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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호] 보건교사 안은영 Remake 본문
넷플릭스 따라잡기 : 소설의 드라마화 구상 포인트
- 보건교사 안은영 REMAKE -
오유선 기자
최근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무심히 역내 스크린을 바라봤을 때, 지하철에 타서 유튜브의 영상을 클릭했을 때, 지하철에서 내려서 버스로 환승했을 때 계속해서 눈에 띄는 광고가 있었다. 바로 2020년 9월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광고였다. 평소였으면 별생각 없이 ‘또 광고군’ 하며 지나쳤겠지만 이 드라마, 어딘가 심상치 않다. 분명히 직업이 ‘보건교사’로 나와 있는 주인공이 스타워즈 광선검을 연상시키는 장난감 칼과 어쩐지 고급지게 생긴 비비탄 총으로 학교에 나타나는 괴물들을 퇴치하고 있다. 게다가 학교에 나타나는 괴물들은 누가 봐도 최종 보스같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말랑말랑하고 귀여운 느낌마저 들었다.
결국 호기심에 굴복해서 ‘보건교사 안은영’을 검색해보았다. 포털 사이트에 나오는 로그라인은 ‘평범한 이름과 달리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보건교사 안은영이 새로 부임한 고등학교에서 심상치 않은 미스터리를 발견하고, 한문교사 홍인표와 함께 이를 해결해가는 명랑 판타지 시리즈’. 광고를 보면서도 예상했지만 과연 넷플릭스에서 제공할 만한 소재였다.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나가려는 순간 드라마의 기본 정보 밑에 ‘원작 소설’ 링크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드라마의 호흡은 견디기 어렵지만 원작 소설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책을 주문하고 앉은 자리에서 바로 다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점점 확실해지는 생각은 ‘넷플릭스가 이 책을 드라마화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하나의 콘텐츠를 영화, 게임, 책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하여 판매하는 전략인 OSMU(one source multi use)는 현재 수많은 작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OSMU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주로 소설, 웹툰, 웹소설 등의 원작을 드라마, 영화, 공연 등의 장르로 실사화의 방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소설 혹은 만화로 감상하던 이야기를 실제 배우의 연기로 보는 건 마치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지닌다. 하지만 원작을 바탕으로 누가, 무엇을, 어떻게 구현하였느냐에 극찬을 받기도 하고, 어쩌면 상상으로 남는 편이 나았을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원작을 다른 장르로 변환하는 데에는 각 장르에 맞는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본 글에서는 ‘보건교사 안은영’의 원작 소설만 읽은 시점에서 드라마화에 대한 나름대로의 구상점을 생각해보았다. 구제적으로 초등학교부터 수능까지 계속해서 들어왔던 이야기의 3가지 요소인 ‘인물’, ‘사건’, 그리고 ‘배경’의 차원에서 고려해보고자 한다.
※ (본 글에는 ‘보건교사 안은영’ 원작 소설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물 : 중심인물의 전사, 명확한 적대 세력, 조연급의 학생들과 교직원들
우선 ‘보건교사 안은영’의 원작 소설을 읽고 드라마화를 생각했을 때, 중심인물들의 전사를 보여주는 장면이 들어간다면 좋을 것 같았다. 원작 소설의 경우 3인칭 시점으로 전개가 되면서 각 인물들의 심정과 과거에 있었던 사건을 그때그때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소설을 읽을 때는 안은영의 어린 시절이나 홍인표의 가족 관련 이야기들이 단편적으로 제시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따라가거나 인물의 심정에 이입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드라마를 감상할 때에는 사건이 진행되는 도중 인물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반복해서 보여주기는 어렵다. 인물들의 심정을 매번 독백으로 보여주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안은영의 특별한 능력으로 과거에 일어났던 일, 학교를 중심으로 얽혀있는 홍인표의 가족사 등을 보다 깊게 보여주는 부분을 만들어준다면 해당 장면으로 인물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건 물론, 이후 전개되는 이야기에서 각 인물의 행동이나 생각 또한 공감하기 쉬워질 것이다.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에서는 악역이라 부를 존재가 크게 세 부류로 나온다. 하나는 물론 안은영이 학교에서 퇴치해 나가는, 학생들에게 해를 입히는 악한 ‘젤리’들이다. 또 다른 악역은 소설의 네 번째 에피소드에 나온 원어민 교사 매켄지로, 홍인표의 기운을 노리고 접근하면서 학생들에게 해를 입히는 등 소설 중 가장 중요한 악역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악역은 마지막 에피소드에 나오는 홍인표의 소개팅 상대였던 신지영으로, 인표를 통해 학교에 접근해서 봉인되어 있던 용을 깨우며 학교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인물이다.
