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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56호] 코미디언들의 유튜브 독립일기- 그 많던 희극인들은 여기 있었다 _오유선

오 유 선 기자

 

2020년 6월 26일 1050회를 마지막으로 21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KBS의 대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막을 내렸다. <개그콘서트>는 오랜 기간 일요일 밤 온 가족의 웃음을 책임졌고, 프로그램의 끝을 알리는 음악이 나올 때면 새로운 일주일의 시작을 알렸던 상징적인 프로그램이었다. MBC와 SBS에서는 이미 코미디 프로그램이 폐지된 상황에서, <개그콘서트>의 종영 이후 지상파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수많은 코미디 프로그램에 등장하던 코미디언들. 그 많던 코미디언들은 어디로 갔을까?

 

 

지상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폐지

 

우선 코미디언들의 기존 활동을 알아보기 위해 앞서 말했던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의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 지상파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1969년 MBC에서 개국과 동시에 방영한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를 시작으로 지난 2020년 <개그콘서트>의 폐지까지 51년의 역사를 자랑했다. 코미디 프로그램은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다가 2000년대 중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당시 상황을 각 채널별로 살펴보면 MBC의 <코미디하우스> (2000.11.04. - 2005.03.10, 211부작)와 <개그야> (2006.02.16. - 2009.09.27, 164부작), KBS의 <개그콘서트> (1999.09.04 - 2020.06.26, 1050부작), 그
리고 SBS의 <웃찾사> (2003.04.20. - 2010.10.02, 357부작) 등 아직까지 회자되는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특히 <개그콘서트>는 2003년 8월 200회 특집 당시 35.3%로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차지하면서 명실공히 대표적인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출처 : https://hyunby1986.tistory.com/m/264?category=85739

 

전성기에 해당하는 2000년대 중반으로부터 약 10년 후 201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하락
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후 MBC, SBS, KBS 순으로 프로그램 폐지를 마주하게 되었다. MBC의 경우 2012년 10월부터 2014년 4월까지 방영한 <코미디에 빠지다>와 이를 이어서 2014년 5월부터 2014년 9월까지 방영한 후 종영 자막도 없이 폐지된 <코미디의 길>을 끝으로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졌다. SBS에서는 2013년 4월부터 2017년 5월까지 방영한 <웃찾사-레전드매치>가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KBS의 <개그콘서트> 또한 2013년에 시청률 15%, 2015년에 10% 이하로 내려가다가 2020년 6월 폐지되었다. 각 프로그램이 종영할 때마다 미디어에서는 지상파 코미디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공채의 중단, 채널을 전전하던 코미디언들


자연스럽게 각 채널의 코미디언 또한 채용을 중단했다. 코미디언 공채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진 채널의 순서대로 폐지되었다. 2014년에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진 MBC는 2013년 20기 코미디언을 마지막으로 채용하지 않았으며, 2017년에 사라진 SBS는 2016년 16기 코미디언을 채용한 후 중단되었다. KBS는 2016년에 31기를 채용한 후, 앞으로는 코미디언 공채를 2년에 한 번 진행하겠다고 공지하고 2018년에 32기를 채용했다. 다시 2019년을 건너뛴 후 2020년에 33기를 채용하리란 예상이 있었지만, <개그콘서트>의 폐지 및 32기 출신 코미디언의 불법 촬영 논란이 합쳐지면서 채용이 중단되었다.

 

각 채널의 공채 및 프로그램이 사라지면서, 코미디언 지망생들은 물론 기존 코미디언들까지 프로그램이 남아 있는 채널
의 공채로 재입사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실제로 한 코미디언의 경우 2011년 MBN의 공채에 합격했지만 2013년에 폐지된 후 2015년 SBS 공채 15기로 재입사, 다시 2017년 SBS의 프로그램이 폐지되자 2018년 KBS 공채 32기로 재입사했지만 역시 2020년 폐지가 되는 일을 겪은 바 있다. 이처럼 지상파에서 코미디가 모두 사라지기 전부터 코미디언들은 자신이 속한 채널의 프로그램이 폐지된 경우, 새로운 채널을 찾아 전전하고 있었다.

