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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2호] 초고령사회를 맞이하며

노무사 전 유 정

얼마 전, 올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900만 명을 넘어섰다는 통계청 기사를 보았다. 이런 추세라면 2025년에는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2025년이라니. 단순히 미래의 일이라 취급하기에는 너무 가깝게 다가왔다. 이미 여러 도시가 초고령사회 혹은 고령사회에 진입하였고, 심지어 올해 기준 부산광역시는 초고령사회에 이미 돌입했다. 저출생이 하나의 안건으로 떠올랐을 그 시점, 아니 어쩌면 더 이전부터 당연하게 예견하고 있어야 할 일인지 모른다. 그런데 기사를 보다가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다들 왜 이렇게 고령사회에 집착을 하는가? 사람들이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고 싶어하는데 당연한 것 아닌가?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여러 기사를 많이 읽어내려가다, 답을 찾았다. 우리나라는 장년 친화적이지 않은 사회라는 것. 노인들이 처한 환경에 대해서만큼은 결코 선진국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우리 나라 사람들의 노인자살률이 엄청나게 높다는 것.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너무나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지만, 노인자살률 역시 높은 수치일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따라서 노인자살률과 관련한 불편한 진실을 소개하고, 노인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며,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OECD 노인자살률 1위 국가

최근 연도 기준 OECD 회원국의 노인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명) 평균은 17. 2명이다. 한국은 46.6명으로, OECD 평균보다 2.7배 높다. 노인자살률을 단순히 어르신들의 자살 문제로 치부하기엔 복잡하다. 노인자살률이 높은 원인은 무엇일까? 크게 정신적 측면, 경제적 측면, 신체적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사회와의 단절, 인간 관계의 단절 등 여러 단절로 비롯된 정신적 측면, 제대로 된 일자리 없이 국가에서 나오는 연금과 가족들이 부양해주는 비용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경제적 측면, 건강 악화 등의 신체적 측면이 그것이다.이 중 경제적 측면과 정신적 측면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노인 일자리 사업

노인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질문을 바꿔 다시 얘기해보자. 국가는 노인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어떤 것들을 하고 있을까? 모두 알다시피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령인구들에 기초 연금을 주고 있다. 65세 이상의 소득 인정액 기준 하위 70%에게 2022년 기준 약 3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인 기초연금에 대한 금액 상승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023년부터는 40만 원까지 기초연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슨 소용인가? 윤석열 정부는 6만 개 공공형 노인 일자리 예산을 삭감했다. 직접적인 단순 노무형 일자리는 소폭 줄이고, 민간형 일자리는 조금 더 늘어나는 흐름으로 가져가기 위한 조정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얼마 전 통계청에 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령 인구 중 장래 근로를 원하는 비율이 54.7%이었으며, 취업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 보탬이었다. 기초연금으로는 노인 빈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다. 노인빈곤율을 낮춰 노인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노인일자리정책이 현재보다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노인일자리사업은 참여정부시기에 출범했다. 노인들의 사회참여를 통해 빈곤, 자살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노인일자리사업은 주차장 등의 시설 관리나 순찰을 주로 하는 공공형 일자리, 급식용역 등의 사업단형 일자리가 주가 되는 민간형 일자리, 그리고 돌봄 등의 사회 서비스형 일자리로 크게 3가지 종류가 있다. 공공형은 주로 파트 타임 형식으로 많이 이루어진다. 이번 정권에서 공공형을 줄인 것에 대해 나름의 이유는 있는 것이다. 다만, 공공형인지 민간형인지의 차이보다 일자리 그 자체가 노인들에게 주는 장점을 최우선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한국노인인력개발원 2021년 노인 일자리 사업 정책효과 분석 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독거노인이나 노인 부부 가구들에 대해서 노인 일자리를 통한 가구소득 증가 효과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초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독거노인에게는 노인일자리사업의 유형이 무엇인지가 중요하겠느냐는 의구심이 든다. 양보단 질이긴 하지만, 질 못지않게 양도 중요하다. 6만 개의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축소했다면, 6만 개의 공공형 노인 일자리에 상응하는 질 좋은 일자리 사업을 가져와야 할 것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노년 자살의 정신적 측면과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고령인구가 취업을 원하는 두 번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일하는 즐거움이다. 근로와 노동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월세 등 생활비를 내기 위해서도 있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그 이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노인일자리사업을 통해 노인들의 우울 수준이 감소하고, 사회적 관계 만족도가 개선되었으며 친밀감 인식 정도도 높아졌다고 한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너무나도 뻔한 결과다. 영어로만 적혀있는 메뉴판, 젊은 사람들도 처음 사용할 때 시간이 걸릴 정도로 복잡해진 키오스크, 건강이나 가족 등의 문제로 멀어지는 인간관계들, 정년 이후 퇴직함으로써 얻게 되는 상실감 등으로부터 점차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노인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갖는다는 것은 단순한 일자리 그 이상의 의미일 것이다. 노인일자리사업 목적에 맞게 '사회참여’를 통해 ‘사회구성원’이 되어 ‘소속감’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행정학 대학원 이태호 박사의 최근 논문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 요인에 대한 연구: 노인자살률을 중심으로’에서 선거투표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노인자살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고 한다. ‘사회참여’가 노인들에게 주는 즐거움이 노년 자살에 대비할 수 있다는 의미있는 연구이다.

