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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58호] 2021 관광 서비스의 변화 및 현실<제대로 된 가이드투어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

2021 관광 서비스의 변화 및 현실
<제대로 된 가이드투어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

부제 :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여행사 대표의 이야기

한국자전거나라 대표 이용규

 

플랫폼만 많을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배달의 민족’이 여러 개 필요한가? 혹은 그 안을 채워 넣을 많은 콘텐츠 제공자가 필요한가. 배달의 민족이 잘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식당들이 존재해야 한다. 플랫폼의 형태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유통할 만한 상품들이 존재해야 한다. 한국의 관광산업에는 그러한 관광상품이 많지 않다. 하지만 투자를 근간으로 하는 최근의 스타트업 시장에서는 J 커브가 가능한 ‘유니콘’의 가능성이 있는 BM으로만 투자가 몰리고 있다. 한개의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내는 것과 100개의 100억 규모의 기업들을 양성해내는 것. 우리나라 관광 생태계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과연 어느 쪽이 올바른 방향일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술은 발달하고 편하지만, 그 안을 채워 넣어줄 인문학이 부족하다. 국가적인 차원의 투자와 노력을 통해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 관광분야에서도 ‘스마트관광’ 이라는 키워드를 중심 으로 기술을 관광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기술은 불편함을 해결해준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해도 여전히 해결해주지 못하는 부분 이 있다. 특정 관광지로 사람을 오게 하는 ‘매력’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기술이 제공하는 편리함이 ‘목적’이 되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그 매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당연히 인문학적인 요소이다.

 

 

플랫폼을 채워 넣어줄 콘텐츠가 필요하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세계적인 여행 플랫폼인 getyourguide의 아시아 담당자와 강남역에서 미팅한 적이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는 가 이드투어가 발달하지 않았다며 하루빨리 좋은 가이드투어가 한국에 생겼 으면 좋겠다며 유럽에서와 같은 가이드 투어를 우리가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미팅이었다.

  역시 아시아의 대표적인 여행 플랫폼 중 하나인 kkday의 한국 대표 였던 박상화 대표를 만났을 때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팔리는 상품이 찜질방이라는 것은 같은 한국 사람으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제대로 된 팔만한 상품이 있으면 좋겠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오래 근무하셨던 어떤 분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의 맥락이었다.‘한국관광공사가 인바운드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오랜 시간 노력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아직까지 면세점 쇼핑 중심의 산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웃바운드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우리나라의 관광산업이 코로나를 경험하면서 도메스틱과 인바운드 쪽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도메스틱이 먼저 자리를 제대로 잡아야 인바운드가 발전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한국 관광은 도메스틱과 인바운드가 완전히 분리된 형국이었다.

 

 

관광산업에서의 대표적인 콘텐츠가 가이드투어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나라마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가이드투어가 있다. 대표적으로 유럽여행 시에 꼭 참여하게 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티칸 투어, 가우디투어 그리고 루브르 투어. 각 국가에서 활동하는 가이드들은 말 그대로 민간외교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좋은 가이드투어 상품 하나가 그 관광지에 대한 체류 시간을 늘리고 체류하는 동안의 소비가 늘어나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고 관련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

 

 

가장 기본적이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발달하지 않은 장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이드투어는 발달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기존 관광산업의 수익구조가 문제이다. 쇼핑 커미션과 팁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는 소위 ‘마이너스 투어’ 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한국 인바운드 관광산업의 틀 안에서 해설을 잘하는 가이드가 만들어지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언어권마다 다르긴 하지만, 가장 많은 방문객을 자랑하는 중국 관광 객의 경우 패키지 시장은 거의 대부분 마이너스 관광으로 이루어졌다. 인두세라고 하는 개념이 있는데 일인당 마이너스 30만원 정도로 한 팀을 받는다. 다시 말해 한 팀이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마이너스로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손해를 보면서 일을 할 수는 없으니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귀한 손님들의 만족도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 팁이 걷히지 않으면 공항 가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버스를 세우고 협박을 한다. ‘팀 안내면 집에 보내지 않는다’ 믿기지 않지만 이게 2019년까지의 대한 민국 인바운드 관광의 실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된 가이드가, 제대로된 가이드투어가 가능할리 없다.

