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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7호] [한중 수교 31년]‘유학생’을 통해 융합과 교류로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대학 미디어엔터테인먼트학과

강사 JIN XIANMEI 

 

한중 수교가 지난해로 30년을 맞이했다.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 이후 단절되었던 양국의 관계는 1992년 정식 외교관계 수립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수교 첫해인 1992년 64억 달러의 무역 규모는 2020년 2,415억 달러로 약 38배 증가했는데, 초창기의 경공업이나 중화학 위주의 무역 교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빠르게 전환되었다(국제무역통상연구원, 2021). 이처럼 경제통상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은 자연스럽게 인적 교류를 포함한 사회문화적 교류로 확대되어 양국 국민의 상호 이해의 증진에 기여하였다. 

 

한중 양국은 문화적으로 가까운 나라 중 하나이다. 두 나라 모두 유교문화의 뿌리가 있고, 사람들의 삶의 가치관이나 생활 패턴 등이 유사하다. 한중 수교 이후 중국에서는 한국 드라마 열풍이 불었는데, 1991년부터 1992년까지 방영된 하희라 주연의 드라마 <사랑이뭐길래>, 1992년 최진실 주연의 <질투> 등이 중국 내 한류 드라마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중국 내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중국의 라디오 방송국 체제의 시장화로 인해 시청률을 잡을 비장의 무기가 필요해진 것이라든지, IMF로 인한 한국 드라마의 우수한 가격 경쟁력이라든지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잠재되어 있으나, 결론적으로 ‘한류’ 라는 단어가 생성 될 수 있게 된 이유는 그 만큼 많은 중국 시청자가 한국 드라마에 열광했다는 것이 아닐지 싶다. 필자도 어릴 때 부모님과 집에서 <사랑이 뭐길래>나 <순풍산부인과> 등 드라마가 방송하기를 손꼽아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한국 드라마는 무언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공감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러나 최근 미중 패권전쟁 등 세계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추세에서 양국 간의 교류에도 찬바람이 분지 오래다.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중국에서는 ‘한한령’이라는 장벽을 통해 국가 간의 문화 교류를 제한하였다. 한국 콘텐츠의 중국 내 공식 진출은 거의 ‘0’ 에 수렴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에서는 여러 불법적인 통로를 통해 한국 드라마가 유통되어 왔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내 한류의 인기가 한류 초창기처럼은 아니더라도 현재까지도 한류 콘텐츠를 사랑하는 ‘골수팬’들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준 것이다. 물론 불법적인 유통 문제의 해결은 양국 대중문화 콘텐츠의 발전을 위 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국내에서는 한류 콘텐츠 수출과 저작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중국에서도 ‘짝퉁’이라는 오명을 벗 어 던지기 위해 지식재산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한령’뿐만 아니라, 양국의 문화가 단절되게 했던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코로나19이다. 한국 내 중요한 관광객 수를 담당했던 중국인 여행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사실상 6년이라는 긴 시간의 민간 교류가 단절되기도했다. 이 사이 중국의 문화 관광콘텐츠는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해외로 눈길을 돌릴 수 없었던 중국 인들은 국내 여행을 선택했고, 대중문화적 측면에서도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많은 작품이 생겨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중국 내 문화 콘텐츠 환경의 개선은 이후의 민간교류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기대해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중국 정부가 해외 단체 여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민간 교류가 개선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더불어 9월 23일은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 개막 되는 날이기도 하다. 양국 간의 민간교류의 확대를 지속적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 

 

관광객도 물론 중요하지만, 필자는 민간 교류의 핵심이 유학생이라고 생각한다. 유학생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넘게 장기적으로 유학을 하다가 해당 나라에 정착하기도 하는 중요한 ‘외교관’들이다. 미디어 시대 온라인에서의 관광객들의 평가는 일시적이고, 새로운 평가에 의해 지속적으로 대체되기도 하지만, 해당 나라에서 장기적으로 거주하는 유학생들의 평가는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양국 간 국민 간의 불화를초래 할 수도, 또는 오해를 해소해 주는 화합의 창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중 관계의 악화로 인해 양국간의 유학생 수는 감소하는 추세였으나, 한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21년의 15만 2,281명에서 2022년의 16만 6,982명으로 증가하였고, 그 중 중국인 유학생의 비율은 40.4%로 높은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교육부, 2022). 그러나 많은 미디어에서는 양적인 중국인 유학생의 증가로 인한 교육의 질 수준의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 ‘중국인 유학생’으로 검색할 경우, 일부 홍보성 기사를 제외하면 한국 내 유학생의 대리출석에 대한 비판기사(중앙일보, 2023.5.19.)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중국인 유학생의 사건 사고(서울신문, 2023.8.27.)까지 비판적으로 게시되고 있다. 이와 같이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유학생의 한국 정착에 큰 걸림돌이 되고, 그들의 부정적인 유학생활 경험은 결국 한중 관계를 악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꼭 해결해야 하고, 개선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이유나 양국 간 혐중·혐한 정서로 인해 방치되고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 바로 한중 유학생의 현실이다. 

