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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호] 아톰에서 비트로, 출판의 거대한 전환 유재건(그린비 출판사 대표) 출판은 지금 아톰미디어에서 비트미디어로의 이행기에 서있다. 킨들과 아이패드로 촉발된 변화의 파고는 지금까지 출판을 지탱해온 아르케(arche)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 무너짐은 위기의 양상을 띠고 있지만, 기회적 요소 또한 갖고 있다. 마샬 맥루언이 말한 것처럼, “두 개의 미디어가 혼합되거나 서로 만나는 순간은 새로운 형식이 탄생하는 계시의 순간”이고, 이때 우리는 “두 가지 형식들의 경계선 위에서 나르시스의 감각 마비 상태에서 깨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책의 충격’ 앞에서 출판계는 감각 마비 상태에서 깨어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그 대부분은 종이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일한 ‘책’으로 보고 ‘공통형식’(본질)을 추상함으로써 지금의 위기를 .. 더보기
[114호] Media + Logic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가 무성합니다. 아이폰이 어떻고 갤럭시가 어떻고 구글폰이 어떻고. 하지만 이 변화를 따라갈 만큼 기민하지 못한 사람은 어리둥절할 따름입니다. 핸드폰이 어떻기에 이리 호들갑인지 의구심을 갖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어느 샌가 트위터를 하지 않으면 대화에 참여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청와대에 사는 독수리 타법의 ‘누군가’도 하는 트위터인데, 트윗질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가 봅니다. 팔로우가 뭔지 RT가 뭔지 도무지 헷갈리기만 한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아, 블로그도 있네요. 글 좀 쓴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블로그를 잘 꾸며야 한다더군요. 블로거라는 명칭이 자기 소개란에 쓰인지는 이미 오래입니다. 글로벌하게 활동하려면 페이스북이라는 것도 해야 하나 봅니다. 이참에 전자책을 사야할지도 모.. 더보기
[113호] 유학생과 더불어 울창한 숲을 이루자 위자룡 (정치외교학과 석사과정) 안녕하세요? 24대 일반대학원총학생회 국제협력국 국장을 맡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위자룡입니다. 여러분은 우리 일반대학원에서 몇 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공부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현재 자그마치 107명의 유학생들이(석사과정74명, 박사과정33명) 일반대학원에서 학문을 정진하고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유학생들의 국적도 다양합니다. 그리고 이들 유학생들은 다양한 국적만큼이나 다양한 고충과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24대 대학원총학생회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학교적응을 돕고 한국학생들과 상호간의 이해를 증진하고자 국제협력국을 처음으로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24대 대학원총학생회 “상상2010”은 외국인 유학생들과 더불어 모든 학우들이 서로 소통.. 더보기
[113호] 잎 속의 검은 잎 고준석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 이양하 선생은 초록에도 인생이 있다고 했다. 만물을 식물로 비유한다면 모든 것은 세상에 씨앗으로 던져져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펴고 잎을 채운다. 그 중 청춘은 하나하나 형태를 갖추어 완전한 빛이 되는 동시에 발랄한 담록으로 피어나는 시절이라고 한다. 이 담록의 기간은 매우 짧고 강렬하다. 어느 날 푸름에 만취해 있다가도 언제였을지 모르는 사이에 불그스레해진 잎사귀를 발아래 둔다. 그리고 초록이 회자되는 겨울 즈음에 비로소 지나간 시간이 담록이었음을 느낀다. 인간들에게도 이렇게 초록이 무르익는 시간이 있다. 그들은 그 담록의 과정을 자신들의 언어로 청춘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대한민국의 20대는 이 청춘이라는 단어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초록의 시절은 좋은 학교.. 더보기
[113호] 테크노사이언스 시대의 사이보그 인간들 조아라 (고려대 과학기술학연구소 연구원, 서강대 강사) 첨단과학기술시대에 인간과 과학기술의 관계는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 과학기술은 인간의 도구일 뿐이라는 도구주의와 과학기술이 인간을 압도하게 될 것이라는 기술공포증은 현재의 특이성을 세세하게 짚어내는 혜안을 가리는 이분법적 통념으로 작동할 뿐이다. 도나 해러웨이를 준거로 인간과 과학기술이 맺고 있는 인식론적이고 존재론적 착종관계를 새롭게 이해하려는 필자의 생각을 옮겨보았다. 누군가 ‘과학기술은 현대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라는 말에 동의하느냐고 질문한다면, 우리는 쉽게 ‘예’라고 답한다. 눈에 보이는 주변의 모든 것이 과학기술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이내 우리는 ‘상상하기 어렵다’라고 응한다... 더보기