 

 

해결 방법은 없는가

 

왜 없겠는가, 하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내국인들의 눈높이에 만족할만한 가이드투어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가이드투어를 내국인들이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 정도로 수준 높은, 만 족도가 높은 상품이어야 한다. 내국인들조차 기꺼이 돈을 내고 참여할 만한 수준의 가이드투어여야만 한다.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것’ 을 여행 객은 원한다. 그렇기에 도메스틱 관광이 중요하다. 그리고 외국인들의 취향과 문화에 맞춘 프로그램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바로 ‘문화비교 해설’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과 우리의 경복궁을 비교해보자. 베르사유 궁전이 가지지 못한 경복궁의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규모나 세 계사에 끼친 영향력 등을 생각하면 베르사유와 경복궁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프랑스에서 12년 가이드 생활을 하면서 베르사유 궁전에 대해서 소개했던 나 또한 맨 처음 경복궁을 마주했을 때의 느낌 은 ‘아 우리나라는 가난했었구나’ 였다. 화려함과 웅장함으로 보기만 해도 전율이 느껴졌던 베르사유 궁전과 파괴된 모습을 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오늘날의 경복궁은 겉모습만으로는 크게 매력적이라고 여겨지지 못 했다. 하지만 가이드 투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감탄하게 되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

 

‘궁궐은 백성들에게 모범이 되어야하기 때문에 검소해야 합니다. 하지만 검소함이 지나쳐서 누추해 보이면 안됩니다. 궁궐은 임금의 권위를 나타 내야 하기 때문에 화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화려함이 지나쳐서 사치스 러우면 백성들의 마음을 다치게 합니다.’ - 정도전
  루이 14세 이후로 19세기 벨에포크 시기에 사치의 극치를 경험했던 자본주의의 절정이 있고, 그 반대급부로 사회주의가 나타났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을 반영하지 못했기에 성공하지 못했다. 인간 자체에 대한 이해 그리고 양 극단이 아닌 중용. 그 상태를 추구해보고자 하는 것이 오늘날의 유럽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 중용의 가치를, 인간 본질 자체에 대한 이해를 이미 과거부터 해왔고 당연하게 여겼던 고도의 문명이 우리 안에 녹아들어 있다.
  특히 조선 초, 경복궁 안에서 생활했던 왕들의 백성들을 위한 노력과 고민, 거기서 나온 시공간을 초월한 제도들, 그 공간 안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들...
  적지 않은 외국인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고 알게 되었다며 기뻐한다. 그리고 그 후 경복궁을 몇 번이고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면서 고마움을 전한 사람들도 있다.
  각 국가의 역사와 문화와 비교해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의 관점과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다가가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은 여행사 하나가 가이드 한두 명이 해낼 수 있는 작업은 아니다.

 

 

가이드투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대본과 배우가 필요하다. 가이드 투어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가 필요하다.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하는 스크립트가 필요하다. 거기에는 다양한 내용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 스크립트 하나를 마련하는데 정말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일례로 한국자전거나라의 ‘경복궁 투어'를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내나라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기에 그리고 처음 시작은 혼자였기에 모든 것을 다 공부해야만 했다. 문화해설사 교육도 받았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해설을 듣게 될 사람들이 대부분 무료로 참여하기에 돈을 받고 해설을 하는 가이드와는 목표로 하는 최종 결과물의 수준과 지향 점이 달랐다. 역사, 건축, 조경, 음식, 인물, 철학, 종교, 신화, 공예, 미술 등. 시중에 나와 있는 거의 대부분의 책과 자료들, 그리고 대학교 석박사 논문들까지도 뒤졌다. 조선왕조실록을 근거로 하나하나 다 발췌하고 각 계열의 교수님들과 전문가들의 자문과 고증 또한 받았다.
  물론 가이드는 학자가 아니기에 그렇게 대단한 깊이를 가질 수 있는 공부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만든 경복궁 투어는 누구에게라도 자랑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진다. 그래도 루브르박물관에서 10년 넘게 해설을 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드는 투어는 그 수준에 맞춰보겠다는 가이드 개인의 욕심이었기도 하다. 산업과 사업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이 러한 해설 스크립트를 작성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 너무 크다. 그렇기에 이러한 작업들이 지금까지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소위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

 

 

