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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40호] 공익변호사로서의 삶의 의미_이일(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 공익변호사로서의 삶의 의미 이일 _ 공익법센터 변호사 월요일 아침. 기상한다. 어젯밤 재판기일이 임박하여 밀린 서면을 쓰느라 잠을 거의 자지 못했지만 오늘의 일정은 소화해야한다. 씻고 나와 간단히 요기한 후 첫째 딸을 유치원 버스에 안전하게 태워서 웃음 가득한 얼굴로 인사하여 보낸다. 시간을 체크하고 시내버스에 탄다. 다행히 종점 부근에서 출발해서 보통은 의자를 찾아 앉을 수 있다. 의자에 앉을 수 있다는 것은 1시간여의 출근시간 동안 문서작업들을 추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와이브로 에그를 켜서 노트북이 와이파이 신호를 잡을 수 있게 한 후 지난밤 국내외에서 온 메일들 중 시급히 답해야 할 것을 답한다. 영어로 답하는 것에는 아직도 시간이 좀 필요하므로 급히 답할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한.. 더보기
[140호] 물음을 참는 우리에게_김종현(독립서점<퇴근길 책 한잔>대표) 물음을 참는 우리에게 김종현 _ 독립서점 대표 어려서부터 세상의 모든 것이 스스럽게 느껴지곤 했다. 거리의 나무는 왜 저렇게 서 있고 사람들은 왜 저렇게 인사를 나누며 사람들이 숱하게 내뱉는 말들은 왜 하나같이 진실이 아닌 것 같은지.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이후 책방을 열면서도 세상의 스스러움을 거부하려고 노력했다. 우리 책방에서 모든 것은 주인인 나의 취향대로 흘러간다. 들여놓는 책 종류부터 인테리어와 분위기, 영업시간, 손님을 대하는 태도까지 하나같이 주인의 마음대로다. 따지고 보면 손님이라고 해서 왕이 아니라 그저 값을 치르고 물건을 교환해가는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 책방에는 ‘진상 강퇴’라고 크게 붙여 놓고 운영을 하며 과도하게 친절을 베풀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우리 책.. 더보기
[140호]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요? 괜찮습니다_윤이나(책『미쓰윤의 알바일지』저자)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요? 괜찮습니다. 윤이나 _ 책『미쓰윤의 알바일지』저자 지난 2월의 마지막 날,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포크 음악상을 수상한 아티스트 이랑이 무대 위에서 트로피를 경매에 부쳤다. 이 퍼포먼스에 대해 온갖 논란이 펼쳐졌지만, 나는 그 논란들 보다는 이랑의 친구가 했다는 말이 계속 생각났다. 돈, 명예, 재미중에 두 가지 이상을 충족시키는 일이 아니라면 하지 말라고. 나도 그 기준에 따라 내가 하는 일을 생각해보았다. 돈? 없다. 명예? 역시 없다. 재미는 사람들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일단 나에게는 있는 편이라고 해 두자. 그렇다면 어떻게 하지? 이렇게 별 다른 의미가 없는 일들을 계속 해나가도 되나? 고민에 빠져있는 사이, 역시 이랑이 시상식 전에 SNS에 남긴 말을 곱씹게 되었다... 더보기
[139호] ‘11월 시민혁명’,‘ 광장’과 대의제를 생각한다 ‘11월 시민혁명’,‘ 광장’과 대의제를 생각한다 손호철 _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근실(근혜-순실)게이트’와 고장 난 대의민주주의 “국민들이 선거 날만 주인이 되고 투표가 끝나면 다시 노예로 돌아가는 제도”. 사회계약론으로 유명한 18세기의 철학자 장 쟈크 루소는 현대정치, 현대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대의민주주의를 이렇게 정의한 바 있다. 최근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근실(근혜-순실)게이트’와 촛불을 바라보면서, 정치학자로서 가장 자주 떠오르는 것은 루소의 이 정의이다. 그렇다. 2012년 12월 19일 우리는 주권자로서 한 표를 던졌다. 그러나 그 이후 지난 4년여 기간 동안, 다른 후보를 찍은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박근혜를 찍은 사람들까지, 온 국민은 박근혜의, 아니 최순실의 노예에.. 더보기
[139호] 촛불들의 무리 속에서 대의재현과 직접발현, 헌법구성을 사유함 촛불들의 무리 속에서 대의재현과 직접발현, 헌법구성을 사유함 전규찬 _ 언론연대 대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진실들의 재현을 가로막는 언론(검열)게이트 추상이 구체와 조우하고, 관념이 실제와 면접하며, 이론이 실천으로 연결될 때, 오직 그 변증법적 전회의 과정에서 진실은 명징해진다. 사변에 그치지 않고 실천적인 힘으로 현실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 개념 또한 마찬가지다. 개념은 현실을 바라보는 인식의 관문인 터, 개념화의 활동은 따라서 응당 현실이라는 조건에서 이루어지고 바로 그 곳에서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공부를 늘 현장 주변에서 해야 하는 까닭이다. 지금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대의’나 ‘표상’, ‘ 재현’으로 번역되는 리-프리젠테이션(representation)의 문제는, 바로 지금 활성화된 민심대.. 더보기