노인독거

노인자살률에 또 하나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노인 독거가 있다. 혼자 생활하는 노인들은 앞서 말한 이유로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해 건강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도 많고, 외로움 등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건강상의 이유로 경로당에 가지 못하는 분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이런 분들을 위해 기부, 후원 물품 전달, 여러 동네 소규모 행사 참여 보조, 집 수리 및 청소 봉사 등의 다양한 사회적 장치들이 존재한다. 나는 고등학생 시절 우연한 기회로 들어가게 된 동아리에서 독거노인 말동무 되어드리기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일주일에 한번 같이 식사하며 어르신들이 해주시는 이야기도 들어 드리고 학교생활도 이야기하며 꽤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타격하고 난 뒤에는 대면 접촉이 어려우므로, 요즘은 인공지능이 이런 말벗을 대신해주기도 한다. 바로 AI 돌봄서비스가 그것이다. AI는 노인 분들께서 하시는 부정적 단어를 취합하여 심리 상담사에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SKT는 이런 식으로 AI 돌봄서비스 2년 만에 500여 건의 심리상담을 진행했다고 한다. 정말로 필요한 순간에 옆에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이나마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용노동부는 올해 11월에 제4차 고령자 고용 촉진 기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근 가진 간담회에서는 연금 수급 연령, 고령층 능력 인증시스템, 임금 체계 개편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제3차 고령자 고용 촉진 기본 계획에서는 장년 친화적 고용환경 조성, 청년층 등과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장년 특화 훈련, 전직 지원 프로그램, 퇴직 인력 활용 모델 확산 등의 전반적이고 일반적인 계획이 소개되었다. 이번 4차 기본 계획에서는 얼마나 시의성 있는 정책이 나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편, 단순히 정부에서 세금으로 노인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 외에도 민간기업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들 스스로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설정해야 하고, 정년 몇 년 전부터 같은 업무를 주면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를 권장하기보다는 고령 인력의 장점을 파악하여 다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퇴직 후 재고용의 촉탁직 근로자들이 더욱 많아져야 하며, 정년 연장도 지금보다 더 필요불가결한 논의 요소로 떠오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연금에 관한 관심도 꾸준히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녀 혹은 가족으로부터 경제적으로 의존하기 어려울지 모르니 미리 대비해두는 것이 좋다. 국민연금제도의 탄력적인 운영이, 기초연금제도의 대상자 확대가, 개인연금제도의 많은 가입이 다가올 한국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노인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우리도 언젠간 나이를 먹고 노인이 될 것이니까.

 

참고문헌

한국노인인력개발연구원 (2022), <2021 노인일자리사업 정책효 과 분석 연구_최종보고서>

통계청(2022), <2022 고령자 통계>

"선거 투표율 높을수록 노인 자살률 낮다" , <연합뉴스>, 2022. 10. 2., https://www.yna.co.kr/view/AKR20221001048200 004?input=1195m, (접속일 : 2022. 10. 3.)

남일성 (2018), 노인 독거와 자살생각 경로분석: 사회참여와 좌 절된 소속감의 간접효과 설명, <충남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사 회과학연구 제29권 2호>, pp. 21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