관광에도 인문학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그 후 지금까지 적지 않은 분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먼저 한국관광공사에서 관광통역안내사들 교육을 담당 하셨던 사학과 교수님 한 분이 발벗고 나셔주셨다. 한국 관광에 꼭 필요한 일을 하는 팀이 드디어 나타났다고 기뻐해 주시면서 지금까지 물심양면 도와주고 계신다.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쉬운 부분은 이 콘 텐츠를 만들어내는 작업은 필요하지만 당장 돈이 되지 않고, 특히 코로나 상황에서는 우리 스스로의 역량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어려워진 상태이다. 다행히 지자체들에서 관심을 가져주어 작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와 같은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많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
  얼마나 많은 자원들이 관광자원화될 수 있는지, 최근에 알게 된 관광 스타트업들 중에는 우리와 같은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이들이 꽤 많이 있 었다. 다만 이 작업이 당장 돈이 되는 일이 아니기에 투자를 받거나 회사를 유지하는 것만도 많은 어려움들이 있다.  최근에 시도하고 있는 것은 이 작업을 대학과 함께 하는 것이다. 관광산업의 일이니 관광과 관련된 학과와의 연계라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역사, 건축, 조경, 국문, 외국어, 미술 등 지금까지는 관광과 크게 연결고리를 가지지 않았던 인문 학 계통의 학과, 학교들과의 연계가 중요하다.

 

 

가이드투어의 또 하나의 핵심, 당연히 가이드

 

콘텐츠 개발이라는 어려운 산을 하나 넘다 보면, 또 다른 거대한 산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가로막는다. 바로 좋은 가이드, 훌륭한 가이드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해설과 관련 된 업무를 하는 모든 직군. 줄여서 가이드라고 부를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정직원이 아닌 계약직의 형태로 그것도 4대 보험조차 가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업계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2017년 귀국 한 이후로 400명이 넘는 관광통역 안내사들을 1:1로 면접을 봤다. 충격적이지만 제대로 된 외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또한 국립중앙박 물관에서 제대로 해설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만나 보지 못했다.
  이는 쇼핑 커미션에 의존하는 수익구조 때문이다. 해설을 잘하는 것이 가이드들에게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 들이 그 배경을 만들어낸다.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받지 못한다. 당연히 좋은 인력들이 가이드 산업에 뛰어들지 않는다. 뛰어들었다가도 포기해버린다. 가이드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직무 분석표조차 없다. 그렇기에 무엇을 노력해야 하는지 어떠한 부분이 부족한지에 대한 평가도 없이 단지 "자격증을 취득한지 오래되었다" 는 말도 안 되는 기준으로 가이드의 실력을 구분한다. 이는 아무도 노력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가이드라는 직업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기관이 없다. 가이드 출신의 대학교수는 당연히 없기에 가이드학과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2년제 대학들에 존재한다고 해도 그 수준은 해외에 있는 전문 가이드 양성 기관에 비하면 있다고 하는 것이 민망한 수준이다. 문체부에서도 매년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한국관광공사도 이 부분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현장을 모르는 이론들과 정성이 아닌 정량적 평가 기준에 맞춰야만하는 공공기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또한 아무리 제도와 정책들이 좋게 개선된다 한들 실제 현장이 바뀌지 않기에 이런 노력들은 대부분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있을 것인가. 코로나로 모든 관광 산업이 멈춰버린 지금이 오히려 기회다.
  다시 처음부터 단추를 채워나가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가이드 업무에 대한 직무분석부터 시작해야한다. 이론을 공부해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그 단계 이후의 교육과정의 수립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이드들에 대한 역량평가가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간 외교관을 양성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인문학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특히 국내, 아시아, 유럽, 세계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고 비교할 수 있는 그리고 엔터테이너적인 자질을 습득할 수 있게 하는 그러한 인력 양성 과정의 수립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이다. 아마도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인 것 같다. 2017년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할 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누가 돈을 내고 해설을 듣겠나”
  하지만 2005년 처음 루브르 박물관에서 해설을 하겠다는 25살의 청년에게도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말을 했다. “누가 미술 작품 해설을 듣는데 돈을 내겠나” 지금은 유럽의 한국 교민들을 먹여살리는 주된 관광산업이 가이드산업이다. 가우디투어 없이 스페인 관광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루브르투어, 몽생미셸투어를 빼고서 프랑스 여행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바티칸은 말할 필요도 없다.
  누군가는 걸어가야 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된 가이드투어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니까. 명색이 우리가 스스로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대한민국인데 말이다.