[139호] 재현체계와 근대성 - 재현의 탈근대적 배치를 위하여 재현체계와 근대성 - 재현의 탈근대적 배치를 위하여 원저자 _ 강내희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 학장, 영문학/문화연구학자) 기획 및 편집 _ 신윤희 ‘대의민주주의’의 민낯을 보게 된 2016년의 한국. 우리는 의문을 품게 된다. 누군가‘나(혹은 우리)’를 대신해서 의논한다는‘대의’는 과연 가능한 것일까. 누군가를 대신해서 의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누군가가 누구이고, 어떤 입장(모습)인지를‘보여줘야’한다. 우리는 이것을‘재현(再現)’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논의는 거기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누군가 나의 의견이나, 나의 정체성을 대신해서 보여주는‘재현’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강내희(2000)의 논문 「재현체계와 근대성-재현의 탈근대적 배치를 위하여」(문화과학(24)) 에서는 오늘날 재현의 권력체계에.. 더보기
[138호] 웃기지도 않는 세상, 그러나 함께 울고 웃으며_하승우(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웃기지도 않는 세상, 그러나 함께 울고 웃으며... 하승우 _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인재(人災)와 기민(棄民) 땅이 흔들리고 컵이 떨어져서 깨지고 도로가 갈라지기도 했다. 책에서나 봤음직한 지진이다. 지진이야 옆 나라 일본의 일이지 우리하고 무슨 상관인가, 이렇게 살아왔는데 이제는 자연재난까지 두려워해야 한다. 더 우울한 건 지진의 진원지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원자력발전소가 밀집된 지역이다. 한 번의 사고로도 영남권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 변할 수 있다. 더구나 자연재난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치지 않는다. 여름에는 뙤약볕에 일하러 나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놀리듯 매일 폭염경보 문자가 날아왔는데, 정작 지진 때는 아무런 경고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2012년에 울산·양산.. 더보기
[138호] 웃음 그리고 코미디: 저항의 텍스트 전략, 한계와 가능성_박근서(대구가톨릭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웃음 그리고 코미디: 저항의 텍스트 전략, 한계와 가능성 박근서 _ 대구가톨릭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웃음: 계약의 파기 그는 위대한 과학자다. 남다른 통찰력과 오랫동안 쌓아온 노력의 결과로 그는 우주의 질서와 그 탄생의 비밀에 다가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에게 지구라는 행성은 단지 그가 살고 있다는 것 말고는 전혀 특별하지 않은 수많은 행성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지구가 특별한 만큼 다른 모든 행성들도 유일하고 특별하다. 해가 갈수록 그의 지력은 더욱 그 힘을 더해간다. 그에게 과학은 세상을 보는 눈이며 세상의 비밀에 다가가는 유일한 열쇠다. 늘 연구에만 몰두한 나머지 그는 자신이 한 가족의 일원으로 두 아이의 아버지이며 한 여자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했다. 그의 아내는 그런 그가 마땅치 않.. 더보기
[138호] 신경생리학과 웃음의 '추상기계'_김효(성결대학교 파이데이아 학부 교수) 신경생리학과 웃음의 '추상기계' _김효(성결대학교 파이데이아 학부 교수) 1. 웃음 담론의 화두: 웃음의 발생 동인은 무엇인가? 서구에서 웃음에 관한 담론은 아리스토텔레스의『시학』으로부터 로마의 키케로와 호라스, 그리고 근대에 이르러칸트와 쇼펜하우어, 바흐틴, 베르그송, 프로이트, 니체와 최근 들어 들뢰즈 등 그 이름을 낱낱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사상가들에 의해, 다양한 관점에서 전개되어 왔다. 요컨대 웃음을 다루는 담론의 핵심 논제는 웃음의 본질과 원리를 밝히는 것일진대, 그것은‘웃음을 일으키는 동인은 무엇인가?’하는 문제로 수렴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철학자, 소설가, 시인, 극작가, 평론가, 유머작가, 정신분석가 등 수많은 석학들이 앞 다투어 담론을 내놓았지만 그 누구도 웃음의 문제를 .. 더보기
[137호] '즉각적 대안'의 위험성, 여정으로서의 대안찾기 '즉각적 대안'의 위험성, 여정으로서의 대안찾기 강남순 _ Texas Christian University, Brite Divinity School 교수 ‘대안찾기’의 선행조건 인간은‘지금’보다 나은 새로운 세계를 꿈꾼다. 무엇이 지금보다 나은 세계인가는 개인들이 지닌 가치관이나 세계관에 따라 물론 각기 다르다. 개인들이 살아가고 있는 구체적인 삶의 정황에 따라서 우리가 바라는‘보다 나은 세계’의 표상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개인의 삶에서든 사회적 삶에서든 기존의 세계는 늘 뭔가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완전한 세계’는 언제나‘아직-아닌-세계’로 남아 있다. 그렇기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우리는 지금보다 나은, ‘아직-아닌-세계’를 꿈꾼다. 독일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