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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대학원 신문사
[155호] 중국 청춘 영화가 그리는 '상실의 시대' 본문
정지경 북경수박사문화발전유한공사 프로젝트 디렉터
COVID-19의 영향으로 전세계 영화 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은 가운데, 2020년 중국 영화 흥행수입이 북미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지난 10월 14일, 중국 내 영화 흥행수입은 총 19억3000만 달러(2조2117억 원)로 같은 기간 북미지역의 19억2500만 달러(2조2060억원)를 넘어섰다[1].
물론 팬데믹 상황의 영향이 컸지만 중국 영화계는 지난 2012년부터 매년 10%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하며 미국시장을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 2019년 중국을 강타한 흥행작 <유랑지구(流浪地球)>나 <나타지마동강세(哪吒之魔童降世)>가 내수 시장의 흥행만으로도 전세계 흥행 성적 TOP 20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중국 영화 업계는 이미 막강한 인프라가 완성되어 있다.
SF나 동양판타지처럼 제작비가 많이 투입되는 장르는 중국이 강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대작 영화들 사이에서 중국 청춘 영화가 꾸준한 성공이 눈에 띈다. 2019년 10월에 개봉한 <소년시절의 너(少年的你)>는 15.59억 위안을 벌어들이며 역대 중국 청춘 영화 흥행 수입 1위를 차지했다.
베이징 올림픽이 개최되던 10여 년 전만 해도 '중국 영화'라 하면 몇몇 키워드로 설명이 끝났다. 장예모와 첸카이거로 대표되는 5세대 감독이나, 지아장커로 대표되는 6세대 감독들. 예술영화 혹은 고전 사극이나 무협영화.
하지만 최근에는 OTT플랫폼을 통해서 한국에서도 더욱 다양한 장르의 중국 영화를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먼 훗날 우리>, <소년시절의 너> 등의 중국 청춘 영화들이 한국의 청년층들에게 잔잔한 반응을 얻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지난 6월에는 중국 청춘 영화 <안녕, 나의 소울 메이트(七月与安生)>의 한국 리메이크 소식까지 들려왔다.
2013년 <우리가 잃어버릴 청춘(我们终将逝去的青春)>의 성공 이후, 중국에서는 매년 20편 이상의 청춘 영화가 만들어져 왔다. 여타 장르에 비해 선호 관객층이 명확하고, 개런티가 높은 유명 배우 대신 청춘의 이미지에 맞는 신인 배우를 써도 관객의 수용도가 높아, 제작비 대비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장르로 많은 제작사들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2013-2019 역대 중국청춘영화 TOP10>
No |
제목 |
상영일 |
감독 |
박스오피스 (RMB) |
1 |
소년 시절의 너 |
2019.10.25 |
청궈샹 |
15.58억 |
2 |
먼 훗날 우리 |
2018.4.28 |
류뤄잉 |
13.61억 |
3 |
우리가 잃어버릴 청춘 |
2013.4.26 |
자오웨이 |
7.19억 |
4 |
총총나년 |
2014.12.5 |
장이바이 |
5.86억 |
5 |
소시대3 |
2014.7.17 |
궈징밍 |
5.26억 |
6 |
소시대4 |
2015.7.9 |
궈징밍 |
4.89억 |
7 |
좌이 |
2015.4.24 |
수요펑 |
4.85억 |
8 |
소시대 |
2013.6.27 |
궈징밍 |
4.84억 |
9 |
동탁적니 |
2014.4.25 |
궈판 |
4.55억 |
10 |
치자화개 |
2015.7.10 |
허죵 |
3.79억 |
인기 소설가 '궈징밍(郭敬明)'의 브랜드 파워가 크게 작용한 소시대(小时代) 시리즈를 제외하고, 중국 청춘 영화의 흥행 상위권 영화들은 특정한 패턴을 보인다.
새 학기가 시작된다. 기숙사에 각지에서 온 개성 넘치는 친구들이 모인다. 동성 사이에 의리와 우정이, 이성 사이에 애정이 싹튼다. 밝고 싱그러운 과거와 어둡고 쓸쓸한 현재가 교차적으로 묘사된다. 어린 청춘의 끝자락에서 누군가는 낙태를 하고, 누군가는 죽는다. 어른이 된 주인공들은 물질을 추구하며 '현실을 깨달았을 뿐'이라 자조하는 동시에 가라앉은 목소리로 후회와 그리움을 토로한다.
사실 '청춘'이란 단어와 '후회'와 '그리움'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정서일 것이다. 다만, 중국 청춘 영화에서 그 정서가 낙태와 죽음 등 다소 과격한 방식으로 그려지는 부분을 주목할 만하다. 한국관객들의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는 대만의 청춘 영화의 건강함과 비교하면, 중국 청춘 영화가 가지는 어두운 정서는 더욱 명확해진다.
중국의 청춘 영화는 해피엔딩을 그리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겉으로는 성공했더라도 무언가를 상실했다. 아예 제목부터가 우리가 잃어버릴 청춘이고 총총 떠나버린 그 시절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항상 이렇게 질문한다. 우리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는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먼 훗날 우리>는2008년으로 시작하는 과거는 컬러 화면으로, 10년 후 재회한 현재는 흑백 화면으로 묘사한다. 너의 사랑을 잃는 순간, 세상은 색을 잃어버렸다는 대사를 통해 부가설명도 잊지 않는다. "이후, 우리는 모든 걸 가졌지만, 우리를 잃었다 (后来, 我们什么都有了,却没了我们)"는 포스터 카피까지, 노골적으로 상실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중국어로는 '상(丧)'. 잃다, 놓치다, 상실하다, 낙담하다, 실의에 빠지다, 목숨을 잃다는 뜻이다.