[113호] 동양의 저항은 어떻게 가능한가 : 다케우치 요시미의 「근대란 무엇인가」를 읽는다. 윤여일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탈근대적 담론과 실천이 긴급하게 요청되는 현재, 동양에서 그 요청은 이중적인 면모를 갖는다. 서양의 탈근대가 근대로부터의 벗어남이라면, 동양의 탈근대는 근대로부터의 벗어남이자 - 근대화가 곧 서양화라는 점에서 - 동시에 서양으로부터의 벗어남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케우치 요시미의 텍스트를 통해 이 이중적 요청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보도록 한다. ‘서양’과 ‘동양’은 담론적 구성물이다. 하지만 두 담론적 구성물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경계 지어진 영토상의 명칭인 서양은 자기한정을 거부하고 바깥으로 뻗어나간다. 서양은 하나의 특수로서 다른 항(동양)과 대립하지만, 이 다른 항이 자신을 특수로서 인식하게 하는 보편적 준거점으로 작동한다. 동양의 자기인식은 서양과의 .. 더보기
[113호] 홍석천을 만나다 "그들의 삶은 coming out 이 아니었다. coming soon 이었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저는 차분한 성격이었습니다. 공부도 열심히 했고 음악과 미술, 글짓기, 운동 등 다방면에 소질이 많았어요. 시골 동네에 흔히 있는, 공부 잘하고 잘 노는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사실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이성관이 남들과 달랐고, 쉽게 이야기할 곳도 없었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거라고 생각했었지요. 또 대학진학 이후엔 그렇게 고민에 빠져있을 시간이 없었기도 했어요. 제가 89학번인데, 90년대 대학로 프로 무대에 데뷔했고 방송과 뮤지컬, 개그맨 활동까지 그야말로 정신없이 활동했거든요. 그때엔 그냥 이렇게 살면 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 더보기
[113호] 사랑 소재의 영화: White, Green, and Blue WHITE 꾸밈 없는 사랑, 그 순수의 절경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I 순수, 그 영원한 기다림과 고요함 벙어리 청소부 남자, 그리고 그와 함께 다니는 여자. 어느 여름 남자는 서핑을 시작하고 여자는 항상 그를 곁에서 지켜본다. 엉성하기만 한 그는 동료의 놀림을 받으면서도 매번 바다를 향해 뛰어드는데. 여자가 바다를 찾은 어느 날 그가 보이지 않는다. 가끔은 말로도 글로도 표현할 수 없는 조용한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조용한 사람들의 조용한 사랑. 그녀에게 I 사랑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4명의 남녀가 코마 상태가 된 여인을 돌보게 된다.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떠한 소통도 불가능한 그녀에게 점점 사랑에 빠진다. 아무런 대답을 들을 수 없지만 꿈을 꾸고 기다리며 갈등하고 아파하는 이들. 렛미인 .. 더보기
[113호] 사랑은 제약 속에서 영원과 편재를 희망하는 열정 김명석(연세대 철학과 강사) 흔히 사랑은 모든 제약을 벗어나는 것이라 여겨지지만 제약을 뛰어넘어 나와 타자의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는 자칫 타자를 나에게로 귀속시키는 폭력적 사태를 유발한다. 따라서 제약은 나와 타자의 거리감을 유지시키며 사랑을 보다 더 풍성한 것으로 이끄는 사랑의 조건이다. 제약을 온전히 떠맡는 역설적 선택에서 사랑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필자의 단상을 따라가 보았다. 꽃들이 자기 모든 아름다움을 탕진해 버리는 사월 하순 너는 찰랑거리는 웃음을 치마에 담아 내 앞에 나타났다. 커피 잔을 사이에 두고 우리의 물리적 거리는 일 미터의 절반으로 좁혀졌다. 일 미터 이상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에티켓이었지만 우리 마음은 한두 번 맞닿았다. 그것은 흔히들 첫눈에 반했다고 말하는 그런 유형의 현상이었.. 더보기
[113호] 나는 연애를 모른다 어둠의 왼손(수유너머 연구원) 좋아하는 언니가 있었다. 그녀는 남자들이 대다수인 커뮤니티에서도 정치적 올바름을 지키면서 ‘잘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대학 새내기였던 나에겐 대단하게만 느껴졌었다. 서로 ‘자기’라고 호칭하는 여자친구와 손을 꼭 잡고 걸어다니면서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를 뿜어내기도 했고, 찌질하거나 무지한 동기들에게 호통도 잘 쳤고, 어르기도 잘 했다.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학회의 장을 맡고 있었고, 여성학 모임에도 열심이었다. 나는 그녀의 카리스마가 좋았다. 그녀는 내게 준 책 속지에, 나를 보면 예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안쓰럽다며 “이렇게 만난 것을 하늘에 감사한다”고 적었다. 마지막으로 각인되어있는 기억은, 남자친구의 손을 붙들고 걸어가는 아련한 뒷모습. 어느 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