할 경우, 검색 1회당 0.2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또한 전화의 경우 통화 1분당 3.6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이메일의 경우 한 통당 4g이 발생하며 대용량의 첨부파일이 포함되면 그 양은 더욱 증가한다. 그리고 유튜브, OTT 서비스 등을 통해 동영상을 시청하면 10분 시청에 1g의, 데이터 사용 시 1MB당 11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러한 수치를 염두에 두고, 글을 시작할 때 언급했던 하루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돌이켜 보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인터넷 검색, 통화, 이메일, 영상 시청, 데이터 사용 등을 종합해 본다면 지금껏 쉬지 않고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남겨온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지우기 위하여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동영상을 보는 사이, 이메일을 확인하고 업무를 진행하는 사이, SNS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이에 환경이 오염되고 있었다니, 이는 처음 듣는다면 생소하고 다소 충격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줄여나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제는 일상에서 뗄 수 없는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무턱대고 줄이기는 어렵겠지만, 몇몇 효율적인 생활 습관으로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지워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디지털 탄소 발자국의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생활 속 작은 실천 방안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일상에서 가장 간단히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이메일을 정리 및 관리하는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 불필요한 
메일을 보관할 경우, 해당 데이터는 데이터 센터에 전송되어 에너지의 낭비가 증가한다. 현재 전 세계 이메일의 사용자는 약 23억 명으로, 1인당 50개의 불필요한 이메일만 삭제하더라도 276,000,000kWh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애초에 불필요한 스팸메일을 차단하는 것 또한 큰 도움이 된다. 전 세계에서 스팸메일로 인하여 매년 330억 kW의 전기가 소모되며, 이로 인해 1,7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게 된다. 하루에도 몇 건씩 쌓이는 광고 메일과 더불어 지나간 결제 내역에 대한 메일 등을 삭제한다면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지워나가는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알아볼 실천 방법은 전자기기의 모니터 밝기 조절 및 스트리밍의 서비스 이용을 자제하는 것이다. 먼저 핸드폰, 노트북, 태블릿 PC 등의 모니터 밝기를 100%에서 70%로 낮출 경우, 모니터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약 20%를 절약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영상의 화질을 조절하는 것 역시 효과적인데, 4K 영상은 HD 화질보다 약 30%의 에너지를 더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을 줄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2030년에는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전 세계 전력의 4.1%를 소비하리라 예측되고 있다. 음악의 경우 스트리밍보다는 가급적 다운로드를 받고, 작업이나 공부할 때 배경음악과 같이 동영상이나 영화를 스트리밍하면서 소리를 켜놓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줄여나가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앞서 알아본 방법들 외에도 개인정보 보호모드와 북마크 기능의 사용, 전자기기의 잦은 교체를 자제하는 등의 방법 또한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줄여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이미 수많은 다른 행위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 중 디지털 탄소발자국은 무엇보다 개인의 이용 행태와 습관으로 충분히 줄여나갈 수 있는 분야에 해당한다. 디지털 기기의 이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만큼 디지털 탄소발자국의 범위 또한 확대되는 가운데, 일상 속 작은 빗자루질이 우리가 남겨온 족적을 조금이나마 기워나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