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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7호] 실내식물의 월동준비

- 두꺼운 옷을 꺼내어 입듯 식물도 월동준비가 필요해요 -

 

리빙, 식물 전문 인플루언서 / 작가 퀘 럼

https://in.naver.com/el512

 

저는 요즘 날씨가 추워지니 베란다 화분들을 위해 매일 베란다 창문을 여닫느라 상당히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습니다. 우리 집 베란다는 남향 베란다인데, 낮에는 햇볕이 깊게 들어와 창문을 닫았을 경우 온도가 30도 이상까지 오르는 반면 밤에는 햇볕이 들어오지 않으니 온도가 확 내려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밤낮 기온차가 심해버리면 화분이 건강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게 되지요. 따라서 낮에는 창문을 활짝 열어온도를 낮춰주고, 밤에는 창문을 닫아 온도를 올려주는 방식으로 온도 조절을 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식으로 온도를 조절해 주는 것이 좀 불안한 방식이기는 합니다. 실수로 밤에 창문을 닫지 않으면 제가 잠에서 깨어난 아침까지 쭉 찬 바람을 받게 되어 냉해를 입을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죠. 따라서 그냥 베란다의 식물을 전부 베란다에서 실내로 옮겨버리는 것이 편리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굳이 베란다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많은 식물들이 어느 정도 사계절의 변화에 노출이 되었을 때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온 후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듯이 어느 정도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더 강인해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지요. 특 히 라벤더, 튤립, 수선화, 무스카리 등과 같은 일부 식물의 경우에는 겨울동안 적당한 추위를 받아야 봄에 예쁜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에 겨울에 적절한 추위를 받게 하는 것은 꼭 필요 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열대 지방이 고향이라 굳이 사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않아도 괜찮은 식물도 있기는 합니다. 그렇기에 저의 경우에는 식물의특성에 따라 구분하여 각각 다르게 대처를 해 주는편 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제가 사는 남향 베란다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화분 월동을 시켜주면 좋을까요?

 

거실 창가쪽에 배치한 관엽식물

베란다가 넓은 편이라면 앞뒤로 다르게 배치합니다.

사실 지금 사는 집 베란다가 워낙 좁은 베란다라서 그렇지 넓은 베란다 집에서 살 때는 굳이 낮에 창문을 열고, 밤에는 창문을 닫는 식으로 온도 조절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창문을 조금 열어놓은 상태를 유지했지요. 그렇게 해도 식물들이 냉해를 입거나 하지 않았는데요~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추위에 강한 식물은 앞쪽에 배치하고, 추위에 조금 약한 식물은 뒤쪽에 배치했기 때문입니 다. 솔직히 베란다가 아무리 넓어도 거실보다는 넓지 않으니 앞이나 뒤나 별 차이 없지 않을까 싶을 수 있는데, 뒤쪽은 앞쪽보다 찬 바람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앞쪽에 배치했을 때 보다 훨씬 냉해를 입는 일이 덜 했습니다. 거의 5년 넘게 베란다에 그대로 화분을 두고 월동을 했음에도 냉해를 입지 않았을 정도니 말 다했지요.

앞뒤 배치를 달리한 모습

간이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보기도 했지만...

지금은 좀 수고스럽기는 해도 밤에만 창문을 잘 닫아주면 큰 문제가 없다지만 예전에 동향 베란다집에서 첫 겨울을 날 때는 화분들이 냉해를 입으면 어쩌나 매일 걱정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갓 결혼하여 아파트 베란다에서 처음 화분 월동을 시켜보는 것이기도 했고, 동향 베란다 특성상 겨울에 햇볕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걱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요. 게다가 그 당시 첫 신혼집으로 얻은 아파트가 평수가 작은 아파트였기 때문에 거실에 화분을 배치할 수 있는 공간도 매우 적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아주 추위에 강한 식물 화분을 제외하고는 전부 뒤쪽에 배치한 후 유독 추위에 약한 식물 화분을 위해 선반 하나에 김장 비닐을 씌워 간이 비닐 하우스를 만들어줬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간이 비닐하우스가 별 쓸모없더라고요. 비닐하우스는 햇볕이 들어왔을 때 시너지 효과로 온도를 확 올릴 수 있는데 햇볕이 들어오지 않으니 온도를 별로 올릴 수 없었던 것이죠. 음, 그래도 찬 바람은 조금 더 막아줬으니 아예 쓸모가 없었다고 하기는 애매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지금 사는 남향 베란다 집에서는 겨울에 햇볕이 잘 드는데도 왜 간이 비닐하우스를 만들지 않았을까요? 대낮에 30도를 넘을 정도로 온도가 확 올라 가는데 간이 비닐하우스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요? 너무 더워서 견딜 수 없어지겠죠.