중국 청춘 영화의 상실의 정서는, 초고속 성장과 배급주의에 가려진 사회적 소외와 실패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더욱 짙어진다. 성공을 쫓아 사랑을 버리고 미국을 간 주인공이 시민권을 얻기 위해 서양인과 위장결혼 하지만 결국 이혼하고 다시 돌아온다거나(<우리가 잃어버릴 청춘>), 미국에서 멋진 삶을 사는 주인공의 몽타주로 시작하지만, 영화의 중반에서 그 몽타주가 모두 가짜임을 보여준다거나(<동탁적니(同桌的你)>). 북경 호구(户口)[2]를 가진 남자라면 아무 조건 없이 사귄다거나(<먼 훗날 우리>), 지독한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주인공이 살해를 저지른다거나(<소년시절의 너>). 중국에서 사회 곳곳 시스템의 문제를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장르는 청춘 영화가 유일하다.
과거 베이퍄오(北漂) [3]농민공의 삶을 다룬 왕샤오슈아이(王小帅) 감독의 2001년 작 <북경자전거(十七岁的单车)>는 올림픽 유치를 앞두고 있는 당시, 북경의 낙후한 골목풍경을 담았다는 이유로 상영금지 처분을 받았다. 6세대 영화들이 중국 하층민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리면서 세계영화계에서 환영을 받자, 중국정부는 아예 상영허가증 없는 영화의 해외영화제 참가를 금지하며 6세대 영화를 검열했다.
이렇게 자국 사회의 부정적 단면을 보여주는 것에 특히 민감한 중국이, 청춘 영화에 한해서는 엄격한 심의 기준을 다소 느슨하게 풀고 있다. 폭력, 혼전임신, 낙태, 원조교제, 죽음. 중국의 청춘 영화의 과격한 키워드들은 이미 6세대 영화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던 것들이었다. 리얼리즘에 천착했던 중국 6세대의 전통이 시장의 산업화와 함께 장르의 표피를 통해 청춘 영화에 일부 계승되었다. 기실 6세대 영화가 담았던 상실의 정서를 청춘 영화에서도 동일하게 담고 있음에도 후자는 문제 없이 상영되고, 또한 흥행한다. 심의? 상관없다. 어차피 겉으로는 실패한 첫사랑의 이야기일 뿐이지 않는가?
재미있는 점은 최근 몇 년간 성공한 중국 청춘 영화를 순서대로 열거하면, 그 자체로 하나의 연대기를 완성한다는 점이다. 70후를 그린 <우리가 잃어버릴 청춘>, 80후를 다룬 <동탁적니> , <총총나년>, 그 뒤를 90후를 그린 <좌이>가 이었고, 급기야 00후의 <소년시절의 너>가 개봉하여 대 성공을 거뒀다. 이 영화들은 앞서 언급한 청춘 영화의 패턴을 계승하면서도 시대 배경에 따라 각각의 영화들이 주인공들이 가지는 고민의 디테일에 차별점을 두고 있다.
그 중 <먼 훗날 우리> 그 동안의 청춘 영화가 다루지 않았던 주인공들의 졸업 후부터 어른이 된 후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전의 청춘 영화라면 의례 등장하던 낙태나 죽음도 없다. 사스나 올림픽 등 역사적인 사건 묘사를 통해 시대적 향수를 자극하는 대신, 매년 춘절을 기점으로 서사를 전개하며 변화하는 사회구조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는 점도 새롭다. 2008년, 온 마을 사람들이 도란도란 모여 설음식을 나눠먹던 풍경에서 점점 사람이 줄더니, 이제는 아버지 혼자 춘절을 보내고 있는 모습은 쓸쓸하기 그지 없다. 이렇게 <먼 훗날 우리>은 중국 청춘 영화 특유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다른 영화들이 그리지 않았던 공백을 메운다. 중국의 청춘 영화는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진화하고 있다.
한국 영화 역시 청년층의 고충을 다방면으로 다루고 있다. <엑시트>는 재난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쉬지 않고 달리는 두 주인공으로 현재 한국 청년층의 상황을 비유했고, <리틀 포레스트> 에서는 심신이 지친 청춘들에게 치유의 노하우를 알려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영화가 장르의 틀 안에서 캐릭터를 통해 간접적으로 청춘의 고충을 이야기한다면, 중국의 방식은 더 직접적이고 과격하다.
중국 청춘 영화에 보내는 한국 청년들의 공감과 지지는, 한국 영화에서 그저 가볍게 덮어두었던 내면의 깊은 상처를 알아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1]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0101702109931054001&ref=naver
[2] 중국의 호적 개념. 각 도시를 기반으로 주어져, 해당 도시의 호구를 가진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많다. 부동산 구입, 자동차 구입 및 교육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북경 호적인 비싼 값에 거래된다.
[3] 일거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 북경에서 생활하는 외지인. 북경에서 생활하지만 북경 호적을 갖지 못한 사람을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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