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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0호] 익숙함과 낯섦 사이에서

김정연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석사 졸업생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힘든 시기, 그럼에도 더 나은 미래, 더 나은 삶을 위해 사람들은 일어선다. 고된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어려워진 회사 상황을 대비해 자격증을 공부하는 직장인,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에 고용 안정성을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준생 등이 있는가 하면 재택근무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직이나 취미생활을 위해 무언가를 공부하는 사람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 덕분에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몸담고 있는 성인 교육시장은 호황을 맞았다.  

 

  사실 코로나 이전부터 성인 교육시장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었다. 내가 성인 교육회사에서 수험서를 만들게 된 이유 중 하나도 그것이었다. 나는 대학원에서 미디어와 드라마, 스토리 등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스토리를 공부했기 때문에 단행본 출판사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사실 출판은 사양산업이라고 불릴 만큼 사정이 좋지 않은 곳이 많았다. 자연스레 대형 출판사 몇몇 곳을 제외하면 연봉이나 대우도 만족스럽지 않은 곳이 많았고, 그래서 선택 한것이 교육업계에서의 출판편집자였다. 성인 교육시장은 출판업계 중에서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에 속했다. 실제로 수험서는 많이 팔렸다. 단행본에 비해 정말 그랬다. 찍어내는 부수의 단위도 달랐고, 증쇄도 많았다. 광고에도 상상 이상으로의 많은 돈을 쏟아부을 수 있을 정도로 성인 교육시장은 호황이었다.

 

  성인교육 업계에 종사하면서 성인교육을 받는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있던 회사에서는 대부분 길어진 수명에 반비례하듯 짧아지는 정년, 그에 비해 낮은 노후 대비율 등으로 인해 제2의 인생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자 하는 용기, 합격의 기쁨, 제2의 인생에 대한 기대 등 그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더 좋은 책을 만들고자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물론 주52시간 근무제, 시차출퇴근제,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보편화되어 워라밸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커지면서, 직장과 삶을 분리하는 것에 익숙해진 MZ세대가 자기 계발을 위해 교육을 받으러 오기도 했다. 배움에 끝이 없는 시대, 평생교육의 시대가 정말로 온 것이다. 실제로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교육을 받는 연령대가 앞 뒤로 연장되었고, 교육 영역 또한 매우 다변화되었다고 한다. 내가 있던 회사도 계속해서 취급하고 있는 교육 아이템을 넓히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성인인데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공부하려고 결심한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받은 교육을 기반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활동하고자 하는 욕구였다. 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생계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취미와 여가 등을 포함하기 때문에, 이는 생존 뿐 아니라 삶에 대한 만족감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나는 이를 돕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스스로 업무에 만족감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의 기회가 모두에게 보장 되는 것이 건강한 사회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 특히 중장년층에게 교육은 노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교육 시장이 커지면서, 교육 방식 또한 매우 다양해졌다. 교육분야의 스타트업 업체들이 AI 등의 신기술을 가지고 시장에 진입하였고, 코로나와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컴퓨터,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대면 교육의 비중이 대폭 늘어났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을 가르친다는 우스갯소리가 심심치않게 들려왔는데 빠르게 변화의 시기가 온 것이다. 실제로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며 평생교육의 온라인 프로그램은 9만 1,850개, 수강생은 2,015만 2,690 명으로, 2018년보다 온라인 프로그램은 2만 7천여 개, 수강생은 770만 명 늘어난 것이다. 이는 코로나 시대가 끝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며, 예전의 오프라인 시대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수업은 오프라인에 비해 시간적, 경제적 비용이 저렴하며, 효과적으로 오프라인 수업을 보조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큰 효과를 낼 수 있지만 디지털 격차로 인해 비대면 교육 대상에서 제외 되는 이들이 생긴다면, 이는 곧 지식격차, 나아가 소득격차로 이어질 것이다. 


  문제는 비대면 교육을 위해서는 먼저 물리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노트북, 스마트폰 등의 장비와 네트워크 환경을 꼭 갖추어야 하고, 프로그램 설치나 활용에 대한 기본적인 사용 기술도 있어야 한다. 실제로 비대면 교육을 학습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물리적 환경을 모두 구비하더라도, 사용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프로그램 설치 등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1) 실제로 내가 일하는 회사에서도 온라인 강의에 접속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고, 필요한 자료를 다운받거나 공지 사항을 확인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만났던 분은 수업에 필요한 학습자료를 어떻게 다운받고 인쇄해야 하는지 몰랐고, 자식이 없어 물어볼 곳도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런 분들께는 상담 직원들이 일대일로 배치되어 유선 통화를 통해 설치를 도왔다. 그나마 우리 회사의 경우 비교적 교육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여유가 있는 분들이었는데, 진짜로 교육이 필요한 소외계층의 경우 계속해서 격차가 심화될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물리적 환경 뿐 아니라 학습자 스스로의 인식 변화도 필수적이다. 코로나로 인해 변화의 속도와 불확실성이 유래 없이 높아졌다. 경험이 많은 중장년층 또한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었다. 교육 뿐만 아니라 사회활동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디지털화가 진행되어 IT기기를 활용하는 능력은 필수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중장년층 또한 경험이 많다는 강점에 더하여, 의식적으로 변화의 물결에서 새로운 것에 적응하기 위한 주체성과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져야 하며, 이를 위한 관련 교육프로그램의 개발도 필요해 보인다.

 

  변화는 시작되었다. 가장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은 바로 익숙함에 적응한 사람들일 것이다. 이제는 낯설지만 변화에 다시 적응할 때이다. 이제 다 되었을까 하는 시점에 또 무언가를 배우고 시작해야 하는 모든 분들께 심심한 위로를 건네며 이 글을 마친다.

 

 

 

1) 조혜인 (2021).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장년의 비대면 교육 경험을 통한 인식 변화와 사회참여 역할의 실천과제, 당사자연구 이슈페이퍼 보고서 50+세대와 포스트 코로나, 서울시50플러스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