간이 비닐하우스를 만든 모습

식물의 월동 온도를 알면 겨울 월동 시 참고가 되지만 만약 모르고 있다면?

저의 경우에는 오랫동안 가드닝을 해왔기 때문에 제가 키우고 있는 식물의 월동 온도를 알고 있어 해당 식물의 월동 온도에 맞춰 수월하게 겨울 월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수의 식물 화분을 키우고 있는 분이라면 해당 식물의 월동 온도를 먼저 체크한 후 겨울 월동을 대비하면 보통은 성공적인 겨울 화분 월동을 시킬 수 있죠. 하지만 집에 식물 화분수가 많은 편이라면 하나 하나 월동 온도 체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요. 그렇다면 월동 온도를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화분 겨울 월동을 준비하면 좋을까요?

일단, 베란다에 전자 온도계를 배치한 후 매일 낮밤 온도가 어떠한지 체크해 줍니다. 보통 겨울에 햇볕이 잘 들어오지 않는 동향 베란다를 제외하고는 낮에 햇볕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베란다 평균 온도가 최소 20~25도는 넘을 것이에요. 이 정도 온도면 식물이 충분히 겨울을 날 수 있는 온도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죠. 단, 20~25도 정도되면 낮 시간동안 꼭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주어야 합니다. 온도가 높고 환기까지 되지 않으면 식물에 해충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지요. 겨울은 날씨가 춥기 때문에 해충이 잘 생기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는데, 환기에 신경을 쓰지 않아 해충이 생기면 속상하지 않겠어요? 저의 경우에도 작년 겨울에 며칠 정도 귀찮다는 이유로 낮에 창문을 열지 않았다가 깍지벌레, 총채벌레가 출몰한 적이 있어서 지금은 꼭 낮에 환기 해 주는 것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베란다 온도가 최저 몇도 이상일 때 안전할까요? 일반적으로는 10~15도 이상이 안전한 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추위에 약한 식물 대부분이 10~15도 정도의 온도면 비교적 무난하게 버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베란다는 찬바람의 영향이 큰 노지와 달리 찬 바람의 영향을 덜 받고, 건물 열의 영향을 받게 되어 노지 보다 조금 낮은 온도에서도 식물들이 비교적 무난하게 잘 버틸 수 있기도 해요. 실제로 건물영의 힘을 믿고 야외 온도가 영하 2~3도 정도 되었을 때 로즈메리를 창문을 활짝 연 창문 위에 올려놓은 적이 있는데, 로즈마리의 월동 온도가 0도 정도인데도 무난히 잘 버티더라고요.

배치의 경우에는 잎이 크고 대품이 많은 여인초, 고무나무 종류, 몬스테라, 스파티필름 등의 관엽식물은 대부분 추위에 많이 약하므로 거실 창가나 환기를 시킬 창문에서 좀 떨어진 위치에 있는 뒤쪽 공간에 배치해주고, 허브와 제라늄 종류는 베란다 앞 쪽, 일반 화초와 잎 크기가 작은 호야, 아이비, 게발선인장 등의 다육식물 과 관엽식물의 경우에는 베란다 뒤 쪽에 배치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허브냐, 관엽식물이냐, 다육식물이냐, 화초냐, 채소냐에 따라 월동 온도가 서로 비슷한 경향이 있는데~ 제라늄의 경우에는 0도까지 버틸 수 있고, 허브류의 경우 노지 월동이 가능한 품종도 있을 정도로 대부분 추위에 매우 강하여 0~5도 정도면 겨울을 충분히 잘 날 수 있거든요.

간혹 자신이 키우고 있는 허브의 지상부가 시들어 냉해로 시들어 버렸나보다고 오해하시는 분도 계시던데, 이는 냉해로 시든 것이 아닌 겨울 동안 뿌리로만 월동 했다가 봄에 새순이 돋아나기 위함으로 절대 시든 것이 아닙니다. 저의 경우에는 허브 종류를 다양하게 키우는 편이라 겨울이면 그렇게 지상부가 시드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되었는데요, 봄이 되면 더욱 건강한 새순이 돋아나서 “성장하면서 약해졌던 줄기를 이런 식으로 더 건강하게 만드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베란다에 온도계를 배치해 놓은 모습

처음에는 힘들어도 나중에는 감이 옵니다.

화분 겨울 월동을 처음 할 때는 식물의 특성을 잘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참 어렵게 생각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1년, 2년, 3년... 매 해 화분 월동을 시키다 보면 냉해를 입은 식물, 추위에 약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의외로 잘 견디는 식물이 나오면서 어느 정도 감이 잡힙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과 경험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