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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27호] 포스트모던 시대, 인간과 동물화 포스트모던 시대, 인간과 동물화 강신규_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오타쿠(otaku, 御宅)’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타쿠는 원래 1970년대 일본에서 대두한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새로운 하위문화(subculture)의 주역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나 소위 ‘선수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수준에 그치던 이 말은 불행하게도 1988~89년 사이타마현에서 발생했던 한 오타쿠 청년의 여아 연속 유괴살인사건을 계기로 일본 사회에 널리 알려지게 된다. 때문에 오타쿠에는 ‘비사회적이고 도착적인 성격을 가진 존재’라는 의미가 덧입혀졌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권위 있는 일본 언론에서는 오타쿠에 대한 혐오 이전에 오타쿠에 대해 논의하는 것조차 꺼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문화비평가이자 소설가인 아즈마 .. 더보기
[127호] 포스트모더니즘, 그리고 영화 포스트모더니즘, 그리고 영화 서인숙_상명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1. : 기억과 역사에 대한 포스트 모던한 불확실성 ▲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82)에는 인간과 사이보그의 경계 지우기와 테크노포비아적 디스토피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담겨 있다. 영화에서 데카르트적 인간 중심적 사고가 해체된 탈 중심화와 탈 인간화의 포스트 모던한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르는 SF영화라 할 수 있다. SF영화에서는 포스트 모던한 기후와 징후 속에서 탈 인간적 삶의 충돌과 대립을 디스토피아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사이보그는 최첨단 과학 기술의 정점이자 인간 지성의 승리로 인식되는 보편적 관점을 뒤집고 기계가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대체함으로써 인간의 특권적 위치를 박탈하는 혼성적이고 잡종화된 인간과 인공물의 무너진 경계를 표상.. 더보기
[127호] 탈근대성에서 정치철학으로 탈근대성에서 정치철학으로 홍철기_서울대학교 박사 과정 우리는 더 이상 탈근대성의 시대를 살고 있지 않다.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가 말했듯이 우리가 애초에 그 본래의 의미에서 근대인이었던 적이 결코 없었다면 근대인과 근대성의 액면가에 의존하여 이를 비판했던 탈근대성의 시대 또한 애초에 오지 않았던 것일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더 이상 탈근대성의 시대를 살고 있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지나온 탈근대성의 시대로부터 얻을 수 있는 역사철학적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처음부터 '역사의 종언'이 시작도 되지 않았고 도래하지도 않았다면 우리는 '역사의 종언'의 시대로부터 어떤 교훈을 배울 수 있는가? 탈근대성의 시대가 '언어적 전환'과 함께 시작되었다면 그 시대의 끝, 혹.. 더보기
[126호] 원래부터 ‘그들’의 문화였던 문화는 존재하는가? : 탈식민적 관점에서 본 다문화적 관점 원래부터 ‘그들’의 문화였던 문화는 존재하는가? : 탈식민적 관점에서 본 다문화적 관점 민가영 /서울여대 교양학부 교수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한다. “다문화적 관점은 뭘까요?” 이 질문에 대해 가장 많은 대답을 차지하는 것은 다음의 대답이다.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는 것이요.” 원래부터 ‘그들’의 문화였던 문화가 존재할까? 본 글은 이 질문을 검토하고자 한다. 다문화적 접근은 각 국가, 인종, 민족, 지역에 따라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며 이에 대한 존중을 기본 정신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다문화 관점의 기본 전제인 문화 간의 차이가 바로 문화 제국주의라는 기본 전제에서 왔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문화 제국주의는 문화 간 차이가 존재한다는 전제 하에 ‘문명화’의 관점에서 이러한 문화 간 차.. 더보기