개인적으로 이를 드라마화할 때에는 세 부류의 악역의 역할을 보다 명확하게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우선 젤리들의 경우는 안은영이 퇴치해야 하는 대상으로, 각 에피소드의 원인이 되는 핵심적인 존재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보며 드라마에는 개별적인 에피소드가 아닌 전체적으로 주인공 측과 대립하는 조직 혹은 세력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특히 지하실의 비밀을 알고 이를 이용하려는 세력이 극 전반을 통해 전반적으로 등장하며, 후반부의 회차에서 본격적인 대립과 클라이맥스를 형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러한 역할은 소설 상에서는 마지막 에피소드에 등장한 신지영의 서사를 각색할 경우 배후의 존재를 통해 대립 세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의 초중반에 위기감을 주었던 매켄지의 경우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악역의 역할이 가능할 것 같았다. 초반에는 주인공과 대립하는 사건을 겪지만 주인공과 싸우면서 일종의 정이 들게 되고, 후반부에는 은근한 조력자의 역할도 하는 인물로 설정하는 방향을 구상해 보았다.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의 일상에 등장하는 조연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원작 소설의 경우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각 에피소드별로 사연을 지니고 나오는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주로 학생 혹은 다른 선생님인데, 소설은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에피소드가 끝나면 대부분 다시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드라마의 경우 학교의 모습과 그 안의 선생님, 학생들의 실제 모습이 계속해서 나와야 한다. 중반 에피소드의 사연자가 되는 학생이라도 초반부터 학교의 일원으로 얼굴은 등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드라마의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본인의 에피소드가 끝난 후에도 소소한 역할을 갖게 되는 조연급 학생 및 교직원들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사건 : 에피소드의 선택과 각 사건들의 연결점
앞서 말했듯 원작 소설은 총 10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각 에피소드가 동일한 분량, 동일한 비중의 사건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드라마화를 진행할 때에는 기계적으로 각 에피소드를 한 회로 만드는 것보다는 적절한 선택과 배열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컨대 첫 에피소드인 ‘사랑해 젤리피시’의 경우에는 주요 인물의 소개와 더불어 안은영과 홍인표의 첫 만남, ‘젤리’로 인해 학생들이 집단 자살 소동을 일으키는 사건의 스케일 등 드라마의 첫문을 열고 한 회를 온전히 할애하기에 충분하다. 반면 바로 다음 에피소드인 ‘토요일의 데이트메이트’의 경우에는 안은영과 홍인표가 놀토에 만나면서 점차 가까워지는 내용으로 다소 분위기가 가벼우면서 짧은 느낌이 있다. 이처럼 원작의 에피소드의 성격에 따라 비중의 확대, 축소 및 두 에피소드의 결합 등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에피소드를 선택하고 배열했으면, 각 사건들을 연결해줄 지점 또한 필요하다. 소설의 경우 개별적인 에피소드들이 모여 있으므로 각 사건의 시점 혹은 상황의 연결고리가 없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인물 부분에서 언급했던 바와 유사하게 드라마에서는 연속되는 시간 속에서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한 에피소드에서 다른 에피소드로 넘어갈 때의 연결점 역할을 하는 요소가 필요하다. 모든 에피소드에서 이러한 지점이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개별 사건들의 분절적인 모습을 자연스럽게 이어줄 수 있다면 드라마의 긴 호흡을 따라가는 이용자들이 훨씬 유기적이고 통일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배경 : 현실 세계와 안은영이 보는 세계의 간극과 조화
‘보건교사 안은영’의 주인공 안은영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모습의 세계를 볼 수 있다. 소설 혹은 드라마를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표지 및 포스터 이미지의 ‘젤리’가 대표적으로 안은영의 눈에만 보이는 존재이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실사화가 됐을 때 가장 궁금했던 점이 바로 안은영의 눈에 보이는 세계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였다. 원작 소설은 3인칭으로 전개가 되면서 안은영 시점에서 서술되는 배경 묘사와 그때 안은영의 심정, 그리고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는 배경 묘사와 그들의 심정을 명확히 구분해서 볼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의 경우 한 번에 한 가지의 모습밖에 볼 수 없으므로, 안은영의 시점과 다른 사람들의 시점 중 하나를 택해서 보여줘야 한다. 물론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보는 주인공에 대한 작품은 많이 있고, 각각의 작품이 이를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독특한 방식들이 있다. 안은영의 경우에는 이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상상을 하며 배경적인 측면에 대해 고려해보았다.
소설 등의 문학작품에서 즐길 수 있는 활자 기반의 장르, 웹툰과 만화와 같은 이미지 기반의 장르, 영화, 드라마 등의 영상 기반의 장르, 그리고 공연과 같이 현장성을 기반으로 하는 장르까지 각각의 장르는 고유의 특징을 최대한 살릴 수 있을 때 그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다. ‘보건교사 안은영’의 원작 소설은 그 자체로 매우 재밌고 흥미진진한 작품이었다. 이와 동시에 판타지적인 설정, 각각의 매력 있는 사연들, 개성 있는 인물 등 드라마로 구현될 때의 강점 또한 분명했다. 드라마로 변환할 경우 이에 대한 특징을 고려할수록 더욱 좋은 작품이 만들어질 거라는 생각을 하며 원작 소설만 읽은 상태에서 나름의 구상을 해보는 기회를 가져 보았다. 여유가 생기기를 희망하는 연말에 직접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구상한 점들을 비교해볼 것을 계획해보며 이번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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