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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63호] 플랫폼 자본주의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플랫폼 자본주의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이 지 나 기자

2022년 10월 1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는 인명 피해가 있었던 화재도 아니고, 불로 인해 자연 훼손이 심각하게 일어났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종류의 위험이 전 국민에게 제기되었다. 바로 디지털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데이터센터가 전원을 내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두가 체험한 일 이다. 바야흐로 ‘디지털 재난’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SK C&C 측에 따르면, 화재 발생 시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진압 하는 대비책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한다. 별다른 방안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화재 진압을 위해 전원은 차단되었고, 전 국민이 오후 3시 30분부터 만 하루가 넘도록 불편을 겪게 된 것이다. 카카오는 명실 상부 ‘국민 메신저’이다.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 국민 지도 카카오 맵, 국민 교통서비스 카카오T, 국민 금융서비스 카카오페이 등 모든 카카오 서비스가 접속 오류를 겪었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와 관련은 없지만 기타 다른 디지털 서비스와 카카오톡이 서로 연동된 경우에도 문제를 겪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털사이트 ‘다음’ 로그인이 제한되고, 택시도 잡을 수 없고, 단순한 메시지 한 줄을 보낼 수조차 없게 그야말로 온 생활에 ‘마비’가 온 것이다. 카카오톡 메신저를 기타 웹사이트 로그인,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로그인, 본인 인증 등 다양한 타사 서비스와 연동 시키는 것을 통해 편리함을 누렸던 것이 디지털 재난 상황에서는 총체적인 역효과를 낳았다. 우리는 이 사고를 통해 우리 일상생활 전반에 카카오가 너무나도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과 동시에 단 한번의 문제 발생으로도 전국민의 삶이 큰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카카오는 10월 19일부터 11월 6일까지 총 19일간 피해 사례를 접수하기 시작했는데, 닷새 만에 약 4만 5천 건이 접수됐다고 한다. 최종적 으로 접수된 건수는 10만 건을 넘겼는데, 이 중 일반 이용자의 피해 접수 사례가 89.3%였으며 소상공인이 10.2%를 차지했다. 또한, 유료 서비스에 대한 피해 접수 건수가 약 17%였으며, 무료 서비스 중 금전적 피해를 입은 접수 건수는 15%를 차지했다. 당초 피해 보상액 규모는 약 400억으로 추산되었으나 최종 접수 건수가 10만 건을 넘겼기 때문에 피해 액수와 보상액의 규모 역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위 지표를 통해 카카오가 현재 우리나라에 끼치고 있는 어마어마 한 영향력과 범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2월 1일 전체 회의를 열어 일명 ‘카카오 먹통 방지법’을 여야 합의 하에 의결하기도 했다. 이는 데이터센터 화재로 ‘먹통 사태’가 발생한 만큼, 데이터센터에 이중 안전 조치를 마련하고 재난 관리에 대한 기본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사업자의 범위에 카카오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중심으로 한다. 카카오가 국민 서비스로 자리매김한지 10년이 넘었지만, 부가통신사업자의 재난 대응 의무는 올해 전까지 법적으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셈이다. 카카오는 무료 서비스 피해 사례도 접수하고, 소상공인을 포함한 피해를 입은 유료 서비스 사용자에게도 별도 현금 보상을 포함한 일괄 보상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제 우리는 디지털 재난의 위험과 영향을 충분히 인지하게 되었다. 큰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 주어지는 금전적 보상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가 우리 앞에 닥쳤다. 이러한 현실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것일까?

 

1970-80년대의 경제 성장, 동아시아 경제 위기, 1990년대의 닷컴 버블, 2008년도의 금융 위기 사태 등 일련의 글로벌 경제 사건들을 겪 으며 자본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줄 신기술에 막대한 돈을 투자했다. 1990년대에 통신 설비,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등 기초 하부 공사가 완료되었고, 2008년 금융 위기에서 살아남은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 은 막대한 돈을 투자 받아 새로운 기술적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기 시작했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줄 것이라고 기대된 신기술은 바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 서비스였다. 플랫폼은 이용자의 활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알고리즘과 같은 자기들만의 독점적인 기술을 통해 그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공하며, 다시 그 데이터를 추적 대상에게 적용해 맞춤 광고 혹은 검색어 노출 순위 등의 형태로 이익을 얻는 3단계의 과정을 선보인다. 다시 말해, 이제껏 상품화할 수 없었던 모든 물질적이고 비물질적인 자원, 노동, 인간 활동, 감정, 관계, 장치, 정보들을 전부 데이터로 치환해 상품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소비자 혹은 수용자들을 은밀하게 감시하고, 추적하고, 통제하는 과정은 전부 플랫폼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 하에 이루어진다. 자본주의가 늘 꿈꿔온 것들, 즉 수용자의 참여를 통해 자연스럽게 생산되는 잉여 가치와 이윤 수취, 조밀하게 짜인 휴식시간 없는 최고 효율의 노동을 활용하는 것, 노동자를 보호, 감독, 교육하는 데 드는 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것, 문제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는 것, 인간과 관련된 모든 물질과 비물질의 상품화 등이 우리의 현실이 된 것이다. 현시대 핵심 산업으로 떠오른 인터넷 기반의 플랫폼 자본주의는 이러한 플랫폼 신기술, 플랫폼의 운영 원리, 플랫폼의 논리, 플랫폼의 형식 등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 보편화되는 과정과 그 결과를 말한다. 한국에서는 네이버를 시작으로 커뮤니티와 같은 역할을 수행했던 소셜 플랫폼들이 먼저 인기를 끌었는데, 카카오를 기점으로 플랫폼이 단순히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교통, 쇼핑, 뉴스, 뷰티, 금융까지 장악하게 된 현실을 보면 플랫폼의 기반은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유인하는 것이며, 사람들을 그 안에 계속 머물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카카오톡을 사용하여 사람들과 교류하고,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읽고, 배달의 민족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실시간 온라인 지도에 의존해 길을 찾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상을 공유하며, 유튜브를 통해 재미를 찾는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를 통해 우리의 일상 속에 플랫폼이 만연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또 애초에 대응을 할 수는 있는 문제인지, 대응을 하는 것이 맞긴 하는지 등 다양한 질문이 여전히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정책적 차원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지만 규제 강화에 따른 또다른 부정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플랫폼은 실제로 아주 편리한 기술이며, 긍정적인 효과 또한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플랫폼 자본주의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질문은 플랫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혹은 플랫폼을 어떻게 성장시킬지 등의 이분법적인 고민이 아니다. 플랫폼이 우리 일상의 일부분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인식하고, 플랫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불공정하지만 자발적으로 나의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나에게 보여지는 것이 온전한 현실이 아니라 알고리즘 혹은 빅데이터와 같은 기술을 통해 설계된 현실일 수 있다는 점을 우선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을 인식한 다음에야 플랫폼 자본주의 속에서 나는 어떠한 주체로 살아갈 것인지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