[126호] 종교권력, 무엇이 문제인가? 종교권력, 무엇이 문제인가? ▲ 종교의 배타성을 타파하려는 노력은 현실에서 이벤트에 불과하다 사진출처_동아닷컴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 종교와 종교성(宗敎性) 보편적 종교 개념의 정립은 쉽지 않다. 여러 종교를 가로지르는 유사성의 지평을 키울 필요가 있다. 여기서 인간의 자기 이해가 출발점이다. 호모 사피엔스나 호모 루덴스처럼 인간을 규정하는 여러 방식이 있지만 우리는 인간을 ‘의미 지향적 존재’로 정의한다. 인류의 문화와 역사란 의미존재인 인간이 스스로를 표현해 온 궤적인 것이다. 의미존재에 고유한 ‘궁극적 관심’을 인류가 특정한 문화적 문맥 속에서 실천해 온 양태가 바로 종교다(폴 틸리히). 이런 규정은 종교현상에 대한 다양한 정의들을 넘어서 종교에 대한 탐구를 종교성에 대한 천착으로 진전시킬 수.. 더보기
[126호] 페미니즘의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위해 페미니즘의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위해 더보기
[126호] 문화권력과 한국사회 문화권력과 한국사회 홍성민 / 동아대학교 정치학 교수 베버에 기대어 보면, 권력이란 갑이 을로 하여금 을이 원하지 않은 일을 하도록 강제함으로써 갑의 욕망을 실현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몇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째 갑이 을을 강제하는 방식은 무엇일까 ? 물리적 폭력이 가장 손쉬운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갑이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한다면 을은 오래 견디지 못하고 저항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권력관계는 을이 자발적으로 순응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 져야 한다. 이것은 권력관계에서 지배의 정당성을 문제 삼는 것이다. 둘째 을에게 강제하는 갑의 욕망은 어디서 생겨나는 것인가 ? 또 을이 애초에 가지고 있던 욕망은 무엇이며, 원하지 않았던 욕망은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는가 ? 갑과 을의 욕망이 생리적인 것이.. 더보기
[126호] 민주주의가 어쨌다구? 민주주의가 어쨌다구? 최영화/중앙대 문화연구학과 박사수료 한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묻는다. “너희들이 생각하기에 독일에서 또 다른 독재정권이 등장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니?” 아이들은 주저 없이 답한다. “그런 일은 이 나라에서 다시 발생할 수 없어요.” 그러나 단 일주일 만에 이들의 믿음이 완전히 무너진다. 2008년 독일에서 개봉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영화 는 실제로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주일간의 파시즘 수업과정과 그 결과를 충격적으로 재현한다. 애초 민주주의의 미덕을 가르치기 위해 기획된 체험학습이었으나, 점차 권력과 군중심리에 도취된 아이들이 파시즘 운동에 열정적으로 동조하게 된 것이다. 히틀러와 제3제국의 몰락 이후, 나치에 관한 긍정적인 묘사를 철저히 금기시하고 있는 독일에서 만들.. 더보기
[126호] 집단 지성의 시대 지식과 권력 그리고 지식인 집단 지성의 시대 지식과 권력 그리고 지식인 홍태영 / 국방대학교 안보정책학과 교수 권력과 지식의 관계를 고고학적 그리고 계보학적 방법이라는 자신의 고유한 방법론을 통해 분석한 푸코에 따르면, “권력이 지식을 생산한다는 것”, 그리고 “권력과 지식은 자기의 영역 속에 상대방을 직접 끌어들이고 있으며, 지식의 영역과 상관관계를 형성하지 않는 권력이란 존재하지 않고, 또한 권력의 관계를 전제하지 않고 그 관계를 만들지 않는 지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감시와 처벌』) 푸코는 권력의 생산과 지식의 생산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은 물론 권력의 기술과 지식 그리고 그 대상과 방법 등 권력과 지식 사이의 관련성을 자신의 지적 작업을 통해 그 역사 속에서 재구성하였다. 『말과 사물』에서는 ‘에.. 더보기
[125호] 철학은 의학에 얼마나 필요한가? 근대이후 우리나라는 의사면허 정도만 국가에서 관리하고, 진료의 내용이나 의사 집단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1977년 의료보험이 시작되면서 국가는 의사 집단을 통제하게 되었다. 국가 권력과 의사 집단 사이에는 긴장관계가 조성되었고, 의사들은 비로소 진료의 자율성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어서 2000년 의약분업과 의료제도 개혁을 둘러싸고 6개월간 지속되었던 의료파업 사태는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당시 거의 모든 개원의사와 전공의들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진료는 주로 대학병원과 종합 병원에서 응급 환자와 중증(重症) 환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의사들은 의약분업이나 의료제도 개혁의 부당성을 주장하였으나 사회는 이를 집단이기주의 정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자신들이 국민 건강을 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