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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글

[122호] 사회적인 것(The Social)

 

 

 

 

10월과 11월은 쓸쓸한 달입니다. 아 외로워, 라는 연락들이 부쩍 늘어난 탓입니다. 발제다 논문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기념일 챙기듯 겨우 만나는 친구인데. 누구라도 소개하지 않으면 친구랄 게 없겠다 싶어 부지런히 카카오 리스트를 살펴봅니다. 까다로운 친구의 성향을 감싸줄만한 건실하고 너그러운 후보자를 물색해 살포시 다리를 놓아줍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인연이 그리 재깍 닿는 것이라면 이 중매쟁이도 일찌감치 솔로를 면하고도 남았겠지요. 혹시 또 다른 사람이 있느냐는 친구에 말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가을이 주는 사색의 특권을 누려보라고.


사실 우리를 파고드는 외로움의 근원은 비단 솔로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도 소위 밥 잘 먹고 잘 살기 위함이 아니었던가요? 그런데 밥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우리를 끝도 없는 자기계발의 늪으로 인도합니다. 우리가 계속 공부를 하는 이유도 언제 떨어져나갈지 모른다는 불안함에서 하는 행위 중 하나일 수 있으니까요. 잘사는 사람은 더 잘살게, 없는 사람은 더없이 힘들게 만드는 양극화는 또 어떤가요? 바람직한 재화와 가치 창출 대신 눈앞의 품삯에 연연하게 만듭니다.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수많은 가능성으로부터 자신을 봉쇄시켜버리는 겁니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 택한다는 게 고작 무한경쟁입니다. 육체는 젊지만 정신은 노화된 청년들이 늘어만 갑니다. 이러한 삶의 모습은 ‘신자유주의적 경쟁원리’가 활발히 작동하고 있다는, 썩 좋지 않은 반증입니다.


그리하여 이번 호의 기획은 ‘사회적인 것(The Social)’입니다. 우리가 지금 여기, 올바른 자리에 서 있는 것인가. 이 사회가 우리가 기대했던 세상인가에 대한 고민을 가까이 들여다봅니다. 이웃과의 정서적 유대는 어디 갔지. 다양한 수업을 들을 권리는 어디 갔지. 지갑을 열지 않고도 쉴 수 있는 공간은 어디 갔지. 자율적 학문공동체를 만들자던 대학의 지식인들, 우리는 처음의 그 맹세를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사회적 연대가 상실된 사회 속에서 자꾸만 되물어봅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을 홀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문제를 개인에게 맡기면 해결된다는 철학, 그 자체가 이데올로기이자 이념적 접근이 아닐까요? 집단에 축적된 지식과 협동, 그리고 연대가 함께 할 때에야 비로소 풀릴까 말까 한 문제들인데 말입니다.


가을이 사색의 계절이라지만, 일상에 묻혀 사색을 놓치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요. 대학원 신문이 여러분의 친구가 되고, 끈끈한 정서적 연대를 이루는 도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희 기자들이 그 중매쟁이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요? 깊어가는 가을 밑 외로이 걸어가는 당신에게 이 신문을 챙겨주며 한마디를 보탭니다. 사색의 특권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고.

 

본지 122호부터 새로운 기자들이 출동합니다. 남다른 접근, 독창적 비판,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향해 달려갑니다. 함께 해주실거죠?"

 

 

편집장 김아영 ayoung0728@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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