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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호] 삶을 짓는 소비 삶을 짓는 소비 『즐거운 불편』을 참조하여 김나영 (문학평론가, 고려대 문예창작과 박사과정 수료) 소비하는 인간 소비에 대해서라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단 한 순간도 소비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잉크, 당신이 쥐고 있는 종이, 하물며 우리의 시야를 밝혀주는 전등 역시 소비의 과정을 통과한 물질이다. 나아가 내가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어떻게 생겨나는가. 아무렇지도 않게 취해왔던 대부분이 실상 소비라는 특별한 행위를 거친 것이라는, 이 불편한 진실을 우리는 일종의 당연함이라는 미명 아래 애써 외면해 왔을지도 모르겠다. 커피 한 잔이 나의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흘러들어가는 순간에도, 내가 간과한 노동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할.. 더보기
[120호] 초록색 엄지(Green Thumb)와 몽상의 정치 초록색 엄지(Green Thumb)와 몽상의 정치 -『게릴라 가드닝』, 화차(火車)에서 화차(花車)로- 강지희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국문과 박사과정) 혁명을 꿈꾼다면 문제의 핵심은 다시 ‘공간’ 처음 ‘페이스북’의 세계에 발을 들였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포스퀘어(Foursquare)’였다. ‘위치기반 소셜미디어 서비스(SNS)’ 포스퀘어는 지도에 자신의 위치를 체크인(check-in)하여 공유하는 서비스다. 체크인으로 자신이 다닌 곳을 공유하고, 그것을 통해 점수나 뱃지, 시장직 등의 보상을 획득하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근 ‘구글 맵’을 거부하고 ‘오픈스트리트 맵’을 택하면서 다시 화제가 된 포스퀘어의 사용자는 전세계적으로 500만 명에 이른다. 왜 사람들은 물리적 제약이 극복된 가상.. 더보기
[120호] 진단과 처방-'뫎의 의학'을 향해서 진단과 처방 — ‘뫎의 의학’을 향해서 『우리는 왜 아플까 』 서평 노대원 (문학평론가, 서강대 국문과 박사과정) 웃음이 사라진 병원에서 그러나 내가 정말로 아프기 시작한 것은 늙은 간호원이 병실 앞에 내 이름이 새겨진 문패를 걸어준 후, 수의(囚衣) 같은 환자복을 주었을 때였다. […] 입원한 다음날, 한 떼의 의사들이 병실로 몰려와, 겁에 질려 있는 나를 전범(戰犯) 다루듯 사납게 벽 쪽을 향하게 한 다음, 주사 바늘로 옆구리를 찔러 굉장한 양의 노르께한 액체를 빼내었고, 나는 집행을 기다리는 죄수처럼 유난히 하얀 병실 벽을 마주 바라보며 그들의 작업이 끝날 때까지 약간 울고 있었다. 그리고 작업을 끝마치고 사라져가는 그 집행인들의 흰 가운에서 병실 벽처럼 차디찬 체온을 절감했다. (최인호, 「견습환.. 더보기
[120호] 다른 여럿의 삶이 온전히 여럿으로 남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어렸을 때 가졌던 꿈이 지금은 단지 기억 속 한 귀퉁이의 먼지 쌓인 유물이 되고만, 그 과정의 체념과 회한을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꿈은 이룰 수 없는 한에서만 꿈일 수 있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정작 문제는 왜 우리는 다 다르면서도 또 다 같은 삶을 사는가 하는 거예요.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은 이상하리만치 닮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호에서 우리가 던지는 질문은 이렇습니다. 다른 삶도 가능할까? 언제부터인가 삶의 여러 가능성들이 하나의 보편적 형상으로 통약되더니 이제는 여기서 벗어난 삶을 상상하기가 힘든 지경이 됐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각자의 삶이 아니라 모두의 삶이라 부를 수 있는, 공인된 삶을.. 더보기
<2012년 여름 강좌 안내> 더보기
<2012년 겨울 강좌> 조르조 아감벤과 20세기 현대 지성사 더보기
<2011년 여름 강좌> 마르크스와 푸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세기들 더보기
<2011년 봄 강좌> 가라타니 고진의 문학과 정치 더보기
<2011년 겨울 강좌> 지젝과 역사의 정신분석 더보기
[119호] 여러분이 욕망하는 것을 실제로 추구하기를 두려워 마십시오. 이 * 이 글은 2011년 10월 8일 월스트리트 점거 시위에서 지젝이 했던 연설을 번역한 것이다. 새로 번역하기보다는 다수의 국내 번역본을 참고해서 오역을 바로 잡고 글을 매끄럽게 하는 데 치중했음을 밝힌다. 슬라보예 지젝(Slavoj Žižek) 그들은 우리가 모두 패배자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패배자들은 저 곳 월스트리트에 있습니다. 우리가 낸 돈으로 수십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받은 것은 그들 아닙니까? 그들은 우리가 사회주의자라고 말하지만 부자들을 위한 사회주의는 언제나 존재해 왔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사유재산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밤낮으로 몇 주 동안 사유재산을 파괴한다 해도, 2008년 금융위기로 파괴된 사유재산의 양에는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피땀 흘려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