 

서강대학교의 지식융합미디어대학에서는 2023년 1학기부터 중국어 강의가 개설되었다. <한류> 과목은 한국의 대중문화에 관심 있는 중국인 유학생들의 호평을 얻었다. 한국어가 제1언어인 필자가 한류를 사랑하는 중국인으로서 중국에서 경험했던 한류 현상,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경험할 때 배운 이론적 지식 및 중국인 유학생들의 삶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실제 사례를 예시로 들어 최선을 다 해 강의를 진행하였다. <한류> 수업은 한류의 역사와 함께 미디어와 문화에 대한 이론적 지식도 중국어로 전달하고 있고, 그래서 그런지 이번 2학기에는 중국어에 유창한 타국 국적의 학생도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1학기 수업에서는 좋아하는 한류 콘텐츠를 중심으로 사례 발표 및 자신의 생각을 얘기할 수 있는 유의미한 시간도 경험하였는데, 많은 중국인 유학생들이 K-pop보다는 한국 드라마나 한국 영화에 보다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유학생은 한국 드라마나 한국 영화는 중국에서는 할 수 없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사회 비판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좋아하는 이유라고 얘기하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이나, <사랑의 불시착>등 침략의 아픔이나 분단 국가의 슬픔에도 깊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현상을 강사로 옆에서 직접 체험하면서 느낀 점은, 중국인 유학생들은 ‘한’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콘텐츠 수용자들이라는 것이다. <기생충>에 나타난 사회계층의 빈부 차이, <극한직업>에 나타나는 한국식 유머코드, <사랑이 뭐길래>가 전달 하는 시대적 상황과 가족간의 사랑, <오징어 게임>이 전달하는 해학 등 문화 콘텐츠를 깊이 이해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독립적인 해석과 사고를 진행할 줄 안다. K-pop의 화려한 체제 이면의 K-pop 아이돌을 노동자로서 바라보고 근무 환경 개선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줄도 안다. 본인이 중국인 유학생일 때 중국인 유학생에 갖고 있던 편견 역시도 수업을 통해 깨지는 경험을 하였다. 얼마나 피해 의식과 편견에 갇혀 있었는지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이제 한중 관계는 더 이상 한 발짝 떨어져 관망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다가오게 될 콘텐츠의 미래와 양국간의 우호적 교류를 위해서라도 중요하다. 대학원생으로서 직접 참여하고 융합적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보아야 한다. <한류> 수업을 통해, 중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문화와 역사를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확신한다. 양국 간의 문화적 오해와 화합은 유학생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주류 커뮤니티의 도움도 꼭 필요하다. 중국인 유학생은 두려워 하지 말고 주위의 한국인 유학생들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고 커뮤니티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 유학생도 언어적 어려움을 겪는 중국인 유학생을 배려하여 오해를 풀고 이끌어 주면 고마울 것이다.이와 같은 긍정적인 경험이 쌓이게 되면 언젠가 현재의 Z 세대가 세상의 중심이 될 때, 양국 간의 관계는 훨씬 개선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참고문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2021). 한중 수교 30년 무역구조 변화 와 시사점. <Trade Foucus>, 2021년 38호. 

교육부 (2022). 2022년 국내 고등교육기관 내 외국인 유학생 통계. 

https://www.moe.go.kr/boardCnts/viewRenew.do?boa rdID=350&lev=0&statusYN=W&s=moe&m=0309&opTy pe=N&boardSeq=93469 

이후연 (2023.5.19.), "10분 앉아있으면 1만원씩" 중국 유학생 '대리수강' 판친다. <중앙일보>. https://www. joongang.co.kr/article/25163853#home 

김유민 (2023.8.27.), “정체불명 냄새에 아기 구토”... 인은아랫집중국인 유학생. <서울신문> https://www. joongang.co.kr/article/25163853#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