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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0호] 인디뮤지션은 음악만 만들지 않는다

포자랩스 뮤직 디렉터  김  상  우

               "인디팬던트 뮤지션(Independent Musician)" 이하 인디 뮤지션은 기획사의 도움 없이 홀로 음악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노래 한 곡을 발매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자본과 여러 사람들의 협업이 필요하다. 음악 제작, 음악 외 프로덕션, 유통, 음반 발매, 마케팅 등 대중들의 이어폰으로 멜로디가 흘러나오기까지 여러 공정 과정을 거친다. SM 같은 기획사들은 각 분야를 세분화하고 전문화하여, 필요한 만큼의 자본을 들여 최상의 퀄리티로 음반을 완성한다. 하지만 인디 뮤지션에게는 투자할 돈도 시간도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가 여러 다양한 역할을 공부하고 수행할 수밖에 없다.

               음악 작업부터 살펴보면, 작곡-작사-편곡-녹음-믹싱-마스터링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우리가 흥얼거리는 멜로디나 반주와 같은 것들을 작곡한다. 함께 작업하는 팀원이 있다면 작곡과 작사를 나눠서 할 수도 있겠지만, 보통 인디 뮤지션은 악기 반주부터 멜로디까지 혼자 쌓아간다. 멜로디가 완성이 되면 그 위에 가사를 붙이기 시작 한다. 곡의 분위기에 맞는 가사를 붙이며 곡의 컨셉과 방향성을 정하게 된다. 어느 정도의 구성이 정해지면, 편곡을 고민하게 된다. 곡의 처음과 중간과 끝을 어떻게 확립할지에 대한 방법론적 고민이다. 편곡이 끝나면 녹음을 시작한다. 보컬을 포함하여 기타, 피아노와 같은 악기를 녹음한다. 이 과정에서 음악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스튜디오를 대여한다거나 악기 세션을 섭외하면 비용이 발생하지만, 요즘은 홈 레코딩을 위한 장비가 잘 갖춰져 있어서 비용 없이 진행할 수 있다.

               작곡부터 녹음까지는 뮤지션의 영역이지만, 믹싱과 마스터링은 엔지니어링의 영역이다. 음악을 완성하는 과정이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믹싱과 마스터링은 장비와 환경의 영향을 받는 분야이고,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믹싱과 마스터링은 외주를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스터링은 금액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지만, 믹싱은 정말 부르는 게 값이다. 엔지니어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각자의 방식이나 개성도 다르다. 자신이 만든 곡과 비슷한 분위기와 느낌을 가진 곡을 레퍼런스로 찾고, 자신의 곡을 잘 믹스해 줄 수 있는 엔지니어를 찾아서 컨택해야 한다. 곡의 믹스가 끝나면 마스터링을 하여 우리가 음악 플랫폼에서 듣는 음악과 유사한 상태를 갖추게 된다.

               음원이 완성되면 뮤지션은 음악 외적인 프로덕션을 생각하게 된다. 음원의 커버인 아트워크나 뮤직 비디오 같은 시각적인 비주얼을 구상한다. 뮤직 비디오는 선택적이지만, 아트워크는 필수이기 때문에 곡의 분위기에 맞는 그림이나 사진을 선정할 수도 있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있다면 작가에게 의뢰를 하기도 한다. 리스너의 입장에서 보면, 유명하지 않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아닌 이상 처음 들어보는 뮤지션의 음악을 들을 필요도 없고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매력적인 아트워크는 클릭을 유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비디오 제작을 통해 음악을 표현할 수도 있는데 비용적 부담이 크다 보니 최근에는 비주얼라이져나 리릭 비디오(lyric video)를 제작하는 추세이다.

               음악을 발매하기 위해서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만 가장 알려지지 않은 분야가 바로 유통이다. 음악을 발매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멜론에서도 들을 수 있어?"인데, 음원을 발매할 때 뮤지션과 음원 서비스 회사가 계약을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뮤지션은 유통사와 계약을 하며, 유통사가 국내 및 해외 음원 서비스 회사(음악 플랫폼)에 음원을 유통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음악을 내고 싶다고 마음대로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유통사에게 음원을 보내고, 유통사가 해당 음원을 유통하겠다는 답변을 받아야 계약을 하고 음원을 발매할 수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여러 가지 이유로 음원 발매를 거절 당하는 경우도 있으며, 인디 뮤지션들은 더 좋은 조건과 더 영향력이 있는 채널을 가진 유통사와 계약을 맺기 위해 여러 곳에 유통 문의 메일을 보낸다.

               인디 뮤지션은 노래 한 곡이 발매되기까지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며 기획하고, 리서치하고, 연락하고, 결정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시간을 들여 완성하지만 그럴 수 없는 분야는 시간 대신 돈을 지불한다. 이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고 자신의 음악에 투자한다. 베짱이처럼 노래만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베짱이의 영혼을 지닌 채 개미처럼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한다는 딜레마 속에서도 인디 뮤지션들은 새로 작업하는 곡을 상상하며 들뜬 마음을 가지고 어딘가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