 

 

새로운 무대 유튜브, 신인 코미디언은...?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갈 때다. 그러면 지상파의 모든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진 후, 그 많던 코미디언들은 어디로 갔을까?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바와 같이 가장 큰 이동은 유튜브로의 이동이라 생각할 수 있다. 특히 기존에 높은 인지도를 지녔던 코미디언들은 개인 채널을 개설하여 다양한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강유미의 ‘yumi kang 좋아서 하는채널’, 김대희의 ‘꼰대희’, 김준호의 ‘마켓찰리(구 ’얼간김준호‘)’, 김민경의 ‘민경장군’ 등 이미 유명한 사람들은 본인의 이름을 건 채널을 통해 비교적 쉽게 유튜브에 진입할 수 있었다. 해당 채널들은 코믹한 설정의 asmr, 과거의 인기 프로그램 재연, 먹방 혹은 취미활동 등 각자의 자신 있는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인지도가 높을 경우 유튜브에서 초기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기에 유리하다. 하지만 그들 또한 채널의 유지를 위해 꾸준
하고 성실한 업로드와 콘텐츠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인지도가 형성된 코미디언과 반대로 신인 코미디언 등 인지도가 없는 코미디언은 그보다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쩌면 폭발적인 반응과 채널의 성장은 이미 그 사람의 이미지가 만들어진 익숙한 연예인보다는 참신한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신규 크리에이터에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이제는 기존의 TV 연예인들이 유튜브를 시작하고 유튜브의 유명 크리에이터들을 TV에서 섭외하는 시대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회를 잡기 위해 신인 코미디언들이 유튜브에서 입지를 넓히고 안정적으로 자리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까?

 

팀 형태의 채널과 다양한 재생목록

 

신인 코미디언, 혹은 코미디언 지망생들의 유튜브 채널을 찾아보면 많은 경우 시민 및 동료 코미디언들을 대상으로 한 몰래카메라 콘텐츠와 먹방 등의 자극적인 콘텐츠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극적인 콘텐츠, 특히 몰래카메라 컨셉의 콘텐츠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작의 의혹, 소재의 익숙함, 다른 사람들에게 가는 피해 등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위의 문제점들을 지니지 않고 성공한 코미디언 유튜브 채널을 살펴본 결과 몇 가지 특성을 살펴볼 수 있었다.

 

우선 많은 경우 코미디언들은 팀 형태의 채널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팀 형태에는 다양한 커플의 채널이 많이 있었는데, 대표적으로는 구독자 수 200만 명이 넘는 ‘흔한남매’와 ‘엔조이 커플’을 볼 수 있었다. ‘흔한남매’는 SBS 출신의 코미디언 ‘장다운’과 ‘한으뜸’이 그들이 출연했던 <웃찾사>의 흔한남매 코너를 바탕으로 하여 남매 컨셉으로 코미디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다. ‘엔조이 커플’은 무명 코미디언이었던 ‘손민수’와 ‘임라라’ 커플이 출연중이던 프로그램의 위기로 시작한 유튜브 채널로, 엔조이 개그, 엔조이 일상, 엔조이 트립 등의 재생목록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은형’, ‘강재준’ 부부의 ‘기유TV’, ‘홍윤화’, ‘김민기’ 부부의 ‘꽁냥꽁냥’ 등의 채널 또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컨셉의 콘텐츠를 운영하는 재생목록 또한 강점이 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채널 
‘피식대학’은 중년 남성들의 단체 모습을 연기하는 ‘한사랑 산악회’, 2000년대 중반의 모습을 보여주는 ‘05학번 이즈 백’,  영상통화 데이트 형식의 ‘B대면 데이트’ 등 다양한 재생목록을 만들어 업로드하고 있다. 이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코너와 비슷한 형식으로 운영된다고 볼 수 있는데, 많은 실력 있는 코미디언들이 참여하는 만큼 양질의 콘텐츠와 더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출처 :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119&aid=0002431826

과거 지상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코미디언들은 당시 힘들었던 점으로 전 시청자들을 타겟으로 해야 하는 
공영방송의 규제, 그리고 선배, 작가, PD 등 제작진의 엄격한 사전 검사 방식 등을 꼽는다. 하지만 유튜브에서는 자신이 
작가이자 배우, 그리고 PD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환경에서 코미디언들이 협력해가며 끊임없이 활동해가기를 진심
으로 응원한다. 하여 추후 지상파 코미디의 부활 혹은 코미디언들이 설 수 있는 다른 형태의 무대가 생겼을 때 여러 코미디언들이 마음껏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번 기사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